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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50화 (50/200)

50화. 무당(武當) (3)

“대체 누가 있다고, 오늘 같은 날… 하…….”

중년 도사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향해 비슷한 연배의 사내가 타박했다.

“일암, 뭘 그렇게 투덜거리는가. 장로님께서 지키라면 지키면 되지.”

“불만이 안 생기게 생겼는가. 오늘 같은 날, 명색이 본파의 일대제자인 우리가 이런 일이나 하고 있어야겠냐 말일세. 일허.”

일허라는 도명을 갖은 중년 도사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진 듯싶었다.

무당의 일대제자들은 대부분 관(觀)이나 당(堂)을 맡고 있었다.

허나 모든 일대제자가 중책을 맡은 건 아니다.

그들은 일대제자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할 뿐만 아니라 무위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한 이유는 아니나 뇌옥을 지키라는 장로의 명을 받아 수행 중이다.

빈 뇌옥을 지키는 것쯤은 이대제자가 맡아도 무방한데 말이다.

“그래서 교대해주러 왔지 않나. 일암, 일허.”

“헉! 죄, 죄송합니다. 일성 사형.”

그들보다 네다섯 살은 많아 보이는 중년 도사의 등장에 두 사람은 얼어버렸다.

같은 일대제자지만, 그 위치가 다르다.

일성도장은 두 사람의 사형일 뿐만 아니라 삼대제자를 가르치는 진무관(眞武觀)의 관주다.

후진을 양성하는 진무관의 중요성 때문에 무당칠자의 일인인 그가 맡게 되었다.

“장로님께 걸리지 말고, 조용히 쉬다 와라. 그때까지 봐줄 테니까.”

“아, 아닙니다. 저희는 괜찮으니 일성 사형께서 쉬십시오.”

자신들의 실수를 알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를 본 일성도장은 피식거렸다.

“사람들이 하도 달라붙어 피신 온 거니, 날 좀 살려줘라.”

“그, 그러신 거라면… 한 시진만 쉬다 오겠습니다.”

일성은 무당칠자. 차기 장로 내정자다.

당대 장로들의 나이가 고회를 넘었으니, 수년 안에 현직에서 물러날 게 뻔하다.

그럼 결국 무당칠자가 무당의 주축이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장문인의 생신을 축하하러 온 자들 대부분이 일원도장을 필두로 무당칠자에게 얼굴도장 찍으려고 성화였다.

일성도장은 그들에게서 질려 도망친 듯싶었다.

“다만 장로님께 걸리면 나도 못 도와주니, 조용히 쉬다 와.”

“물론입니다. 일성 사형.”

두 사람이 사라지자 사람 좋은 표정을 짓던 일성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흡사 다른 사람이 빙의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변화였다.

그는 뇌옥 입구를 지키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伏魔洞]

복마동. 무당파 유일한 뇌옥이었다.

허나 이곳에 누군가를 가둔 것보다 비어 있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 복마동에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일성도장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복마동 안에서 짜증 묻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져, 쉬는 데 방해하지…….”

“대호법의 명을 전달하겠소.”

“……!”

귀찮아하던 흑백쌍괴의 눈빛이 바뀌었다.

무당파에 대호법이란 직위는 없다.

즉, 자신들의 상관이 보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네…놈은 무당의 말코… 아니더냐.”

“맞소. 현재 무당칠자의 셋째, 일성이 내 신분이외다.”

일성도장의 말에 흑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무슨 개수작이냐’라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일성도장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무당칠자의 셋째라면… 삼절황(三絶黃) 일성인데, 어찌 대호법을 아는 거지?”

“착각하지 마시오. 빈도 아니, 본인은 대호법의 휘하가 아니오. 총순찰님의 휘하요.”

흑백쌍괴가 속한 조직은 하나지만, 그 아래 여러 계파가 존재했다.

