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권. 제11장. 정보전략(情報戰略) (3) (208/228)

第十一章 : 정보전략(情報戰略) (3)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저희 강북 오대 상딘이 성의껏 모은 자금입니다. 자금은 쓰기 편하게 전표로 가져왔습니다. 그 외에 현금은 따로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정맡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많이 부족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됩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은 충분히 메울 방법이 있습니다."

진성현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험님 어찌 하시려고 하십니까?"

"무림맹에 꽤 많은 재물을 가진 자들이 있네. 그들에게 받아서 충당하려고 하네. 그 재물들은 원래 그들 것이 아니니 무림맹을 위해 쓴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일세,"

진성현은 놀라서 아운을 바라보았다.

'지금 모자라는 돈이 상당히 많은데, 그 많은 재물을 가진 자들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진성현 뿐이 아니라 두 명의 상단주들도 궁금한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본다.

아운이 진경화와 이자청을 보고 물었다. 

"제가 듣기로 만금전장의 총단 어딘가에 비밀창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소문을 들은 적이 있으십니까?"

진경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은 아주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일입니다. 강호의 부자들이 보석이나 귀중품들을 만금전장에 맡기면 만금전장이 그들의 물건을 보관하고 지켜주는 곳이 바로 만금전장의 비밀창고입니다. 

상자에 넣어 창고의 비밀 공간에 들어간 물건은 만금전장의 장주와 총관만이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 물건들을 창고에 보관하면서 보관료를 받고 있는데, 그 이익이 아주 크다고 들었습니다.

보관료는 물건에 따라 다르고 금 만 냥 이하짜리는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맡긴 사람은 맡긴 물건의 가치를 계산해서 오 할까지는 언제든지 만금전장에서 돈을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물론 기간 안에 그 돈을 갚지 못하면 맡긴 물건을 넘겨야 하거나 헐값에 팔아야 하겠지요,"

"제가 듣기로 그들은 물건을 보관하면서 보관물표를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방법을 사용해서 위조는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만금전장의 평판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돈이 되는 일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자들입니다. 특히 고리대금과 도박은 물론이고 제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극락원에 약을 대는 것도 그들이라고 합니다."

진경화의 말에 이자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감사합니다."

아운의 말에 진성현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아운을 보면서 말했다.

"설마 형님 만금전장의 비밀 창고를 털 생각입니까?"

아운은 그저 웃기만 하였다. 

세 사람은 순간적으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경화는 고개를 흔들며 맡했다.

"하하 손주 녀석이 농담을 한 것입니다. 무림맹의 맹주님이 설마?"

모두 아운을 바라본다.

아운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제가 부탁한 부지는 알아 보셨습니까?"

이자청이 말했다.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시킨 대로 조치를 하는 중입니다. 한데 그 중 상당수가 국유지로 거의 쓸모가 없는 땅이지만 매입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서신을 하나 써줄 테니 북경의 하씨 문중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십시오, 비록 고집이 좀 세시지만 근래 제법 좋은 벼슬을 하고 계시니 아들의 청을 거절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나쁜 일이 아니라 국익에 좋은 일이고."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희로선 감사할 뿐입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이자청, 진경화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야 당연히 도와야지요,"

"오히려 저희가 고마눌 뿐입니다."

그들은 그 후에도 한 시진 가량 더 대화를 나눈 후 마차를 이용해 무림맹을 떠났다.

매화각의 밀실, 아운을 중심으로 한 쪽엔 중원의 삼대 살수와 우칠이 앉아 있었고. 다른 쪽으로는 소흘과 호난화가 앉아 있었다.

아운 까지 합하면 모두 일곱 사람이 모여 있는 셈이었다.

혹칠랑이 약간 삐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운이 자신을 와라가라 한 것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오기 전 그래도 역시 자신은 어디를 가나 항상 필요한 존재라고 으스대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우리를 모이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운이 혹칠랑을 보고 오히려 되물었다.

"살수라면 침투하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겠지?"

"당연하지 않은가? 침투라면 제 아무리 도신이라도 우리 살수들을 따르지 못하지 흐흐 잘난 인간일수록 안전가옥이 필요한 법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살수가 자신을 노린다.

는 기미가 보이면 최고의 안전가옥이나 밀실을 만들어 놓고 그 안으로 숨게 되는 경우가 많지, 그 장애물을 뚫고 들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쓱싹하는 것이 우리 아닌가? 잘 알 텐데 그건 왜 물어?"

