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적봉연풍 (134/228)

적봉연풍

- 지금 죽으면 그들은 너무 편하게 죽는 것이다.

지하 밀실 위로 올라온 세 명의 선은은 모두 아연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하 밀실이 있는 누각은 사방이 시체들로 가득했는데 그들은 모두 사지가 박살이 나서 죽어 있었다.

그분 아니라 누각의 반은 태풍에 휩쓸인 듯 부서지고 난 후였다.

그 가운데 우칠이 철봉을 든 채 태연하게 서 있었다.

안 봐도 누가 그렇게 했는지 할 것 같았다.

처음 누각 안으로 들어갈 때 그곳을 지키던 무리들 상당수를 제압해 놓고 안으로 들어갔었다. 비록 그렇게 하고 들어가긴 했지만, 워낙 경계가 삼엄하고 수시로 월영당의 순찰무사들이 주시하는 곳이라, 결코 오래지 않아서 들킬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따.

물론 우칠이 위에서 지키기 있기 때문에 조금 안심하는 면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월영당의 무사들이 당한 것은 세 명의 선은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무진자는 다시 한 번 우칠을 바라보았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피투성이긴 하지만 다친 곳 없이 당당한 모습.

보기만 해도 위암감이 느껴진다.

사실 선은이라는 세 명으 ㅣ무림 명숙들도 우칠이나 아운의 무공 깊이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고 있었따.

아운의 경우는 불괴수라기공이 살수의 무공이라 자신의 기세를 감추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기 대문이고, 우칠의 경우는 그의 무공이 금기 마공 중 하나인 천마인혼대법에 바탕을 둔 무공이기 때문이었다.

금기 마공 역시 자신의 기를 감추는 데 뛰어났다.

이제야 세 명의 선은은 우칠의 무공이 목영 대사는 물론이고 자신들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따.

지금까지는 일 장을 겨루어 목영 대사가 밀리긴 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영 대사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던 것이다.

무진자는 새삼 아운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자는 얼마나 강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보니 충복이란 자가 저 정도면 대체 권왕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지하에서 그의 실력을 보긴 했지만, 그것은 그가 가진 실력의 오 할도 안 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권왕과의 결전은 정말 힘들겠구나. 자칫하면 이번 결전으로 인해 구파일방, 오대세가로 지칭되는 강호 정파의 체면이 땅바닥에 곤두박질 칠지도 모른다. 내 생각엔 소림의 목우 정도가 나서야 겨우 균형을 맞을 것 같은데, 목우라 해도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무진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우칠이나 권왕이나 그 무공 수위를 헤아릴 수가 없었따.

걱정이 된다.

손에 끈적끈적하게 땀이 하르는 것을 느낀다.

이는 목영이나 유청 신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얼마 후에 있응 아운과의 결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찰사의 하나인 고구를 이겼다고 했을 떄도 그 사실이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세 선은이었다. 긔고 동심맹의 장로들이 은거하여 세속의 일을 잊고 무공에만 전념하고 있는 선은들을 불렀을 떄도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오히려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기에는 장소가 적합하지 못했다.

목영 대사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방엔 아직도 꽤 많은 무사들이 우칠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감히 다가설 생각도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칠은 피칠을 하고 있다가 아운이 나타나자 그에게 다가와 예를 갖추며 말했다.

"명대로 했습니다. 주군."

"잘했다."

아운은 간단하게 말을 한 후 아직 살아남아서 질린 표정으로 엉거주춤 서 있는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권왕이다. 모두 물러서라! 아니면 죽을 것이다."

아운의 고함에 그렇지 않아도 질려 있던 무사들은 모두 주저앉고 싶은 심정들이었다. 우칠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권왕이란다.

그들 중엔 아예 싸울 생각은 커녕 동경의 시선으로 아운을 보고 있는 무사들도 상당수였다.

그들은 결국 하나 둘 물러서고 말았다.

아무리 용감한 무사들이라도 권왕에게 덤비겠다고 칼부림하는 멍청이는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물러서야 하는 것이다.

그 당연하다는 표정.

동경이 어린 시설.

이는 권왕이란 존재가 지금 무림의 무사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가졌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였다.

목영이나 무진자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미 강호의 민심에서도 권왕에게 지고 있구나."

이것은 무력으로 권왕에게 진 것보다도 더 큰 충격이었다.

