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마교(魔敎)의 습격(襲擊)
챙! 채챙!
마교 고수 넷이 정원사태를 압박했다.
허나 그들을 상대로 정원사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곤욕을 치르는 건 마교 고수들이었다.
개개인의 성취가 정원사태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그들 넷이라면 초절정고수라도 감당할 수 있다 자부했다.
허나 현실은 달랐다.
“젠장! 이리 강하다고? 고작 비구니 따위가!”
“성화십위 체면이 완전히 구겼군!”
천마신교에는 수많은 무력 집단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바로 성화수호대였다.
지금은 마교 혹은 천마신교라 칭하지만, 그 시작은 불을 숭상해 배화교(拜火敎)로 칭했다.
애초 천마가 천산에 자리를 잡은 건, 그곳에 성화(聖火)라는 꺼지지 않는 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화수호대는 그 불을 지키는 무력 집단이고, 그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 고수들이 바로 성화십위(聖火十衛)다.
성화십위는 하나 같이 절정지경에 오른 고수로, 신교 서열 300위 권 내외에 있는 자들이다.
고작 300위 권이냐 할 수 있지만, 수만의 마교 전사 중 300위 권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허나 상대는 검각의 장로.
마기에 상극인 항마공을 익힌 고수다.
성화십위의 마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아미타불… 살계를 여는 걸 용서하소서.”
“감히 지금 뭐라…….”
정원사태의 검에 어린 빛이 점점 강렬해졌다.
그 빛은 유형화되었다.
그건 바로 초절정고수의 상징 검강(劍罡)이었다.
강기는 같은 강기 이외에 막을 방법이 없다.
성화십위가 강하다고 한들, 초절정지경에 오르지 못한 이상 정원사태의 검강을 막아낼 수 없다.
“아미타불…….”
“피, 피해!”
목숨을 걸어서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성화십위의 넷이 피하려 했으나 그땐 이미 정원사태의 검강이 지척까지 도달해 있었다.
챙~!
그 순간 베이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막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경멸 어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신 같은 것들, 고작 계집 하나 처리 못 하면서 성화의 수호자들이라 할 수 있느냐!”
“죄, 죄송합니다. 부대주님.”
정원사태는 성화십위를 베지 못했다. 그녀의 검을 누군가 대신 막은 탓이다.
성화수호대의 부대주.
성화십위도 강하지만, 부대주는 격이 다르다.
정원사태의 검강을 가볍게 막아낸 것이 그 증거다.
“이년은 내가 벨 테니, 너흰 저 머저리들을 도와라.”
“조, 존명!”
고전하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삼선자를 상대하고 있는 또 다른 성화십위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기의 상극인 항마공은 익히지 못했으나 그녀의 검이 정원사태보다 날카로우니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처음에 한 명을 잃은 탓에 더욱 궁지에 몰려 있었다.
“죽이기 딱 좋은 밤이야.”
* * *
“제, 젠장!!”
고작 세 명으로 감당하기에 삼선자의 검은 너무 강했다.
그녀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건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그럼에도 한천검랑(恨天劍娘)이란 별호가 천하를 진동시켰다.
마교십위는 그 이유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의 종자들아, 이제 그만 죽어라!”
삼선자의 검에서 차가우면서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세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한천검강이었다.
“이런 썅!”
“뭘 멍청히 있나! 성화합일(聖火合一)!”
“서, 성화합일!”
누군가의 외침에 성화십위가 등에 줄줄이 양손을 대었다.
셋이 전부 아니었다.
어디선가 또 다른 고수들이 나타나 성화십위의 등에 손을 대었다.
정원사태를 상대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 순간, 선두에 있는 자의 검에 검은 불꽃이 피었다.
그건 바로 마화(魔火).
성화수호대가 익힌 마화공의 결정(結晶)이다.
다만 그들의 경지로는 마화를 피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가능하게 만든 건 그들이 익힌 마화공의 특별한 공능 덕분이다.
