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권. 제2장. 질풍권왕(疾風拳王) (2) (210/228)

第二章 : 질풍권왕(疾風拳王) (2)

서문정이 준 두 장의 서류를 읽은 하영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재미있군요."

하영영의 말에 서문정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봉은 무림맹에서 멀지 않은 곳이에요. 반대로 사천성은 무림맹에서 제법 먼 곳이죠. 하남성에서는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죠."

"참으로 묘하군요, 가장 가까운 곳과 가장 먼 곳을 동시에 공격한다니."

"문제는 사천성으로 향한 자들입니다."

하영영은 서문정을 보면서 방긋이 웃었다. 

"강자들만 골라서 보내겠군요. 아마도 그들 중 일부가 광풍전사단일수도 있고요, 아니라도 그 이상의 강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겠군요, 그런가요?"

서문정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가 펴졌다. 

아주 미미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자세히 보고 있지 않았다

면 그 표정 변화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천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단 두 곳뿐이라고 들었어요. 장강과 촉도를 이용하는 방법이지요. 장강으로 돌아가기는 힘들테고, 결국 험한 촉도를 이용하는 것뿐인데, 그 곳이야 사천의 삼강이라 할 수 있는 아미와 청성 그리고 사천당가의 고수들이 미리 선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촉도는 험해서 병사 백이면 능히 만 명을 막을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결국 촉도를 힘으로 뚫고 들어오던, 험한 산을 넘거나 길이 아닌 곳을 통과해서 오던 일반 무사들로는 힘들겠지요, 그리고 소수의 병력으로 사천의 삼대 명문정파를 치려면 그만큼 강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 생각이 되거든요. 어쩌면 삼대 문파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소수의 고수들로 이곳저곳 쑤시고 다닐 생각인지도 모르죠."

'그냥 맹탕은 아니란 말이네.'

서문정은 하영영이 제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자신이 어느 정도 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몰론 아운이 하영영에게 맹주대행을 맡겼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뒷조사도 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직 그 이상은 모르겠지. 그게 한계일 것이다.'

서문정은 나름 판단을 내리며 하영영의 말에 대답을 하였다. 

"옳은 생각이에요. 그래서 사천으로 보내는 무인들은 그 쪽 지리를 잘 아는 분들과 무림맹에서도 중축이 되는 고수들을 다수 포함시켰어요, 그들이 소수로 움직이며 들쑤시려 든다면 이쪽도 많은 수보다는 소수의 힘으로 빠르게 그들을 따라 잡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어차피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천성의 문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무림맹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하영영은 잠시 생각해 본 후 말했다. 

"아무래도 무림 쪽 사정이야 저보다 군사님이 더 밝을 것이라 생각해요.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개봉 쪽의 파견대에 군사님의 이름이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그 곳은 무림맹에서 가장 가까운 문파 중 하나인 개방이 있는 곳입니다. 그 곳을 공격해 오는 것은 좀 무모한 면이 있는 것 같아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제가 직접 나서서 확인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대신 전 참모이자 부 단장의 자격으로 참여하려 합니다. 맹주님께서 허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영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미 조금 전에 알아서 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식으로 인장을 찍어 드리겠습니다."

맑게 웃으며 말하는 하영영을 보면서 서문정은 무엇인가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다. 일단 자신의 뜻대로 일이 처리되고 있기에 나쁠 것은 없지만 너무 순조로워서 약간 불안했던 것이다. 

서문정이 맹주부 정문을 통과해 내성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서문진이 앞으로 나섰다. 

서문정은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혈육이라 할 수 있는 서문진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야기는 잘 되었느냐?"

"예, 잘 되었죠."

"하긴 네 능력으로 어린 맹주대행을 구워삶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서문정은 그저 담담히 웃기만 하였다. 

서문진은 그녀와 보조를 맞춰 걸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짠 편제대로 한다면 대정회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고수들은 사천 쪽을 향했고, 북궁세가와 권왕의 친위 세력들 상당수는 개봉을 향하게 하였다. 이유가 있는 것이냐?"

"어느 정도 골고루 섞어 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 주력은 그렇게 되어 있더구나."

"그들의 진짜 주력군이 개봉일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개봉으로 말이냐?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들이 공격하려는 곳은 여기 무림맹일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서문진이 놀라서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을 말이냐?"

"그렇죠. 아직 맹주가 무림맹을 떠난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을 거예요, 종남 쪽으로 맹주가 직접 갔으리란 생각은 못했겠죠. 그래서 무림맹을 공격하기 위해 무림맹의 고수들을 분산 시키려고 했을 가능성이 아주 커요, 그렇다면 개방을 공격하는 공격진은 강할 수밖에 없어요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온 자들을 완전히 제거한 후 무림맹으로 향찰 것이기 때문이죠."

서문진이 자신의 누이동생을 바라보았다. 

어려서부터 총명이 과인한 아이였다. 

그는 그녀가 한 말을 모두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셈인 것이냐?"

