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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4화 (14/200)

14화. 시험(試驗) (1)

[‘중단전’이 형성되었습니다.]

[무위가 ‘일류’에서 ‘절정’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연이어 반투명한 창이 생성되었다.

이백을 괴롭히던 흑살기를 해소만 해도 기쁜데, 전화위복이 되었다.

흑살기는 이백을 육체적으로 괴롭혔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이백의 정신력이 강해졌고, 무의식중에 만수통령신공을 운용했다.

그를 괴롭히던 흑살기를 해소하면서 성취가 폭발적으로 높질 수 있던 이유다.

만수통령신공이 3성에서 5성으로 이성(二成)이나 껑충 뛰어오르면서 중단전이 형성되었다.

만수통령신공의 모태가 되는 청랑신공은 삼단전(三丹田)을 이루었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늑대의 무리를 수족처럼 운용하기 위해서는 삼단전을 모두 개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단전을 개화한 것으로 무인으로는 물론, 청랑왕의 후신으로서 진짜 강함을 계승하게 된 셈이다.

[‘청랑보’ 7성에 올랐습니다.]

[‘백수안’ 2성에 올랐습니다.]

[‘백수안’ 3성에 올랐습니다.]

[‘백수조련술’ 3성에 올랐습니다.]

[‘백수조련술’ 4성…….]

[‘백수조련술’…….]

무위가 절정지경에 오르게 된 게 끝이 아니다. 그 영향으로 그가 익히고 있는 절기의 성취 역시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모든 게 중단전을 개화한 덕분이다.

결과만 본다면 이백은 암권에게 넙죽 절을 해야 할 정도였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백의 닫혔던 눈이 떠졌다.

그 순간 안광이 번쩍였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내공이 얼마나 심후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서른 이전에 절정지경에 오른 신성(新星)은 이미 몇몇 존재한다.

허나 이백의 육체 나이는 이제 18,9세쯤이다.

그들이 이십 대 중후반에 절정지경에 오른 걸 생각하면, 이백은 무림 명문의 직계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수척해져 있던 설군에게서 은은한 빛이 흘러 들어갔다.

공명을 통해 설군의 선천진기를 이백이 공유했듯, 그의 성장이 설군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설군아,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어.”

이백은 설군을 품에 안았다.

비록 의식을 잃었으나 설군이 자신을 도와준 걸 느낄 수 있었다.

계약은 영혼을 통해 맺어지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허나 도움을 받은 게 설군에게만이 아니었다.

“빚…을 진 건가.”

이백이 중원에 온 이후 계속 신세만 지었다.

장씨 부녀에게서 중원에 대해 배웠고, 제갈천기에게 무림을 배웠다.

죽은 장씨 부녀는 유사가족이었고 제갈천기는 의형이지만, 저들은 생판 남이다.

그럼에도 목숨 빚을 지게 되었다.

빚은 꼭 갚아야 한다.

그게 은(恩)이든 원(怨)이든.

장씨 부녀를 떠나보내며, 그가 내린 결심이었다.

이백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오셨구나.”

그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곤 문을 향해 바라봤다.

이백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월향 아니, 팔검향이었다.

“아, 깨어 나셨… 어머!”

“저…….”

이백이 깨어난 걸 확인한 팔검향은 반가워하다가 얼굴을 붉히며 고갤 돌렸다.

그녀의 반응에 이백은 그제야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나신임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자, 잠시만요. 입으실만한 옷을 가져올게요.”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거듭 신세를 지는 게 미안했으나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간 팔검향이 반다경(7~8분)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미리 옷을 준비해둔 듯싶었다.

“여, 여기 둘 테니… 저는 나가 있을게요.”

“가, 감사합니다.”

팔검향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자 이백은 그녀가 두고 간 옷을 황급히 입었다.

팔검향의 눈썰미가 제법 좋은지, 그의 몸이 딱 맞았다.

옷을 입은 이백이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팔검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중년 여인과 중년 사내 역시 있었다.

이백은 그들이 누구인지 눈치챘는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백이라 합니다.”

“이백? 시선(詩仙)을 뵐 줄 몰랐군요.”

중년 여인 육선자의 농에 이백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두보와 함께 문학의 양대거성이라고 불리는 시선(詩仙) 이태백의 이름이 바로 이백(李白)이다.

물론 이백(李伯)과는 한문이 다르다.

‘어렸을 때는 이백 원이라고 놀림당했는데, 이곳에는 이태백을 연상하는구나.’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백을 보며 곁에 있던 팔검향이 끼어들었다.

“육사숙.”

“호호호… 농이에요.”

육선자는 생각보다 유쾌한 여인이었다.

이백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오호? 어떻게 갚을 생각이죠?”

“사, 사숙!”

은혜를 갚겠다는 이백의 말을 겉치레로 생각할 법도 한데, 육선자는 오히려 되물었다.

이에 곁에 있던 팔검향이 당황했다.

육선자는 손을 들어 그녀가 끼어들지 못 하게 하곤, 여전히 눈은 이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그 유쾌한 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백 역시 겉치레가 아니었다는 듯 담담하면서 진중하게 대답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가진 건 없기에 재물로 은혜를 갚긴 어렵습니다. 가진 게 몸뚱이뿐이니 일해서 갚겠습니다.”

“일해서 갚겠다라…….”

이백의 전신을 훑는 육선자의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곁에 있는 팔검향은 조마조마할 뿐이었다.

이백을 관찰하던 육선자의 입이 열렸다.

“이 소협의 목숨값이 얼마나 생각하죠?”

“…모르겠습니다.”

“본 선자가 생각하기에는 제법 비쌀 거 같네요. 그리고 일해서 갚는다면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요. 그럼에도 갚겠나요?”

