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章 : 일진일퇴 (一進一退)
그들이 가장 우려했던 사태 중 하나가 벌어진 것이다.
연 이은 충격에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담대환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대사형이 돌아가시다니, 권왕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그리고 초비향이 어떻게 무림맹에 나타날 수가 있었단 말인가?"
"사형, 우선 일이 터진 것은 터진 것입니다. 우리라도 침착하게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 천중혈을 확인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이렇게 된 거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숨기겠어요."
"알았다. 사매, 그게 우선이됐지, 그런 후 칠사의 전사들을 전 부 동원해서 마뇌를 만나야겠다."
요가람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도 좋지만 우선 이곳을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에요, 우리가 중원을 도모하려면 거점이 필요하고 여긴 나름대로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마침 궁주와 그의 천위세력이 빠져 나갔다면 이곳은
무주공산일 가능성이 커요 우리 둘이서 이곳을 장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담대환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음이 진정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사매는 현명하오, 그렇게 합시다."
요가람은 밝게 웃어 보였다.
일단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다.
다시 쓸어 담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괴로워하거나 화를 내면 뭐 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 요가람이었다.
가장 큰 문제라면 칠사 중 누군가가 배신을 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배신을 했는지 짐작 가는 인물이 없었다.
그 부분만 생각하면 담대환이나 요가람이나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혈궁을 장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 배신자는 가려낼 수 있으리라,
*****
등천광룡대를 상대하기 위해 집결한 오백 명의 결사대는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나이가 사십 이상이었다. 그들 중 사십 이하라고는 우칠과 북궁연 그리고 북궁연의 호위무사인 호난화와 옥룡. 검혼 정도에 불과했다.
검왕은 옥룡에게 좀 쉬라고 했지만, 그녀는 사부를 해한 자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도 쉴 생각이 없었다. 북궁연 또한 그의 무공으로 보면 당연히 오백 명 중에 끼어야 할 실력이었다.
자신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북궁연 또한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아운은 집결된 오백 명의 무인들을 보면서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중 칠할 이상은 결전이 터졌을 때. 살 생각부터 할 자들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세외삼존 중 한 명인 소달극이 생각났다.
그라도 도와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테지만 그는 중원의 고수가 아니었기에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되면 그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운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서문정과 삼대 무상을 보고 맡했다.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등천잠룡대를 뿌리 채 뽑아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운의 말에 대답을 한 것은 목운대사였다.
"쉽진 않겠지만 여기 있는 정도의 전력이라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동심맹의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자신만만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맹주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적의 수괴라 할 수 있는 조진양을 죽인 후 부쩍 자신감이 늘어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
엄호는 무림맹으로 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마뇌 야율초와 그 일행들에게 무림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다음이었다.
'결국 권왕 한 명에게 우리 대원의 전사들이 놀아난 것인가? 무림맹에 도착하면 다른 누구보다도 권왕 만큼은 반드시 죽이고 돌아오겠다.'
엄호는 다짐을 하는 중이었다.
마뇌 일행과 함께 일단 대전사에게 먼저 돌아갈 생각도 해 보않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황족의 삼대가 죽고 쫒겨 가는 형식으로 물러선다면 원의 전사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또한 조진양이 죽을 때. 그의 결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묶여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몽고 최고의 전사단으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한 상태이기도 했다.
만약 이곳에서 그냥 물러선다면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 것이다. 엄호는 무림맹에 가서 한바탕 휘저어 준 다음에 돌아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특히 아운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그의 목을 잘라 올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조진양의 죽음과 격이 맞는 셈이었다.
문제는 있었다.
광풍전사단에게 말[馬]이 없다는 점이었다.
말을 타고 공격하는 돌격 진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광풍전사단의 무기들이었다.
마뇌 야율초가 맹주부에서 나오면서 그들의 무기 일부를 챙겨 나온 것이다. 그리고 죽은 등천잠룡대의 전사들이 지니고 있던 무기도 전부 수거를 한 상황이었다.
대충 식사도 하였고, 운기조식까지 하였다.
이제 모든 준비는 된 셈이었다.
멀리 무림맹의 정문이 보이고 있었다.
그 앞에 자신과 광풍전사단을 기다리는 오백의 무림인들까지,
아운은 다가오는 등천광룡대를 보면서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을 느끼거나 긴장을 해서가 아니었다.