"하하 나야 살수로서는 아직 자네를 비롯한 삼대 살수보다 아래가 아닌가?"

흑칠랑이나 야한의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아운에게 과분한 칭찬을 들었지만. 그들은 당연히 들어야하는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칠랑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암암. 그렇고말고 말하나 마나지 흐흐,"

"흠 그래서 말일세, 나랑 어디 좀 가주지 않겠나?"

"말만 하게, 그게 어딘가? 뭐 이놈이야 내 후배니 내가 가자면 안 갈 수 없고, 상아야 내 마누라니 당연히 나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내가 간다면 다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일세,"

흑칠랑이 호기 있게 말하자. 야한의 표정이 구겨졌다.

언제부터 살수가 선배 따라 강남간단 말인가?

야한이 불만어린 표정을 보이자, 흑칠랑이 옆에 있는 화병을 집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렇지 않은가? 후배."

"헉 다‥‥당연한 일입니다. 선배,"

'썅, 개 거시기 같은 새끼, 폭력이 무슨 밥인 줄 아나 툭하면 협박하게, 으음 근데 왜 이렇게 반항하고 싶지, 꿀꺽, 자꾸 맞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데 혹시 이거 문제 있는것 아닌가?'

야한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갸웃거렸다.

이 전에 혹칠랑에게 무지하게 맞고 나서 가끔 그의 폭력에 고스란히 당하곤 하였다.

처음엔 아프고 두려웠지만 요즘 들어 그 아픔 속에서 묘한 이질적인 감정을 찾아가고 있는 야한이었다.

아운이 고맙다는 표정으로 흑칠랑을 보면서 물었다.

"자네라면 잘 알겠지?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감추면 어디에다 둘까? 물론 그 물건은 아주 작은 것일세,"

혹칠랑이 으스대면서 말했다.

"나는 인간의 심리를 나름 잘 안다고 자부하는데. 어떤 인간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이 있으면 전부 자기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 밖으로는 두지 않네. 특히 아주 작은 물건이라면 항상 들고 다닌다고 봐야지,"

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아운이 뒷골목 생활에서 터득한 지식과 같은 답이었다.

"그럼 오늘 방 당장 나와 함께 어디 좀 갔다 오세, 그리고 우리가 그 곳에 갔다온 소문이 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도 있네. 오늘부터 삼사일 정도는 아주 바쁠 것일세 그리고 한 소저,"

한상아가 예쁘게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예, 하공자님,"

"일전에 들으니 하소저는 섭혼술에도 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호호 능하다기 보다는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익힌 것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살수로서 정보를 얻으려면 좀 필요한 면이 있어서,"

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모두 궁금한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보았고. 아운은 그저 웃기만 하였다.

*****

만금전장,

중원에서 만금전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벌써 백년 이상을 중원 제일의 전장으로서 존재해왔고, 세상에 그들의 돈을 쓰지 않는 상단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전장이 가장 좋아하는 돈벌이는 고리대금이었다. 그리고 이 만금전장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귀중품을 맡길 수 있는 창고였다.

수많은 귀인들이 만금의 귀중품을 만금전장에 맡기고 그 물표를 받아두는 경우가 많았다. 백오십 년 동안 만금전장의 창고는 도둑을 맞아 본적이 없는 안전지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물건을 후손에게 물려 줄때도 그 물표와 비밀암호만 물려주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 보물들은 몇 십 년이 지나도 그 주인들에게 정확하게 돌아갔다.

누구든지 물표와 비밀암호를 가지고 오면 그 물표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 보물을 가져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물표의 주인과 정해진 암호가 정확해야만 했다. 

만약 물표를 잊어 먹을 경우 누군가가 자신의 보물을 가져가기 전에 먼저 가서 물표를 재발급 받고 비밀 암호를 바꾸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본인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물표를 잊어버린 후 그 물표를 훔친 사람이 비밀 암호까지 알고 와서 보물을 찾아 갔을 때였다. 

일단 그 보물을 찾던 안 찾던 만금전장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신 만금전장의 고수들은 끝까지 범인을 찾아가서 잔인하게 복수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

낙양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거대한 장원 하나가 버티고 있었다.

장원이 얼마나 큰지 장원 안의 고루거각이 무려 구십구 개나 되었다. 이 장원이 바로 만금전장이었다.

그 만금 전장으로 네 줄기의 그림자가 숨어들고 있었다.

수십여 개의 기문진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아운을 비롯하여 삼대 살수에게 그 기문진들은 크게 위험이 되지 않았다.

