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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11화 (11/200)

11화. 신비지문(神祕之門) (1)

식사를 마친 이백은 먼저 자리를 비켜주었다.

주로 제갈천기와 함께 지내다 보니, 금검대 고수들과는 그리 친해진 건 아니다.

그들 역시 대공자의 의제인 이백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그걸 알기에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편히 식사를 하라는 의미로.

실제로 금검대 고수들은 이백이 자리를 비켜주자 그제야 술도 한 잔씩 했다.

“시험해 보고 싶은데…….”

뱀의 조련이 예상치 못한 방해로 중단된 탓에 백수조련술을 펼칠 기회를 놓쳤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짐승을 조련하는 이 힘이 분명 크게 쓰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청랑왕은 늑대무리를 이끌고 대문파조차 멸문시키지 않았던가.

전투에 한정되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마장(馬場)에서 말을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전서구를 관리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최소한 먹고 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이백의 눈이 자신의 품에 있는 설군에게 향했다.

“혹시… 설군이도 되려나?”

대한민국에서부터의 인연을 생각하면, 대설산의 늑대처럼 폭주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말을 들었는지, 설군의 눈이 이백의 눈과 마주쳤다.

움찔.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로 보이지만, 사나운 늑대조차 물어 죽인 전적이 있다.

설군이 기분 상해 돌변한다면 위험하다.

“노, 농담이야. 농담. 엇!”

이백의 품에서 설군이 폴짝 뛰어 벗어났다.

그러더니 객잔의 담을 넘고 사라졌다.

비록 인묘(人猫) 사이지만, 늑대를 상대로 함께 싸운 전우요. 대한민국에서 함께 넘어온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자신 때문에 떠나려는 거란 생각에 겁이 덜컥 들었다.

당황한 이백은 그런 설군의 뒤를 쫓아 담을 넘었다.

설군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다. 어느새 상당히 멀어졌다.

“기, 기다려!”

이백은 청랑보를 펼치며 설군을 쫓았다.

6성의 청랑보는 웬만큼 고수라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럼에도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말았다.

이백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두 인묘는 시가지에서 자취가 사라지고 말았다.

*  *  *

아리따운 여인과 그를 호위하는 무사로 보이는 사내. 일남일녀가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나고 있었다.

“흐흐흐… 사실이었군. 설마 했는데 말이야.”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들린 난데없는 목소리이기 때문도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눈치챈 탓이다.

여인은 당황하지 않은 척 나직하게 말했다.

“호걸당(豪傑堂)의 막 대협이셨군요? 이곳은 어쩐 일로…….”

“월향, 그대가 쉬이 만나 주지 않아서 말이야.”

막 대협이라고 불린 중년 사내는 히죽이며 다가왔다.

말이 호걸당이지, 석천현을 장악한 흑도 세력이었다.

그는 그런 호걸당의 당주가 특별히 초빙한 고수다.

석천현에도 정파 출신의 무림인이 없지 않은데, 그의 눈치를 볼 정도로 강자였다.

막여에 의해 망가진 기녀가 여럿이며, 여염집 여인에게도 손을 뻗을 정도로 호색하고 악질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노린 여인이 바로 눈앞의 월향이다.

“그건… 예약이 밀린 탓이니, 막 대협께서 너그럽게 양해…….”

“그래서 이렇게 친히 오지 않았겠나. 내가.”

음심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막여가 다가왔다.

그러자 월향의 호위무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에 막여는 미간은 찌푸렸다.

“막 대협, 총관께 말씀드려 조속히 예약을 잡을 테니 오늘은… 큭!”

“건방진 새끼. 감히 누구 앞에서 무게를 잡아?”

호위무사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몸을 움츠렸다.

찰나의 순간 막여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가격한 탓이다.

간판 기녀답게 기루에서 특별히 고용해준 호위무사였음에도 막여의 주먹을 막지 못했다.

발끈한 호위무사가 검파에 손을 대었다.

그때 막여의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뽑으면… 죽는다.”

“…….”

그냥 협박이 아닌 진심임을 깨달은 호위무사는 검파를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결국 그는 검을 뽑지 못한 채, 검파에서 손을 떼었다.

그 모습에 막여는 비웃었다.

“꺼져.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살려주마.”

“…….”

“호, 홍 무사님…….”

당황한 월향이 불렀으나 호위무사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

홀로 남은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

그 모습에 막여는 히죽거렸다.

“그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볼까?”

“다, 다가오지 마세요.”

월향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허나 성큼성큼 다가오는 막여에게 금방 따라잡히고 말았다.

그는 겁에 질린 월향의 얼굴에 더욱 흥분하고 말았다.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지, 그녀의 옷을 거칠게 젖혔다.

“꺄!”

“흐흐흐… 그동안 촌구석에 와서 편식만 해서 불만이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걸 먹겠어.”

월향은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허나 그 모습조차 뇌쇄적이었다.

“시, 싫어! 싫…….”

월향은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그녀의 저항은 지속될 수 없었다.

막여의 솥뚜껑만 한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훑고 지나간 탓이다.

짜~악!

월향의 새하얀 뺨이 붉어지고, 입술이 터져 피가 나고 말았다.

“아무리 소리쳐도 도와줄 사람 없다는 걸 알 텐데? 더 얻어터지기 전에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야.”

“흐윽… 흑… 흑…….”

그녀는 서럽고 두려워 울음을 터트렸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울음을 죽였다.

막여가 때릴 게 두려운 탓이다.

