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 제 13 장 결전전야 (141/228)

제 13 장  결전전야

- 모여드는 영웅들

서신을 전해서 은밀하게 만나자고 했던 사람을 만나고, 숭산에 있는 안가에 들러 흑칠랑과 야한을 본 후, 아운이 매화각에 돌아온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아운이 비밀리에 돌아오자 기다리던 소홀이 다가왔다.

"돌아오셨습니까?"

"조금 늦었습니다."

"가셨던 일은 잘되셨슨디ㅏ.?"

"다행히 저를 돕고자 하는 분이 있어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조치를 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까?"

"지금까지 아가씨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와서 먼저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손님?"

"그렇습니다. 특히 공자님을 만나러 오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검왕을 비롯한 북궁세가의 고수들도 오셨습니다."

아운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사실 섬왕이나 북궁연의 아버지인 군자검 북궁단에게는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북궁연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두 사람을 은근슬쩍 속여서 북궁연을 미리 차지한 것을 북궁손우가 알게 되면 아무래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래도 침착하게 물었따.

"그런데 나를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오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서로 잘 아는 사이고, 우연히 서로 만나서 함께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소홀은 말을 하면서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고 아운은 소홀이 그 손님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굳이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북궁세가의 어른들이 직접 소개하기 위해서란 것을 눈치 챘다. 그렇다면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란 뜻이었다.

"들어갑시다. 들어가면 누가 나를 찾아왔는지 알겠지요."

소홀은빙긋이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매화각의 많은 방들 중 한 곳.

북궁손우와 북궁단 그리고 북궁연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일행이 매화각으로 들어오자마자, 인사를 한 후 두 사람은 북궁연에게 궁금한 적이 있어서 잠시 이곳으로 온 것이다.

북궁단이 자신의 딸을 찬찬히 살피면서 물었다.

"대체 어찌된 일이냐?"

북궁연은 은근히 얼굴을 붉히면서 되물었다.

"무엇이 말인가요?"

"지금 네 모습 말이다. 어떻게 십여 년이나 젊어질 수가 있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동안 무슨 기연이라도 만났느야?"

북궁연은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그건 가가께서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

북궁손우와 북궁단이 놀란다.

하지만 놀람의 뜻은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가가"

"선물?"

"그렇습니다."

북궁단은 더욱 궁금해졌다.

"무슨 영약이라도 준 것이냐? 부아하니 너의 내공도 더욱 정순해진 것 같은데."

"그게. 그러니까 --- ."

북궁연은 말끝을 흐렸다.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결국 북궁연을 아주 짧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어떻게 된 사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후에 가가께서 오시면 그분에게 물어보십시오."

"흐음."

북궁단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부인 북궁손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허허, 이거 내가 선서(손녀의 남편) 한 명은 제대로 고른 모양이군. 그래, 잠시 후에 궁금증을 풀기로 하고, 그런데 호칭을 가가라고 부르느냐? 허허, 둘이 태충 혼약한 사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친한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이번에 북궁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조부인 북궁손우를 바라보았다.

"조부님, 그 말씀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두 분께서 그분에게 저를 허락하였으니 제가 어찌 그분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이제 비록 혼례를 올리지 않았지만, 엄연히 부부인데 오히려 당연한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당당한 딸이었따.

그런데 허락이라니.

북궁손우와 북궁단은 놀라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그저 서로 사이가 좋아서 가가라 부르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지금 북궁연의 말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허락이라니.

둘다 금시초문인 듯한 표정.

무엇인가 조금 어긋나고 있었다.

북궁단은 잠시 딸이 한 말을 생각하면서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묻느다.

"에, 그러니까  --- 연아!"

"말씀하십시오. 아버님."

"그러니까 지금 네가 한 말은 흠흠. 그러니까 너를 허락했다는 말은? 그리고 이미 부부 사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아무리 딸자식 사이라지만 참으로 말하기 민망스럽다.

북궁손우는 아들놈이 손녕게 무슨 말을 하는가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그가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손녀를 바라본다.

"그거야 당연히 부부의 연을 말하는 것입니다. 두 분께서 이미 허락을 했다고."

북궁손우와 북궁단이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뭐. 뭐라고!"