대호법은 그중 한 계파를 이끌고 있고, 총순찰 역시 다른 계파의 수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총순찰이 중원 곳곳에 씨앗을 뿌렸다 들었는데, 네놈도 그 씨앗 중 하나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장문인의 생신 축하연이 끝나면 무당삼도가 모두 몰려올 텐데, 이리 대책 없이 있을 거요?”

당장이야 바빠 가두는 걸로 그쳤으나 축하연이 끝나고, 축하객들이 떠난 후에도 이대로 두지만은 않을 것이다.

상대는 악명이 자자한 흑백쌍괴.

무당이라고 마냥 점잖게 대할 거라 자신할 수 없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일정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적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단 뜻이다.

그럴 리는 없으나 입을 연다면 조직으로서 타격이 없다 할 수 없다.

“건방진 새끼, 우리가 내공을 못 쓴다고 까불…….”

“혈백환(血魄丸)이오.”

“……!!”

흑백쌍괴는 일성도장이 건넨 검붉은 환단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곧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우리 보고 뒈지라는…….”

“진정해 흑괴. 이게 대호법… 아니, 그 괴물 새끼의 뜻이냐.”

흑괴는 당장이라고 달려들 기세였고, 그런 그를 백괴가 저지했다.

그럼에도 일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공을 쓸 수 없는 그들은, 건장한 노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혈백환이 선천지기를 끌어내는 게 맞지만, 두 시진만 넘기지 않으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오. 설마 이곳을 도망치는데 두 시진으로 부족하오?”

“확실한가. 두 시진이.”

혈백환은 상당히 위험한 마약(魔藥)이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부작용이 심해서 폐인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두 시진이라는 시간이 정말이라면 구명지책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군사께서 보냈다 들었소.”

“혈불…인가.”

대호법, 총순찰과 마찬가지가 또 다른 계파의 수장이 바로 군사(軍師) 혈불이다.

수많은 사술(邪術)을 익힌 다른 의미로 괴물이다.

혈백환은 그의 작품 중 하나였다.

“내게 전해진 명은 여기까지요. 선택은 그대들의 몫이오.”

“…….”

임무를 마친 일성은 밖으로 나갔다.

흑괴는 혈백환을 만지작거리더니 입을 넣어 버렸다.

이를 본 백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흑괴! 성급하네!”

“지금 별수가 있나, 백괴.”

흑괴의 말이 틀리지 않다.

이미 상부에서 혈백환이 전해진 상황이다.

복용하지 않고 탈주할 방법이 없는 이상 이게 최선이었다.

결국 백괴 역시 혈백환을 입에 넣었다.

“젠장…, 이 빚은 톡톡히 갚아주마.”

*  *  *

“사형… 안에는 왜 들어가셨습니까?”

한 시진 쉬고 오라고 한 일허와 일암이 돌아와 있었다.

예상치 못한 그들의 등장에 일성도장은 움찔했다.

허나 곧 태연하게 말했다.

“복마동 안에 어떤지 궁금하지 않은가? 구경 좀 했네.”

“그러십니까? 허나… 복마동 내에는 허락 없이 들지 말라는 장로님의 명이…….”

유명무실하다 한들, 복마동은 무당파의 중지(重地) 중 하나다.

그렇기에 평소에도 무당파의 제자가 지키고 있으며, 이번에만 특별히 일대제자를 배치한 것이다.

그러한 규율을 차기 장로로 내정된 일성도장이 어긴 것이다.

푹!

검날이 일허의 가슴에 꽂혔다.

“컥!”

“어차피 뒤질 거, 죽여달라 애원하지 마라.”

“사, 사형 지금 무슨 짓… 크윽!”

일허에 이어 일암마저 일성도장에게 죽임을 당했다.

죽어가는 그들을 보며 일성도장은 차갑게 말했다.

“어차피 노물들이 탈주하면 그때 뒈질 텐데, 미리 죽은 걸로 날 원망치 마라.”

“대…체… 무… 짓을…….”

일성도장의 또 다른 민낯을 본 두 사람은 원통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성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 했다.

그때였다.

