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 장음지독()
누가 가장 무서운 자인가?
"털썩 ."
결전의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무림맹의 무사 중 한 명이 맥없이 쓰러졌다.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놀란 동료무사도 눈을 크게 뜬 채로 갑자기 쓰러진다.
"툭, 툭"
너무 익은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맹주부의 무사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있었지만, 그들을 책임지고 있던 곽사는 물론이고 엄호조차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몇몇 고수들이 그들의 몸을 살피다가 바로 죽어가는 것을 본 곽사가 얼른 명령을 내렸다.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에게 손을 대지 말라!"
그러나 그의 명령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손을 대고 안 대고 차이는 일찍 죽느냐 아니면 조금 늦게 죽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호신강기를 펼치지 못하는 일반무사들이 독에 중독되어 사방에서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겁을 먹은 일부 무사들이 진 밖으로 나가려고 자신들이 돌파해 왔던 진의 생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멈춰라! 진에도 독이 퍼져있다. "
그의 고함에 맹주부의 일부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쓰러져 갔다. 그들 뿐 아니라 만독불침이라고 생각했던 천마혈성()들도 무형무취의 독에 힘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광전사인 곽사는 이를 악물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쓰러진 자들은 불과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숨이 끊어지고 있었다.
곽사는 감히 죽어가는 수하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진기를 불어 넣어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도 호신강기를 푸는 순간 쓰러질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어가는 수하들을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엄호는 죽어가는 자들을 보면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독의 무서움에 치를 떨었다. 분명히 독중독이라는 무형지독은 아니 었다.
그보다도 휠씬 무서운 독이 아니라면 강호의 제법 고수축에 들어가는 맹주부의 고수들이 저렇게 맥없이 죽어가진 않을 것이 기 때문이 었다.
'당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저들 중에는 머리가 기가 막히게 좋은 자가 있다. 처음 독 암기를 쓸 때도 지금 나타난 무형지독을 쓰지 않은 것은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독 탄을 날렸을 때도 먼저 검은색의 독연기가 나온 것은 우리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결국 검은 연기가 흩어진 다음에 우린 안심하고 호신강기를 풀었고, 그 순간 무형무취의 독에 당했다 그런데 언제 우리가 통과해 들어온 진 안에까지 독을 풀었단 말인가? 그럴 시간이 없었을 텐데, '
기가 막힌 노릇이 었다.
일단 호신강기가 아니라면 무공의 고하에 상관없이 힘을 못 쓰고 당할 수밖에 없는 독이 나타났다는 그 자체만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채 반각이 지나기도 전에 무사히 제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은 공격을 하지 않고 대기하던 이백의 등천잠룡대원들과 공격을 하다가 빠르게 호신강기를 일으킨 제이등천잠룡대원들의 일부분이었다.
그 외에 곽사와 밀영일호만이 살아남았다
내공이 부족하여 제대로 호신강기를 펼치지 못하는 맹주부의 무사들과 천마혈성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것이다
어차피 살아남은 천마혈성들은 몇 구 없었지만 데리고 온 무인들은 대원의 후예들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아파온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죄 없는 초원의 전사들이 죽어간다
고 생각했던 것이다.
'잘들 가시게 대초원의 전사들이여 ! 그대들의 복수는 등천이 살아 있는 한 잊지 않을 것이다. '
그는 속으로 죽어가는 자들에게 명복을 빌었다. 그런데 죽어가는 것은 초원의 전사들 뿐이 아니었다. 호연세가의 수하들도 하나 둘씩 죽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단지 설비향과 약 삼십여 명의 무사들만이 조금씩 뒤로 물러서다가 어느 순간 전력을 다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엄호의 미간에 심줄이 돋아났다.
지금 도망치는 자들이 호연세가의 수뇌들이고, 그들 중 누군가가 이번 일의 주모자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등천잠룡대가 형성되 고 처음으로 수하들이 죽었다.
그것도 무려 오십여 명이 무더기로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 원흉이 도망을 가고 있었다.
엄호는 도망치는 자들을 엄밀히 살폈다.
그들 중 누가 이번 일의 원흉인지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엄호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도망치는 삼십여 명은 무질서해서 누가 중심인물인지 알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똑똑한 놈이군 그런데 이상하다 같은 편까지 죽이는것은 권왕의 방식이 아니다. 더군다나 독강시에 무형무취의 독이라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
엄호는 이제야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비록 아문을 단 한 번 보았지만, 그의 성정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최소한 같은 편까지 죽여 가면서 독을 사용하는 자들을 수하로 두거나 친구로 둘 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상대가 누구든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제법 머리를 썼군.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 있는것은 아니지, 모조리 다 죽여주마, 가라!"
고함과 함께 엄호의 손에서 도가 바람개비처럼 돌면서 날아갔다.
"크아악"비명과 참께 십여 명의 무사들이 무더기로 죽어갔다. 도망치던 호연세가의 무사들은 엄호의 무시무시한 이기어도술 앞에서 아랫도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죽은 무사들 중에는 설비향이 없었다.