"연아!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가 허락을 하다니? 아니 그건 그렇고, 그러니까 네가 벌써 일을 저질렀단 알이냐? 혼례도 올리지 않았는데?"

북궁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북궁연을 바라본다.

북궁연을 더욱 어이가 없었다.

놀란 표정으로 북궁연을 보던 북궁단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하! 그게 그거였군, 허허, 이거 참."

북궁단이 어이가 없어서 웃자, 북궁손우도 이전에 아운이 음양 어쩌고 말하면서 미리 취하겠다고 말한 의미를 깨우쳤다. 그러고 보니 둘은 그 의미를 엉뚱하게 해석하고 허락하지 않았던가?

북궁손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허허, 권왕이라, 주먹만 대단한 줄 알앗더니, 사기술도 대단하구나."

북궁단이 그 말에 반박을 하였다.

"아버님, 사기술이 아니라! 머리가 기가 막힌 것입니다. 우리가 꼼짝 없이 당하지 않았습니까?"

"쯧! 이 놈아, 네가 벌써부터 사위 편을 드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 "

"시끄럽다."

말을 버럭거렸지만, 두 사람 다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미 북궁연도 대충 사연을 눈치 채고 민망스렁 표정으로 아버지와 조부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한마디 하였다.

"그분은 모든 것이 다 뛰어나십니다."

북궁손우와 북궁단은 알쏭 달쏭한 표정으로 북궁연을 바라본다.

모든 것이 다란다.

무엇을 포함한 말인가?

그 말을 하면서 왜 얼굴을 붉히지?

나이가 들어도 남자가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가 보다.

이때 시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권왕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북궁손우와 북궁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북궁연은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따.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자신의 말뜻을 알아들은 표정이 아닌가?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북궁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청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제일 먼저 소설 일행이 아운의 눈 안에 들어왔다.

소설은 자리에서 벌쩍 이러어서 아운을 보았고, 창안귀 벽룡과 세 명의 풍운령 형제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였다.

"벽룡 외 삼인의 풍운령이 대형을 뵙습니다."

"그동안 잘들 있었나? 보아하니 건강해 보이는군, 편 선배님께서는 무공이 더욱 정순해지신 것 같습니다."

편일학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뭐, 나야 자네 덕을 좀 보았지, 내 자네의 활약은 잘 듣고 있네, 정말 대단하이."

"과찬이십니다. 그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흠, 그건 그렇고, 소설도 왔구나, 그동안 잘 있었느냐?"

소설은 반가운 마음과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숨기고 아운을 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인사를 받았다.

"오라버니 덕분에 그동안 잘 있었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그런데 그 면사는 답답하지 않느냐? 굳이 이곳에서도 쓰고 있을 필요 없다."

안의 말에 소설이 면사를 벗었다.

갑자기 대청 안이 환해진다.

이미 조금 전 북궁연의 미모에 넋을 잃었던 사람들은 소설의 또 다른 청초한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였다.

아운도 조금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소녀 같았던 소설은 많이 성숙해 있었고, 그전에 비해 몰라보게 아름다워져 있었던 것이다.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동안 많이 예뼈졌는데? 이제 시집가도 되겠구나."

아운의 농담에 소설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녀는 시잡 갈 생각이 없습니다. 오라버니는 저를 놀리지 마세요."

"하하. 그런가?"

아운은 웃으면서 은근히 대청 안을 살폈다.

놀랍게도 지금 대청 안에는 절대고수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한 명의 노인은 팔 하나가 없었고, 또 한 명의 노인은 우람한 몸에 얼굴이 둥글고 인자하게 생겼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패기는 아직까지 아운이 만난 적이 없을 만큼 대단하였다.

"대체 누굴까? 보아하니 저 두분은 십사대 고수들 중 두 명인 것 같은데?"

아운은 몹시 궁금했지만, 어차피 잠시 후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다. 특히 그들 중 와팔이 노인의 기운은 많이 익숙했다.

아운은 어렵지 않게 노인의 기운이 왜 익숙한지 알아낼 수 있었다. 아운이 벽룡 일행과 인사를 한 후 노인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인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방 안쪽의 문이 열리면서 북궁손우와 북궁단, 그리고 북궁연이 함께 걸어 들어왔다.

