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권. 제장. 살수무적 (殺手無敵)- 上(2) (219/228)

第八章 : 살수무적 (殺手無敵)- 上(2)

"그‥‥ 그게 선배 말이오."

"왜 안 될 것 같은가?"

흑칠랑의 험악한 표정을 보면서 야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안된다고 하면 뒷감당이 어려울 것 같았다. 

말이 조금만 엇나가면 폭력을 휘두르는 흑칠랑으로 인해 야한은 무척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하, 선배 굳이 위험한 일을 자초할 필요가?"

대충 얼버무린다. 

"험험 역시 너도 나를 믿고 있었구나, 흐흐"

"내.. 내가 말이오? 내가 언제?"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무엇이냐? 저들을 이길 수 있지만, 위험하긴 하다는 말 아니냐? 그 말은 결국 너도 내 실력을 능히 인정한다는 말이 아니겠느냐? 역시 너는 내 후배답게 보는 눈이 있단 말야!"

흑칠랑의 의기양양한 말에 야한은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 말이 그렇게 해석되리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저렇게 무지하니까 권왕과 싸울 생각을 하겠지.

야한은 살포시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하하 뭐 그런 셈이죠. 하지만 제발 무리는 마슈."

'자칫하면 내가 형수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오.'

물론 뒷말은 속으로만 한 말이었다. 그리고 흑칠랑에게 뒤처지는 것이 싫어 기어코 한마디 덧붙이고 말았다. 

"뭐 사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도 진은 어느 정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한편 서문정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웃지도 못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흑칠랑이 권왕의 적수란 말은 농담치곤 좀 심한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단 둘이서 당장이라도 광풍전사단의 진세를 파해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니 무척 실없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흥! 두 분은 정말 광풍전사단의 절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서문정의 물음에 흑칠랑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너무 당당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서문정은 조금 눈살을 찌푸리고 흑칠랑을 바라보았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별로 무안해 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야한을 바라보았다. 

야한은 서문정이 자신을 보자, 역시 태연한 표정으로 마주 바라보았다. 

'하 이렇게 보니 군사도 무척 미인이네.'

야한은 새삼스럽게 서문정의 얼굴이 예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비웃든 말든 관심도 없었다. 

서문정은 야한의 눈빛에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야한 역시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다. 

"군사는 우리가 실없이 농담이나 하는 사람들로 보이오? 물론 나 혼자는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절진을 흔들어 놓는 것은 가능하지."

"두 분의 무공으로 말인가요?"

노골적인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 

야한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이런 썅, 요 계집이 우릴 비웃어 성질대로 확, 에구 내가 참는다. 참어 , 하지만 지금 그 태도를 추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

야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진을 부수고 파해하는 것은 꼭 무공이 강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여기 흑칠랑 선배는 특수한 무공에 강한 편이라 단순히 무공 고하를 따지면 안 될 것이오, 험험, 그리고 뭐 내 자랑은 아니지만 밤이 되면 나도 상당히 세지는 편이오. 그래서 내가 야(夜)씨요, 흐흐 밤에 날 이길 자는 거의 없지."

야한의 말에 흑칠랑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밤이 되면 내게 까불만하다는 것을 인정은 하지, 하지만 후배야 너는 아직 나를 모른다. 내가 저기 끼어들기만 하면......"

"그만, 두 분의 말씀 잘 들었어요, 그럼 그렇게 보지만 말고 제발 좀 도와주시는 것이 좋지 않은가요?"

드러내놓고 비웃고 있었다. 

흑칠랑과 야한이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흑칠랑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대가 없이 힘쓰는 짓은 안 하지."

야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암, 자고로 장부는 대가만큼 움직여야 하는 것, 특히 이런 일은 목숨이 달린 일이라 쉼게 움직여서는 안 되지."

흑칠랑이 그 말을 듣고 새우눈으로 야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놈 세월이 흐르면서 느는 건 말뿐인가? 그런 놈이 왜 권왕 일이라면 받는 것 없이 나대냐?"

야한은 뻔뻔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요? 난 권왕님에게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소,"

"무슨 대가 말이냐? 난 그가 대가를 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흐흐! 그래서 선배는 속물이라고 하는 것이오. 우선 나는 고금천추천하제일고수와 함께 한다는 명예를 얻고 있으니 그것이 하나요. 권왕의 그 맹렬한 폭력에 대한 짜릿함. 으흐흐! 그게 둘이오."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는 야한을 보면서 흑칠랑은 기가 막혔다. 

'이자식이 우칠인지 맹칠인지 그 자식한테 물들어서 별 이상한 소리를 하질 않나, 저 표정이라니 이 놈 이거 아주 맛이 갔네.'

