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광마진천 (1)
사문이 자신의 장검을 들어 올리고 우칠을 향하자. 우칠은 들고 있던 철봉을 양손으로 잡은 다음 위로 도끼를 찍듯이 들어올렸다.
사문은 우칠의 자세를 보고, 조금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칠이 취하고 있는 자세에서 자신을 공격하려면 수비는 완전히 버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저 자세에서 공격을 하려면 동작이 크게 때문에 상대가 당할 가능성도 그리 많지 않았고, 허점도 많이 드러날 것이다.
무공의 초자도 아니고 절대 고수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우칠이 취할 수 있는 공격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지금 눈앞에서 분명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난 지금 이렇게 공격할 것이니, 얼른 피해서 내 허점을 공격해 오시오. 하고 말하는 것처럼.
"설마? 함정."
사문이 의문을 가지는 순간 "부웅"하는 소리가 들리며 우칠이 철봉을 정말 도끼 찍듯이 내리 찍고 있었다.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을 그리면서.
무자비할 정도로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멍청할 정도로 정직한 공격이었다.
누가 그런 공격에 당해 주겠는가?
"이런 무식한."
사문은 자신도 모르게 우칠을 나무라듯이 말하면서 보법으로 한 걸은 앞으로 나서며 옆으로 약간 비켜섰다.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우칠의 철봉을 피하면서 공격하기 좋은 자리르 점한 것이다.
사문은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조금도 사정없이 들고 있던 검으로 우칠의 옆구리를 향해 찔러 넣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큰 동작으로 철봉을 취두르는 중이라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가까웠다.
지켜보던 귀영은 무엇인가 허탈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쉽게 승부가 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던 귀영의 눈이 등잔 만하게 켜졌다.
믿을 수 없게도 직선으로 내리찍어 오던 철봉이 사문의 어깨쯤에서 비스뜸하게 돌아갔고, 갑자기 대각선으로 호선을 그리면서 사문의 허리를 공격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력으로 내리찍던 저 무거운 철봉을 중간에서 타격점을 바꾸어 공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더군다나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진로를 바꾸어 놓으면 제 아무리 철봉이라 해도 힘이 없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우칠의 철봉은 처음에 비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힘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맞아 보진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저 ... 저 "
귀영이 놀라서 더듬거릴 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사문이었다.
만약 우칠의 옆구리를 찌른다면 자신 역시 우칠의 철봉에 몸이 부서져야 할 판이었다.
더군다나 허리 아래다.
"이런 미친놈이 처음부터 동귀어진의 수법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어쩐지 처음부터 너무 쉽다고 생각했었다.
사문은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몸을 뉘어 철판교의 수법으로 우칠의 공격을 피하였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 우칠이 죽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일단 우칠의 공격을 피한 다음 자세를 바로 세우던 사문은 다시 한 번 기겁을 하고 말았다.
옆으로 지나갔던 우칠의 철봉이 더 빠르게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기랄."
사문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신법을 펼쳐 우칠의 철봉을 피하였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우칠의 철봉은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위 아래로 회전을 하면서 가공한 기세로 사문을 덮쳐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철봉에 관성을 없앤 것 같았고, 가볍게 휘두르는 철봉의 무게감은 마치 작은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우칠의 절기인 십절광마륜의 제 칠 초식인 회륜선봉이었다.
후 이식을 빼고 남은 여덟 가지의 초식 중 가장 변화막측한 초식을 처음부터 펼친 것이다.
우칠은 그 덕분으로 인해, 단 한 번 만에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추혼마검 사문은 우칠의 무지막지한 철봉의 위세 앞에 함부로 정면충돌을 하지 못하고, 보법과 신법으로 철봉의 기세를 피하면서 자신의 추혼검법 중 절초라 할 수 있는 난황십팔교를 펼쳐내었다.
난황십팔교는 변화가 심하고 거칠면서도 날카로운 초식이라.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우칠의 공격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칠의 철봉이 너무 거세서 그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공격적인 면에서 큰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우칠 역시 날카롭게 파고드는 사문의 공격을 의식해서 함부로 밀고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둘의 난투는 쉽게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귀영은 품 안에서 몇 개의 절명침을 꺼내 들고 바닥에 있는 천마 혈성의 피를 묻혔다.
그리고 기회를 노린다.
"비록 네가 천마혈성의 독혈을 견디어 내긴 했지만, 침으로 인해 독이 혈액속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귀영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독침으로 우칠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사문은 기가 막혔다.
자신의 무공이라면 같은 광전사들 중에서도 상위급에 속하는 칠사에 비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설사 강호의 십사대 고수들이라 해도 한 번 해롤만하다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파란 애송이 한 명을 이기지 못하고 절절 매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네 놈. 제법이구나. 하지만 재롱은 여기까지다."
사문의 검이 갑자기 늘어났다.
맑은 광채가 검에 어리면서 단순에 두자가 더 길어진 것이다.
우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검강"
상대가 검강을 펼치려 하였지만 우칠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우칠은 휘두르던 철봉을 들고 두어 발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문은 검강이 발현된 검을 들고 우칠의 미간을 향해 검을 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