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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31화 (31/200)

31화. 백전비무행(百戰比武行) (3)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새로운 안식처는 바로 이백의 눈이었다.

상단전조차 안착하지 못한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다.

그의 눈은 새로운 그릇(안식처)이 되어주긴 어렵다.

그걸 입증하듯 새로운 문구가 생겨났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눈의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이백의 눈에 안착이 실패했단 문구가 생겨난 순간, 거대화한 설군이 포효했다.

“크아아앙!!”

설군의 포효는 단순한 울부짖음이 아니다.

[‘ 백호 설군’의 가호가 깃듭니다.]

[‘ 백호 설군’과 계약자 ‘이백’이 공명합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의 일부가 ‘ 백호 설군’에게 전이됩니다.]

이백에게서 강렬한 불길이 일어나더니 설군에 전해졌다.

그 강렬한 불길에 설군은 괴로워하긴커녕 기뻐했다.

이백과 함께 한 단계 더 성장한 설군이다.

두 존재의 유대는 더욱 굳건해졌다.

그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크아앙!!”

[‘ 백호 설군’의 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포효와 함께 멧돼지만 했던 설군이 한 번 더 커져 이젠 황소만큼 커졌다.

진짜 백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호는 영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묘한 짐승이다.

그렇다고 한들 이런 특별함을 가질 수 있을까?

또 다른 문구가 생겨났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서로 공명합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눈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착에 ‘실패’했다 알리려던 문구가 ‘성공’으로 바뀌었다.

설군과 이백에게 나뉜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서로 공명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혜안’을 이루었습니다.]

단순히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이백의 눈에 깃들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혜안(慧眼)]

진위를 식별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눈, 신안을 이루지 못했다.

이옥환이 검후로 거듭될 수 있던 건, 신의 불꽃(神火)으로 인한 강대한 내공 때문만이 아니다.

모든 걸 통찰할 수 있는 눈, 신안(神眼)을 이룬 덕분이다.

상대의 공격을 간파하는 것으로 넘어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서운 힘.

그게 바로 신안이다.

물론 검후가 된 이옥환조차 신안을 완벽하게 제어하지는 못했다.

완벽하게 제어했다면 검후가 아닌 검신(劍神)이라 불렸을 테니까.

아쉽게도 이백은 그런 신안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대신 하위 단계라 할 수 있는 혜안을 얻었다.

이 역시 이백의 앞날에 큰 축복이다.

그리고 그 축복은 이어서 발생했다.

[‘청랑보법’, ‘청랑신법’, ‘청랑질주행’이 하나로 섞입니다.]

[합일을 이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수행공’으로 진화했습니다.]

[‘청랑조’가 ‘백수군림’으로 진화했습니다.]

[‘백수조련술’이 ‘백수통령술’로 진화…….]

[‘청랑후’가 ‘백수휘소’로…….]

초절정지경에 오르면서 이백이 익히고 있던 공부들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혜안의 영향이다.

신안까지는 아니라도 혜안 역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다.

혜안을 통해 진화한 절학들이 이백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한 명의 절세고수를 만들어내고, 절대고수의 토대를 구축하게 만드는 퀘스트였다.

비록 그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이다.

[특별 퀘스트 ‘축융의 숨결’을 완료합니다.]

[세상 밖으로 돌아갑니다.]

이백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황소만 했던 설군이 어느새 고양이만 해지더니, 이백의 가슴 위로 폴짝 올라탔다.

그 순간 이백과 설군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아니, 진마회의(眞魔會議) 재가도 없이 고수를 파견했다는 게 사실이오!”

“성화십위(聖火十衛)를 잃었단 헛소릴 들었는데, 본마가 잘못 들은 게 맞소?”

회의장에 몇몇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한 노인을 질책하고 있었다.

진마회의는 천마신교의 수뇌부인 초마경(화경)의 고수만이 참석할 수 있는 천마신교 최고의 의결회의다.

즉, 노인들은 초마지경에 오른 천마신교의 수뇌들이란 걸 의미했다.

초마고수들의 질책에도 노인은 입을 다문 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노인의 무반응을 보다 못한 한 초마고수가 언성을 높였다.

“성마(聖魔), 우리의 말이 들리지 않소!”

“…권마(拳魔), 지금 노부에게 하는 말인가.”

성화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성화마제(聖火魔帝)가 침묵을 깨고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언성을 높혔던 파천권마(破天拳魔)는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건 회의장에 있는 또 다른 초마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성화마제가 성화의 수호자라는 직위를 맡고 있는 건, 둘째치고 진마(眞魔) 중 유일하게 마제(魔帝)급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다.

진마회의의 명령은 절대적이지만, 성화마제는 그걸 무시할 힘이 있었다.

“노부에게 명을 내리고 책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이시다. 진마회의? 그딴 허울로 노부를 옭아매려 하지 마라.”

“윽!”

성화마제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좌중을 압박했다.

그중에서도 더 강한 압박을 받은 파천권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허나 성화마제만 못하지만, 파천권마 역시 진마회의의 일원이며 오대장로다.

무형지기(無形之氣)만으로 단숨에 제압할 수 없다.

파천권마가 저항하려 하자, 성화마제는 더 강하게 압박했다.