"일단 개봉으로 향한 응원군이 적과 싸우고 있을 때, 저는 또 다른 공격 부대를 뒤따르게 할 생각이에요. 물론 이번 공격진엔 대정회의 인물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고요."

"물론 몽고의 전사들과 양패구상 직전까지 간 다음 도움을 주겠지."

"늦게 알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달려와도 그들은 양패 구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에요."

"고의가 아니라 시간 때문이라 이건가? 참으로 고약하구나."

서문정은 대답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진이 가볍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죽어라고 싸우는 것은 검왕과 북궁세가의 인물들이겠고, 실리를 취하는 것은 대정회겠군."

서문정은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서문진이 다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급박한 순간에 무상 사부님을 사천성으로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럴 때일수록 그 분의 무공이 더욱 필요할 때가 아니냐?"

서문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오라버니 만약이란 경우가 있어요, 그 분을 사천성으로 보낸 것은 혹시라도 대전사와 마주칠까봐 피신을 보낸 것이에요.

그 분의 성격으로 보아 대전사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승부를 보려고 할 거예요. 아직 그 분은 돌아가시면 안 되지요. 우리 남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후견자시니까요."

"차라리 그런 면에서라면 목우사부님이 더......"

서문정이 서문진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오라버니!"

"그래 말해 보아라! 뭔가 뜻이 있겠지?"

"무상어른은 목우성승님보다 더 강하고 연세가 많이 어려요, 그래서 사천성으로 들어온 소수 정예군을 상대하기에 훨씬 유리하답니다. 그 곳에서 충분히 공을 세울 수 있을 거예요."

"결국 더욱 오랫동안 우리를 돌볼 수 있다는 말이구나. 앞으로 목우사부님보다 더욱 명성이 높아지실 수 있고, 이해했다." 

"두 분을 같이 사천성으로 보내면 내가 의심을 받게 될지도 몰라서 조금 더 강하고 젊은 그 분을 선택한 거예요. 대신 목우성승님은 이번 개방의 결전에 공을 세우시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내 생각대로 된다면 말이죠."

"과연 내 동생답게 철두철미하구나, 그 위험한 개방쪽 파견무사들과 네가 함께 가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냐?"

"내가 가야지요. 공이 있어야 저도 힘을 가질 수 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겠지요."

"무척 위험하다. 내가 함께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오라버니는 이곳에 계셔야 해요. 난 그 곳에 가더라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 이번 파견대의 부지휘자이자, 참모에요. 결국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죠."

"후후 맹주가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면 절대 무림맹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권왕은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몰라요."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권왕은 사실상 대전사를 피하기 위해 물러선 것 같아요."

"무슨 뜻이냐?"

서문정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말했다. 

"권왕은 무림맹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대전사와의 대결에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서 나갔다고 보면 될 거예요."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아직 권왕은 대전사를 이길 수 없어요. 권왕도 그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권왕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중이에요, 보고 있는 제가 봐도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말이죠. 권왕이 맹주의 신분으로 조진양을 이기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충격이 들 정도죠, 권왕은 자신의 실력을 어느 정도 숨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힘을 숨기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힘을 숨기고 있다가는 언제 죽을 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제 권왕의 힘을 안 대전사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권왕이 크기 전에 죽이려 들겠지."

서문정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서문진은 그녀가 부정을 하자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란 말이냐?"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수가 없는 강자는 고독하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대전사는 자신의 아들인 조진양과는 성향 자체가 다른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어쩌면 그는 권왕이 자신과 충분히 겨를 수 있는 힘을 지닐 때까지 기다리려 들지도 몰라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죠, 그리고 자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서 싸워보고 싶은 상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서문진은 한 명의 무인으로서 서문정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문정을 통해서 대전사의 마음이 자신에게 전해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우리에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어찌 되었건 대전사를 상대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맹주인 권왕뿐이니까요. 차후에 권왕과 우리가 대립하게 되더라도 그건 이 후의 문제이고 당장은 권왕이 살아 있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도 살죠. 하지만 오라버니 세상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쉽게 돌아간다면 좋겠죠?"

"무슨 뜻이냐?"

"제가 본 권왕은 주먹만큼이나 머리도 뛰어난 자입니다. 가끔은 무모해 보이긴 해도 냉정하고 지혜로울 땐 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지요, 그런 권왕이 무림맹에서 나간 이유가 단순히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만이라고 믿는다면 내가 너무 순진한 것이겠죠."

"네 판단은 어떤 것이냐?"

"권왕이 무림맹 밖으로 나간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우선 하나는 직접 적의 고수들과 결전을 벌이면서 무공을 발전시키려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공격해 올 대전사를 피하기 위해서일수도 있어요, 맹주는 대전사가 자신을 노릴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에요."

서문진이 안색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조금 전 대전사가 기다려 줄 것이라 말하지 않았느냐?"

"대전사는 그럴 마음이 있을지 모르지만, 마뇌 야율초가 그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조진양이 없는 이상 대전사는 이제 몽고의 전사들을 직접 이끌어야 하는 처지에요. 오라버니, 큰 단체의 수장이란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 몽고의 전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맹주를 척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야율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전사가 아운을 공격하게 할 거예요."

