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二章 : 아수혈사(阿修血死)
남자로서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제일 먼저 아운에게 달려 든 것은 삼백의 광풍사들이었다.
그들은 단번에 아운을 무너트릴 기세였다.
"가라!"
고함과 함께 아운의 주먹이 폭풍처럼 휘둘러졌고, 연환육영뢰가 단 한 주먹에 펼쳐졌다. 내공소모가 많은 삼절황 대신 편하게 펼칠 수 있는 초식을 펼친 것이다.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거대한 태풍이 앞장서서 달려오는 이십여 명의 광풍사를 휩쓸었다. 그들의 신형이 가랑잎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며 쓰러졌다.
그들 중 대다수가 아운의 권강이나 기세에 휩쓸려 죽은 상태였다. 달려들던 광풍사들이 주춤하였다.
아운은 다시 호흡을 조절한다.
비록 단 한 번에 광풍사의 기세를 꺾는데 성공하였지만, 내상과 외상이 더욱 악화되고 만 것이다. 실제 그의 내외상은 절대 작은 것이 아니었다.
야율초의 예리한 시선이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옆에 서 있는 탐우라를 보고 말했다.
"사형 이제 사형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권왕은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입니다. 사형이 나선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걸로 지금까지 해온 사형의 잘못을 상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탐우라의 안색이 미미하게 떨렸다.
"알고 있었는가?"
"근래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말하는가?"
"사형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 정도는 해 주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탐우라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흘러 나왔다.
문득 자신을 향해 힘없이 웃으면서 이별을 고하던 능유화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이 잡아 주길 바라던 눈동자.
하지만 탐우라는 사매의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잡아도 이미 정해진 일이 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그녀가 탐우라에게 왔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의 남편을, 아니 자신이 낳은 아이의 아비를 도와 달라 하였다. 그녀는 아이의 아비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위해 울고 있었다.
탐우라는 그날 결심했었다.
최소한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불행해지는 것은 막아주자고.
그게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구천혈맹이었다.
칠사 중 한 명의 간세.
그는 바로 탐우라였던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가?"
"능사매와 사형의 관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여 칠사 중 한 명이 구천혈맹과 관련이 있다면 사형일 것이라고 짐작했었습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조사를 하였지만, 조금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사형이 장우사를 만난 이후 확실하게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사형은 장우사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냥 물러 섰었습니다."
탐우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외팔이인 장우사를 만났을 때, 탐우라는 분명히 그를 죽일 수 있었다.
"알겠네. 권왕은 내가 상대하지 . 모두 물러서게 하게. 괜히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사형 . 그는 상처 입은 야수입니다."
"알았네. 그리고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고맙네."
야율초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사형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배신을 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형을 이용해 권왕을 죽이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탐우라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사제의 마음을 잘 알고 있네. 너무 자책하지 말게."
탐우라가 천천히 앞으로 나서자. 야율초가 주춤거리는 광풍사들을 보고 명령을 내렸다.
"모두 물러서라! 저자는 탐사형이 처리한다."
광풍사들은 모두 굳은 얼굴로 물러섰다.
그들은 모두 주춤거리고 있었지만, 결코 겁을 먹은 표정들은 아니었다. 단지 강한 적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함부로 달려들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탐우라가 천천히 아운을 향해 가자, 야율초가 그의 뒷모습을 보고 두 눈을 잠시 감았다.
안타까웠다.
'이겨도 장수가 없다면 중원을 다스리지 못한다. 참으로 아까운 광전사들이 한두 명씩 사라지는구나. 사형 꼭 이기시길 바랍니다.'
야율초로서는 자신이 탐우라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였다. 아무리 광전사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그가 지은 죄는 적지 않았다. 지금 거의 기진맥진해 있는 아운을 처치한다면 그 죄를 사할 수 있는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만약 광풍사가 전부 죽을 때까지 공격을 하고 난 다음 상대한다면 너무 눈에 띄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하여 그 공이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아운의 남은 힘을 본 다음이라 지금 탐우라가 그를 이긴다면, 누구도 그의 공을 약하다 하지 못할 것이라 야율초는 생각한 것이다.
'권왕의 부상은 크다. 지금 상태라면 결코 탐사형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야율초의 판단이었다.
"후후."
아운의 입가에 흐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내상이 상상이상으로 큰데 강적이 나타나자, 자신의 신중하지 못한 부분을 스스로 자책한 것이다. 설마 일이 이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는 이긴다. 이 정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어찌 대전사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아운은 자신을 달래며 탐우라를 바라보았다.
탐우라는 아운에게 포권지례를 한 후 정중하게 말했다.
"또 보게 되는군. 무림맹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욱 강해진 것을 보니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축하하네."
아운역시 마주 포권지례를 하며 대답하였다.
"단지 극의로 가는 중일뿐이오. 아직 도달하지 못해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라 참으로 힘이 드오."
"극의에 도달하는 것이 쉽다면 세상엔 절대고수들이 넘치고 넘칠 것일세, 자네는 자네의 나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을 가고 있으니 능히 자부심을 가져도 되네."
