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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97화 (97/200)

97화. 당가의 후기지수

“아미타불… 가주님의 팔순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이들이 사천당가의 문턱을 넘었다.

쉬이 객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들이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가주이자 무림의 전설 독선의 팔순연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외원 그리고 내원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게 아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위시한 대문파와 무림세가의 대표 혹은 그에 버금가는 무림명숙.

아니면 고위관리 정도나 내원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보다 못하나 이름 석 자 올릴 정도는 되어야 외원에라도 출입을 허락되었다.

육칠십쯤으로 보이는 노승이 반장(半掌)했다.

“이건 방장사형께서 전하신 겁니다.”

“허… 나한신승(羅漢神僧)이 직접 와준 것도 고마운데, 귀한 선물까지 보내다니…. 방장께는 노부가 고맙다 전해주게나.”

독선에게 직접 인사와 선물을 전한다는 건,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였다.

노승 역시 단순히 단순히 나이가 지긋한 승려가 아니었다.

나한신승(羅漢神僧) 공운.

소림삼신승의 한 명으로, 현(現) 나한전주였다.

그냥 장로도 아닌 그가 직접 움직였다니, 과연 독선다웠다.

독선은 공운대사를 통해 소림방장이 전한 선물이 뭔지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소림의 보물인 대환단(大還丹)이었다.

소환단만도 대단한 보물이지만, 우내오존의 독선에게 생색내기에는 부족했다.

허나 대환단이라면 말이 다르다.

독선도 매우 흡족해하니 말이다.

그다음으로는 하얀 도의를 입은 노진인이 다가왔다.

“무량수불… 빈도 송암이, 가주님을 뵙습니다.”

소림에 삼신승이 있다면 무당에는 삼도(三道)가 있다.

무당장문인의 사제이자 십단금의 계승자 송암진인이었다.

그렇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급의 축하객만 독선에게 직접 축하 인사와 선물을 전했다고, 그들 이외의 축하객들은 소가주와 장로들이 대신 맞이했다.

인사를 마친 이들은 사천당가 내외원에 마련된 자리로 안내받아 술자리를 가졌다.

구파의 경우는 불문과 도문이기에 술과 고기 대신 가벼운 다과상이 나왔으나 그 외에는 대부분 술자리였다.

하지만 의외로 취할 정도로 흥청망청 마시는 자들은 없었다.

사천당가에서 추태를 보였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도 있지만, 이후 준비된 구경거리 때문이다.

“이 노물을 축하하러 온 많은 분들께 당 모가 감사의 인사를 드리오.”

독선이 직접 축하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무림전설을 직접 뵈었다는 것에 무림인들은 감격에 빠질 정도였다.

“노물의 손주들이 미흡한 솜씨를 보인다 하더이다. 어린 후배들의 재롱이니, 비웃지 마시구려.”

독선의 말에 그의 손주들은 축하객들을 향해 포권을 취해 예를 갖추었다.

감히 어느 누가 독선의 손주들을 비웃겠는가.

비록 나이가 어려서 구룡삼봉에 오른 이가 없지만, 손색이 없다고 알려진 기재들인데 말이다.

독선은 그런 손주들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본 가주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들었다. 너희 중 이곳에 계신 분들을 가장 감탄하게 만드는 녀석에게 이걸 주마.”

독선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평범해 보이는 외형이지만, 무려 독선이 부상으로 내놓았다.

결코 가벼운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너희에겐 과한 물건이나… 소림방장께서 나한신승을 통해 전한 것이니, 받는 녀석은 나한신승께 감사의 인사를 하거라.”

“……!!”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독선과 달리 좌중은 눈이 커졌다.

작은 상자 안에 든 게 뭔지 다들 눈치챈 듯했다.

특히 독선의 손주들은 눈이 뒤집혔다.

‘흐흐… 독룡이라 불릴 날이 멀지 않았어!’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어!’

‘호호호… 본녀의 편술에 누가 감탄하지 않겠어?’

그들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독선의 눈짓에 소가주 당자명이 외쳤다.

“누가 먼저 가주님께 재주를 뽐내보겠느냐!”

“소손이 먼저 해보겠습니다.”