서문진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거 이외에 또 이유가 있느냐?"

"맹주는 자신이 무림맹 외부로 돌면서 대전사를 유인하려는 마음도 있을 거예요, 일종의 숨바꼭질이라고 할까? 여기 저기 나타나서 대전사가 쫓아오면 피하고 피한 후 다시 나타나고. 대전사는 권왕을 쫓아다니느라 무림맹의 다른 고수들을 상대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지겠죠. 아마 그 점도 노렸을 거예요."

서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권왕이 맹주이면서도 무림맹에 머물지 않고 직접 나선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무공에 자신이 생기는 순간 대전사 앞에 스스로 나타나겠지."

"그렇겠죠. 하지만 대전사나 마뇌도 맹주가 하는 대로 보고 있지는 않겠죠, 반드시 대책을 세울 것이고, 함정을 파려 하겠죠."

"생각보다 복잡하군. 그런데 맹주 대행이란 아이는 어떠하더냐? 전에 보니 맹랑하고 귀엽게 생겼던데."

서문정은 서문진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리지만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오라버니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맹주 대행에게 지금 같은 말투는 좋지 않답니다."

서문진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 떠오른 것은 가벼운 흥미였다. 

서문정은 그 웃음을 보면서 조금 불안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라버니?!"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하영영은 아직 처녀라고 했지?"

서문정이 걸음을 우뚝 멈추고 서문진을 바라보았다. 

서문진은 그녀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 넘기며 말했다. 

"그녀 말이다. 무림맹에 나만한 짝이 없는 것 같더군. 내 살아생전 너 만한 미모를 가진 여자도 처음 보았고."

서문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서문진은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북궁연은 물론이고 옥룡의 미모만 하여도 자신이나 하영영을 능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서문진이 그녀들을 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일것이다. 

그녀들은 매화각에서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매화각의 북궁연과 옥룡을 보지 못해서 한 소리에요."

서문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북궁연이야 권왕의 여자고 옥룡이야 아무런 배경도 없으니 내 아내감으로는 모자란다. 하지만 하영영은 맹주의 여동생이고 북궁세가까지 등에 업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아니겠느냐?"

서문정은 선뜻 고개를 흔들지 못했다.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 매혹적인 말이었다. 

만약 권왕이 대전사와의 결전에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무림은 권왕의 것이라 말해도 될 것이다. 만약을 위해서 안전장치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현재 무림맹엔 자신의 오라버니인 서문진과 견줄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

목우성승과 또 한 명의 절대자를 스승으로 두었으니 그는 서문세가의 소가주란 신분 이외에도 소림의 장문인과 같은 배분을 지닌 무림의 절세 기남이 아닌가?

"하지만 제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그녀는 명군의 어떤 장군 가와 혼약을 한 상태라고 들었어요."

서문진의 표정에 약간 장난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그 말은 너도 내 말이 매력적이란 뜻이구나. 정아 세상에 서문세가는 우리 둘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터전을 잡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겪어온 어려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군가와 혼약을 한 것이지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 부분은 내게 맡겨 놓아라! 난 솔직히 그녀가 마음에 든다."

서문정은 고개를 흔들지 못했다. 

서문진의 표정이 너무 단호했고, 그녀 또한 지금 상황에서 하영영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왕은 우리 손에 죽을 수도 있어요."

"그녀가 모르면 된다."

"그녀는‥‥‥"

"만약 맹주인 권왕이 우리 손에 죽게 되고, 후에 하영영이 알더라도 상관없겠지. 여자는 결국 자신의 남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

결국 서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무림맹에서는 개방과 사천성으로 향할 응원군이 결성되고 있었다. 우선 무림맹에서 가까운 개방으로 보내는 응원군엔 사혼마자 초비향과 검혼 그리고 북궁세가의 정예라 할 수 있는 백 이십 명의 고수들을 비롯해, 혈궁의 고수 백 명, 무림맹내의 개방 고수들 전원과 금룡단을 포함한 팔백 명의 무인들이 더해졌다. 

이들의 수좌는 당연히 초비향이고, 이들의 총원은 천오백여명 이었다. 

사천성으로 가는 응원군에는 대정회의 무상이었던 복면검객(무림맹의 무사들은 그가 항상 복면을 하고 있다 하여 복면검객이라 불렀다.)과 아미, 청성 당문의 정예 고수들을 포함한 오백명으로 확정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대정회 소속의 무사들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개봉으로 향하는 무사들 쪽에 참모로 무림맹의 군사인 서문정이 직접 간다는 사실이었다. 

아군을 돕기 위해 모든 무사들이 떠난 지 두시진이 지난 후 하영영은 맹주의 거처에 조용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맹주의 거처를 지키고 있던 매화단의 여무사가 문 밖에서 말했다. 

"서문진 당주님께서 오셨습니다."

하영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문진이라면 그녀도 참부로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서문진과 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적도 없었고, 누가 서로를 인사소개 시켜 준적도 없었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들어 오시라고 해요."

잠시 후 서문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영영과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는 서문진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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