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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30화 (30/200)

30화. 축융(祝融)의 숨결

“쌍두랑(雙頭狼)!”

청랑조법의 청랑아를 양손으로 동시에 펼치는 수법, 쌍두랑.

흡사 조법 고수 두 사람을 상대하는 느낌을 주기에 웬만한 고수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허나 성화일위는 강자존의 세계, 마교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고수.

“어림없다!”

이백을 상대로 성화일위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는 그간 목숨을 걸고 싸운 적 중 가장 강했다.

흑천회의 암도(暗刀)도 있지만, 그는 흑혈도의 공능에 기댄 자였다.

본연의 무위만 본다면 약간 성화일위가 앞선다.

허나 성화일위에겐 흑혈도와 같은 마물이 없다. 즉, 이백이 꿇릴 게 없다는 뜻이다.

‘역시 강해, 마교는 마교란 말이지.’

‘말로만 듣던 삼신룡이란 말인가?’

당황하긴 성화일위도 마찬가지였다.

지천명에 이른 자신과 버거운 자가 고작 이립도 채 되어 보이지 않았다.

무림 최고의 신성들.

허나 소교주에 비하지 못할 애송이들이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그런 소교주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무기를 쥐지 않은 자는 소림의 태룡(太龍)뿐인데…. 저자는 중놈이 아니잖아!’

무당의 신룡(神龍)과 남궁세가의 천룡(天龍)은 검객이니, 제외했다.

검객이 검도 쥐지 않고, 자신과 동수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검을 쥐었다고 해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소림의 태룡이라고 볼 수 없다.

풍성한 모발은 물론이고, 소림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칠보만륙(七步萬戮)!”

“잔악멸살(殘惡滅殺)!”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조영(爪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일곱 걸음이 완성되었을 때, 수없이 많은 조영이 허공을 찢어버렸다.

잔인하기로는 결코 떨어지지 않은 마교의 잔악검법.

두 절초는 허공을 찢고 또 찢었다.

그럼에도 어느 한 명 쉬이 승기를 잡지 못했다.

성화일위의 눈빛이 바뀌었다.

‘중원… 역시 재밌구나. 이런 괴물이 숨어 있었다니…. 허나, 운이 없군. 꽃을 피우기 전에 오늘 죽을 테니까.’

지금은 몰라도 십 년 후에는 소교주와 천마신교의 걸림돌이 될 존재로 성장할 게 뻔하다.

오늘 무조건 삭초제근(削草除根)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고 해도.

바뀐 건 눈빛만이 아니다.

성화일위의 기세가 몇 배나 강해지며, 검은 불꽃이 피어났다.

마화(魔火).

그는 성화합일도 없이 홀로 마화를 피워냈다.

아무리 그가 성화십위의 수좌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허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후천진기보다 몇 배나 강한 선천진기를 불태운다면 말이다.

“그만… 죽어라!!”

“이런, 젠장!”

이백은 본능적으로 성화일위가 목숨을 걸었다는 걸 깨달았다.

동귀어진(同歸於盡).

목숨을 건 상대로 몸 사려서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자신 역시 목숨을 거는 방법뿐이다.

결정을 내린 이상 주저해 좋을 게 없다.

이백의 눈빛이 검붉게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뿜어나오던 새하얀 기운이 핏빛으로 바뀌었다.

혈랑기(血狼氣).

선천진기를 불태운 자를 상대로 역혈(易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혈랑…겁(血狼劫)!!”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꺼내지 않으려던 최후의, 동시에 최악의 수.

검은 마화와 핏빛의 혈랑겁이 충돌했다.

두 사람 모두 죽거나 설사 살아남은 자 역시 온전키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충돌로 일어난 거대한 화마가 두 사람을 덮쳤다.

이를 본 교정정이 외쳤다.

“아, 안 돼!!”

허나 이미 거대한 화마는 주변을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그로 인해 일대가 불타 녹아버리거나 부서지고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라면 말이다.

“크아아앙!!”

그때 교정정의 품에 있던 설군이 울부짖더니,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이 흡사 불 속에 뛰어든 불나방과 다름없었다.

한참을 불태우던 화마가 사라졌을 땐, 그곳에 존재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성화일위는 물론 이백과 설군의 흔적조차 없었다.

시체조차 완전히 전소시켰단 의미였다.

“그, 그런…….”

다리가 풀린 교정정은 절망하고 말았다.

그녀만이 아니다.

이옥환은 그가 자신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걸 알기에 심적 충격이 너무도 컸는지 휘청였다.

“사, 사매!”

이옥환의 사저가 그녈 부축한 덕분에 쓰러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이 상황이 몹시 못마땅한 자가 있었다.

“망할, 머저리 놈들!”

“어딜 도망가느냐!!”

성화수호대의 부대주는 짜증을 내며 물러났다.

정원사태의 목을 베려는 순간, 끼어든 삼선자로 인해 그는 승기를 놓치고 말았다.

허나 삼선자는 내상 때문에 정원사태에게 숨을 돌릴 찰나를 준 것에 불과하다.

계속 싸운다면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부대주가 숨겨둔 수. 성화일위와 이위마저 당했다.

버틴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다가오는 기척들을 느꼈다.

형산파의 고수들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로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젠장! 성화의 잔가지를 확인해야 하거늘!’

성화수호대의 부대주인 그가 성화십위까지 이끌고 중원에 잠입해, 이곳 형산 축융봉에 온 건.