이공자 당천우였다.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듯 무척이나 당당한 보무(步武)로 나섰다.

그는 조부와 좌중에 인사를 한 후 외쳤다.

“소손이 보일 재주는 바로 삼양신장(三陽神掌)입니다!”

‘능구렁이가 같은 것들…….’

이공자, 삼공녀 등 사촌, 육촌 동생들의 재주가 이어졌다.

이미 보고 받은 대로 삼양신장, 금룡편법 등을 선보였다.

허나 성취는 보고 받은 것과 달랐다.

다들 일성(一成)에서 이성(二成)의 성취를 숨기고 있던 것이다.

놀랍기는 했지만, 당천악을 당황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셋만 남았다.

“이제 누가 나서겠느냐!”

당자명의 외침에 당천악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은 마지막에 나설 생각이었는데, 두 녀석이 꾸물거린 탓이 계획에 지장이 간 탓이다.

물론 남은 둘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아예 기가 질리게 만들어주지.’

자신이 나선다면 뒤 순서에 나갈 이들은 기가 질려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천악이 나서려고 할 때였다.

“저요! 제가 나서겠습니다!”

“어떤 자리인지 모르느냐!”

그는 당천희였다.

늦게 나타난 것도 불호령감인데, 많은 객들이 있는 자리인데 몰골도 엉망이었다.

당자명의 호통이 이어질 때, 독선이 저지했다.

“되었다. 무얼 준비했는지 보자꾸나.”

“예… 가주님.”

독선의 명이 떨어졌는데, 어찌 왈가왈부하겠는가.

당자명이 물러나자 당천희가 연무대에 올랐다.

그는 독선과 좌중에게 포권을 취한 후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평범해 보이는 비수였다.

헌데 독선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걸 만드느냐 늦은 게냐?”

“그렇습니다. 가주님.”

외인들은 모르지만, 당가인들은 당천희는 누구의 자식인지 알고 있다.

당가 제일의 장인 비철각주 당자철. 그의 아들이다.

좌중은 당천희는 저 비수를 재주로 대신할 생각이라 생각했다.

“이 할애비에게 줄 선물이더냐?”

“죄송합니다. 이것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소손이 보일 재주는 이걸로 펼칠 생각입니다.”

당천희의 대답에 다들 의외라 생각했다.

특히 당가 후기지수들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가 직계혈족 중에서 재능이 가장 떨어진다는 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냐. 무얼 보여줄지 기대해보마.”

“예, 가주님.”

독선의 허락이 떨어지자 연무대 한쪽에 목인(木人)을 세웠다.

암기는 손에서 벗어나 중거리의 상대를 노리는 무기다.

목표물이 없다면 그 솜씨를 보이기 어렵다.

당천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가 비수를 쥔 자세를 보며 다들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칠절수? 그럼 그렇지.’

‘대단한 암기술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직계혈족이라면 모두 익힐 수 있는 칠절수이기에 파지법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외인 중에서도 식견이 있는 자들 역시 눈치챈 상황이다.

“칠절…….”

당천희는 가볍게 손목을 튕기듯 비수를 날렸다.

다들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들이다.

헌데 곧 표정이 바뀌었다.

특히 당가인들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였다.

날아가는 비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그건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푹! 푸푹! 푹! 푹! 푸푹!

목인의 가슴, 정확히는 심장 부근에 비수가 꽂혀 있었다.

“평범하…….”

“헉! 저, 저런 암기술이 있던가!”

안목이 낮은 자들은 그저 빠르기만 한 암기술에 실망하는 눈치였다.

허나 명숙들은 달랐다.

왼쪽 가슴에 꽂힌 비수가 아닌 미간, 인중, 명치 등 총 여섯 사혈(死血)에 생긴 흔적을 알아차린 것이다.

왼쪽 가슴에 꽂힌 비수까지 포함하면 한 번에 일곱의 사혈이 노렸다는 뜻이다.

외인들만이 아니라 당가인들의 반응 역시 심상치 않는데, 보통 암기술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때 독선이 입을 열었다.

“허허… 처음 보는 수법인데, 어디서 배웠느냐.”