성화합일(聖火合一). 같은 마화공을 익힌 성화십위가 격체전공(隔體傳功)을 통해 막대한 마기를 응집시킨 덕분이다.
콰콰쾅!!
삼선자의 한천검강과 성화십위의 마화가 충돌하면서 또다시 축융봉을 뒤흔들었다.
우르르.
그 때문인지, 축융봉이 떨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흐흐… 팔위(八衛) 녀석의 복수를 해주마!”
“…….”
삼선자의 검에 목숨을 잃은 성화십위가 바로 팔위였다.
이로써 상황이 바뀌었다.
절정고수 일곱. 그것도 강력한 마교의 마공을 익힌 고수들이란 것도 만만치 않은데, 하물며 격체전공이라니.
초절정고수인 삼선자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 그만 뒈져라!!”
성화십위의 칠인(七人)이 성화합일을 통해 이룬 마화(魔火)로, 삼선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녀의 눈에 두려운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검을 꽉 쥐었다.
삼선자는 한천검강을 휘두르며 마화에 대항했다.
쾅! 콰쾅! 콰쾅!
일방적이었던 싸움이 팽팽하게 바뀌었다. 정확히는 삼선자가 살짝 밀렸다.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는 분명 크다.
허나 그 수가 일곱이며, 격체전공의 수까지 사용하니 삼선자가 밀리는 것이다.
기운의 순도와 밀도는 한천검강이 위지만, 칠인의 격체전공으로 이룬 마화의 양이 무지막지한 탓이다.
검의 천재인 그녀이니 버티는 것이지, 다른 초절정고수였다면 진즉에 무너졌을지 모른다.
그만큼 성화합일을 통해 발현한 마화(魔火)는 무서운 수법이다.
“끄응…….”
“빌어먹을 더럽게 질기네!”
삼선자의 입에서 신음이 나올 정도였다.
허나 마음이 조급한 건 성화십위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이라고 성화합일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계에 가까워진 건 그들이었다.
그러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삼선자가 여유롭냐? 그것도 아니다.
결국 삼선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녀의 옷과 머리카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증거다.
“한천…무…….”
한천무한(恨天無限). 한천검결 최강의 검이다.
아쉽게도 그녀조차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성화십위의 마화를 단숨에 무너트리기 위해선 무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기세에 성화십위도 긴장했다.
허나 성화합일을 통한 마화의 절대적인 힘을 믿었다.
한천무한과 마화가 충돌하기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혈랑인(血狼刃)… 흐으윽!!”
“으윽… 뭐, 뭐야!”
검붉은 핏빛이 성화합일을 이루고 있는 성화십위의 옆을 노렸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마화가 흔들렸지만, 성화합일이 풀리지는 않았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고수들의 생사결에서는 치명적인 틈이다.
“…한(限)!”
“헉! 아, 안 돼!”
한천검결의 최강, 한천무한이 성화십위를 덮쳤다.
그들은 급히 마화로 대응했다.
하지만 혈랑인에 의해 시선을 빼앗긴 찰나는 너무도 뼈아팠다.
콰콰쾅!!
그 강력한 위력에 축융봉이 흔들리는 건 물론, 거대한 구덩이와 그 일대가 새하얀 서리가 생겨났다.
“으윽… 쿨럭…….”
“후우… 괜찮습니까, 삼선자님.”
내공 고갈로 인해 창백한 얼굴과 입가에 흐른 핏자국은 그녀가 괜찮지 못하다는 걸 알려주었다.
허나 처참하게 죽은 성화십위에 비하며 오히려 양호하다 할 수 있다.
삼선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도와주어… 고맙소, 봉공.”
“도움이라 말하기 부끄럽습니다.”
그녈 도운 자는 바로 이백이었다.
봉인한 혈랑기를 풀고도 시선을 잠시 돌린 것에 불과했다.
역혈과 순혈을 충돌시킨 혈랑겁이라면 다를 수 있지만, 그땐 이백 역시 내상을 크게 입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당히 도왔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면 삼선자는 이리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허나 무모했소. 게다가 정정이를… 홀로 두다니…….”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교정정이 혼자가 되었다.