그날 백오십 년 전통의 만금전장의 비밀 창고는 통째로 털리고 말았다. 만금전장의 전주는 손발이 꺾이고 무수히 난타당해 말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모질게 당했다. 

그 밑에서 사채업을 관장하면 총관은 너무 맞아서 바보가 되어 버렸다.

창고를 막고 있는 다섯 자 두께의 만년한철이 통째로 박살이 나버렸고. 그 곳을 지키던 백여 명의 무사들은 모두 한두 군데씩 깨지거나 부러진 채 바닥을 기고 있었다.

만금전장의 부총관인 선우산은 거의 만신창이 되어 누워있는 전주를 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룁니다."

"마‥‥ 말해라!"

전주는 이 사이로 말이 새는 것을 겨우 혀로 막아가며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공포에 질린 전주의 모습을 보면서 부총관은 자신이 그날 총단에 없었던 것을 하늘에 대고 감사하였다.

"잊어버린 보화는 총 백칠십 점이고, 모두 무림맹의 무인들 것입니다."

"무‥‥ 무인들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범인들은 그 보물들을 털기 전에 물표에 대한 기밀이 적힌 책자부터 탈취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확하게 무림맹 소속의 무인들이 맡겨 놓은 것들만 골라서 훔쳐 갔습니다."

만금전장의 전주인 만금산의 표정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무림맹 무인들이란다. 

그들이 얼마나 탐욕스런 존재들이고 무서운 인물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그로선 나중 일이 아득하기만 하였다.

"계 ‥‥ 계속 보고하라!"

"그리고 범인에 대한 것입니다."

"되 ‥‥ 됐다."

부총관이 전주를 바라보았다.

만금산은 범인이란 말이 나오자 오한이 든 듯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악귀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웃어대던 복면인의 모습이 생각났다.

천하에 만금산은 그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그 폭력에 저항했었다. 그러나 온 몸의 뼈를 하나씩 분질러 오는 또 다른 복면인의 무심한 시선을 보는 순간 그는 모든 힘이 빠지고 말았다.

상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죽일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더군다나 그들은 자신이 숨겨 놓았던 처자식까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결국 만금산은 보물 창고가 있는 곳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말을 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복면인 중에 한 명인 여자가 나서서 섭혼술로 자신의 비밀을 전부 뽑아 낸 것이다.

그때서야 알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비밀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것을,

단지 그들은 자신을 구타하기 위해 그때까지 시간을 끌었을 뿐이란 것을,

그것을 알고 나서 만금산은 공포로 인해 머릿속이 비고 말았다.

그 후 그들은 만금산을 둘러업고 보물들을 감추어둔 창고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보여준 한 복면인의 무공, 만금산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분명 천하제일인, 단 일 권으로 만년한철로 된 문짝을 박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몰라서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었다.

알면 뭐 할 것인가?

자칫하면 맞아 죽을 수 있을 것이고, 가서 따져도 아니다.

라고 하면 그만이다. 무림맹의 맹주를 능멸했으니 그 대가도 톡톡히 치뤄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 그들 중 한 복면인이 한말은 아직도 만금산의 귀에 맴돌고 있었다.

"잘해. 네가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면 우리는 곧 다시 올 것이다. 네 놈이 가진 모든 돈을 다 동원해서 우리를 막을 수 있다면 막아도 좋다. 다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만금산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부총관은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전주가 막아 버리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때 밖에서 당주 중 한 명이 급하게 뛰어와 문 밖에서 말했다.

"전치입니다."

부총관이 누워 있는 전주를 대신해서 물었다.

"무슨 일이냐?"

"밖에 물표가 와 있습니다."

"물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물표가 우리가 잊어버린 물건들의 물표인 것 같습니다."

전주와 부총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당장 가지고 들어와라!"

만금산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쳤다.

전치가 안으로 들어와 상자 하나를 전주 앞에 내 놓았다.

전주와 부총관은 얼른 상자를 열어 보았다.

전장에서 발행한 물표가 분명했다.

우선 소가죽을 종이처럼 가늘게 가공하는 기술은 만금전장만이 가지고 있는 자랑이었던 것이다. 이 소가죽 종이는 글씨를 한 번 써 놓으면 몇 백년간 보관하기가 아주 용이했다.

만금산이 하나씩 확인을 해 보았다.

백칠 십 장,

잃어버린 보물들의 물표가 확실했다.