설비향은 아직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을 알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안도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추삼이 화살을 날렸다.
그와 함께 등천잠룡대의 무사들 오십여 명이 동시에 화살을 날렸다.
설비향은 이미 추상이 화살을 드는 순간 무사들 틈으로 숨은 다음 빠르게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행동이 늦은 무사들 중 십여 명이 다시 날아온 화살에 몸이 뚫린 채 죽어갔다. 그래도 십여 명은 살아남아서 전각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잡아라!"
엄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살아남은 등천잠룡대가 일제히 전각을 향해 몰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달려가던 일행 중 앞에 있던 십여 기의 말이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은 것이다 그 말들 뿐 아니라 등천잠룡대의 무
사들이 움직이는 순간 그들이 타고 있던 말들이 전부 독에 중독되어 죽어갔다
뿐만 아니라 대오가 흩어지며 부상을 당했거나 이미 약간의 독상을 입고 있던 등천잠룡대원들이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다시 열다섯 명이 일시에 죽은 것이다.
대오가 흩어지고 진을 이루면서 만들어졌던 호신강기가 흩어지면서 말들과 부상 중인 대원들이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멈 춰 라! "
결국 엄호를 비롯해서 등천잠룡대의 대원들은 모두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동료들이 먼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려는 곳에 어떤 함정과 독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건물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이미 무적이라는 등천잠룡대원들 칠십여 명이 죽어간 상황이었다.
엄호와 곽사 그리고 어린과 추상은 멍하니 사방을 둘러 보았다.
자신들 이외엔 모두 죽었다.
그 외에 적이었던 자들도 전각으로 숨어서 달아난 십여 명이 전부였다 적과 동료를 불문하고 모두 죽을 것을 각오하고 독을 풀었다는 말이었다.
엄호와 곽사 등은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어떤 독도 이렇게 지독하진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진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진 안쪽에 이미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선사한 독이 풀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였기 때문이었다.
엄호는 가볍 게 숨을 내쉬었다.
'등천잠룡대의 진으로 발동되는 호신강기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
얼마 전이라면 절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각 안으로 도망친 설비향과 그의 수하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전각을 지나가면서 모든 기관을 전부 발동시켰고, 각 전각마다 설치 된 진까지 전부 가동시켰다 그러나 설비향은 그것들이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미 장음지독의 무서움을 알았기에 그들이 함부로 뒤를 쫓아 올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등천잠룡대의 무서움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던 엄호
의 장도와 한꺼번에 두세 명의 무사들을 뚫고 나가던 추상의 활을 기억하면 다리가 떨린다.
'처음부터 독 암기와 독강시를 사용하여 그들을 방심하게 만든 후, 진짜 장음지독이 들어간 독탄을 나중에 사용하였기에 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을 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었다 이제 장음독탄도 다 쓰고, 남은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세 개의 해독약뿐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안가의 진을 뚫고 나가면 살아남을 수도 있다. '
설비향은 실낱같은 기대를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세 개의 장음지독 해독약에 걸고 있었다. 어떻게 하던지 살아남아 서 지금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을 호연각이나 호연란에게 전해 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해독약을 생각하고 안가의 진안에 펼쳐진 장음지독을 생각하자, 새삼 권왕 아운의 생각이 나면서 오한이 나는 것을 느꼈다.
만약 맹주부의 인물들이 진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죽는것을 보지 못했으면 자신은 해약을 써 보지도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권왕 이놈이야 말로, 정말 무서운 놈이다. 하지만 내가 해약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까지 너로 인해 나와 등천잠룡대가 상잔을 했으니 내가 당한대로 너도 좀 당해봐라! '
설비향은 일단 살아남은 자들 중 함께 갈 자들 두 명을 마음속으로 정한 다음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제일연회장 안,
"크윽"
신음과 함께 초비향은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고 말았다
초비향은 복수심을 지니고 필사적으로 조진양을 상대하였
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밀리고 있었다.
둘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혈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약
일각이 지나면서 초비향이 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그 이후로는 다시 선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세 합을 겨루기도 전에 초비향은 위태
로운 지경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한 수를 노리고 있었구나
뒤늦게 알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때늦은 깨우침이었다.
'지독하게 강하다. 우문각이나 소달극이 당한 것도 이해
가 간다 이러다간 나도 속절없이 당할 수 있다 '
초비향은 마음이 초조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조진양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힘을 내시게. 그래도 무림의 쌍절 중 한 명이 아닌가?
그렇게 쉽게 밀리면 같은 쌍절의 한 명인 내가 민망하지
않겠나?"
초비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군. 그럼 그 민망함을 지금부터 씻어주지 ."
초비향의 검에 은은한 검은색의 광체가 어리기 시작했다
"호 검강인가? 하지만 그 검강이 다 발현될 때까지 내가
기다려 줄 순 없지 "
조진양의 손이 갑자기 빨라졌다.
