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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만수조종이 되었습니다-9화 (9/200)

9화. 북천표국(北川鏢局) (1)

“꾸준히 내공심법을 운용해주면, 내공이 많이 쌓이는군요.”

“그걸 축기(畜氣)라고 하지.”

[내공의 이해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제갈세가로 향하는 동안이라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었다.

이백은 제갈천기에게 부탁해 무학의 이론을 배우고 있었다.

독학(?)으로 수련한 탓에 기초가 부실했다.

강해지기로 마음 먹은 이상 이전처럼 설렁설렁 지낼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처럼 이백의 부탁이기에 제갈천기가 직접 무학의 이론을 가르쳐주었다.

무위만 본다면 금검이 더 높았다. 하지만 제갈세가의 혈육답게 이론을 가르치는 건 제갈천기가 더 났다.

그렇기에 직접 가르치게 된 것이다.

“내공의 기초 이론은 이쯤이면 될 거 같고, 그다음은 보법인데… 보법은 자네도 능숙하니…….”

무공을 익힐 때, 2대 기본은 내공과 보법이다.

다만 이백이 청랑보를 펼치는 걸 보면 굳이 보법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애초 이백은 싸우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에 중점을 둔 탓에 청랑보만 주구장창 수련했으니 당연하다.

“보법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신법과 경공에 대해 알려주겠네. 보법(步法)이 발을 쓰는 방법이라면 신법(身法)을 몸을 쓰는 방법이고, 경공(輕功)은 몸을 가볍게 해 멀리 움직이는 방법이네.”

셋은 분명 다른 공부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공부라고 할 수도 없다.

제갈천기의 말처럼 세 공부는 서로 연장선에 있기에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체득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렇게 제갈천기의 신법과 경공 이론이 진행되었다.

“…라는 이유로 단거리는 보법을 펼치고, 중거리는 신법 그리고 장거리는 경공을 펼치네.”

[신법의 이해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경공의 이해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내공심법마다 사용되는 고유 혈맥은 다르지만, 핵심은 얼마나 세밀하게 분배하느냐에 달려 있지. 이해하는가? 으음…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마차를 갈 때, 연습해 보세나.”

“예 형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몸으로 익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몸으로 익힐 수 있다면 천하제일고수는 제갈세가에서 배출했을 것이다.

결국 무공을 펼치는 건 육신이니, 몸에 밸 수 있게 반복연습하는 길 밖에 없다.

이백은 눈을 감았다.

심상 속에서 보법, 신법, 경공의 차이를 궁리하는 것이다.

제갈천기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러던 중 마차가 멈추었다.

“대공자님, 주변에 마을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하시지요.”

필연적으로 노숙을 자주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백에겐 수련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제갈천기는 이백과 함께 마차에 내렸다.

그리곤 노숙 준비를 하는 금검대에 방해되지 않게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 직접해봐. 처음이니 쉽지 않겠지만 계속 수련하다 보면 깨달을 수 있… 헐~!”

제갈천기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백의 신형이 사라졌다.

6성의 청랑보다웠다.

허나 그가 놀란 건, 그 때문이 아니다.

이백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정확히는 발놀림이 몸놀림으로 바뀌었다.

뭐가 다르냐 말할 수 있지만, 쓰임이나 펼치는 입장에서 다르다.

허나 고수일수록 그 경계가 희미해지니, 같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신법의 기본을 체득하셨습니다.]

[‘청랑신법’에 입문하셨습니다.]

청랑보에 신법의 기본이 접목되자, 청랑신법이 만들어졌다.

애초 청랑왕은 보신경(步身輕)의 경계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청랑신법이라는 게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보법에 이어 경공까지!”

처음에는 살짝 불안정해 보이더니 어느새 그 형태를 이루었다.

제갈천기가 경악하는 게 당연했다.

[경공의 기본을 체득하셨습니다.]

[‘청랑질주행’에 입문하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전부 청랑보에서 파생되었다.

아니, 청랑보 속에 숨겨져 있었다고 보는 데 더 정확하다.

그렇다고 한들 몸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는지, 이백의 표정이 아리송해 보였다.

“하아… 이…렇게 하는 게 맞습… 음? 왜 그러십니까? 역시 너무 엉성하죠?”

“자, 자네… 천재인가?”

제갈천기의 너무도 뜬금없는 말에 이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형님, 놀리지 마십시오. 저 같은 게 무슨 천잽니까?”

“자네… 허…….”

이백의 반응에 제갈천기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의 반응이 겸손이나 가식이 아닌 진심임을 눈치챈 탓이다.

이백은 아직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깨닫지 못했다.

그런 그를 보며 제갈천기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본가의 누이 중에 누가 잘 어울리려나?’

*  *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차를 중심으로 인마들이 빠르게 달렸다.

언제 흑야가 뒤쫓아올지 모르니, 그 전에 목적지에 당도해야 했다.

달리는 말을 탄다는 것은 굉장히 체력을 소모한다.

허나 누구도 쉬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암비가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걸 아는 탓이다.

서걱!

그때 바퀴가 부서지며, 마차가 전복되고 말았다.

이에 사천당가의 고수들은 기겁했다.

“애, 애기씨!”

“흘흘흘… 다 도망쳤느냐.”

불쾌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때렸다.

고갤 돌려보니 흑야가 보였다.

바퀴가 부서진 게 그의 소행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사천당가 고수들은 각자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이번 임무를 위해 선별된 고수들답게 그들이 뿜어내는 살기는 무시무시했다.