아운의 입가에 염은 미소가 감돌았다.
"조금 위안이 되는 것 같소. 선배."
탐우라가 기꺼운 미소를 지었다.
"권왕에게 선배란 말을 듣다니 영광이군. 하지만 무공에 있어서는 내가 하수라 선재 공격을 하겠네. 자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은 알지만, 사정이 나로 하여금 그것을 참작하지 못하게 하는군, 이해 바라네."
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사를 놓고 싸우는 중이오. 상대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 내가 선배라도 그렇게 할 것이니 조금도 염려 마시오."
"고맙네. 그럼."
탐우라의 신형이 눌러 놓았던 용수철처럼 튕겨 나왔다.
그는 혈영보법과 혈명마장(血鳴魔掌)을 동시에 펼치고 있었다. 강호 무림의 사대장법 중 하나인 혈명마장은 변화무쌍하기로 유명한 장법이었다.
'시간을 끌어 내 상처가 더 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아운은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기엔 상처가 너무 위중했고, 결전을 치를수록 더해질 것이다. 다행이라면 불괴수라기공의 효능이 강하게 발휘되면서 빠르게 치유가 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특히 결전이 심해지고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질 것이 뻔했다.
아운의 주먹이 직선으로 질러나갔다.
연환육영뢰의 네 번째 절기인 사환권이었다.
육영뢰중에 가장 변화무쌍하고, 내공소모도 적은 초식이었다.
네 가닥의 권경이 꿈틀거리며 혈명마장의 변화를 차단하고 탐우라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갔다.
탐우라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역시 혈명마장으로는 무리인가? 그렇다면.'
탐우라의 눈에 광체가 어렸다.
그의 손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이 은은한 자주색으로 변하면서 사환권의 강기를 뚫고 아운의 사혈을 노리고 밀려갔다.
그의 절기 중 가장 표독하다는 마라혈수인이 펼쳐진 것이다.
자주색의 강기를 본 야율초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움켜쥐었다. 마라혈수인이 십이 성에 이르면 혈기가 자주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탐사형은 근래 들어 무공의 진보가 있었구나. 저 정도라면 부상심한 권왕이 받아 내긴 힘들 것이다.'
야율초가 희망을 가질 때 아운의 신형이 흐느적거리면서 마라혈수인의 강기를 교묘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야율초의 말대로 탐우라의 공격을 받아내긴 힘들어도 피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탐우라의 공격을 피한 아운의 손에서 세 가닥의 암기가 날아갔다. 내공 소모가 거의 없는 공격법을 선택한 것이다.
아운이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삼살수라마정의 위력은 큰 변함이 없었다. 탐우라는 아차 하는 심정으로 혈영보법을 펼치면서 동시에 혈명장법으로 암기를 쳐 내려 하였다. 그러나 아운의 암기는 빠르고 날카로웠다.
세 가닥의 암기 중 한 가닥이 탐우라의 오른손을 뚫고 날아갔다.
"크윽"
부상당한 맹수는 사나워진다.
탐우라는 내외상이 심한 아운이 설마 송명을 상대할 때와 비슷한 위력의 암기를 던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조금 방심하다가 당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단지 손 한 쪽이 뚫렸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 쓰러지거나 기가 죽을 탐우라가 아니었다.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아운을 몰아 붙였다.
탐우라는 혈영보법으로 아운에게 다시 다가서며 마라혈수인을 다시 한 번 펼치고 있었다.
조금 전 보다 더욱 위력적이었다.
아운은 이를 악물었다.
일반적인 무공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극신공을 전부 끌어 올렸다.
아운의 손에서 반월형의 강기가 뿜어져 탐우라의 마라혈수인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팍"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운이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 설 때 탐우라는 다시 한 번 다급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충돌의 바로 그 순간 세 가닥의 섬전이 그의 머리와 심장 그리고 단전을 향해 날아온 것이다.
탐우라가 다급하게 몸을 날려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러고서야 겨우 세 가닥의 섬광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역시 두 군데나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운 역시 월광분검영과 삼살수라마정을 동시에 펼쳐 일단 탐우라를 물리쳤지만 이번의 충돌로 숨이 꽉 막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내상이 심해지고 말았다.
특히 지금 아운의 상태에서 월광분검영과 삼살수라마정을 동시에 펼친 것은 너무 큰 무리였다.
아운으로선 이 한 번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것이다.
문제는 심한 내상으로 인해 월광분검영의 위력이 삼분의 일에 불과했었고 삼살수라마정도 제 위력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아운은 다시 공격해 올 탐우라를 방어하기 다시 한 번 급하게 무극신공을 끌어 올렸다.
"큭"
겨우 신음을 삼켰다.
아운은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기혈이 막혀 움직일 수가 없다.'
무리한 운공으로 인해 그의 몸 안은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으며, 기혈이 엉킨 채 막힌 상황이었다.
