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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72화 (72/200)

72화. 형주상련(荊州商聯)의 몰락(沒落)

“아직도 찾지 못했는가!”

형주상단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지난 밤, 암상의 입에서 이백을 노린 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게 틀리지 않다는 듯 이백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현유는 상단호위를 움직여서 형주 일대를 샅샅이 살폈으나 이백은커녕 어떤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잘못되신 건 아니겠지.”

현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언젠가 떠날 사람이었지만, 정(情)이라는 게 있다.

게다가 어찌 보며 자신과 형주상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형주 상권을 노리면서 일어난 일이니까.

그때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사, 상단주님!”

“찾았느냐!”

현유는 심장이 철렁했다.

허나 상단호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도 의외였다.

“그, 그게 아니라 나, 낭왕께서 오셨습니다!”

“낭왕이라면 무림에서 절대자 소리 듣는 분 아니신가? 그런 분이 왜? 설마 호법님 때문에!”

구화당이 낭인막의 낭인들을 동원했다는 걸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낭왕이 그런 낭인막의 주인이 이백에게 해코지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한들, 형주상단은 낭왕을 물릴 힘이 없다.

현유는 연자광 등과 함께 낭왕을 맞이했다.

“형주상단을 맡고 있는 현유라 합니다. 낭왕께서 저희 상단에 방문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환대해주어 고맙소. 낭왕이라 하오.”

거친 낭인을 떠올렸던 현유의 우려와 달리 낭왕은 예를 보여주었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저희 상단에는 어쩐 일로 왕림해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백이라는 젊은 친구를 보러 왔소.”

낭왕의 말에 현유는 물론 좌중은 심장이 철렁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색이 된 현유는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그가 연륜이 깊다고 한들, 무림인 그것도 낭인이라면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른 탓이다.

“호, 호법께서 지금 상단에 아, 안 계십니다.”

“알고 있소.”

또다시 예상을 벗어났다.

낭왕은 상단에 이백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 알고 계신다고요?”

“지난밤에 봤으니 알고 있소. 그 꼴로 이곳에 돌아오지 않았을 거 같으니…….”

이백을 노린 흑천회의 고수가 낭왕이란 생각에 좌중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무림십왕인 낭왕이 손을 썼다면 아무리 이백이라도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울 테니까.

“나, 낭왕께서 호법님을…….”

“하하, 오해를 하셨구려. 반대요.”

낭왕은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이백이 피투성이가 되었단 말에 사색이 되었다가 흑마가 물고 사라졌다는 말에 반색했다.

“그러고 보니 백수각에 있던 야군이 사라졌습니다.”

“…저희 호법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천하의 낭왕이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설사 거짓말이라도 따질 능력도 없었다.

낭왕은 단순히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는 듯 본론을 꺼냈다.

“부끄럽지만, 내상을 입고 말았소. 본막의 녀석들이 올 때까지 신세를 질 수 있겠소이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낭왕은 화경고수다.

그런 그가 내상을 입었다니.

경악할 일이다.

실제로 연자광은 놀란 기색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저희 호법님을 구해주셨는데, 당연한 일이지요. 가장 좋은 거처를 내어드리겠습니다.”

“하하, 되었소. 이 한 몸 누울 수 있으면 그만이거늘.”

의외로 낭왕은 소탈했다.

물론 형주상단의 입장에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형주상단은 고비를 잘 넘겼다.

허나 또 다른 곳은 발칵 뒤집혔다.

*  *  *

“어, 어딜 가신 게요!”

형주상련은 발칵 뒤집혔다.

간밤에 추원이 사라진 탓이다.

“곧 돌아오시지 않겠소?”

“허… 오늘 대금을 지급해 줘야 하는데…….”

형주상련의 간부들은 애가 탔다.

거래처에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추원만 믿고 적게는 5할 이상, 많게는 배 이상의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빠르게 상권을 넓혀가는 형주상단을 흔들 수 있었다.

다음 거래를 위해 대금을 집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추원의 자금 원조가 필요하다.

헌데 전날까지만 해도 있던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 급하면 먼저 처리하고, 련주께서 오시면 그때 받으면 되지 않겠소?”

“느, 늦으신다면 그리해야겠지만…….”

유씨상단, 형주상단에 눌렸다고 하지만 그들 역시 형주 일대의 상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상인들이다.

그 정도 자금이 없는 건 아니었다.

허나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에잉, 별일이야 있으려고?’

그들은 애써 께름칙한 기분을 무시했다.

어쩌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일지 모른다.

뭔가 꼬여간다는 것을.

형주상련의 간부들은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각자 맡은 거래처의 대금부터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추원이 곧 돌아와 선납한 대금을 지원해줄 거라 생각하며.

그들은 몰랐다.

애초 이 모든 게 그들의 목을 쥐기 위한 암상(暗商)의 계획이었단 것을 말이다.

다만 암상의 계획은 예정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방해가 되는 형주상단의 현유를 제거하려다가 되려 당했고, 소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도주하고 말았다.

하루 이틀.

계속 시간이 흘러 형주상련의 간부들은 점점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들어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아 갔다.

“그, 그 새끼! 추원 그 개새끼 어디 갔어!”

