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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54화 (54/200)

54화. 인연(因緣) (1)

“하합!”

한 호흡에 수십의 검격이 쇄도했다.

검각의 검법은 하나 같이 뛰어났지만, 번뇌백팔검은 그중에서도 상위에 속한 절학이다.

소검후는 이백의 무위를 아는 만큼 곧바로 번뇌백팔검을 펼쳤다.

쇄도하는 검격들을 보는 이백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혜안이 발동됩니다.]

[번뇌백팔검의 검로를 예측합니다.]

‘오호?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성취가 있었구나.’

번뇌백팔검(煩惱百八劍)을 대성한 게 아니기에 한 호흡에 백팔 개의 검격을 모두 펼칠 수는 없었다.

허나 지난번과 달리 수십의 검격이 하나같이 균일했다.

산검의 깨달음이 더욱 깊어졌단 걸 알 수 있었다.

‘허나…….’

산검의 공략법은 약한 부분을 노리는 것만이 아니다.

이백이 번뇌백팔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이백의 손이 수십 개로 분열되었다.

흡사 소림의 천수여래장을 보는 듯했다.

“헛!”

수십 개로 분열된 이백의 손은 소검후의 검격 수십 개를 모두 흘렸다.

예상치 못한 방법의 대응에 소검후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녈 향해 이백이 미소를 지었다.

“재주 많은 원숭이(巧猴)는 개구집니다.”

[‘교후’을 창안했습니다.]

[처음으로 무공을 창안하셨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오성이 소폭 상승합니다.]

[위엄이 소폭 상승합니다.]

[존경이 소폭 상승합니다.]

[매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칭호 ‘(예비)종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칭호 ‘(예비)종사’(1/5)]

일파(가)를 세울 수 있는 일대종사로 성장할 수 있는 자격.

다섯 무공을 창안 시 일대종사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위엄, 존경, 매력이 상승한다.

재주 많은 원숭이(巧猴)는 교활한 원숭이(狡猴)에 번뇌백팔검형을 접목한 변초다.

시스템을 통해 익힌 백수군림이 아닌, 그가 창안한 유일한 수법인 셈이다.

그로 인해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예비)종사’의 칭호. 무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나 삶이 어찌 무공만 연관되겠는가.

오히려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칭호였다.

소검후은 입술을 깨물었다.

“더… 강해지셨군요.”

“소검후께서도 더 강해지셨습니다.”

그간의 노력으로 번뇌백팔검의 8성에 오를 수 있었다.

덕분에 완숙한 산검의 묘리를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백은 더 완벽하게 파해시켜버렸다.

자신의 성장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허나 소검후는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일검(一劍)을 더 받아주시겠습니까?”

“오십시오.”

사실상 승패는 갈렸다.

아니, 애초 이백을 이기기 위한 비무가 아니었다.

고수도 방심하면 하수에게 질 수 있다지만, 이번 비무에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백에게 이기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검이 그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소검후의 검이 백황빛으로 물들었다.

‘수미…관음검(須彌觀音劍)이었던가?’

청련항마혜검(靑蓮降魔慧劍)과 함께 검후의 이대검학이다.

소검후가 익힌 최강의 검학이기도 하다.

수개월 전에 비해 기세나 불안정함이 많이 해소된 듯싶었다.

그녀의 눈빛이 빛나는 순간, 검이 이백에게 쇄도했다.

[혜안이 발동합니다.]

[수미관음검의 검로를 예측합니다.]

[예측을 성공합니다.]

수미관음검과 같은 절세검학의 검로를 파악하는 건 혜안이라도 어렵다.

그간 이백의 혜안의 성취가 높아지고, 이미 한번 수미관음검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그녀의 수미관음검의 성취가 낮지 않았다면 검로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 수미관음검과 같은 절세검학의 무리(武理)를 절정검객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백은 자신을 향한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  *  *

“아쉽구나, 아쉬워…. 본가로 데려갔으면 좋았을 텐데…….”

제갈윤호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말에 곁에 있던 제갈천기 역시 같은 생각인지 고갤 끄덕였다.

“저도 아쉽습니다. 허나 백 아우의 입장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상행 간 무리가 돌아오면 본가에 방문한다고 하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가주님.”

제갈윤호는 이백에게 본가로 함께 가길 권했으나 그는 아쉬워하며 거절했다.

무당파의 동행 역시 계획에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기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윤호가 나직하게 물었다.