소검후와의 비무로 인해 내상까지 입은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어찌 될지 모른다.
아직 직접 거론되지 않았으나 교정정은 소검모의 후보 중 한 명이다.
어떤 의미로는 자신보다 더 지켜야 하는 존재란 뜻이다.
자신의 부탁을 이리 가벼이 여긴 이백이 야속해, 삼선자는 그를 질책했다.
그럼에도 이백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보다 더 든든한…….”
“아, 안 돼!”
결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성화십위를 모두 베었다 생각했는데, 또 다른 마교 고수들이 교정정과 소검후를 노린 것이다.
그나마 소검후의 곁에는 검각의 제자들이 있지만, 내상 입은 교정정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백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없이 교정정의 곁에 있는 한 마리의 백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크아아앙!!”
“한낱 금수 따위…….”
백묘의 울부짖음이 귓가에 강하게 들려왔다.
이백과 계약을 맺은 설군이었다.
성화십위 중에서 상위에 속한 이위(二衛)는 일녀일묘를 한 번에 벨 생각으로 칼을 휘둘렀다.
서걱!
“커억!”
누군가의 머리가 떨어지고, 목에서 피가 비산했다.
그 피는 교정정의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백이 빙그레 웃었다.
“저보다 든든한 친구를 곁에 두었지요.”
“영물…이었구려.”
놀랍게도 절정의 끝자락에 닿은 성화이위가 한낱 금수의 발톱에 베였다.
허나 한낱 금수로 치부하기에 설군은 범상치 않은 존재다.
이백도 한 번을 이겨본 적이 없는 영물이 바로 설군이다.
그와 비슷한 경지에 이른 성화이위라고 다를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삼선자는 이백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숨어 있는 건 한 명이 아니었다.
또 다른 성화십위의 고수. 수좌인 일위의 검이 검각 제자들에게 쇄도했다.
“마화필살(魔火必殺)!”
“불광항마검진(佛光降魔劍陣)!”
검각의 제자들은 불광항마검진을 펼쳐 대응하려 했다.
교정정과 비무에서 내공 소모가 극심한 소검후는 제대로 된 반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외에 절정지경에 오른 검각의 제자는 단 한 명.
허나 그녀 역시 절정 초입에 불과하다.
소검후 이외 검각 제자들이 못난 게 아니다.
이립 이전에 절정지경에 오른 천재는 중원정파에서도 구룡삼봉뿐이니까.
공식적으로는.
이제 막 무림출도한 소검후는 그 십이 인에 꼽히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불광항마검진 이외에 방도가 없었다.
허나.
“커억!”
“끄응…….”
“흐으윽…….”
간신히 성화일위의 검을 막아냈다.
대신 그 대가로 불광항마검진이 깨지면서 다들 신음을 흘렸다.
이어질 성화일위의 검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옥환은 이를 악물며 검을 쥐었다.
자신 때문에 사형제들을 잃는 걸 두고 볼 수 없던 탓이다.
“젠장, 모두 죽여주마!”
“두고 보지 않겠다!”
성화일위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를 악문 이옥환이 검을 들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사형제들을 지키겠단 일념이었다.
허나 성화일위는 그녀가 온전하다고 해도 버거운 상대였다.
하물며 내공이 일천한 상황에서 버텨내는 건 어렵다.
“사, 사매! 안 돼!”
“사저!”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 검각의 제자들은 무력을 느끼며 절망했다.
그런 그녀들의 눈에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쾅!
성화일위의 검이 누군가에게 막혔다.
“나와 놀아봅시다.”
“네놈은 또 뭐야!”
삼선자를 구한 이백이 어느새 나타나 이번에는 성화일위를 막아섰다.
검각의 제자들을 일검에 곤욕스럽게 만든 자를 쉽게 막아낸 사내.
그녀들과 비슷,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사내의 무위가 맞나 싶었다.
“알아서 뭐 하게?”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