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 봉명우사()
검왕과 탈명검사가 치열하게 싸울 때 탐우라는 조용히 아운의 앞에 다가와 멈
추어 섰다. 아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다가온 탐우라를 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었다.
'태양무극섬을 사용하지 않고 탐우라를 상대해야 하다니 어려운 결전이 되겠
구나 ,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탐우라는 자신이 생명을 걸고 싸웠던 명왕수사 고구보다도 한 수 위에 있는
고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운은 어떤 수를 쓰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다.
쉽지 않을 뿐이지, 못 이길 것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탐우라는 아운의 이장(육 미터) 앞에 서 있었다.
이장이란 거리는 제법 먼 거리였지만, 아운이나 탐우라 같은 고수에게 있어서
는 단 일격에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가선 탐우라는
물론이고 아운의 표정에도 별반 긴장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얼었다.
아운은 포권지례를 하면서 말했다.
"아운이라 합니다. 남들이 권왕이라 부르고 있는 후배가 바로 저입니다 "
탐우라는 아운을 자세히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보아도 무공의 척도를 잴 수 없군, 무공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특수
한 무공을 익힌 것 같은데, 듣기론 암혼살문의 무공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
실인 모양이군, 그런가?"
아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좋아 암혼살문의 진전과 무적신권을 이었습니다. "
탐우라가 찬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에 대해서 자세히 듣기는 했네, 그런데 점말 칠초무적자의 무적신권을
익혔군, 그러나 지금 자네가 지닌 무공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하다네,
특히 반윌검기를 일으키는 권강이나 폭발하는 권강따윈 무적신권에 전혀 없었
지, 자네가 발전시킨 것인가? 아니면 칠초무적자가 은거하며 발전시킨 후 물려
준 것인가?"
아운은 어깨를 한 번 으쓱 해 보이곤 말했다.
"후손으로서 전수 받은 무공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의당해야 할 일 입니다. "
탐우라는 감탄한 표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런가? 대단하군, 자네는 점말 대단한 기재일세,"
"칭찬 감사합니다. "
"자네 같은 인재와 겨루게 되어서 기쁘네,"
아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확실히 십사대 고수 줌 한 명에게 칭찬을 듣는 것은 폄범한 다른 사람에게 백
번 칭찬을 듣는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특히 상대의 말에 진실을 느낀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만족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진다면 사랑하는 연인이 샘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 수야 없지요,"
탐무라의 시선이 아운의 뒤에 검을 든 채로 우뚝 서 있는 북궁연을 바라보았
다.
그녀는 아운의 가벼운 농담에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탐우라의 독사눈에 믿을 수 없게도 은은한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보기좋군, 참으로 부럽네, 자네는, 알아야 할 것일세,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해야 할 일인지 ,"
아운은 잠시 탐우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속에 숨어 있는 어떤 아련한 아픔 같은 것을 느낀 것이다 탐우라는
얼핏 보면 여자가 좋아할 인상의 남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탐우라 정도라면 어
떤 여자라도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능력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문득 그의 과거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한가하게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탐우라가 한 말에 대해서는 십분
동감하고 있는 아운이 었다.
"요즘에야 그것을 깨우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강해진
것을 천신께 감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켜 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많아졌으니 말입니다 "
"좋군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겠네. 그럼 이제 우리도 한 번 어울려
볼까?"
"기 다리 고 있었습니다. "
아운은 한 발을 앞으로 디디며 탐우라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아운이 자세를 취한 것은 상대에 대한 예우였다.
아운은 왠지 이 잔인하기로 유명한 노고수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특히 무
엇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눈매가 아운으로 하여금 노인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운이 자세를 취하자, 탐우라 역시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절기인 마라혈수인
의 자세를 취했다
아운은 탐우라의 자세를 보고 난 다음 말했다
"전 단 아홉 수 안에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그 안에 제가 지던지 이기던지
할 것입 니 다. "
탐우라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단 아홉수 안에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겠지?"
"당연한 일입니다. 이건 단순 대련이 아니고, 전쟁입니다. 죽이지 않으면 내
가 죽는. 그리고 나는 싸우면 이겨야한다는 가장 간단한 규칙만 알고 있습니다
"좋은 규칙이네, 그런데 꼭 아홉수를 지정한 것은 이유가 있나?"
