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 무림혈전 ()
호연세가의 안가와는 달리 무림맹에서 불과 반 시진 거리에 있는 호연세가의 무림맹 분타는 타 문파의 무림맹 분타에 비해서 가장 규모가 컸다. 보통 무림의 명문파들은 무림맹 근처에 크고 작은 분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
었는데, 그 분타는 무림맹과 자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통 소림이나 무당처럼 불가나 도가의 대문파들은 속가제자가 운영하는 무파를 분타 형식으로 삼기도 하지만, 오대세가나 호연세가 같은 경우는 무림맹 근교에 제법 큰 규모의 분타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호연세가의 경우 공식적인 일은 이 분타에서 처리하고 비공식적인 일은 안가에서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실제 안가의 경우는 호연세가에 절대 충심을 보이고 있는 중요 인물들이 아니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곳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호연세가의 분타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편이었다. 호연세가에서는 이 분타를 소화궁()이라고 불렀다. 이는 호연란이 세가의 소가주로 공식화되는 해에 이 분타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녀를 기리는 뜻에서 소화라고 지은 것이다. 물론 소화, 작은 꽃이란 호연란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소화궁을 향해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문을 열어라! "
소화궁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은 다급하게 달려오는 십여 명의 무사들을 보고 안색이 일변했다. 그들은 보기에도 다급해 보였고, 아주 험한 일을 당한 듯 온 몸에 피 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사들 중 조장인 맹칠은 달려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 속에 들어오고서야 그가 밀각 소속의 대주급 인물과 그의 수하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연세가 내에서도 밀각은 비밀이 많은 곳이었고, 실상 호연세가의 최고 무력집단이란 것을 맹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맹칠은 달려오고 있는 인물들 중 가장 앞에 있는 중년의 무사가 밀각 내 제이백호대의 대주란 사실만 알았지, 그가 누구인지 무공이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밀각의 대주란 사실이었다. 밀각 내 대주급이라면 맹칠로서는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실세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밀각의 대주급 인물이 수하 몇 명하고 기진맥진해서 돌아왔다고 하면 이는 필히 무슨 일인가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맹칠은 수하들을 보고 명령을 내렸다.
"빨리 문을 열어라! "
선위무사들이 소화궁의 문을 열었을 때 말을 달려온 십여 명의 인물 중, 가장 앞장서서 말을 몰아 온 제이백호대의 대주가 맹칠을 바라보았다. 이 전에 두세 번 안면이 있는 사이라 굳이 자신의 신분을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안에 누가 계신가?"
"아가씨가 와 계십니다. "
제이백호대의 대주인 좌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상당수의 고수들이 와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장음지독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물론 그가 누구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일은 세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분명히 그가 와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급히 아가씨를 만나봐야겠다. "
"무슨 일입니까?"
제이백호대의 대주 바로 뒤에 있던 거한이 맹호의 눈을 부라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요즘 선위무사 조장은 대단한가 보군 세가의 비밀을 함부로 말하라고 요구하다니 , 죽고 싶은가?"
"헉."
맹칠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이 목구멍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자칫했다가는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문은 이미 열어 놓았으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제이백호대의 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네, 그리고 안으로 연통을 넣게 천급에 해당하는 급한 일이라고, 모두 가자. "
천급이란 말에 맹칠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천급이라면 세가가 무너질 수도 있을 만큼 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었다 소화궁의 정문으로 십여 기의 말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간 후 맹달은 문 앞의 줄을 세 번이나 연이어 잡아 당겼다.
"댕댕댕"
갑자기 큰 종리가 세 번이나 을리자, 호연세가의 무림맹 지단은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상을 비롯한 십여 명의 제이백호단 무사들이 두 개의 건물을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건물을 창해 다가갈 때, 그 안에서 십여 명의 인물들이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한 명의 여자와 십여 명의 노강호들, 좌상은 호연란과 세가의 가신 고수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호연란이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에서는 은은한 녹색 광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연란은 좌상을 보고 물었다.
"지금 울린 비상 종소리가 당신으로 인한 것인가?"
하대로 물어보는 호연란의 모습은 위엄이 있었다. 좌상이 움찔하며 얼른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소가주님 ."
"무슨 일이기에 천급의 비상종이 울린 것인가?"
물어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차다. 좌상은 호연란의 차가운 시선에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전보다 무공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 대체 어떻게 했기에 다 죽어가던 소가주나 군사가 멀쩡하게 살아난 것인가? 눈빛을 보면 사공이나 독공 종류를 새로 익힌 것 같은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그걸 논하거나 물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좌상은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무림맹의 맹주부가 세가의 안가를 공격했습니다. 밀각의 일부 고수들을 제외한 세가의 모든 무사들이 절반 이상이나 죽었습니다. 지금은 설군사가 독강시를 동원해서 겨우 막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밀각의 각주님인 장황님의 명령으로 응원군을 부르러 왔습니다. "
호연란은 물론이고 함께 있던 세가의 가신들도 모두 놀란 표정들이었다.