이곳에 성화가 잠들어 있단 첩보 때문이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교 서열 50위 권에 드는 그가 직접 움직였다.

천마신교의 마군급이 은밀히 잠입한 일을 중원무림에서 조사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땐 천마신교의 마왕급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어찌할 수 없다.

허나 마왕급이 움직이며 중원무림에서도 십왕이 움직일 게 뻔하다.

결국 천마신교는 기회를 잃은 셈이다.

성화수호대의 부대주가 사라지자 예상대로 형산파 고수들이 몰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 본파의 성지에 이게 무슨…….”

축융봉은 남악의 주봉(主峯)이다.

선사들께 제를 올린 때나 출입하는 곳이다.

남악 전체가 형산파의 소유라곤 할 수 없지만, 터줏대감이니 알 권리가 있었다.

정원사태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  *  *

[연계 퀘스트 ‘괴한들의 습격’을 완수했습니다.]

[특별 퀘스트 ‘축융의 숨결’이 시작됩니다.]

화마에 전소된 성화일위와 달리, 정신을 잃은 이백은 설군과 모처에 소환되었다.

이곳은 축융봉의 내부.

축융의 숨결이 잠들어 있는 장소다.

극심한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이백은 특별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축융의 숨결이라고 붙여진 극양의 자연지기.

그 강대한 기운이 이백을 덮쳤다.

[축융의 숨결이 침범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평범한 불이 아니다.

축융봉에 오랜 시간 잠들었던 극양지기의 정수다.

평범한 화상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미 피투성이인 이백의 육신이니 더욱 버텨낼 수 없었다.

화상은 그의 육신이 조금씩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특별 퀘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채, 그 역시 전소하게 생겼다.

허나 이를 두고 볼 설군이 아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은 새끼 고양이였던 설군의 육신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웬만한 늑대보다 컸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었다.

고양이? 아니다. 새하얀 털에 검은 줄무늬가 곳곳에 생겨났다.

호랑이. 백호(白虎) 그 자체였다.

백호(?)가 된 설군에게서 새하얀 성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칭호 ‘ 백호 설군의 계약자’의 권능이 발휘되었습니다.]

[칭호 ‘ 백호 설군의 계약자’의 권능이 축융의 숨결에 저항합니다.]

[저항이 실패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저항이 실패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저항이 실패했습니다.]

[화상이 발생했습니다.]

.

.

.

거듭되는 저항 실패로 이백의 육신 여전히 불타 사라져갔다.

이백의 육신이 완전히 소멸하기 직전이었다.

“크앙! 크앙! 크아아앙!!”

설군의 포효와 함께 더욱 성스러운 빛이 이백을 감쌌다.

[‘ 백호 설군’의 가호가 깃듭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연이은 저항 성공으로 더 이상 이백의 육신이 소멸되는 걸 막아냈다.

그렇게 ‘축융의 숨결’의 침범과 저항이 창과 방패처럼 충돌을 지속했다.

수백, 수천 반복되었을 때였다.

새로운 문구가 떠올랐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특별 퀘스트 ‘축융의 숨결’을 완수했습니다.]

[보상: ‘신의 불꽃’을 습득하셨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존재가 개입되었습니다.]

[보상이 ‘신의 불꽃’이 ‘불완전한 신의 불꽃’으로 퇴화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육신을 재구성합니다.]

축융의 숨결(神火)은 그 어떤 것도 불태워버린다.

허나 인정을 받는다면 어떤 상처도 회복시키는 신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죽어가던 소검후 이옥환이 목숨을 건지고, 막대한 내공을 얻게 된 것도 축융의 숨결의 공능 덕분이다.

그런데 그 기연이 그녀 대신 이백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우득! 우드득!

이백은 의도치 않게 두 번째 환골탈태(?)를 겪게 된 셈이다.

그의 육신이 재구성되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혜택을 얻게 되었다.

[‘만수통령신공’ 7성에 올랐습니다.]

[‘상단전’이 형성되었습니다.]

[무위가 ‘절정’에서 ‘초절정’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두 번째 환골탈태(?)를 겪은 덕분에 만수통령신공의 성취는 물론 삼단전의 마지막 상단전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무려 초절정지경에 오르게 되었다.

아무리 특별한 권능에 의해 벌어진 일이지만, 천년무림사를 뒤져도 없는 공전절후(空前絶後)한 대(大)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축융의 숨결’을 얻음으로써 성장한 건 이백만이 아니다.

[‘ 백호 설군’의 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늑대만 하던 설군이 멧돼지만큼 커졌다.

변한 건 덩치만이 아니라는 듯 털이 은은하게 빛났다.

설군이 성장한 사이, 또 다른 문구가 생겨났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상단전의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상단전의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상단전의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이백의 육신을 재구성한 ‘불완전한 신의 불꽃(神火)’이 새롭게 형성된 상단전에 안착을 시도했다.

그의 상단전이 아직 작은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안착하는 데 거듭 실패했다.

이대로라면 이옥환을 검후로 만들어준 ‘(불완전한) 신의 불꽃’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상단전의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상단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있습니다.]

안식처로 상단전를 포기한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이백의 육신을 헤집었다.

그럼에도 그의 육신을 해하지는 않았다. 비록 상단전에 안착하지 못했을 뿐, 주인으로 이백을 인정한 덕분이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은 의외의 장소에서 멈추었다.

[‘불완전한 신의 불꽃’이 눈에 안착합니다.]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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