세 선은이 충격을 받은 것과는 상관없이 아운은 유유히 월영당의 무사들 사이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우칠은 철봉은 어깨에 척 걸친 후 그 뒤를 따른다.

그 모습은 마치 항마봉을 든 금강역사 같았다.

세 명의 선은도 군말 없이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낭인 무사들은 멀찍이 서 있는 호위무사들을 보며 살기를 흘리며 이를 갈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호연세가는 자주 받은 곳이었고, 절대 잊을 수 벗는 곳이 될 것이다.

일부 월영당의 무사들은 아운이 지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무사들은 아운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쓰는 모습들이었따.

적이 이럴진대 하물며 무림의 일반 무사들은 어떨 것인가?

무진자는 장로원의 장로들이 왜 그렇게 아운에게 쩔쩔매는지 다시 한 번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물론 아직 그는 아운에 대해서 다 안 것은 나이었다.

그렇게 누각과 누각 사이를 거쳐 걸어가던 유청 신니가 갑자기 물었다.

"시주, 조금 전 나에게 사람을 가려가며 정의감이 발휘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

아운의 그 말이 걸렸던 모양이다.

아운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만약 신니의 사문인 아미의 제자가 큰 죄를 지었을 때, 그때도 정의감을 잃지 말고 용기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미의 제자가 잘못을 저질러 죄 없고 힘없는 사람을 핍박할 때고 그 정의감이 올바르고 용기 있게 사용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목영 대사와 무진자는 그 말의 중압감을 느꼈지만, 유청 신니는 아직도 그 말 뒤에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인가 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진자가 말을 돌리려는 듯 아운에게 물었다.

"어째서 호연세가의 가주와 소가주를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이요."

목영 대사도 그제야 좀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아운을 바라본다.

생각해 보니 아운의 성정으로 그들을 그냥 두고 간다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물론 아운의 성정이란 것은 그동안 들었던 권왕의 성격과 잠시전 만나서 함께 있으면서 확인된 그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운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아직은 살아 있어야지요. 지금 저렇게 간단하게 죽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지은 죄에 비해서 너무 편하게 죽는 것입니다."

아운의 말에 세 선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물었던 무진자는 머쓱해지는 기분으로 앞서 걸어가는 아운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들쯤이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과연 권왕이구나."

그 자신감에 내심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운의 생각은 무진자의 짐작과는 조금 달랐다.

아운에게는 그들을 아직 살려 놓아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순수하게 조금 전 아운이 말한 죗값에 대한 것도 포함이 되어 있긴 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오로지 아운만이 아는 비밀일 수 밖에 없었다.

아운이 그 심중을 가슴에 숨긴 채 말했다.

"세 분은 궁금하지 않습니까?"

마침 무진자는 자비에 대해서 아운에게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현 무림의 상태 말입니다."

세 선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운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만약 궁금하다면 이틀 후 자정에 저를 만나러 오십시오. 지금 무림의 병든 곳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 있었던 일을 장로원에 확실히 말해 두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비밀입니다."

세 선은은 아운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과연 자신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         *                  *

피를 토하며 월영검객 탕문이 쓰러졌고, 쓰러진 그의 몸으로 지국의 검이 다시 한 번 스치고 지나갔다.

탕문의 목이 떨어지면서 쏟아진 피가 마침 탈명마검대의 무사를 공격하던 아사라의 몸에 뿜어졌고, 아사라가 기겁을 해서 뒤로 물러서는 순간 탕명마검대의 무사 한 명이 찌른 검에 가슴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큭"

살이 파이는 고통을 참고 아사라는 자신의 가슴을 찌른 무사의 머리를 대수인으로 박살을 내 버렸다. 그러나 그 뒤에 나타난 두 명의 또 다른 탈명마검대의 무사들이 달려들면서 한 명이 아사라의 눈을 찔렀고, 또 한 명은 그의 머리를 일직선으로 갈라놓았다.

서서히 쓰러진다.

포달랍궁의 라마승이며 서장의 일대 고수였던 아사라는 그렇게 죽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에 두 명의 우군이 죽었다.

특히 죽은 사람들 바로 옆에서 싸우다 동룔르 읾은 유가령과 아라한은 분노로 인해 거의 이성을 잃은 채로 무공을 펼쳤다.