흑칠랑이 한참 야한을 비웃고 있을 때였다.

야한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서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선배는 왜 권왕이 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오?"

헉! 하는 표정으로 당황하던 흑칠랑은 얼른 정색을 하고 대답하였다. 

"그야, 나는 확실한 이유가 있지."

서문정도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야한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어서 말해 보시오, 선배,"

"흠! 우선 권왕과 겨루려면 그를 알아야 하고, 그의 곁에서 그를 파악할 수 있는 구실이 있어야 하지, 나는 그의 일을 도와주며 그를 연구하는 중인 것이다. 고로, 네놈은 그에게 빌붙어 있는 것이고, 나는 미래의 영광을 위해 잠시 그의 편이 되어 주는 것뿐이다. 알겠는가? 후배,"

야한의 표정이 구겨졌다. 

서문정 역시 고개를 돌리면서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다. 신경 쓰지 말자.'

좀 늦게 안 편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귀를 기울인 것이 억울해서 한마디는 쏘아 주었다. 

"그렇게들 자신 있으면 저들의 진세를 무너트려 보세요. 그럼 두 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드리죠. 아님 한쪽에 조용히 있어 주세요,"

서문정의 말에 야한의 눈이 번쩍 떠졌다. 

"흐흐 군사 그 말 정말이오?"

야한의 물음에 서문정이 고개를 돌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제가 헛소리를 하겠어요. 그래도 무림맹의 군사인데,"

"그러니까? 저 진세만 파해하면 무엇이든 주겠다. 이것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이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이오."

서문정이 피식 웃었다. 

"물론이에요."

야한이 흑칠랑을 돌아보며 물었다. 

"들었소? 선배."

"들었다."

야한은 마치 다짐이라도 하려는 듯 아직 그녀 곁에 남아서 그녀를 호위하고 있는 몇몇 선은들까지 보며 확인을 하였다. 

"모두 들으셨죠?"

선은들은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이 광풍전사단의 진을 파해 할 수 있다면 그들도 두 사람에게 무엇이든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한이 눈을 세모로 바꾼 채 흑칠랑을 보고 말했다. 

"우리가 잠시 권왕님의 그늘에 있었기로 세상이 우리를 아주 우습게 보는 모양이오. 그래서 말인데 선배,"

흑칠랑은 약간 불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뭐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그래도 내 선배라면 스스로 한 말에 대해서 증명을 해 보여야 하지 않겠소."

"증명."

"그렇소. 나와 함께 광풍전사단인지, 광풍뭔지 하는 자들을 뒤집어 놓아 저들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것이냐?"

"반드시 할 필요가 있소,"

"어째서냐?"

"말만 앞서는 인간이라고 여기 있는 무인들이 선배를 우습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오. 모두들 선배가 권왕의 적수는커녕 단 일 권조차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흑칠랑이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나직하게 으르릉 거렸다. 

"뭐라고? 이런 썅,"

거기에 야한이 다시 불을 지른다. 

"그리고 여기 무림맹의 군사가 우리에게 의뢰를 하였소. 의뢰비는 뭐든지요, 뭐든지. 흐흐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보았으면 그런 조건을 걸었겠소. 한 마디로 실력도 없이 떠들지 말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란 말 아니오?"

흑칠랑이 서문정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청부를 한 것이 맞소?"

서문정은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이젠 두 사람과 말하기도 싫었다. 

"물론이에요. 하지만 괜한 일로 목숨을 걸지 마세요. 십사대 고수 두 사람도 저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더 이상 말시키지 말았으면 해요. 저는 지금 몹시 바쁘거든요."

흑칠랑의 눈썹이 곤두섰다. 

"좋아 그 청부 받지, 세상의 무공은 빛과 그늘이 있고, 그늘의 무공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

'계집 그리고 지금 네 년이 나를 무시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하게 돌아올지도 알게 될 것이다.'

흑칠랑의 말에 고개를 돌리던 서문정이 다시 고개를 돌려 흑칠랑을 바라보았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야한이 야릇한 표정으로 흑칠랑을 보고 말했다. 

"마침 어둠이 적당하게 깔리고 있소. 선배."

"흐흐 네 놈이 어둠속에서는 능히 나와 견줄 수 있다는 것을 내 인정하고 있던 참이다. 저들에게는 재앙이라 할 수 있지.

더군다나 저들은 제법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중이다."

"흐흐! 군사 무엇이든 주겠다는 말 잊지 마시오."

서문정은 야한의 표정을 보면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무엇인가 큰 실수를 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럼, 우린 이제부터 시작하리다."