"저의 사부님인 칠초무적자 어른께 대한 예우입니다. "
"스승은 제자가 자신을 넘어서 주길 바라는 법일세, 그런 의미라면 오초식이
나 육초식으로 제한해야 하지 않겠나. "
"칠초식과 아홉수는 다릅니다. 숫자로는 사부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구로 정했고, 사부님보다 더욱 발전한 제자가 되기 위해 아홉초식이 아니라 아
홉수로 정한 것입니다. "
"그렇군, 초가 아니라 식이란 말이지, 흠 아홉수면 대략 초로 따져서 일이초
식 밖에 되지 않겠군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면 제가 오만한 것이고」 실제 고수들의 대결에서 한 초식의 변환
식을 전부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보통 아홉수면 오초식 정도 될 것 같습
니다. "
"호 절묘하군, 절묘해, 그럼 누군가의 말대로 자네가 주먹질 아홉 번을 지르
는 동안이면 나나 자네나 둘 중 하나는 쓰러져 있겠군, 지금처럼 바쁜 세상에
빨라서 좋군, "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겐 주먹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조심하십시
오,"
"걱정 말고 오게 , "
아운은 가다렸다는 듯이 무서운 속도로 탐우라에게 달려들었다.
이장이란 거리는 무인에게 한 걸음의 거리에 불과했다.
일종의 축지술과 비슷한 보법을 펼친 아운의 신형은 벌써 탐우라의 면전에 도
달해 주먹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먹에서 펼쳐진 것은 연환육영뢰의
가장 약한 초식인 일기영이었다,
이미 중첩권으로 이해 연환육영뢰를 끝까지 사용한 그로선 어잴 수 없는 선택
이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삼절파천황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기영의 기세가 폭발하면서 권경은 아운의 주먹을 타고 탐우라
의 얼굴을 파고 들어갔다.
갑작스런 공격이었지만, 탐우라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탐우라는 선 자세에서 몸을 틀며 오른 손바닥으로 아운의 얼굴을 쳐 갔다.
아운의 일기영이 몸을 틀어 버린 탐우라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갈 때, 탐우라
의 손바닥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은 벌써 아운의 얼굴을 치고 있었다,
아운의 허리가 갑자기 열으로 꺽어지듯이 기을어지면서 탐우라의 손 공격을
피했고. 이번에는 왼쪽 주먹으로 탐우라의 가슴을 쳐갔다. 그러나 탐우라 역시
왼손으로 거의 동시에 아운의 가슴을 치는 중이었다.
일단 공격도 중요하지만 방어를 못하면 결코 이득을 얻을 수 없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주먹과 손바닥이 상대의 공격을 막으려 들면서 중간에
충돌을 일으켰다.
"펑 "
살과 살이 부딪치기 전에 각자 손과 주먹에서 뿜어진 경기가 충돌하였고, 둘
은 그대로 반보씩 물러섰다. 그런데 뒤로 물러서면서도 아운은 다시 오른 주먹
을 휘 두르고 있었다.
연환 육영뢰의 세 번째 주먹인 삼권척이었다.
탐우라는 됫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하면서 삼권척을 비켜내었고, 회전하는 그
의 몸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은 마치 검처럼 아운의 옆구리를 공격해 왔다.
아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번 탐우라의 공격이 조금 전 공격해왔던 무공들에 비해서 월등히 강하고 날
카롭다는 것을 안 것이다.
아운의 직감대로 탐우라가 마라혈수인의 마지막 초식이자, 위력이 가장 강한
혈기단인의 초식을 펼친 것이다.
"타핫"
아운이 고함을 치면서 주먹을 연이어 두 번이나 휘둘렀고, 연이어 날아간 육
영뢰의 권경이 혈기단인과 충돌하면서 허공에서 공멸해갔다.
"크윽"
아운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고 두 발자국이나 물러서고 말았다. 연이
어 두 번의 주먹질로도 혈기단인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탐우라는 아운의 연환육영뢰가 갈수록 점차 강해지지만 차례대로 펼쳐야 한다는 약점을 알고 갑자기 강한 초식으로 승부를 내려 한 것이다.
아운이 어쩔 수 없이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탐우라는 승부를 보려는 듯 한줄기 붉은 섬광을 재차 쏘아 보냈다.
'위 험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