"무림맹의 맹주부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현재 맹주부의 고수들은 호연세가의 안가를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조진양을 비롯한 맹주부의 무사들은 혈궁의 고수들과 힘을 합해 무림맹에 모인 무인들을 공격하고 있는 중입니다."
호연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있던 호연세가의 가신들은 더욱 황당한 표정들이었다. 무림맹의 맹주가 혈궁의 고수들과 힘을 합해 무림고수들을 공격하다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좌상은 그들이 놀라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아운에게 지시를 받기 전 맹주부와 혈궁이 같은 통속이란 말을 듣고 더 없이 놀랐었다. 호연란은 좌상을 보면서 조금 믿겨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네가 한 말은 무슨 뜻이냐?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원래 조진양과 맹주부의 고수들은 모두 원나라의 잔당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혈궁칠사들 역시 원의 잔당들로 그들은 처음부터 같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혈궁대전 역시 무림을 기만하기 위해서 그들이 꾸민 일이랍니다. 그 당시 혈전으로 조진양은 무림맹의 맹주가 되었고, 칠사는 혈궁의 최고 고수들로 마도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
이어서 좌상의 입을 빌어 나온 이야기들은 호연란과 호연세가의 가신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맹주부와 혈궁의 오랜 세월에 걸친 음모는 그들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래동안 맹주부를 감시하면서 그들이 이미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호연세가였다. 그 동안 의심하고 있던 일들이 좌상의 말을 들으면서 모두 풀렸다. 호연란은 눈썹을 곤두세운 후 좌상에게 물었다.
"너는 그 혼란한 와중에 이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좌상은 호연란을 올려다 보았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등천잠룡대가 세가의 안가를 공격해 왔을 때 설군사가 왜 우리를 공격하느냐고 물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도 문제가 업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이야기를 해 주며 강호무림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우린 더욱 당황하고 분노했었습니다. "
그 말을 듣고 호연란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정도 심리전에 말려들다니 세가의 무사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수련하고 무엇을 훈련했단 말인가?"
좌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자, 호연란은 함께 나왔던 가신들을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호연세가의 전 힘을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고수들도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조부님도 공격을 당하고 있으실 것입니다. 우선 그 분의 안전부터 확인을 해야겠으니 모두 준비를 해 주십시오."
"명 ."
가신들은 모두 복창을 한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 중 일부는 호연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하기 위해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호연란은 좌상 일행을 보고 말했다.
"편히 쉬어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 현실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좌대주는 잠시 운기를 하여 힘을 보충한 추 우리를 인도했으면 한다. 그 사이에 나도 들어가서 준비를 하고 나오겠다. "
좌상이 얼른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제가 어찌 편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저희들도 나름, 힘을 보충하고 있을테니 얼른 준비를 하고 나오십시오. 설군사님께서는 호연세가의 전 힘을 동원해야 이번 결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잘하면, 이번 결전으로 인해 호연세가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하라 했습니다. "
호연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군사가 전하라고 한 말의 뜻을 능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호연세가의 숨겨놓은 힘까지 동원하란 말일 것이다. 그래야만 이번 결전에서 큰 손실 없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 기회에 공을 세워야 호연세가가 무림에서 위치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번 일엔 대고모님의 힘까지 동원해야 할 것 같다. '
호연란은 내심 결정을 내렸다.