만금산과 부총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부총관은 전표 바닥에 있는 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주님 저 서신에 답이 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서신? 경황이 없어 보지 못했는데, 서신도 있었군,"

만금산은 얼른 서신을 펼쳐 보았다.

- 이 물건들은 수많은 무인들의 피가 배어있는 물건들이고 원래의 주인들이 따로 있는 물건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대신해 이 물건들을 전부 회수한다. 

차후 이 물건들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일 것이고, 이 영토를 지키기 위한 자금으로도 쓰일 것이다.

물론 그 중 제일 좋은 몇 가지와 남는 것은 내가 가진다.

어차피 지금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물건들의 물표를 전부 회수해 보낸다.

뭐 이 정도면 뒤처리를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비밀 암호는 굳이 말할 ㅠㅣㄹ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그대가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못 들었다면 당신이 바보인 셈이고,

다시 내가 만금전장을 찾지 않기를 바란다.

한 동안 서신을 보고 있던 만금산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 과연 대단한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이야,"

만금산은 맞은 이빨이 시큰하고 얼굴이 뻣뻣하게 저려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웃었다.

한동안 웃고 난 다음 만금산은 부총관을 보고 말했다.

"이보게 부총관,"

"예, 말씀하십시오."

"우린 보물창고를 털린 적이 없네. 그렇지 않은가?"

부총관은 그 자리에서 부복하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전주님, 우리는 어떤 사람이 와서 물표를 내 놓고 훌륭하게 암호를 댔기에 물건을 내 주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정말 이 물표들을 어떻게 구했을까?"

"어제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나이에 무림을 전부 말아 먹을 수 있어겠지요?"

만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표만 있다면 우리도 할 말은 있네. 어차피 그들도 이물건들을 맡기러 올 때 모두 변복을 하거나 복면을 쓰고 오지 않않나,"

"당연한 일입니다. 명망 있는 승인이나 도인들이 그만한 보물들을 들고 와서 맡긴 것이 들통 나면 그들의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뭐 밀실에 들어와서야 자신의 정체를 밝혔었죠,"

"그럼 되었군, 자네가 알아서 말을 만들어 보게,"

"걱정 마십시오, 전주,"

"그럼 부총관만 믿겠네. 그리고 자네 그것을 아나?"

"무엇을 말입니까?"

"세상은 두 종류의 인간이 있네."

"두 종류입니까?"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사람, 아니면 내가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이 그것일세, 그런데 만약 내가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결국 친구가 되어야겠지 , 그러나 적이 될 것 같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죽여야겠지, 그런데 말일세,"

만금산이 부총관을 바라보았다.

"능력이 안 돼 죽일 수도 없고 적으로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가 될 수도 없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부총관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수단을 전부 동원해서 무림맹과 줄을 넣게, 내가 직접 그를 만나봐야겠네."

"그리고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를 직접 만나보고 나서 판단하려 하네. 어쩌면 투자할 생각도 있네."

"투자란 말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가 사람에 대한 투자인 것을 모르나, 어차피 지금 무림맹은 자금력이 달리고 이번에 가져간 보물들을 현금으로 처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일세, 결

국 내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를 만나 담판을 지으려는 생각일세,"

"알겠습니다. 전주님,"

부총관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가 나간 후 만금산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권왕, 네가 나를 쉽게 보았구나, 그러나 나를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돈이란 것을 알게 해 주마,'

만금산은 으깨져 있는 어금니를 깨물며 결의를 다졌다.

"크으으,"

야한의 도끼 자루에 맞아 깨진 어금니에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운이 만금전장에 다녀온 후 동심맹의 장로들을 중심으로 옛 장로원의 고수들은 모두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보물 일호가 전부 사라진 것이다.

대체 얼마나 무서운 고수가 자신들의 물건을 훔쳤기에 그 물건을 잊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만약 현진자가 습관처럼 열흘에 한 번씩 확인하려다가 잊어버린 것을 알지 못했으면 한동안 알지 못했으리라,

자신의 도포바지 엉덩이 안쪽에 만들어 놓은 주머니에 애지중지 감추어 놓았던 물표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소가죽을 만금전장의 기술로 아주 엷게 만들어 그 위에 그들의 직인과 물표에 대한 번호 그리고 맡겨 놓은 보물에 대한 소개가 간단하게 적혀 있던 물표는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수많은 무림맹의 고인들이 만금전장으로 달혀갔다가 모두 혼절하고 말았다.

분명히 자신들의 물표가 그 곳에 있었고, 함호까지 대고 찾아갔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상대는 모두 복면을 하고 와서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단다.