아운은 북궁손우와 북궁단에게 얼른 인사를 하였다.

"오셨습니까? 미리 마중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허허. 여기저기서 주시 받는 것은 나이가 들면 귀찮아지게 마련일세. 그리고 자네의 당부도 있고 해서 될 수 있으면 은밀하게 왔으니 자네가 모르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네."

아운이 씨익 웃는다.

"잘하셨습니다."

"그건 그렇고, 내 자네에게 조금 따져야 할 일이 있네. 그건 자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내 친우들을 소개할 테니 인사를 하누게."

아운은 따져야 할 일이 있다는 말에 찔끔해서 북궁연을 슬쩍 바라보았다. 북궁연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다.

"이크! 들켰구나."

아운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때, 우람한 체구의 노인이 기다렸다는 듯 나서며 말했다.

"험,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던 참일세, 늙은이, 자네가 그렇게 칭찬을 하더니 지금 보니 그저 놀랍기만 하네. 아무리 보아도 나는 이 청년의 기를 감지할 수 없는데, 밖에서 보았다면 일개 서생으로 느꼈을 것일세."

그의 얼굴엔 경탄이 숨기지 않고 드러나 있었다.

자신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를 안으로 감출 수 있다면 이미 그의 무공경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찬이십니다. 하영운이 대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하하, 나는 함부로 사람을 칭찬하지 않네. 나는 우문각일세."

아운의 눈이 빛났다.

십사대 고수들 중에서도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우문각이었다.

현 십사대 고수를 중, 권으로 이름을 떨치는 인물은 모두 세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이 새롭게 그들 사이에 낀 아운이었고, 또 한 명은 칠사의 한명인 철권단사 송문이었다.

마지막 한 명이 바로 신주오기 중 한 명이 북룡철권 우문각이었다.

그러나 아운과 송문이 무림의 삼대권공 중 하나씩을 이어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면, 우문각은 스스로 권공을 만들어 지금의 명성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공을 만들기 위해 천하 무림의 수많은 권공을 연구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북룡철권 우문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운은 진심으로 우문각을 반겼다.

우문각 역시 같은 권공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후배가 몹시 보고 싶었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정말 반가우이, 우리, 후에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을 것이라 생각하네."

"언제든지 시간을 비워 놓겠습니다."

두 사람은 연신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순 없었다.

복궁손우는 두 사람이 반가워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기분이 좋아싸.

"허허, 자, 두사람은 나중에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이제 이 분에게 인사를 드리게."

아운은 장문산을 바라보고 포권지례를 하면서 말했다.

"하영운이 장 우사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장문산은 물론이고 북궁손우와 우문각이 놀라서 아운을 바라보았다. 북궁손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자네는 언제 장 우사를 만난 적이 있는가?"

"아닙니다. 하지만 옥룡을 본 적은 있습니다. 두 분의 기운이 같아서 장 우사님인 줄 알았습니다."

장문산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자네, 옥룡을 본 적이 있는가?"

아운은 간단하게 옥룡과의 인연을 설명하였다.

장문산은 장탄식을 터트렸다.

"아하, 권왕은 아직 옥룡이 여자인 것을 모르는 구나, 그 아이가 쉽게 다른 사람과 말을 트지 않는데, 아무래도 권왕에게 호감을 가진 것 같구나."

장문산은 생각할수록 아쉬웠다.

참으로 옥룡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미 여자가 있는 몸 아닌가? 더군다나 그 여자가 하필이면 오랜 친우의 손녀였다. 그리고 그는 사라신교의 신녀도 권왕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허허, 가인은 많은데 그에 어울리는 영웅이 적은 세상인가!"

장문산으로 속으로 탄식을 하면서 아운에게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네, 더군다나 하나밖에 없는 제자와 친분이 있다니 더욱 기분이 좋군."

아운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 한 후 말했다.

"그런데 우사님께서는 어찌 되신 것입니까?"

장문산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숨길 수도 없는 일이었고, 숨겨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네. 물론 그 이야기엔 내가 지금 이 꼴이 된 사연도 있다네."

장문산은 이어서 대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운과 북궁연 이외에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모두들 놀라지 않았지만, 처음 듣는 아운과 북궁연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운은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대전사와 견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구 좋구나. 내가 이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강자가 있다니."