그러나 둘이 협공을 하고서도 지국에게 밀리던 유가령은 협공체계가 무너지면서 금방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반대로 아라한은 탕명마검대를 혼자 상대하고 있었지만, 주변이 전부 결투 중이라 그에게 한꺼번에 덤빌 수 있는 마검대의 검수는 경우 두세 명 정도가 한계였다. 

아라한은 그 점을 잘 이용해 탈영마검대의 무사들을 한 명씩 쓰러트릴 수 있었다.

벌써 그의 손에 죽은 탈명마검대의 검수가 다섯 명이나 되었다.

아라한이 전력을 다해 펼친 대수인에 또 한 명의 탈영마검대가 죽자, 지켜보던 대주 탈명귀검 타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모두 물러서라! 내가 상대한다."

타르의 명령에 탈명마검대가 뒤로 물러서고 그자리에 트라가 나섰다.

아라한은 죽은 아사라를 의식하지 않고 내정해지려고 노력하며 타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에는 분노가 어려있었다.

다섯 살에 포달랍궁에 들어 그 시기에 처음 아사라를 만났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 해 온 동료였다. 그가 죽었으니 아라한 라마의 슬픔과 분노가 어찌 작을 수 있겠는가?

따르는 아라한 라마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슬프겠군, 그렇다면 나를 죽이고 복수를 해 보아라."

"시주, 그렇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습니다."

제법 유창한 한어로 대답한 아라한 라마의 손에서 대수인이 펼쳐지면서 타르를 공격해 갔다. 그러나 타르 또한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타르는 대수인을 보법으로 피하면서 검을 취둘렀다.

그의 검이 우륜참의 형식으로 반월을 그리며 아라한의 어깨를 쳐 갔고, 아라한은 몸을 틀면서 포달랍궁의 절기로 역공을 취한다.

둘은 그렇게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쉽게 승부를 낼 만큼 서로의 무공 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탈명좌사 금의봉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옥룍은 속으로 울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지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지금 금의봉을 상대하기도 벅찼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의 우세를 점하고는 있었지만, 십여합 이내에 죽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서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미안해요. 탕문 아저씨."

십년 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다.

장문산에게 목숨을 구원받고 그를 위해 살아왔던 의인이 덧없이 죽어갔다. 옥룡에게 있어써는 친 혈육과 큰 차이가 없는 인물이 바로 탕문과 유가령이었다.

그중 한 명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이 죽을 지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옥룡은 마음이 급했다.

'이렇게 가다단 전부 죽거나 사로잡히고 만다. 이젠 어쩔 수 없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늦는다."

위기의식을 느낀 옥룡은 결심을 굳히고 자신의 몸 안에 숨어 있던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내공들이 그의 몸 안에 숨어 있다가 단전으로 조금씩 모여든다. 그렇게 모여든 내공들이 단전을 채우는 순간 옥룡은 그 내공을 한 번에 폭발시켰다.

순간 그의 얼굴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고, 잠시 후엔 목에 솟아 있던 목젓이 사라졌따. 그리고 옥룡은 어느새 절세의 미녀로 변해 있었따.

/"뭐 ---  뭐야."

금의봉이 당황애서 복룡을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금의봉은 그 기세에 눌러 기겁을 하고 두어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나 그 순간 옥룡의 입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튀어 나와 그의 뒷걸음질을 막았다.

"이리 오너라~."

금의봉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멈추고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고 말았다. 그것을 본 탈명검사 능유환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자시느이 검을 옥룡에게 던졌다.

"정신 차려라!"

금의봉이 능유환의 고함에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 옥룡의 손에서 한 마리의 적봉이 날개를 펴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퍽.

붉은 봉황이 금의봉을 스치는 것 같더니 금의봉의 머리가 깨지면서 천천히 뒤로 넘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옥룡의 몸이 위로 치솟아 오르며 능유환의 검을 피하고 있었다.

조금도 다리를 굽히지 않고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무탄력 신법, 감자기 모든 결전이 멈추었다.

유가령은 옥룡을 보면서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 아가씨꼐서 환환대법을 푸셨구나, 그렇게 풀기 싫어하셨는데, 그리고 환환대법을 펼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가형이었다.

모든 시선이 옥룡에게 모아지는 순간 옥룡의 입에서 교소가 터져 나왔다.