“입은 밥만 먹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육선자는 이백의 대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의미였다.

허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승낙이 아니었다.

“소협의 뜻을 알겠으나 본 선자가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군요. 상부에 뜻을 전달한 후, 결정하는 걸로 하죠.”

“…뜻대로 하십시오.”

그녀에게 진 빚을 일해서 갚겠다는데, 상부에 뜻을 전달하겠다니.

얼핏 생각하면 모순으로 느낄 수 있다.

허나 육선자는 검모궁의 중진. 그녀와 검모궁을 떼어서 생각하려는 게 오히려 무리한 일이다.

물론 이백은 검모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신비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여인을 궁도로 받을 때도 신원을 철저하게 조사한 후에 받아들인다.

하물며 사내라면 이중 삼중으로 조사하고,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정정아, 이 소협께 쉴 곳을 안내해 드려라. 홍 봉공께선 잠시 저와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합니다.”

“알겠소.”

육선자는 홍규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이 자리에는 이백과 팔검향 교정정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이백이 교정정을 따라갔을 때, 육선자와 홍규는 조용한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홍 봉공께서 보시기에 어떤가요?”

“쉬이 판단하기 어렵소.”

홍규는 육선자의 물음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았음에도 애매한 대답을 했다.

그런 대답에 육선자는 오히려 흥미로웠다.

그가 비록 무림에 활동한 지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보통 고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홍규가 판단이 어렵다고 말하니 오히려 흥미로운 게 당연하다.

“그 말씀은 본 선자가 잘못 본 게 아니란 뜻이겠군요.”

“…분명, 처음 봤을 때는 보법이 훌륭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할 게 없었소. 그런데 오늘 보니 일이검향을 제외하면 십이검향 중에는…….”

홍규는 말끝을 흐렸지만, 육선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암권과 이백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럼에도 구해주지 않았다.

이백에게 미안하지만, 그의 존재는 애초 임무에 배제되어 있었다.

그를 구하려고 한다면 임무 자체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백의 보법은 홍규조차 놀랄 정도로 훌륭했지만, 그뿐이었다.

그 증거로 흑살기로 인해 죽어가게 되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육선자의 도움으로 치료되었다고 하지만 부상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기세가 전혀 달라졌다.

십이검향은 검모궁의 수백 제자 중에서도 그 재능을 인정받은 기재들이다.

무림 명문의 후기지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일검향과 이검향을 제외하면, 그 기세를 따르지 못한다는 건 놀랄 일이다.

“그럼 산장의 식구로…….”

“그건 별개의 문제외다. 알지 않소, 선자(仙子). 본 산장의 식구가 된다는 의미를… 그가 선자께 목숨 빚을 갚겠다는 것이지, 본궁을 위해 평생 살겠다는 게 아니외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친굴 산장에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오.”

홍규의 말에 육선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백이라는 인재 때문에 잠시 냉철함을 잃었다. 하지만 홍규의 말대로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후우… 본궁에 본 선자의 뜻을 전하겠어요. 결정은 검모님과 선자들께서 내리시겠지요.”

“그것까지 막지는 못하겠구려.”

산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검모궁을 위함이고, 검모궁의 최고 결정자는 궁주인 검모. 그리고 그녈 보좌하는 칠선자들이니까.

육선자 역시 칠선자의 일원이지만, 발언권은 약한 편이었다.

서열이 낮은 편이고, 주장이 강한 편이 아닌 탓이다.

그녀의 서신을 담은 전서응이 허공을 갈랐다.

*  *  *

“제갈세가라…….”

이순(耳順: 60세)쯤 되어 보이는 흑의(黑衣) 노인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의 존재만으로 주변은 밤보다 어두워지는 거 같았다.

노인의 앞에 누군가 부복해 있었다.

“제갈세가에서 암권을 제거한 이유가 있느냐.”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실제로 옥협과 금검은 늦은 시간까지 지현(知縣)과 술자리를 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석천현 일대에 암권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가 그 이외에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흑천회의 고수들이었다.

그것도 일개 고수가 아닌 흑천회주와 그의 직속이었다.

예상대로 그들은 암권의 죽음이 호걸당주와 상잔한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호걸당주가 석천현 같은 촌구석에서나 어깨에 힘을 주지, 강남 일대 흑도(黑道)를 주무르는 흑천회의 암권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암영(暗影). 본 회주는 추정 따위를 들으려는 게 아니다. 누가 범인인지 알아내라.”

“존명!”

흑천회주의 명이 떨어지자 사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암권과 함께 암귀의 일원인 암영이었다.

암권이 권법의 달인이었다면, 암영은 은신과 보법에 능했다.

그 능력을 활용해 정보 수집을 담당했다.

무영이 정보 교란을 벌였지만,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건 모두 암영의 공이었다.

흑천회가 흑도 세력임에도 정파와 사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건 바로 회주와 이런 암귀들의 능력 때문이다.

“얕잡아 보이는 순간 잡아먹히는 이 흑도 바닥에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날 얕잡아 보는 놈들을 족족 죽였기 때문이지.”

흑천회주는 어려서부터 악바리였다.

자신을 무시하는 자, 틈을 보이는 자를 밟고 올라섰다.

그런 자들을 하나둘씩 밟고 올라서자 어느 순간 다들 그를 두려워했고, 흑도의 하늘이라는 흑천회주가 되었다.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상대가 누구든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제갈세가… 네놈들이, 암권의 죽음에 연관이 되어 있다면…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게야.”

흑천회주의 눈에서 광기가 번들거렸다.

무영과 금검이 제갈천기를 만류한 이유기도 했다.

미친개와는 연루되지 않는 게 상책이니까.

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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