아운의 몸에서 패기가 솟구쳤다.

물처럼 고요하던 그의 기운이 갑자기 강하게 격동을 하자 모두들 놀라서 아운을 본다. 그리고 그 기운이 아운의 심정이란 것을 알게 된 우문각과 장문산은 저절로 찬탄을 하였다.

특히 북궁손우와 북궁단은 볼수록 아운이 마음에 든다.

절대 강자 앞에서 의기소침하지 않고 오히려 강한 투기를 뿜어내는 아운의 용맹과 의지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북궁손우는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흠. 연아의 남편감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그런데 어째 갈수록 넘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우문각이 헛기침을 하면서 북궁손우에게 말했다.

"늙은 친구,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닌가?"

"허험. 뭐가 말인가 ?"

"시침 떼지 말고 각오하게, 저련 좋은 손서를 얻었으니 내 자네에게 한 턱 톡톡히 받아먹을 참이네."

"허허, 이 사람! 내 알겠으니 좀 봐주게."

모두들 미소를 짓고, 북궁연은 얼굴이 붉어진다.

아운이 웃으면서 장문산을 보고 말했다.

"어쩌면 제가 검혼이란 자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장문산은 물론이고 모두들 놀라서 아운을 본다.

아운이 막 대답을 하려 할 때였다.

문이 열리며 소홀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아운을 보고 말했다.

"서신입니다."

"서신?"

"정하촌에 있던 북궁세가의 무사에게 누가 서신을 주고 공자님에게 전해 주라 했답니다."

"요즘은 나에게 이런저런 서신이 자주도 오는군요."

소홀은 웃으면서 서신 하나를 아운에게 전해 주었다.

아운은 서신을 펼쳐본 후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장문산을 보고 말했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입니다. 옥룡이 정하촌에 온 모양입니다."

"린아가?"

장문산의 얼굴에 격동이 어린다.

"그렇습니다."

"어디에 있다고 하던가?"

당장이라도 달려갈 태세였다.

"우사님, 잠시만 고정을 하십시오. 아무래도 옥룡을 만나는 것은 조금 은밀한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

"우선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혹시 장우사님이 이곳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을 것일세, 우린 몰래 북궁세가의 마차에 타고 들어왔네."

"감시자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북궁세가의 마차가 무림맹으로 오는데 당연한 일일세.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감안하고 몰래 마차를 탓으니 아무도 모를 것일세. 사라신궁의 신녀가 권왕을 만나러 오는데 그만한 주의는 당연한 일 아닌가?"

생각해 보니 정말 소설은 사라신궁의 신녀였다.

비록 아운에 의해서 이전의 사라신교는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풍운의 시기에는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지금 혈궁의 칠사나 맹주부에서는 장우사 선배님과 옥룡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문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 저와 장 우사님 둘이 밖으로 나가 옥룡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모두들 찬성하였다.

이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북궁연이 아운을 보고 말했다.

"이제 모두 이야기가 끝났으면 나에게도 저 동생을 소개해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운은 아차 싶었다.

"험험. 여긴 사라신교의 새로운 신녀인 소설이오. 내가 전에 말한 그 여동생말이오. 그리고 소설 인사 드리거라! 내 아내다."

아운의 말에 북궁연의 얼굴은 다시 홍조가 띠었고, 소설의 눈은 크게 흔들렸지만 곧 침착해졌다.

그녀는 얼른 북궁연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소설입니다. 언지는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항상 어떤 분인가 궁금했었습니다."

"호호. 동생. 반가워! 자 이리오라고 여긴 남자들의 세계, 우린 따로 나가는 것이 좋겠어."

"호호, 저도 찬성이에요."

둘은 제법 잘 맞는지 서로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운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은 표정을 지었다가 뜨끔한다.

북궁손우와 북궁단의 눈초리가 조금 매서웠던 것이다.

아운은 얼른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자신이 몽혼지약을 붇는 한 청년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장문산이 말했다.

"그럼 내가 찾고 있는 검혼이 기억을 잃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우문각이 장문산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비록 검혼은 기억을 잃었지만, 난 권왕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보았네. 그렇지 않은가?"

그제야 장문산의 얼굴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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