화가 난 몇몇의 장로들이 어떻게 얼굴도 확인 안하고 물건을 줬느냐고 따지자. 부총관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저희 만금전장에 보화를 맡기려 오시는 분들 중에는 상당수가 복면을 하고 와서 물건을 맡기거나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찾아갈 때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는 혹시라도 자신이 보화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 경우 찾아오는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지금 오신 분들도 물건을 맡길 때 복면을 하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저희들은 물건을 직접 찾기가

부담스러워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시킨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마침 무림도 뒤숭숭한 중이라 물건을 찾아가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긁어 부스럼이다. 

모두 넋이 나가고 말았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들은 조금도 규정에 어긋나는 짓을 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암호였다.

상대가 정말 암호를 댔을까?

댔다고 말하는데 뭐라고 대답을 하랴,

서문정은 앞에 서 있는 아운을 보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맹주인 그가 무공 수련을 하느라 무림맹의 많은 부분을 서문정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녀가 놀란 것은 우선 자금 문제였다.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 왔는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물어보았었다.

아는 지인에게 빌려 왔단다.

누구냐고 물으려 하자. 그는 안광으로 그녀의 질문을 막아 버렸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서문정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맹주님, 드디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움직일 때가 되긴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소. 그래 어느 쪽이요?"

"종남인 것 같습니다."

"종남이라? 좋소. 그 곳은 내가 직접 가 볼까 하오,"

"맹주님이 직접 말입니까?"

"그렇소."

서문정의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 그러나 굳이 반대를 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바라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기회다 권왕이 나간 사이에 그의 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군사였다.

어차피 혈궁 안에 있던 몽고의 전사들이 움직인다면 그들만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이것을 잘 이용하면 무림맹 내에서 아운을 따르는 자들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안에서부터 대정회의 세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운은 서문정을 돌아보았다.

서문점은 자신의 내심을 철저하게 감춘다.

지금 아운이 나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무당산에서 대전사의 능력을 확인한 다음이었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 그를 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은 강해져야 했다.

만금전장의 일 이후 한동안 무공만 수련을 하였고, 이제 필요한 것은 실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종남이라면 편일학이 장로로 있는 문파였다.

그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후욱, 이제 구단계의 무극신공이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대전사,'

아운은 속으로 대전사를 생각하면서 서문정을 불렀다.

"군사,"

"예 맹주님,"

"맹주가 유사시 맹주는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 그로 하여금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기억나시오,"

"물론입니다. 맹주님,"

대답을 하면서 서문정은 생각했다. 

'북궁연인가? 그렇겠지, 문상들이나 좌우 호법들. 그리고 무공이 출중한 선은들 급의 고수들은 언제든 실전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출정을 할 지 모르기에 맹주 대행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항상 이곳을 지키고 있으면서 지휘를 할 수 있는 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북궁연 밖에 없겠구나, 그녀라면 이곳은 내가 장악할 수 있다. 그녀는 무인이지 책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북궁연의 곁에 있는 무인들이야 군사인 자신의 역량으로 전쟁터로 보내 버리면 된다. 

그런 식으로 북궁연을 고립무원으로 만든 다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아운이 이번 출정을 나가게 되면 그는 쉽게 무림맹으로 돌아 올 수 없을 것이다.

적이 아운을 노릴 것이고, 설혹 그렇지 않다 해도 그건 자신이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열심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때, 아운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맹주 대행을 지목할까하오,"

"말씀하십시오,"

"맹주 대행은 하영영이오,"

서문정이 놀라서 아운을 바라보았다.

"하영영?"

"내 여동생이오, 제법 강단이 있고. 머리도 좀 쓰는 아이라 북경에서 초청을 하였소.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오, 군사가 잘 도와주길 바라오,"

서문정은 대답을 못하고 아운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여동생을 맹주 대행으로 지정할 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지정을 하였고. 아운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았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서문정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워 하는 서문정을 보면서 아운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서문정.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여동생은 어떤 면에서 나보다 더 막나가는 면이 있는 아이라 밉보이면 머리털이 전부 뽑힐지도 모른다. 영아와 연누이가 함께 한다면 어렵지 않게 서문정을 견제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시누이올케 사이도 좋아지겠지.'

서문정은 북궁연이나 하영영이나 별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북궁연이 아닌 이유라면 맹주인 아운이 그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싫어서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녀는 아직 하영영 납치 사건의 전모를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권왕무적 16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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