“그런데 유기가 가 있는 곳이 형주상회라고 했지?”

“예, 가주님.”

제갈천기를 대신한 복면인이 대신 대답했다.

그는 제갈세가의 눈과 귀라는 무영이었다.

공교롭게도 호북 남부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제갈유기가 스며든 곳이 형주상회였다.

그리고 이백이 돌아간 곳 역시 형주상회였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무영의 대답에 제갈윤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혜원이가 유기의 누이동생이고?”

“가주님, 혹시 혜원이를 백 아우에게 소개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제갈천기는 기겁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제갈윤호는 당연한 게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혜화(慧花)라고 불리는 아이 아니더냐. 백이의 짝으로 충분하지 않겠느냐?”

“그렇긴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혜원이가 어떤 성격인지…….”

제갈윤호의 입에서 끙 소리가 나왔다.

혜화라고 불릴 정도로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제갈혜원이다.

게다가 대총관의 여식이기도 하니, 이백에게 소개하기에 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뛰어난 조건임에도 아직 혼례를 치르지 못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혜원이가 외형적이긴 하지…….”

“가주님, 걔는 외형적이라 표현하긴 좀…….”

제갈천기가 이리 말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馬)을 좋아해서 본가보다 칠대분가인 현원마장에 지내는 날이 더 많고, 치장하는 것보다 말 타고 활 쏘는 걸 더 좋아했다.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다소곳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내가 여인의 몸으로 태어났다고, 그녀의 어머니가 한탄할 정도였다.

방년이 지나기 전에 가정을 이루는 이 시대에서 스물넷까지 혼자인 건 그러한 이유였다.

“끄응… 그럼 누가 어울리겠느냐.”

“채원이라면 나이가 맞을 거 같습니다. 지민이… 아, 다민이도 있습니다.”

그도 고민했었기 때문인지, 지체없이 대답했다.

제갈세가는 거대세가답게 수백의 식솔을 거느리고 있다지만, 혈족이 많은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누이동생들이 셋이다.

아들의 추천에 제갈윤호는 관심을 보였다.

“채원이라면 영호의 막내일 거고, 지민이와 다민이는 복룡표국과 현원마장의 아이인가?”

“예, 아버님.”

제갈영호는 가주의 사촌아우로 제갈세가의 천기당주였고, 복룡표국과 현원마장 칠대분가의 두 가문이다.

칠대분가는 비록 방계이지만, 제갈세가의 중요사업을 담당하는 일곱 가문이다.

일곱 분가주를 봉추칠현(鳳雛七賢)이라 칭할 정도로 본가에서도 중요하게 여긴다.

제갈천기는 배경은 물론 됨됨이를 봤을 때, 이백과 잘 어울리다 판단했다.

“생각을 해봐야겠구나. 넌, 맹으로 돌아가느냐.”

“예, 지금은 무림맹 군사부 소속이니까요.”

무당파에 간 건 총군사인 조부의 밀명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임무를 마쳤으니 무림맹으로 복귀하는 건 당연했다.

제갈윤호는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널 믿는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들은 몰랐다.

인연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을…….

*  *  *

“말이라도 한 필 얻어 탈 걸 그랬나?”

이백은 살짝 후회했다.

무당산에서 형주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허나 백수행공이라는 희대 보신경을 익혔기에 말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말의 속도보다 자신이 더 빠르니까.

그게 실수였다.

초절정고수답게 쉽게 지치지는 않으나 인간인 만큼 체력과 내공에 한계가 있다.

쉬지 않고 백수행공을 펼치는 건 미련한 행동이었다.

“마장(馬場)이 있으면 한 필 구해야겠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주변에 말을 구할 데가 없는데…….

“쩝~ 어디 야생마 한 마리 없으려나?”

말(馬)은 비싼 이동 수단이며, 전쟁물자로도 활용되기에 고가로 거래되는 짐승이다.

야생해서 자생하는 말은 언제나 포획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야생마는 마장의 말보다 보기가 더 어렵다.

허나 이백이 누군가.

짐승을 끌어당기는 만수통령지체 아닌가.

“히이잉~! 푸드득!”

“헐? 진짜 말이네?”

칠흑처럼 새까만 한 흑마(黑馬)였다.

그 자체가 범상치 않은 게, 쉽게 볼 수 있는 품종은 아닌 거 같았다.

흑마는 이백을 향해 다가왔다.

“이야~ 멋진 녀석이네!”

이백은 감탄하면 흑마의 검은 갈기를 쓰다듬었다.