야한이 신법을 펼쳐 광풍전사단과 겨루고 있는 무림맹의 고수들 틈으로 다가가자, 흑칠랑 역시 서문정을 보고 한 마디 남긴 후 신법을 펼쳐 야한의 뒤를 따랐다. 

"흠, 군사의 말이 그렇게 가벼우면 안 되는데, 그걸 모르는 걸 보니 아직 어리군,"

서문정이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마지막에 흑칠랑이 남긴 말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주워 담기엔 들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 말로 인해 무림에 또 다른 두 명의 영웅이 탄생하게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후 그녀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강호무림에 전설처럼 전해오는 삼대살문과 어둠의 암자가 있었다. 그들 중 아운의 암혼살문과 흑칠랑, 그리고 한상아의 사문은 강호 무림의 삼대 살문이었다. 

이들의 전통은 구파일방오대세가보다도 휠씬 역사가 깊었고, 그들의 잠재력 역시 어느 누구도 함부로 평가 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그들이 평범하다면 강호 무림의 유구한 역사 동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야한 역시 무림 역사상 가장 무서운 살수 중 한 명이라는 어둠의 암자. 그의 뒤를 이은 자였다. 

어둠의 암자는 강호 무림의 수많은 개인 살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삼대살문의 실력에 뒤지지 않았던 자였다. 

야한이 어떻게 그의 무공을 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의 암자는 어둠속에선 능히 무적이라고까지 불리던 자였다. 

흑칠랑은 야한이 누구의 후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흑칠랑과 야한은 아운을 만나면서 정말 부단히 노력을 해 왔다. 흑칠랑은 어떻게 해서든 아운을 이기기 위해, 야한은 흑칠랑을 이기기 위해,

또한 아운의 지시로 금룡단을 가르치고 그들의 교두 노릇을 하면서 두 살수가 배운 것은 더욱 많았다. 특히 아운이 금룡단을 가르칠 때 주워듣고 깨우친 것은 사문으로부터 배운 것 이상이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아운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두 사람에게 몇 번의 깨우침을 준 것이다. 물론 아운은 금룡단을 가르치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그런 깨달음이 흑칠랑과 야한을 지금까지 아운의 곁에 머물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들 자신도 얼마나 강해졌는지 스스로 알지 못했다.

단지 광풍전사단의 진에서 폭풍처럼 흐르는 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십사 대 고수들을 상대하면서도 최소한 상대의 기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툭하면 아운의 기세와 싸웠던 그들이었다. 

그것도 중독성을 가지면서 적응이 되어 버린 것이다. 

광풍전사단과 힘겹게 결전을 벌이고 있는 무림맹의 고수들 사이로 끼어 든 야한은 목우성승과 검혼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더 없이 진지했다. 

지금까지 흑칠랑과 티격태격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강하다. 하지만 광풍전사단의 진은 강함만으로 깰 수 있는 진이 아니다. 흐름을 읽고 기의 틈새를 찾아내야 한다.' 그는 자신의 기운을 감추고 광풍전사단이 형성한 진세를 가까이서 살피기 시작했다. 

이때 그의 뒤로 흑칠랑이 다가왔다. 

흑칠랑 역시 자신의 기를 감추고 광풍전사단의 진세를 살피면서 전음으로 물었다. 

- 진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진세 밖에서는 진을 깨기 힘들다. 

- 물론이요 선배, 방법도 떠 올랐소,

측칠랑의 눈이 반짝였다. 

- 어떻게 할 셈인가? 자신은 있는가?

- 흐흐 나와 선배가 힘을 합쳤는데, 이 정도를 못 깨서야 어찌 권왕과 함께 할 수 있겠소. 그렇지 않소. 선배?

야한의 말은 흑칠랑의 자존심과 숨은 웅심을 다시 한 번 자극하고 말았다. 

- 으허험, 그럼 그렇고말고, 그리고 후배야 나는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다. 경쟁. 나는 그의 적수란 말이다. 

- 으이구 알았소. 선배. 일단 지금은 따지지 맙시다. 

- 그래 방법을 말해보게 .

- 이전에 권왕님이 용호대전에서 십팔나한진을 상대하면서 썼던 방법 말이오, 그 방법을 써 봅시다. 

흑칠랑이 얼른 알아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좋은 방법이다. 

- 지금은 어둠이 제법 짙소. 나는 야한. 밤의 친구 아니오, 내가 숨겠소,

- 그럼 내가 유인하면 되겠군,

- 부탁하오 선배.

야한의 몸이 어둠속에서 갑자가 꺼지듯이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지켜보던 사마정과 그의 곁에 있던 선은들도 야한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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