“귀파의 제자들이 다친 거 같소만, 구하지 않고 방관만 하시는 게요?”

“누구…….”

일성도장은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를 보며 언제든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대비했다.

허나 사내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의 소행임을 모르는 눈치였다.

사내는 일성도장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제갈가주님과 동행한 이백이라 합니다. 산책을 나왔다 신음을 들었소.”

“아, 그러시구려. 본인은 본파의 제자 일성이오. 안 그래도 사제들이 다친 거 같아 살피던 중이오.”

상대는 축하객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제갈세가주의 동행.

허나 제갈 성씨를 사용하지 않았고, 어린 사내였다.

두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덮으면 그만이었다.

“제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의술을 아시오? 그럼 부탁드리겠소.”

이백이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필 때, 일성은 조심스럽게 검을 쥐었다.

단숨에 숨통을 끊을 요량이었다.

일성은 무당칠자의 일원답게 빠르면서 깔끔하게 찔렀다.

허나 상대를 잘못 만났다.

두 손가락으로 그의 검날을 잡아챈 것이다.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의 수법이었다.

“이게… 무슨 뜻이오?”

“미, 친!”

일성도장을 그대로 베어버리겠다는 심산으로 검파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허나 이백의 손가락에 붙잡힌 검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백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당황한 일성도장은 검을 쥐지 않은 왼 주먹을 휘둘렀다.

무당의 절학인 칠성권(七星拳)이었다.

퍽!

“으아악!!”

“사형제를 살해하고, 목격자인 나 역시 죽이겠단 심산이었군.”

일성도장의 권격은 이백의 또 다른 손에 잡혔다.

이백이 그대로 힘을 주자 일성도장의 왼 주먹이 부서졌다.

검기가 어린 검날도 부순 이백이다.

주먹을 부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

“복마동 쪽 같은데!”

비명을 듣고 무당파 제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십여 명이나 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성도장은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헉! 일성 사형! 무슨 일입니까!”

“네놈이 일성 사숙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간과한 게 있다.

일성도장은 무당칠자. 무당파 내에 인망이 있기에 그의 악행을 누구도 예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눈치챈 일성도장은 이 분위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저 악적이! 일허와 일암을!”

“헉! 일허, 일암 사숙!”

그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무당파 제자들은 정체불명의 괴한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백은 졸지에 무당파 제자들을 습격한 괴한이 된 것이다.

“본인은 제갈세…….”

“뭣들 하느냐! 본파를 습격한 괴한을 제압하지 않고!”

제갈세가의 일행임을 밝혀 흥분한 무당파 제자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일성도장은 그런 이백의 노력을 무산시켜버렸다.

그의 호통에 움찔한 무당파 제자들이 이백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성도장만 못하지만, 다들 무당파 일,이대제자들이었다.

2, 30년씩 검을 수련한 자들답게 검세가 가볍지 않았다.

훅~! 후훅! 휘~익!

무당파를 대표하는 태청검법, 유운검법을 시작으로 조양검법, 대환검법, 칠성검법 등 다양한 검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백은 막으려고 한다면 막을 수 있으나 자칫 무당파 제자들이 다칠 걸 우려해 피하는 쪽을 택했다.

“그, 그걸 피하다니!”

“감탄할 때더냐! 칠성검진으로 악적을 제압해라!”

일성도장의 호통에 무당파 제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칠성검진(七星劍陣)은 무당파가 자랑하는 검진의 하나다.

위력만 본다면 더 강력한 검진도 있으나 그만큼 정교하고 호흡이 완벽해야 한다.

무당칠자 정도라면 몰라도 나머지 일,이대제자들이 위력만 생각해 상위 검진을 펼쳤다가는 오히려 틈만 보일 뿐이다.

그게 아니라도 칠성검진 역시 무당의 자랑이다.

칠성검진을 발동하자 구성하고 있는 무당파 제자들의 기운이 더 날카로워졌다.

이를 본 이백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하… 피를 보는 건 감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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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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