이미 재미 볼 생각에 흥분한 막여는 그녈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곤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댔다.

퍽!

그때였다.

강한 충격과 함께 막여가 나가떨어졌다.

아무리 흥분한 탓이라지만, 고수인 막여가 상대가 지척으로 다가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어떤 개새… 컥!”

“나쁜 놈!”

막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또다시 찼다.

허나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충격을 최대한 줄였다.

수많은 실전 경험이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막여는 충분히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곧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새끼잖아? 허… 미친…….”

막여는 자신이 핏덩이(?)에게 당했다는 것에 헛웃음이 나왔고, 동시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은 청년은 월향을 향해 말했다.

“아가씨, 도망치세요. 제가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월향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곧 감사의 인사를 하며 도망쳤다. 정확히는 도망치려 했다.

그때 분위기를 깨듯 막여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빛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지랄들 한다. 누가 보내준대? 도망치지 못하게 주변만 포위해.”

“예!”

혼자인 줄 알았던 막여는 사실 호걸당의 왈패들을 다섯이나 데려왔던 것이다.

그들은 본 월향은 사색이 되었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괜히 나댄 건가…. 아니야. 이걸 보고 외면하는 나도 쓰레기가 되는 거야.’

청년의 정체는 설군의 뒤를 쫓던 이백이다.

정작 설군은 놓치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위험에 빠진 여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전의 그라면 두려움에 외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나섰다.

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용기가 난 게 아니다.

장씨 부녀를 잃은 기억 때문에 그녈 외면할 수 없었다.

‘이게… 진짜 무림인…….’

막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이백은 소름이 돋았다.

그간 그가 만난 고수 중에는 막여보다 뛰어난 고수도 있었다.

분뢰도(分雷刀) 방열이나 공동의 자전도군(紫電刀君)만 해도 막여보다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당시 미숙했던 이백에겐 막연하게 강하다고만 느꼈다.

허나 지난 한 달여 간, 제갈천기에 무림과 무학에 대해 배웠고, 그의 가르침을 무섭게 흡수했다. 그 모습에 제갈천기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백이 타고난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청랑왕의 유산을 물려받은 덕분이다.

성장한 덕분에 막여의 강함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흠씬 두들겨 패,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막여의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은 그가 진심임을 알려주었다.

두려움이 없진 않으나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백은 지키겠단 마음이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빛이 강해졌다.

[‘백수안’이 발동했습니다.]

[대상자의 정신 방어력이 높아 ‘백수안’이 실패했습니다.]

이백은 자의로 백수안을 발동시킨 게 아니다.

애초 백수안이 사람에게도 통하는 힘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나 그의 의지에 백수안이 반응해 발동하게 된 것이다.

백수안(百獸眼)은 짐승들을 기세를 일시적으로 꺾어 속박하는 힘이고, 인간 역시 크게 보면 동물이라고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림고수인 막여에겐 통하지 않았다.

막여는 고수답게 감각이 예민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백수안의 존재는 알지 못했으나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뭐야? 새끼, 뭘 한 거야! 기분 나쁜 새끼… 그냥 죽어라!”

불쾌해진 막여는 이백에게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거칠었으나 속도는 상당했다.

허나 속도하면 이백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후욱!

막여의 권격이 이백에게 향했다.

허나 그의 주먹은 허공만 때렸을 뿐이다.

막여의 주먹이 닿기 직전에 이백이 피한 탓이다.

자신의 주먹을 피할 줄 몰랐는지, 막여는 살짝 놀랐다.

“새끼… 운이 좋네. 그 운이 얼마나 갈까!”

막여는 이백이 자신의 권격을 피한 걸 운으로 치부했다.

그렇기에 다시 권격을 펼쳤다.

허나 이백은 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그의 권격을 자연스럽게 피했다.

청랑보는 전대 십왕(十王)인 청랑왕의 삼대절학 중 하나다.

무림 십대보법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견줄 정도로 뛰어난 보법이다.

그런 청랑보라면 한 수 위의 고수라도 충분히 상대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니 당연한 결과다.

“이 새끼가……!”

“헉!”

두 번이나 피했다면 더 이상 운이 아니다.

자존심이 상한 막여는 눈이 뒤집혔다.

그는 드디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막여는 검은 아지랑이가 번들거리는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흑살기(黑殺氣)였다.

겉보기만 위협적인 게 아니라 실제로도 매우 위험한 기운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를 파괴하는 침투경의 일종이라 스치는 것도 위험하다.

이백은 전력을 다해 청랑보를 펼쳤다.

“어딜 도망쳐!”

막여도 이백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보법은 이백에 못 미치지만, 그에겐 산전수전을 통해 쌓은 노련함이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청랑보라도 한계가 있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은 이백은 반격하기로 결심했다.

“풍운뇌… 커억!”

“흐흐… 추어(鰌魚) 같은 놈, 잡았다!”

이백은 풍운팔식의 극의 풍운뇌우를 펼쳤다.

정확히는 펼치려는 순간, 막여의 권격이 더 빨랐다.

방열의 경우는 이백이 반격할 거란 생각조차 못 했기에 무방비하게 허용했지만, 막여는 달랐다.

사파도 지저분하지만, 흑도의 지저분함을 따라가지 못 한다.

그런 흑도(黑道)에서 구르고 구른 막여다.

때 묻지 않은 애송이를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흑살기에 당한 이백은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런 그를 막여가 차가운 얼굴로 내려봤다.

“윽!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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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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