윤이 나는 게 최고급 비단이 따로 없었다.

그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흑마는 울어댔다.

“히이잉~!”

울음만 큰 게 아니라 근육도 크고 탄력 있는데, 이름난 명마도 이보다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백은 흑마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랑 같이 갈래?”

[돌발 퀘스트: ‘오추마의 인정’]

오추마의 인정을 받아라.

“오추마? 네가 그 유명한 오추마였어?”

초패왕 항우가 탔다는 전설의 명마가 바로 오추마(烏騅馬)다.

범상치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명마일 줄은 몰랐다.

아니, 오추마쯤 되는 명마가 야생에 돌아다닐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게다가 알려지기로 흑마지만 발목 부분이 하얗다고 알려졌는데, 눈앞의 오추마는 온통 새까맣기에 더욱 떠올리기 어려웠다.

“히이잉~!”

“오호~! 달리기 시합이었어?”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오추마는 시원하게 울더니, 힘차게 달려 나갔다.

명성답게 오추마는 바람처럼 빨랐다.

허나 이백이 누군가.

십대보법에 능히 들만한 백수행공을 익히지 않았던가.

이백이 그 뒤를 쫓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오추마의 옆에 도달했다.

“히이잉!!”

오추마는 놀란 듯 울었다.

허나 이 정도가 전력이 아니라는 듯 이백의 앞을 치고 나갔다.

무림고수라도 깜짝 놀랄 속도였다.

허나 전력이 아닌 건, 오추마만이 아니다.

‘3성 정도로는 어림없단 말이지?’

백수행공을 4성으로 끌어올리자, 치고 나간 오추마의 곁에 도달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자존심이 상한 오추마는 강한 콧바람을 뿜어내며 미친 듯 치고 나갔지만, 이백 역시 5성으로 끌어올리자 더 이상 떨쳐낼 수 없었다.

이각(二刻:30분)이 지나고, 반시진(半時辰:1시간)이 지났다.

이백을 떨쳐낼 수 없으니 이젠 지구력 싸움을 하자는 듯 오추마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을 때야 달리던 오추마가 멈추었다.

그러자 오추마에게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뿜어져 나왔다.

“녀석, 이제 좀 진정이 돼?”

“히이잉~”

원 없이 달렸다는 듯 오추마는 왠지 후련해 보였다.

[돌발 퀘스트: ‘오추마의 인정’을 완수하셨습니다.]

[명마 ‘오추마’가 당신을 인정했습니다.]

[명마 ‘오추마’가 계약을 맺길 원합니다.]

[가(可)/부(否)]

백수통령술로 짐승들을 길들이긴 했지만, 계약을 요청한 경우는 설군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추마는 지금까지 길들였던 짐승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可)! 허락한다!”

[명마 ‘오추마’와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오~! 이제 너도 내 친구구나! 설군아, 인사해.”

“크아앙!!”

이백의 품속에 있던 설군을 고갤 쏙 뺐다.

그러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포효했다.

설군의 포효에 수십 배는 더 큰 오추마가 움찔했다.

이백은 놀란 오추마가 날뛰기 전에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다행히 그의 손길에 오추마는 진정된 듯 날뛰거나 하진 않았다.

한순간 두 짐승 사이에 서열이 정해졌다.

“설군아, 오추마와 사이좋게 지내줘. 부탁해.”

이백이 설군의 머릴 쓰다듬으며 부탁했다.

설군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더 이상 오추마를 노려보지는 않았다.

“고마워. 그런데 계속 오추마라고 부르긴 좀 그렇고, 이름이 뭐가 좋을까?”

오추마는 품종명이다.

백수통령술로 그때 그때 조련해 부리는 짐승이라면 몰라도, 계약까지 맺었는데 품종명으로 부르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이백은 설군과 오추마를 번갈아 봤다.

“설군이와 대비되니 흑군? 아니다…. 아! 야군(夜君) 어때?”

“히이잉~!”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콧바람을 뿜어내며 울었다.

[‘오추마’에게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미량 소멸했습니다.]

[(예비)영수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백은 허탈감을 느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미량 소멸한 탓이다.

미량의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야군에게 흡수되었다.

그 순간, 야군의 검은 갈기가 은은하게 빛났다.

평범한 짐승에서 한 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허나 (예비)영수라는 말은 아직 영수(靈獸)가 된 건 아니란 뜻이기도 했다.

“야! 이 말도둑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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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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