“칠절귀원(七絶歸元)이라 지었습니다. 가주님.”

그의 대답에 좌중은 다시 한번 놀랐다.

고작 이십 대 중반도 안 되어 보이는 청년이 무공을 창안했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때 당천악이 소리쳤다.

“어디서 거짓을 고하느냐! 당장 사실대로 고하지…….”

“갈(喝)! 누가 네게 발언을 허락했느냐!”

당자명의 호통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부친의 호통에 당천악은 움찔했다.

설사 당천희의 말이 거짓이라도 외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를 지적하는 건, 단순히 당천희 한명이 아닌 가문의 이름을 먹칠하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멍청한 짓을 버린 아들을 보며 당자명은 분통이 터졌다.

허나 그의 심후한 내공에 명숙들은 감탄하며, 사천당가는 다음 대도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소가주. 아이들의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군.”

“죄, 죄송합니다. 가주님. 철저히 교육시키겠습니다.”

아이들이라고 칭했지만, 당천악을 빗댄 걸 모를 수 없었다.

독선의 시선이 당자명에서 당천희에게로 옮겨졌다.

“네가 창안한 게 사실이더냐.”

“맹세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증인도 있습니다!”

당천악의 발언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헌데 당천희는 증인까지 언급했다.

이쯤 되니 다들 흥미로운 눈으로 그가 누굴 언급할지 궁금해졌다.

“그게 누구냐.”

“령이! 령이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칠절귀령도요!”

칠절귀령(七絶歸姈).

당천희가 보름이나 망치를 두들기며 제련한 비수의 명칭이다.

당령이 돌아와 일곱 번 끊는다니, 무시무시한 명칭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저 어린 청년에게 깨달음을 준 당령이라는 여인이 누군가? 싶은 눈치였다.

당령이 언급되니 얼굴이 굳어진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 중 당천악과 당자명이 있었다.

“령이는 어디에 있느냐.”

독선의 나직한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려왔다.

단순한 육성이 아닌 육합전성(六合傳聲) 그 이상의 음공(音功)임을 깨달았다.

이에 반장하며 불호를 중얼거리는 이도, 도호를 읊는 자도 있었으며 탄성을 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저~! 여기 있어요, 할아버지!”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좌중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자 목소리 이상으로 어여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대나무 찜통이었다.

김이 나는 게 조금 전까지 찌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나 눈치가 빠른 자들은 다른 점을 주목했다.

다들 독선을 가주라 칭했지만, 그녀만큼은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호칭을 사용했다.

“령아, 인사들 드리거라. 내 손녀인 당령이외다.”

“안녕하세요, 당령이에요!”

좌중은 또 한 번 놀랐다.

독선은 노물, 독물, 당 모 등으로 스스로를 칭했다.

헌데 당령을 소개하면서 ‘내’ 손녀라며 친근하게 언급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는 걸 눈치챈 자들이 적지 않았다.

“저 아이가 한 가지 수법을 선보이며, 스스로 창안했다 하더구나. 그리고 령이 네가 증인이라 하던데… 맞느냐?”

“칠절귀원이요? 그거라면 보름 전에…….”

당령은 보름 전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에 빈틈이 없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다들 믿는 눈치였다.

“하지만 희 오라버니, 나빠요. 선물 준다더니, 보름이나 연락도 없고.”

“헤헤… 미안. 이거 선물이야. 칠절귀령이라 지었어.”

당천희는 목인에 꽂힌 비수를 뽑아 건넸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진 비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균형은 물론 철의 질도 상당했다.

“와~! 고마워요, 희 오라버니!”

“히히,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두 남매(?)의 사이가 썩 보기 좋았다.

그때 독선이 끼어들었다.

“네 이름이… 천희였던가. 지금까진 네 재주가 제일이구나.”

“가, 감사합니다!”

종손(從孫)의 이름도 잘 모르는 게 너무 무심해 보였지만, 정작 당천희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 당천희만 아니라 애초 직계혈족이라도 대부분은 천자 돌림인 손주의 이름을 몰랐다. 아니,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그에게 이름을 알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

“령아, 너는 이 할애비에게 뭘 보여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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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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