이미 이전에도 분뢰수의 빠름에 치가 떨렸던 초비향이었
지만, 지금 조진양이 보여주고 있는 빠름은 그 차원이 또
달랐다.
마치 섬광이 연이어 폭발을 하는 것 같았다.
"크윽"
초비향은 마라십삽도법을 연이어 펼치고 있었지만, 너무
빠른 상대의 공격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다시 세 걸음이나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던 초식을 제대로 펼치지 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무려 다섯 군데나 작은 상처가 났다
"철컥"
북궁손우가 검을 뽑아 들었다.
여차하면 합세를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맹주부쪽
에 있는 무사들 중에 능유환과 사마정, 그리고 부상을 당
한 탐우라와 상정 등이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들이 준비를 하자, 강호 무인들 중에 면사의 여인과 함
께 있었던 두 명의 복면인들이 한발씩 앞으로 나섰다. 그
들 역시 여차하면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어린다.
한편 그들과는 다르게 우칠은 자신의 철봉을 어깨에 둘러
에고 북궁연과 아운의 뒤에 바짝 다가와 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은 지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
이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호난화는 은근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우칠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주군인 아운을 챙기는 모습에서
왠지 소외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저 분에게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본 모
습으로 변한 것 때문에 그런 것인가?'
신 경 이 쓰인 다.
그것이 여자인 것을
이렇게 양측의 절대 고수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여차하
면 나서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욱"
아운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육삼쾌의연격포가 모두 돌아왔다
그렇지만 몸 안을 돌고 있는 무극 신공은 아직도 멈추지
않은 채 무서운 속도로 그의 몸을 돌고 있었다.
'아쉽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으면 무극신공의 구단계인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구나 일단 육삼쾌의연격포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자. '
아운은 냉정하게 현실을 자각하고 몸 안에 돌고 있는 무
극신공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흐름을
타기 시작한 무극신공은 그의 생각대로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미 소주천과 대주천을 마음대로 돌고 있는 무극신공의
힘 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큰일이다. 이 힘을 진정시키던지 아니면 지금 운기를 해
서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힘든 상황이다.
아운은 일단 무극신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두
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대편 쪽의 절대고수는 강호무인들 쪽보다 더 많고
강했다. 먼저 조진양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일대일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고수가 이쪽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극신공이 완전히 돌아오면서 불괴수
라기공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은
영단의 기운이 은밀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미세하지만, 모두 열두 명 정도의 은영단 무사
들 기운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운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 마흔다섯 명의 은영단 중 열둘이다.
만약 오늘 이 자리에 마흔다섯 명의 은영단이 모두 있었다
면 지금 강호의 무사들로서는 상대하기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현재 아운은 무극신공과 불괴수라기공이 거의 하나로 뭉
친 상태였다. 무극신공의 활성화로 인해 불괴수라기공이
십성 이상으로 끌어 올려 진 지금에서야 그들의 기운을 겨
우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 강호의 무사들 중 이들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고수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이는 그들의
은밀한 살수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인이 별로 많지
않다는 말과 같았다.
아운으로선 이 은영단의 존재가 조진양과 함께 가장 마음
에 걸렸다. 다행이라면 아직까지는 은영단이 두드러지게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운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신주오기를 잡을 때까진 쉽게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괜히 자신의 모습을 함부로 드러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
물론 그 이외에 그들은 또 다른 임무로 인해 함부로 움직
이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까지는 아운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운에게 의문은 나머지 서른 세 명의 은영단이었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
어쩌면 그들의 행방이 오늘 결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아운은 더 이상 그들의 행방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수 없었다.
당장 초비향이 위기에 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모두 태연한 표정으로 들으십시오.
아운의 전음이 강호의 무사들에게 한꺼번에 퍼져 나갔다.
이는 앞쪽이 아니라 자신의 뒤 쪽에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게 보낸 전음으로 특정한 방향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
꺼번에 보내는 전음법이었다.
아운의 이 특수한 전음법은 강호의 노고수들이라 해도 쉽
게 흉내 낼 수 없는 극상승의 전음법이라 할 수 있었다.
이를 안 강호의 무인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아
운의 능력에 은근히 놀란다.
- 우리는 일단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
에서 이들과 싸운다면 결코 이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모두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 혼전이 벌어지면 모두들 동쪽 문을 통해 이곳을 벗어나
제이연회장이 있는 쪽으로 가십시오. 혹시 흩어지더라도
무조건 그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도 모이
지 못하면 알아서 맹주부를 벗어나야 합니다
동쪽문은 그들이 모여 있는 뒤 쪽에 있는 문이었다.
- 호단주, 그리고 우칠, 연 누이를 부탁한다.
아운은 마지막으로 호난화와 우칠에게 북궁연을 부탁 한
후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세 가닥의 삼살수라마정이 한참
호연각과 싸우고 있는 실혼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
고 그는 한 걸음에 초비향을 가로 막으면서 조진양을 향해
여섯 번의 주먹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