당장 구 단계에 오른 무극신공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및는 상대들이 오고 있는 것이다.
아운의 뒤 쪽에 있는 오백의 무사들은 조금씩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다시 한 번 씩 확인한다.
엄호가 어린을 보고 물었다.
"저들과의 거리는?"
"이백 장입니다."
"이 정도면 층분하겠군,"
"조금 더 뒤로 가도 충분합니다."
"아니야 이곳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줄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모두 정지,"
엄호의 고함에 백오십여 명의 광풍전사딘이 걸음을 멈추었다.
"철궁대진(鐵弓大陣)"
역시 엄호의 구호가 떨어지자. 백오십의 전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그들은 원추형의 절진을 만들었다.
아운의 인상이 굳어졌다.
다가오던 등천잠룡대의 전사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 것이다.
거리는 무려 이백 장,
"뭘 하려 는 것이지?"
아운의 혼잣말 같은 물음에 가장 답답한 것은 서문정이었다.
그녀는 너무 멀어서 광풍전사단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살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내공으로는 이백 장의 거리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무공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일종의 진법 대형으로 선 것 같은데,"
서문정은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아운을 바라보았다.
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군사 저들은 지금 일종의 진법을 이루며 대형을 이루었소."
아운의 말에 초비향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모두 활을 꺼내는 것 같군, 기묘한 모습의 철궁 같은데, 설마 저기서 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운의 안색이 굳어졌다.
광풍사와의 대결에서 그들의 화살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경험을 했던 그였다. 광풍사의 사부들이라 할 수 있는 등천잠룡대라면 이백 장의 거리를 격하고 화살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등천잠룡대가 철궁에 화살을 물리고 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아운은 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질렀다.
"저들이 활을 쏘혀 하는 중이오, 워험하니 일단 맹안으로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운의 고함에 무인들은 모두 황당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백 장을 격하고 화살로 공격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 거리에서 쏜 화살에 맞을 무인이 누가 있겠는가?
특히 이백 장을 날아온 화살에 무슨 힘이 실리겠는가?
그러나 아운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그들은 할 수 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란 그 동작은 너무 느릿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별다른 위험이 없어보였던 것이다.
화살이 여기까지 날아올 리도 없겠지만. 설혹 날아온다고 해도 이백 장이나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을 굼벵이는 그들 중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부 동심맹의 무인들은 아운이 자신들을 너무 쉽게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불쾌해지는 것을 느낀 자들도 적지 않았다.
"발사,"
엄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광풍전사단의 전사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백오십 발의 화살이 일제히 날아갔다.
시위를 놓는 순간 그들은 신속하게 두 번째 화살을 꺼내 들고 있었다. 날아가는 화살의 속도는 일반 화살들에 비해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것을 본 무림맹의 고수들은 뒤로 피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쳐내거나 그 자리에서 피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저 정도의 화살을 피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자신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운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고. 오히려 서문정이 놀라서 말했다.
"뭐 하는 것이죠, 맹주님의 명령을 못 들었나요? 어서 흩어 지세요,"
그녀는 화살이 날아오는 평범한 속도를 보고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정말 저 정도가 다라면 굳이 이백 장의 거리에서 화살을 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속도가 속임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문정의 고함을 듣고도 무림맹의 고수들은 서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로 보아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부터 융합할 수 없는 무인들이 한 울타리에 있으면서 생겨난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타난 것이다. 그들로서는 아운의 명령을 듣는 것도 내심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화살이 이십여 장까지 날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화살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어물쩡하며 자신의 무기로 화살을 쳐내려던 무인들의 표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설마 이백 장에서 쏜 화살이 십여 장의 거리에서 갑자기 빨라지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그들로서는 화살이 이백 장이나 날아온 것 자체도 기절할 만한 일이었다.
"슈우욱"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살이 무림맹의 고수들이 있던 곳을 덮쳤고. 그제서야 무림맹의 고수들은 신법을 펼쳐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몰려 있다가 한꺼번에 피하려고 하자,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무기로 화살을 쳐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들 앞에서 아운과 세 명의 무상 그리고 무림맹의 좌우 호법이 날아오는 화살들 중 상담수를 쳐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 위를 넘거나 옆으로 피해간 화살들은 여전히 무림맹의 다른 고수들을 덮치고 있었다.