허나 한때 십대살문의 주인이었던 흑야에겐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애송이들아, 살기(殺氣)란 이런 거란다.”

“흐윽!”

“큭!”

수없이 많은 살행을 통해 정제된 살기는 격이 달랐다.

허나 격이 다른 건, 살기만이 아니다.

서걱, 푹, 푸푹, 서걱, 푹!

찰나의 움직임이었다.

허나 사천당가 수십여 고수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들이 약한 게 아니다.

흑야가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다.

그런 흑야를 이렇게 만든, 살왕은 더한 괴물이다.

흑야의 눈에 광기가 번들거렸다.

“아가야, 미안하구나.”

서걱.

흑야의 검이 마차를 통째로 베었다.

허나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대와 달리 마차 안에는 아무도 없던 탓이다.

“이것들이…! 노부를 우롱해!”

눈이 뒤집힌 흑야는 검을 마구 휘둘렀다.

검기에 의해 주변에 있던 죽은 당가 고수들의 시체가 난도질당하고 말았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이대로… 이대로 포기할 줄 알고!”

이미 사천당가. 정확히는 독선의 노를 살 걸 감안하고, 당가 고수들을 베었다.

결코 빈손으로 물러날 수 없다.

흑야는 당령을 죽이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암비가 그랬듯 사천당가 고수들 역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흑야의 눈을 돌린 것이다.

그 시각 당령은. 그녀를 업은 장철우가 진짜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  *  *

“헉… 헉… 헉…….”

장철우는 달리고 또 달렸다.

자신들. 정확히는 자신의 등에 업힌 당령을 살리기 위해 사천당가 고수들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 수 없었다.

‘령이… 우리 령이만은… 살려야 해!’

그들 때문만이 아니라도 십여 년을 자신의 여식처럼 키운 당령이다.

이대로 심장이 터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만큼은 살리고 싶었다.

다행히 북천현에 당도했다. 그리고 목적지인 북천표국도 곧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만 도착한다면 당령은 살 수 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현판이 들어왔다.

[北川鏢局]

사천 북부를 대표하는 북천표국에 당도한 것이다.

표사만 수백여 명을 둘 정도로 거대한 표국답게 장원 역시 상당히 컸다.

표국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장철우를 보곤 포권을 취했다.

“본 표국에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헉… 후… 표국주… 표국주님… 뵈러 왔습니다.”

장철우의 말에 그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천표국주를 만나려고 하지만, 그와 만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았다.

표국주는커녕 대총관이나 총표두조차 만나기 쉽지 않다.

그게 바로 북천표국의 위치였다.

그런데 형색도 누추한 자가 감히 표국주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표국의 입구를 지키는 자들의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허나 평소 교육을 잘 받았으니 그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표국주님과 약조하셨습니까?”

“약조…하지 못하였습니다.”

장철우의 대답에 그들의 눈빛이 차갑게 바뀌었다.

언제나처럼 표국주의 눈에 들기 위해 온 자라고 생각한 탓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돌아가시오. 표국주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오.”

“표국주님께… 그분께… 전해주시오. 철위단(鐵衛團)의…….”

장철우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들은 검파에 손을 대며 위협적인 기세를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북천표국주의 비사를 알지 못한 듯싶었다.

“물러나라고 했소.”

“…국주님! 십여 년 전! 적 부인을 모셨던! 장철웁니다! 국주님!”

북천표국의 표사들은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기세였으나 장철우도 물러날 수 없었다.

언제 흑야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북천표국주만이 당령을 지켜줄 수 있다.

그러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화가 난 표사들이 검을 휘두르려는 때였다.

“무슨 소란이냐!”

“대, 대표두님을 뵙습니다.”

“대표두님을 뵙습니다!”

거구의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북천표국에는 네 명의 대표두가 있으니, 그는 그중 한 명인 듯했다.

대표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장철우를 바라봤다.

그라면 알거라 생각한 장철우가 정중하게 자신을 밝혔다.

“저는 십여 년 전, 철위단에 몸담았던 장철우라 합니다.”

“철위단? 어디서 들어봤는데…? 자, 잠깐! 철표(鐵鏢)의 철위단? 소희 아가씨를 호위했던 그 철위단 말인가!”

거구의 대표두는 경악했다.

철위단은 요인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보표단이다.

형태가 다를 뿐, 표국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철위단주 철표는 보표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다.

절정의 무위는 물론, 그가 가진 보표로서의 수행 능력은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십여 년 전, 철표가 이끄는 철위단이 몰살당하면서 그 전설은 사라지게 되었다.

대표두가 경악하는 이유는 철위단이 유명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구, 국주님을 뵙고 싶습니다. 지금 쫓기고…….”

챙!

언제 움직였는지, 대표두는 장철우의 앞을 가로막은 후 대도를 휘둘렀다.

허나 그 역시 쉽지 않았는지, 대표두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큭! 누구냐!!”

“죽어라!!”

장철우. 정확히는 그의 등에 업힌 당령을 베려고 한 자는 바로 흑야였다.

한발 늦긴 했지만 결국 뒤쫓아온 것이다.

장철우는 기겁하며 외쳤다.

“흐, 흑야!”

“뭐! 미친 늙은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국주님과 총표두님께 아뢰…….”

“그럴 필요 없다. 이미 나왔으니까.”

누구보다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격이 다른 진중한 기세.

그가 바로 북천표국의 국주 북천검(北天劍) 적무산이다.

“본 표국의 앞에서 피를 보려 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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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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