호연세가의 고수들이 전투 준비를 마치고 다시 나타난 것은 불과 반각도 되지 않아서였으며, 그들의 지시로 일반 무사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한 후였다. 좌상과 그의 수하들도 간단하게 운기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은 잠시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을 그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맹주부내의 제이 연회장은 맹주부의 입구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제일 연회장과는 세 개의 건물과 두 개의 연무장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사실 제이 연회장은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일단 큰 연무장을 중심으로 사방에 여덟 개의 건물들이 정사각형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 건물들을 이어주는 크고 높은 담장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건물들은 모두 연무장 쪽을 향해 개방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는 창문조차 나 있지 않아 밖과 안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형태였다. 단지 맹주부에서 무림맹으로 향하는 남쪽과 맹주부의 중심 쪽을 향한 북쪽에는 마차 두 대가 나란히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는 큰 대문이 있었고, 현재 그 두 개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모두 여덟 개의 건물들은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세 개씩 동쪽과 남쪽에는 두 개씩 있었고, 두 개의 큰 대문은 남쪽과 북쪽에 있는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있었다. 사방의 건물들 안쪽에는 제일 연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강호의 노 명숙들이나 비교적 신분이 높은 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연무장 쪽으로는 젊은 고수들이 멍석을 깔고 앉아서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었다. 무림의 대선배들이나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수장들이 모여 있는 제일 연회장에 비해서 실력이나 경륜이 조금 모자라기는 하였지만, 상당수의 무인들이 대문파의 장로급에 속하는 신분이거나 제법 알려진 문파의 문주 혹은 가주들이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젊은 고수들은 현 강호 무림에 어느 정도 알려진 후기지수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모두 모이는 것조차 강호 무림에서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이 떠들썩한 제이연회장에서 가장 많은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은 연무장 중앙쪽이었다. 그곳에는 금룡단원들과 그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수많은 지인들이 연이어 인사를 주고받는 중이었지만, 그들 중 금룡단의 핵심들이라 할 수 있는 몽진나한과 소걸개 이심방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물론 금룡단의 교두 두 명도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금룡단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철혈사자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주인 흑룡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금룡단을 향해 가끔 살기를 보내곤 하였지만, 그들에게 도발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서로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많은 무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말썽을 부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각 문파의 젊은 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중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금룡단을 부러운 듯 바라보곤 하였다. 이때 남쪽의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약 백여 명의 여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을 본 젊은 무인들의 표정이 몽롱해진다.
"적운봉황대다. "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아니라도 나타난 여자들 맨 앞에서 당당하게 걸어오는 여자는 적운봉
황대의 대주인 당수련이란 것을 모르는 무인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삼봉을 제외하면 능히 무림제일기녀라 불릴 수 있는 당수련의 모습은 젊은 무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몽연사태가
죽립을 눌러쓰고 나란히 걸어오는 중이었다. 당수련과 적운봉황대의 여자들은 곧장 금룡단과 철혈사자대가 있는 곳을 향해일직선으로 걸어왔다. 그녀들이 개개인적으로 이곳에 나타났다면, 그녀들은 먼저 사문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적운봉황대의 신분인 지금은 함께 행동하고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존장들에 대한 예의와 인사는 후에 차리는 것이 무림의 관례였다. 적운봉황대의 여자들이 철혈사자대와 금룡단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자, 그들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보고 있는 수많은 무인들의 시선도 그곳으로 모아진다. 이것은 아주 미묘한 전쟁이었다. 적운봉황대는 어느새 금룡단과 철혈사자대의 중간 지점까지 다가왔다. 흑룡은 느긋한 표정으로 당수련을 바라보았다. 아운도 없는 지금 그녀가 당연히 철혈사자대를 향해 왔을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당연하게도 흑룡에게 먼저 다가왔다. 금룡단의 무사들 사이에 묘한 실망감이 어렸고,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내심으로 만족해하는 표정들이었다. 한 판 승부에서 이긴 기분이라고 할까?
당수련이 포권지례를 하면서 말했다.
"흑룡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
흑룡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역시 마주 포권을 한 후 말한다
"오랜만이오. 대주 그 동안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습니다."
당수련이 방긋이 운으면서 흑룡을 보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
"자 모두 이쪽으로 앉으시오. 젊은 영웅들과 여장부들이 만났으니 서로 어울리게 놔둡시다. "
흑룡의 말에 당수련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저희들은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온 것입니다. 흑룡의 말에 따르지 못한 벌은 후에 받겠습니다. 그럼."
당수련의 말에 흑룡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당수련은 그런 흑룡을 본 척도 안하고 돌아서서 금룡단을 향해 다가섰고, 적운 봉황대의 여자들 역시 냉정하게 돌아서서 당수련의 뒤를 쫓는다. 흑룡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당연했고,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은근한 분노로 표출 되었지만, 감히 내색하진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시선에 살기를 담아 적운 봉황대의 여자들과 금룡단을 노려보았다. 반대로 금룡단원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래도 설마 하는 표정으로 적운 봉황대의 여자들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녀들은 정말 자신들을 향해 다가왔고, 그들 중 당수련이 면저 정중하게 예를 차린 후 묻는다.
"적운봉황대의 당수련이 금룡단의 영웅들을 뵙습니다."
금룡단의 부단주인 북궁명은 아운의 언질을 받은 것이 있었기에 이미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금룡단의 부단주인 북궁명입니다."
당수련은 북궁명을 바라보았다. 둘은 이미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러나 당수련은 은근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어려만 보이던 북궁명이었다. 그런데 지금 본 북궁명은 이전과는 몰라 볼 정도로 강해 보였고, 어른스러워 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