빠르게 아물어 가던 외상도 다시 터지면서 선홍빛 피가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아운은 다급했지만 침착하게 팔을 들어 기묘한 자세를 취한 채로 탐우라를 바라보았다. 누가 보아도 지금 그가 움직일 수 없어서 그냥 서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땅바닥을 세 바퀴나 굴러서야 겨우 아운의 삼살수라마정을 피한 탐우라는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아운을 바라보았다.
그도 더 이상은 함부로 아운을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아운의 자세는 언제든지 암기를 쏘아보 낼 수 있는 그런 자세였다. 탐우라는 자신의 최고 절기인 혈라강기를 끌어 올리고 아운의 기색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운은 얼굴을 굳힌 상태로 역시 탐우라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운은 내심 초조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모든 인내를 짜내고 있었다. 단전에 내공이 희미하게 남아서 막힌 기혈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무극신공이 구 단계에 이르면서 무극신공과 불괴수라기공은 거의 하나가 되어 움직였었다. 그런데 진기가 고갈되고 내상이 심해지자, 두 개의 진기가 각자 분리되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운이 무극신공을 끌어 올리자, 불괴수라기공의 잔여 진기는 미세혈관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아운은 그 불괴수라기공의 진기를 찾아 끌어 올리려고 하였지만 미세하게 남은 진기는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송문과의 대결에서 받은 타격이 생각보다 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상과는 다르게 외상은 불괴수라기공으로 인해 천천히 아물어 가고 있었다.
'어째서 외상엔 불괴수라기공이 작용을 하는데 내상엔 전혀 미동도 하지 못한단 말인가?'
아운은 초조했고, 초조하다 보니 무극신공을 더욱 무리하게 끌어 올리고 말았다. 그러자 갑자기 기혈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운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주화입마'
갑자기 주화입마의 초기증상이 나타나자 아운은 당황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뒤틀리는 기혈을 바로 잡으려 하였지만 그럴수록 더욱 주화입마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아운을 살피던 야율초는 무엇인가 이상한 기미를 느꼈다.
처음엔 아운이 신중하게 탐우라를 상대하느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운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아운에게 무엇인가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가슴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 가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권왕의 몸은 이미 금강불괴에 이른 것 같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탐사형이 불리해진다. 그리고 권왕의 표정을 보니 지금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야율초는 아운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얼른 탐우라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형 지금 아운은 내상이 심해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 다.'
탐우라 역시 아운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이라 야율초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후후, 내상이 심한 모양이군,"
아운은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긍정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표정.
탐우라는 망설이지 않고 아운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의 손에서 다시 한 번 혈라강기가 뿜어져 아운을 향해 밀려갔다. 아운은 그 순간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지금 상황에서 탐우라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무극신공이 안 된다면 아직 암기가 남아 있었다.
아운은 삼살수라마정을 생각하면서 무극신공을 풀어 놓았다.
아주 미세한 불괴수라기공이 그의 손에 모이자, 그는 지체하지 않고 수라마정을 쏘아 보냈다. 위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삼살수라마정이 그의 손에서 쏘아져 날아갔다.
수라마정과 혈라강기가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아운은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최선'
그런데 무극신공을 놓고 나자 갑자기 불괴수라기공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시원하게 기혈을 뚫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운은 한 순간에 깨우치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주된 무공인 무극신공을 끌어 올리면서 내외상을 치료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내공인 불괴수라기공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차단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무극 신공을 놓아 버리자, 무극신공이 단전으로 돌아갔고, 그 대신 미세혈관 쪽에 몰려 있던 불괴수라기공이 그 자리로 모이면서 아운의 기혈을 뚫은 것이다.
무극신공과 불괴수라기공은 서로 역할이 다르다.
물론 구단계에 오르면서 두 개의 진기가 거의 합일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하지만 진기가 거의 고갈되면서 두 개의 진기는 서로 분리되어 움직이면서 서로 반목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불괴수라기공을 포용하고 있었던 무극신공이 약해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결전 중이라 아운은 자신도 모르게 무극신공을 끌어 올렸고, 그 무극신공을 억지로 끌어 올리면서 더욱 기혈을 뒤틀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운은 그 이치를 지금 이 순간에야 깨우쳤다.
'후후 하긴 알아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삼살수라마정으로 탐우라의 강기를 이길 순 없으니 죽으나 사나 나는 무극신공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었을 테니.'
불괴수라기공이 아운의 기혈을 타동하는 순간 세 가닥의 삼살수라마정을 튕겨낸 혈라강기가 아운을 강타하였다. 아운의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다행이라면 삼살수라마정을 쳐 내느라 혈라강기가 다소 약해졌다는 점이었다.
'놓으면 되는 것을, 비우면 되는 것을.'
아운은 자신의 미련함을 탓했다.
"턱"
아운의 신형이 다시 한 번 건물의 벽에 충돌하면서 멈추었다.
마침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불괴수라기공 덕에 죽지는 않았지만 사실 죽은 것이나 큰 다름이 없었다.
아운은 아련한 시선으로 자신을 재차 공격해오는 탐우라를 바라보았다. 혈광이 깃든 혈라강기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찢어 놓을 것 같았다. 손을 들었다. 그는 이 한 번의 공격에 자신의 모든 내공을 쥐어 짜 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