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권. 제11장. 천룡출현(天龍出現) (1) (163/228)

第十一章 : 천룡출현(天龍出現) (1)

장포의 등에 수놓아진 용을 본 강호의 장로급 무사들은 그들의 정체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현 무림맹의 무력 집단들 중 용포를 입을 수 있는 무력 집단은 단 한 군데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바로 무림맹 최고의 무력집단이라고 알려진 천룡수호대였다. 그들외 칠대 삼단의 인물들은 이 용포를 입을 수 없었다.

실상 맹주부내에서는 등천잠룡대나 은영단의 힘과 지위가 훨씬 더 높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알려진 지위 상으로는 천룡수호대의 아래였다. 그리고 천룡수호대 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뒤로 약 이천여 명의 맹주부내 무사들이 비좁은 연회장 안으로 돌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와아”

하는 함성이 연회장 안을 완전히 흔들어 놓고 있었다.

벌써부터 강호의 무사들 중 상당수는 심리적인 충격을 받고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한편 먼저 나타난 노무사들의 정체를 눈치 챈 개방의 무이신개 양몽이 고함을 질러 강호 무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저들은 천룡수호대의 무사들이니, 일대일로는 상대하지 마시오.”

양몽은 소리를 질러 놓고도 불안했다.

지금 연회장 안의 강호무사들은 근 이천에 달했지만, 무림맹 최고의 무력집단이라고 알려진 천룡수호대의 무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제 양적으로도 밀리는 상황이었고, 질적으로는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걱정대로 강호의 무사들은 천룡수호대와 그 뒤에 나타난 맹주부의 무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전세는 다시 역전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할 수 잇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무림맹의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최고의 무력집단인 천룡수호대는 무림맹의 칠대삼단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보통 은거인들이라 불리는 천룡수호대의 고수들은 모두 혈궁대전 이후 실질적으로 강호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은거에 들어가 무공수련에만 전념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이들은 어떤 소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자유집단이었다. 혈궁대전 당시 공로가 컸던 강호의 무사들이 무림맹의 한 곳에 집단 은거를 하였고, 이들을 통칭 천룡수호대라 불렸던 것이다.

무림맹이 이들에게 거처와 숙식은 물론이고 이들이 원하는 모든 편의 시설을 전부 지원해 주었고, 대신 그들은 언제고 무림맹이 곤란에 처하면 도와주기로 무림맹의 중요 인물들과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림맹의 휘하가 아니라 친구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가 맹주인 조진양의 수하들이었다는 사실은 강호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이들 주 가장 강한 무사들 열세 명을 일컬어 정무십삼천이라고 불렀고, 정무십삼천의 수좌인 천룡불(天龍佛) 지심대사는 조진양의 사제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천룡수호대가 몽땅 투입되었으니 사실상 승부는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 중 다섯 명의 노인들이 검혼을 향해 다가왔다.

천룡수호대의 노무사들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섯 명의 고수들을 본 검혼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강자들이다. 저들이 오기전에 단 한명이라도 더 죽여야 한다.’

검혼은 위기감을 느끼고 검에 자신의 모든 공력을 전부 쏟아 넣었다. 단 일검에 부맹주인 철요명을 죽이려 한 것이다.

“가랏”

고함과 함께 검혼은 용검오식의 전삼식을 연이어 펼쳤고, 철요명은 경천(驚天)십이 식의 창법으로 그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내었다. 그러나 그는 벌써부터 다리를 후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이미 십사대 고수와 비슷한 실력을 지닌 검혼을 철요명이 이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철요명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일단 철요명을 궁지로 몰아넣은 검혼은 초식을 갑자기 변화시켰다. 용검오식의 후 이식 중 하나인 폭풍비룡(爆風飛龍)을 벼락같이 펼쳐 낸 것이다.

철요명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검혼이 승부를 결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지금 펼친 검혼의 검세가 너무 매서웠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다섯 명의 고수들이 자신을 돕기 위해 전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검혼의 초식을 받아 내지 못하면 소용없는 짓이 될 것이다.

“타앗”

고함과 함께 철요명은 단창을 좌우로 휘둘렀다.

그의 단창에서 섬일운(閃日暈), 이요강(二耀剛), 삼정창(三精槍)의 초식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철요명의 최고 절기인 삼절무한창법(三絶武罕槍法)이 연이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최고 창법도 검혼의 검세를 완전히 막아내진 못했다.

“크으으.”

신음과 함께 철요명이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는 온 몸에 세 군데나 큰 검상을 입고 있었으며, 그의 오른쪽 귀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익”

검혼은 단 일 검에 철요명을 죽이지 못하자, 자존심이 상했다.

도혼의 손자 정도도 쉽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후에 몽혼지약에서 어떻게 도혼을 이기겠는가?

“이번에는 좀 힘들 것이다.”

검혼은 용검오식의 최정화라 할 수 있는 전광유룡(電光柔龍)으로 승부를 내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초식을 펼치기도 전에 다급하게 달려온 다섯 명의 고수들로부터 협공을 받아야만 했다.

전력을 다해 달려온 고수들은 천룡수호대의 최고 고수들인 정무십삼천 중의 다섯 명이고 그들 중엔 천룡불 지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철요명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려왔고, 오자마자 살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제기랄.”

검혼은 자신도 모르게 거친 말을 뱉어내고 말았다.

최소한 그들 다섯 명 중에 염주를 든 노인의 실력은 최소 자신보다 아래가 아니었고, 다른 네 명의 노인들도 결코 만만한 실력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철요명은 살아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명의 고수들에게 둘러싸인 것이다.

단 한 번만 더 공격을 했으면 철요명을 죽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일단 철요명을 죽이지 못하자. 자신을 방해한 다섯 명의 노 고수들에게 그 화풀이를 하려는 듯 그들을 향해 맹렬하게 검세를 뿜어내었다.

그의 검에서 맑은 청광이 세자나 뻗어나와 허공에서 꿈틀거렸다. 처음부터 용검오식의 최고 초식인 전광유룡을 펼친것이다.

어차피 철요명을 죽이려고 준비했던 초식이라 내친김에 펼친 것이다.

협공을 하여 단숨에 검혼을 죽이려 하던 지심의 얼굴에 당혹한 표정이 어렸다.

“타핫”

고함과 함께 천룡불 지심은 대현십삼절의 초식으로 손에 들고 있는 염주를 휘둘렀다. 다른 네 명의 고수들도 각자 최고의 절기로 맞섰다.

오대 일로 정면 충돌한 것이다.

“차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지심과 검혼이 서로 세 걸음씩 뒤로 물러섰고, 공격해왔던 다섯 명의 고수 중에 세 명은 약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 있었는데, 여기저기 작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은 머리가 반으로 갈려져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죽은 것이다.

“으음”

비록 한 명을 죽였지만, 검혼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한 명이 죽었지만, 철요명을 포함해서 다섯이나 되는 실력자들이 아직도 건재해 있었던 것이다.

‘어렵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올 때가 되었는데.’

그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슬쩍 연회장의 남문을 보았을 때였다.

“꽝”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남문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런 일에 결전이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다.

그리고 부서진 문을 통해 수백명의 무인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모두 긴장한 채 그들을 바라본다.

적인가?

아군인가?

그들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오늘 강호의 무사들은 모두 전멸을 당할 수도 있었고, 기사회생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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