그들이 휘두른 무기가 날아온 화살들을 쳐 내었다.
"땅, 따당"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화살들은 무기와 충돌하면서도 속도가 죽지 않고 그대로 무인들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설혹 무기의 힘에 튕겨진 화살들도 그 옆의 다른 무인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었다.
무려 십여 명의 무림맹 고수들이 화살에 당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무인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게 끝이 아니었다.
등천잠룡대가 두 번째 화살을 쏘았던 것이다.
놀라운 일은 그 때 일어났다.
나중에 쏜 화살들이 번개처럼 날아왔는데, 그 속도는 처음 그들이 쏜 화살에 비해서 몇 배나 빨랐다.
처음 그들이 쏘아 낸 화살들이 무림맹의 고수들을 공격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두 번째 화살들이 당황해 하고 있는 무림맹의 고수들을 덮치고 있었다.
아운은 고함을 질렀다.
"모두 흩어져라!"
아운의 고함에 무림맹의 고수들은 다급하게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제 삼, 제 사의 화살들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그 화살들은 무림맹 고수들이 흩어지면서 피한 곳을 교묘하게 선점
하면서 날아오고 있었다.
미리 예측을 하고 그 곳으로 화살을 날린 것이다.
형산파 전대 장문인이었던 우일한은 처음 화살을 겨우 피한 다음 두 번째로 날아온 화살은 자신의 검으로 쳐 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날아온 화살이 그의 허벅지를 뚫고 들어갔고. 뒤이어 날아온 화살이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사랑했던 애첩 란이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우일한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허우적거리다가 축늘어졌다. 동심맹의 십오인 장로들 중 처음으로 생명을 잃은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려온 우일한의 죽음을 보고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듯 했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무림맹의 고수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기묘한 모양의 철시가 가진 위력은 아운이나 검왕장 북궁손우, 그리고 사혼마자 초비향과 목우성승마저도 놀랄 정도였다.
아운은 연환육영뢰를 휘두르며 다시 한 번 고함을 쳤다.
"모두 내 뒤로 서서 무림맹 안으로 들어가시오, 어서,"
아운의 손에서 쏟아진 강렬한 권경이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 내고 있었다. 검왕과 목우성승. 그리고 사혼마자 초비향과 우칠이 아운을 도와 화살들을 쳐내기 시작하자. 다른 무림맹의 고수들은 겨우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무림맹의 고수들은 허겁지겁 무림맹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철시들을 권경으로 쳐 내는 아운을 보고 엄호는 내심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권왕답군, 이전에 비해서 무공이 한 단계 진보한 것 같군, 저 나이에 저 정도이면 대체 얼마나 더 발전할 거란 말인가?"
추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이전에 비해서 무공이 강해지지 않았다면 칸을 이길 순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두면 이후에 대전사님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보다도 어쩌시겠습니까?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데,"
"우리가 나서야겠지 , 지금쯤이면 권왕도 이 철시가 자신의 암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란 사실을 알았겠지,"
"그럴 것입니다."
삼백의 광풍사가 단 한 명에게 전멸 당했을 때, 몽고의 전사들이 받은 충격은 아주 컸었다. 특히 광풍사의 윗대인 광풍전사단이 받은 충격은 어느 누구보다도 컸다.
이후 광풍전사단에서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게 되엇고, 아운이 광풍사의 화살보다 먼 거리에서 암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암기의 거리를 계산 해 본 후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철궁이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아운은 자신의 암기를 쓰지 못하고 잇었다.
이백 장의 거리까지 암기를 날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엄호가 철궁을 뽑아 들었다.
어린과 추상 역시 활을 뽑아 들었다.
그들은 모두 아운만을 노리고 잇었다.
"시작하게,"
엄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먼저 어린이 시위를 놓았고. 뒤이어 추상과 엄호가 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그들이 화살을 날리기 전에 다른 백오십의 전사들도 차례대로 시위를 놓고 있었다.
그들이 쏜 화살은 모두 아운을 향해 있었다.
엄호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권왕 네가 어떻게 막아내는지 지켜보겠다. 나를 실망 시키지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