“썅! 우리 당한 거 아니오?”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이전보다 비싸게 매입해, 싸게 납품하는 계약을 파기하면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말은 삼대 거짓말의 하나이지만, 그들은 정말 팔수록 적자만 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가세가 기울 리는 없지만, 지속된다면 정말 미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형주상련 내에 신용이 흔들리고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쉬파! 더 이상 못 해 먹겠네! 난 나가겠소!”

“나도 나갈 테니, 알아서들 하시오!”

급기야 탈퇴하는 이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형주상련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편 높아진 매입금의 맛을 본 매입처는 대금을 낮출 생각이 없고, 반대로 싼값에 물자를 납품받던 점포들 역시 비싸게 납품받을 생각이 없어졌다.

점포들은 납품액을 높일 생각이 없으니 물자의 질이 떨어지고, 매입처는 싸게 내놓을 생각이 없어 팔지 못하고 쌓여만 가자 품질이 낮아져 갔다.

형주상련의 몰락은 그들이 거래하는 매입처와 납품처까지 흔들리게 만든 것이다.

그때 진가를 발휘한 곳이 바로 형주상단. 그리고 그들과 신용을 지키며 거래를 하던 이들이다.

형주의 상권이 흔들리는 와중에는 형주상단은 변함없는 금액으로 물자를 매입해주고, 반대로 납품해주면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상인은 신용이 제일이지! 돈에 혹해 상련 놈들과 거래하지 않길 잘했어!”

“역시 형주상단이야! 믿고 끝까지 함께 하길 잘했어!”

형주상련과 거래하던 매입처와 납품처가 흔들리자, 형주상단의 거래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형주상련과 형주상단은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그나마 일찍 손을 털고 나온 상인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인들은 끝없이 나락에 떨어져 갔다.

결국 그들은 최후의 방법이라 생각하며, 형주상단의 문을 두들겼다.

현유라면 이 상황의 타개책이 되어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사실은 현유의 귀에도 들어갔다.

허나 안타깝게도 활짝 열린 형주상단의 문도 그들에게만큼은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상련(商聯). 분명 더 넓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선 필요한 선택일지 모르지. 허나… 지금은 아니야.”

형주라는 좁고 한정된 상권에 만족한다면 성장할 수 없다.

아니, 언제 추원과 같은 이로 인해 또다시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

그때를 위해선 형주상단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상련의 존재는 필요할지 모른다.

허나 그때가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상단으로서 내실을 확실하게 다져야 해.”

큰 시련을 견뎌낸 형주상단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  *  *

약천이 황금색 빛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그 한 가운데 일인이수(一人二獸)가 있었다.

우득, 우드득!

뼈가 뒤틀리고 있음에도 사내, 이백의 얼굴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몸에는 그 어떤 상흔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 이백의 육신은 뒤틀리지 않았다.

그제야 은은하게 빛나던 황금빛도 점점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육체의 재구성에 성공했습니다.]

[내공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근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위엄이 대폭 상승…….]

[혜안이 대폭…….]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설군과 야군의 신기에 공명하면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백의 육신을 강제로 재구성시켰다.

단순히 상처를 회복한 게 아니라 육체의 재구성. 즉, 환골탈태를 이룬 것이다.

이는 그릇이 그만큼 커지고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만수통령신공’ 9성에 올랐습니다.]

[무위가 ‘초절정’에서 ‘화경’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정기신의 합일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불완전한 화경’으로 하향 조정됩니다.]

정기신(精氣神)의 합일(合一)을 이룬 게 아닌 강제로 환골탈태를 이룬 탓에 화경이되 화경이 아닌 괴이한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이백의 부족한 부분은 깨달음. 그것만 채운다면 완전한 화경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 괴이한 경지는 설군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신수 백호 설군’의 신기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신격의 회복에 실패했습니다.]

설군의 정체는 놀랍게도 신수(神獸).

서쪽의 수호신 백호(白虎)였다.

신격(神格)을 잃고 지상에 떨어져, 한낱 고양이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허나 이백을 만나 계약을 통해 영혼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의 성장을 통해 설군 역시 신수로서의 격을 서서히 회복해 가고 있었다.

계약자 이백이 완전한 화경에 올랐다면 설군 역시 신격을 회복했을 텐데,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신기(神氣)가 대폭 상승하면서 신수였던 시절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들을 감쌌던 황금빛이 사라졌으나 야군의 갈기는 여전히 은은하게 빛났다.

[‘오추마 야군’이 단을 이루었습니다.]

[‘오추마 야군’이 영수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영수로 승격했습니다.]

단(丹). 정확히는 몸속에 내단(內丹)을 형성함으로써 야군은 영수(靈獸)로서의 자격을 얻은 것이다.

평범한 짐승은 수백 년이 걸려야 가능한 일을 십여 년 마생(?) 만에 이룬 것이니, 야군은 기연은 얻은 셈이다.

야군은 자신의 변화를 느꼈는지,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러는 사이, 이백의 닫혀 있던 눈꺼풀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금빛이 혜안이 빛났다.

“…빚은 갚아야 직성이 풀려.”

그 빛이 은혜(恩惠)이든 원한(怨恨)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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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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