"호호호. 감히 네놈들이 탕문 아저씨를 죽이다니 오늘 이곳에 있는 것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 목소리를 들은 탈명마검대의 무사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손에서 다시 한 번 두 마리의 적봉이 날아올랐다.

"멈춰라!"

그것을 본 탈명검사 능유환이 다시 한 번 고함을 지르면서 이미 자신의 손에 돌아온 검을 휘두르며 옥룡에게 달려들었다.

비록 부상이 심했지만, 지금 옥룡의 적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마타우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 능유환이었다.

마타우가 검혼에게 묶여 있는 상황이니 비록 부상이 심하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따.

검이 좌우로 휘둘러지면서 적봉이 허공에서 두세 쪽으로 갈라져 사라졌다. 그리고 능유환이 옥룡의 앞에 서 있었따.

능유환은 옥룡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붉은 기운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으며, 그 붉은 기운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동반하고 있어서 일반 탈명마검대의 무사들은 감히 마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능유환을 죽은 금의봉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았다가 다시 옥룡을 보면서 말했다.

"놀랍군, 옥룡이 이렇제 절세의 가긴이었다니, 더군다나 무림에서 가장 패도적이고 무서운 마공 중 하나이자. 마교의 호교 무공이라는 적봉옥령신공을 터득하고 있었다니."

"흐흐, 적봉옥령신공을 알고 있다니! 과연 탈명검사답군, 그럼 이 무공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고 있겠지."

탈명검사 능유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 무공을 십이성 터득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내 적수는 아니다."

옥룡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물론, 당신이 부상을 당하기 전이라면."

"내가 부상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럼 죽여 봐."

옥룡의 몸에서 거대한 적봉황이 날개를 편 채 능유환에게 달려 들고 있었디.

능유환은 그 기세에 움찔하였지만, 침착하게 칠절탈명수라검법을 펼쳤다.

퍽.

검이 적봉을 직면하면서 적봉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그 힘에 능유환은 뒤로 두 걸음이나 비척거리며 물러섰다.

옥룡 역시 두 걸음 물러섰지만, 부상을 당한 것 같진 않았다.

능유환은 이번의 결투에서 자신이 오히려 손해를 본 듯하자 놀라고 말았다. 설마 자신이 이제 갓 약관을 넘은 여자와 겨루어 뒤로 밀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이."

능유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때 옥룡의 뒤똑에 있던 명라한이 눈을 뜨고 일어섰다.

옥룡은 명라한의 기세를 느끼고 그가 정신을 차렸따는 것을 알자. 얼른 전음을 날렸다.

- 난 오래 버티지 못해요. 나하고 능유환이 결전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얼른 도망치세요.

엉망인 자신의 내외상에도 불구하고 옥룡을 돕기 위해 앞으로 나서러면 명라한은 옥룡의 단호하고 다급해 하는 목소리에 움찔했다.

"차앗."

고함과 함께 옥룡의 양손에서 다시 한 번 두 마리의 적봉황이 나타나면서 능유환을 향해 밀려갔고, 미리 언질을 받고 있었던 명라한과 철위령 그리고 유가령과 아라한은 신형을 날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꽝!

소리와 함께 능유환이 다시 뒤로 물러섰고, 그 순간 충돌의 힘으로 뒤로 밀려나던 옥룡이 그 힘을 이용해서 뒤로 신법을 펄쳤다. 그러면서 이미 앞서서 도망치는 명라한 일행에게 달려드는 무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모두 멀추어라!"

탈명마검대의 무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지국마저도 검을 멈춘다.

그 틈에 명라한 일행이 빠져나갔고, 옥룡이 그 뒤를 쫒으면서 능유환을 가리키고 말했다.

"모두 저자를 공격하라!"

지국과 탈명마검대의 수하들이 갑자기 능유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마타우마저도 멍한 시선으로 제자리에게 서 있었다. 그는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향해 검초를 펼치는 능유환을 향해 다시 한 번 적봉옥룡수를 펄쳤다.

봉황이 난무하는 가운데 능유환은 걸음을 멈추어야 했고. 자신의 수하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기가 맞힌 표정을 지어야했다.

그리고 그들 중 무려 십여명이나 적봉에 휩쓸린 채 죽어갔다.

그리고 봉황이 사라진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탈명검사 능유환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갈! 정신 차려라!"

탈명마검대의 무사들과 지국이 멍청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다.