그로 인해 파천권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다 못한 수라창마(槍魔)와 앙천독마(毒魔)가 그를 도왔다.

그제야 일그러졌던 파천권마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지 시작했다.

오대장로의 셋이 힘을 합쳤음에도 성화마제의 얼굴에는 찡그림 하나 없었다.

암흑검마나 지옥도마만 못하지만, 그래도 장로다.

그런 장로 셋을 홀로 감당하다니, 과연 천마신교의 이인자다웠다.

흔들 흔들.

초마고수 넷의 무형지기에 회의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성화마제도 무형지기를 조절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교주께서 입장하십니다! 진마들은 예를 갖추시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회의장을 흔들었던 무형지기가 사라졌다.

애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자리에 앉아 있던 7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중년인과 노인이 들어왔다.

좌중은 중년인을 향해 부복했다.

“천마현신(天魔現身)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군림(天魔君臨) 신교영세(神敎永世)!”

초마고수들이 중년인을 향해 극상의 예를 표했다.

장로 셋을 홀로 상대하던 성화마제라고 다르지 않았다.

태사의에 앉은 중년인 천마(天魔)가 나직하게 말했다.

“착석하라.”

“존명!”

자리에서 일어난 7인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천마의 우측에는 오대장로가, 좌측에는 성화마제와 대호법, 그리고 천마와 함께 등장한 노인이 앉았다.

좌측의 한 자리가 비었으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표정이었던 성화마제도 긴장한 모습을 엿보였다.

그때 천마가 나직하게 말했다.

“남악에 성화의 잔불이 발견되었다고?”

“…확인하기 위해 부대주를 보낸 것이옵니다. 교주님.”

“그럼 결과는?”

“…죽여 주시옵소서. 확인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성화마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부복했다.

그리곤 머리를 바닥을 향해 강하게 찧었다.

쿵! 쿵! 쿵!

얼마나 강하게 찧었는지 바닥이 으스러지고 그의 이마가 붉어졌다.

그런 그를 지긋이 바라보던 천마가 손짓했다.

그러자 부복하던 성화마제의 몸이 저절로 일으켜졌다.

장로 셋을 감당하던 성화마제조차 감히 교주 천마에게 항거할 수 없었다.

그런 신기에 좌중은 다시 한번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고작 그런 일로 목숨을 거두기엔 자네는 하찮지 않다. 그 목숨은 본 교주와 본교를 위해 사용하라.”

“신(臣) 성마, 교주님과 본교를 위해 죽겠사옵니다!”

천마가 결정을 내렸다. 누가 감히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진마회의의 재가 없이 인력을 중원으로 보내고, 고수들을 잃은 일은 유야무야 지나가게 되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에 장로들은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고작 절정고수 열 명 때문에 초마고수를 벌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저 성화마제를 질책하고 싶어서 소란을 피웠을 뿐이었다.

그때 천마의 입이 열렸다.

그 순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헌데…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더냐.”

*  *  *

‘여긴… 어디지.’

감겼던 이백의 눈이 떠졌다.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백은 기감을 통해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괴한들과 싸웠던 축융봉이 아닌 어느 방 안이란 걸 깨달았다.

몸을 일으키니 고풍적인 방이 눈에 들어왔다.

괴한과 싸우며 해어진 옷 대신 새 옷이 입혀져 있었다.

의식을 잃은 이후 누군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이백은 기감을 더 넓혀 방 밖을 살폈다.

‘고수? 그들은 아니야. 제법 맑은 게 정파의 내공을 익힌 자야.’

축융봉의 괴한들은 마기를 품은 마인들이었다.

검각의 정원태사의 말이 아니라도, [영웅 : 무림 전설]의 스토리 작가였던 이백은 그들이 마교의 고수들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곳은 마교와 연관된 곳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마교와 연관된 곳이라면 자신에게 금제를 가했거나 구속해놔야 하는데, 그런 기색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백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젊은 사내가 깜짝 놀랐다.

“아! 일어나셨습니까, 공자님!”

“백수(百獸)라 합니다. 소협께선 누구십니까?”

이백의 물음에 젊은 사내는 포권을 취하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저는 형산파의 이대제자인 한상입니다. 공자께서 깨어나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말입니까? 이곳은… 혹시 형산파입니까?”

이립도 채 되어 보이지 않음에도 일류지경에 오른 청년이었다.

구룡삼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당히 미래가 촉망된 기재로 보였다.

이백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예, 맞습니다. 본파의 별관입니다.”

“제가 어찌 이곳에 와 있는 겁니까?”

예상대로 형산파였다.

축융봉이 남악의 주봉이니 멀지 않은 형산파에 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와 있느냐, 그리고 자신의 일행들은 어디에 있느냐였다.

이백의 물음에 형산파 제자 한상은 정중히 대답했다.

“저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 검각의 분들이 공자께서 깨어나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들께 여쭈시지요.”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검모궁이 아닌 검각이라는 말에 의아했지만, 어차피 의식을 잃기 직전에 그녀들 역시 함께 있었으니 어찌 된 것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백은 형산파 제자 한상의 뒤를 따라갔다.

그가 머문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입니다. 저는 이만…….”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이 맡은 소임을 마친 한상이 돌아갔다.

홀로 남은 이백은 전각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백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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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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