마타우만이 능유환의 고함에 정신을 차리고 허탈한 표정으로 그를 본다.

잠시 후 모든 정신이 돌아오자. 능유환이 고함을 질렀다.

"이 멍청한 것들, 뭐 하느냐? 빨리 쫓아라!"

그의 고함에 놀란 탈명마검대의 수하들이 옥룡과 명라한 일행이 도망친 쪽을 향햐 급급히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사라진 옥룡과 명라한 일행은 어디에도 없었따.

숲 안쪽으로 정신없이 도망치던 중 검흔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 역시 옥룡의 감작스런 변신과 그녀의 무공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는 옥룡을 흘깃거리다가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

'소저.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입가로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괜찮아요.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빨라 달리기나 하세요."

싸늘하다.

검혼은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따.

옥룡으로 보여 주던 차분하고 따스한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유가령이 그녀에게 다가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아가씨?"

"나는 괜찮아요. 저들이 쫓아오기 전에 일단 여기서 될 수 있으면 멀리 가는 것이 좋아요. 클럭!"

그녀는 기어코 피 한 모금을 뱉어 내고야 말았다.

자연히 모두들 검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잠시 멈추어 서서 호흡을 조절하다가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사실 그녀가 능유환과 겨룰 수 있었던 것은 잠력대법을 펼친 덕분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무리해서 섭혼음을 펼쳤기에 심한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자, 모두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유가령과 명라한 소달그깅 얼른 그녀에게 다가왔고, 소달극은 그녀의 맥을 짚어 본 다음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기절한 것뿐입니다. 내상이 아주 심한 것은 아닙니다."

유가령이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검혼 철위령이 나서며 말했다.

모두들 그를 보자. 검혼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지금 제가 가장 나을 듯해서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다.

소달극과 유가령은 심하게 내상을 입은 상황이라 자신의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라한의 경우 중의 몸에다가 그 역시 약간의 내상을 입고 있었다. 또한 이들 중 소달극을 뺴면 가장 무공이 강한 검혼이었따.

지금 남녀유벌을 가릴 상항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부탁하네."

유가령의 대답으로 결정은 되었다.

옥룡이 검혼의 등에 업힌다.

그떄 검혼은 그녀의 몸에서 사향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기분 좋은 향기였다.

웬지 약간 마음이 상기된다.

척.

여자가 등에 업혔다.

뭉클.

"헉."

검혼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물어내고 말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운 느낌.

갑자기 목이 탄다.

"가자.."

유가령의 목소리에 검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달리자."

검혼은 일단 그것만 생각했다.

옥룡을 업은 검혼을 필두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전력으로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볍다."

검혼은 옥룍이 유난히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업을 때 맡았던 사향 냄새가 지금도 은은하게 자신의 코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단 한 번도 이성과 접해 보지 못했던 검혼은 자신의 낮선 감정 앞에서 당황하고 있었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이보게, 조금 천천히 가세."

유가령의 목소리에 검혼은 정신이 번쩍 들었따.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보니 자신의 손으로 받치고 있는 옥룡의 엉덩이 살이 부드럽게 자신의 손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꾸만 등 위로 느껴지는 이 뭉클한 느낌.

검혼이 전혀 모르고 있던 세계와 낯선 감정은 검혼을 완전히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하나. 둘. 셋 ----."

숫자를 세면서 모든 심마를 잊으려 하지만 그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나무 한 그루, 나무 두 그루 ---- 옥룡이라 했지. 옥 소저의 본명은 무엇일까? 아차.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조 --- 조심하게."

꽝.

소달극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면서 선두에서 달리던 검혼의 몸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모두 아연한 표정으로 검혼을 바라본다.

유가령이 후다닥 달려와서 검혼을 바라본다.

다행히 그 상황에서도 검혼은 옥룡의 몸을 충실하게 보호하고 있었따.

"자네, 괜찮은가?"

"괘--- 괜찮습니다. 감자기 내상이 악화되면서 잠시 정신이 아득했었습니다."

"허, 보기보다 부상이 심한 것 같은데. 내가 아가씨를 업겠네, 잠시 교대하세."

"절대로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검혼이 후다닥 앞으로 신법을 펼친다.

그 모습은 어린아이가 들고 있는 사탕을 빼앗길까 봐 도망치는 모습과 비슷했다. 모두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뭔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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