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쌍겸마수 (130/228)

쌍겸마수

- 때리거나 쓰다듬거나.

산과 산 사이로 난 길 사이 서너명의 그림자들이 부지런히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탈명검사에게 쫓기고 있는 옥룡과 명라한 일행들이었다.

명라한과 옥룡 그리고 철위룡 일행은 숨이 차서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고 쓰러질 것 같았다.

잠시라도 쉬면 어느 사이엔가 그들의 그림자기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곤 하였다.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쉬고 싶었다.

특히 내상이 깊은 철위룡은 몹시 괴로운 표정이었다.

만약 명라한이 옆에서 돕지 않았다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쫓는 자들을 어느 정도 따돌리고 있었기에 조금의 여유는 있었다.

잠시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옥룡은 힘들어 하는 철위룡을 보면서 말했다.

"이 근처에서 잠시 쉬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명라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월영검객 탕문이 사방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말했다.

"지형을 보니 저쪽이면 피할 만한 곳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명라한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시게."

탕문이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하자, 옥룡과 명라한 등은 그 뒤를 따라 신법을 펼쳤다.

과연 산 모퉁이를 돌아 가자 사람 서너 명 크기의 커다란 바위 몇 개가 널려 있는 뒤쪽에, 산 한쪽이 움푹 들어간 은밀한 곳이 있었다.

특히 이곳은 근처에 물이 있어서 좋았고, 계곡 밖에서 볼 때는 바위가 가려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이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옥룡이 탕문을 보고 말했다.

"참으로 수고 하셨습니다. 마치 이곳에 와 보셨던 갓처럼 좋은 장소를 쉽게 찾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탕문이 조금 쑥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산의 지형을 보니 계곡이 있을 것 같았고, 계곡엔 보통 이런 곳이 한두 군데 있게 마련입니다.

칭찬 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탕문의 능력이었다.

사실 탕문의 이런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으면 그들은 벌써 잡히거나 죽었을 것이다.

모두들 그를 치하하며 바위 뒤쪽으로 들어가 앉았다.

철위령은 자리에 앉자 마자 염치불구하고 운기부터 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의 상황을 아는지라 그의 운기를 방해하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은 조르르 짜서 번갈아 가며 운기를 하여 힘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생명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여 원기를 회복시켜 놓은 것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운기를 마친 명라한과 옥룡 일행이 모여들었다.

철위령만이 아직도 한쪽에서 운기 요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내외상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그이 부상은 심한 편이었다.

명라한이 옥룡을 보고 물었따.

"아미타불, 이제 어디로 방향을 잡으실 생각입니까?"

"감숙성 쪽으로 가서 사부님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옥룡을 바라본다.

"우린 하남성으로 갑니다."

명라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사실 감숙성 어디에 장 우사가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자칫하면 장 우사님을 만나기도 전에 

먼저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잠시 숨어 있는 것이좋을 것 같습니다. 하남성은 소림과 무림맹이 있는 곳이라.

혈궁의 인물들이 함부로 설치지 못할 것입니다."

옥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도망치는 방향도 남쪽이니 하남성 무림맹 근처에 숨어 있다가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 무림맹의 많은 자들이 곧 우리의 적이란 사실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그들 중 일부가 비밀리에 우리를 죽이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심 속에 있다면 그 누구도 쉽게 암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들도 드러내 놓고 우릴 공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미타불, 좋은 생각입니다. 일단 철 시주의 운기가 끝나면 불어보고 난 후 함께 행동하던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탕문과 유가령은 간단하게 먹을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아라한과 아사라가 그들을 돕느다.

탈명검사 능유환은 자신의 충복이자, 제자와 마찬가지인 탈명우사 지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의 흔적을 놓쳤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들 중 지형지물을 이용한 도피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능유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그들을 잡았어야 옳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무리 그래도 저 역시 추적의 전무가 입니다. 반드시 그들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럴 땐 쫓는 자보다 도망치는 자들이 더욱 유리하기 마련입니다.

자칫하면 시간이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그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듣고 있던 탈명검사 능유환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탈명죄사 금의봉을 바라보았다.

"방법이 없겠는가?"

금의봉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방법은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그들을 완젛히 놓칠 수도 있습니다."

능유환과 지국이 금의봉을 바라본다.

"사형, 말씀해 보십시오. 궁금합니다."

지국의 물음에 금의봉이 대답했다.

"먼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기다리는 것입ㄴ디ㅏ."

능유환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되물었따.

"쫓는 것이 아니라 기다린다고?"

"그렇습니다."

"알아득기 쉽게 말해 봐라?"

"우선 우리가 그들을 계속 쫓을 경우 그들이 어디로 도망갈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상 결과 세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게 어디인가."

"첫째, 옥룡의 사부인 장문산을 찾아 떠날 것이란 예상입니다.

그러려면 감숙성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미 장문산이 그쪽으로 갔다는 사실쯤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둘째는 구천혈맹의 인물들 중 누군가를 찾아가 숨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째는 우리가 쫓아오지 못할 곳으로 도망가 당분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결론은?"

"마지막 세 번째 입니다."

"어째서인가?"

"첫 번째의 경우는 장문산을 찾다가 먼저 우리에게 잡혀 죽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감숙성이 뉘 집 뒤뜰처럼 작은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경우는 자칫해서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리저리 도망쳤던 고생도 헛것이 될 것이고, 경험상 포달랍궁이 당하는 것을 보았으니 사실상 두 번째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듣고 있던 지국이 급히 물었다.

"사형,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숨어들 것 같습니까?"

"하남 숭산 근교가 될 것이다. 그곳엔 우리 혈궁이 가장 꺼려하는 무림맹과 소림이 있는 곳이다."

"그럼 기다린다는 말은?"

"사제는 계속 그들의 뒤를 쫓는다. 나와 주군은 여기서 하남으로 가는 길목에 숨어서 그들을 기다린다.

도망치다 보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곳을 찾으면 된다."

지국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___^

"결국 제가 몰이꾼이 되란 말이군요. 좋습니다. 사실 그게 제 전공이기도 하구요."

"그럼 부탁하네."

"어디로 몰면 됩니까?"

"자네는 그냥 몰기만 하면 되네. 우린 다른 모든 곳을 다 포기하고 하남으로 들어가는 길 중 그들이 지나갈 만한 곳을 선택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결국 그들이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우린 사냥에 성공한 셈이 되는 것일세."

"만약 예상이실패하면?"

"그럼 그들은 도망칠 수 있을 것일세. 하지만 그래 보았자 또 잡히겠지. 우리는 좀 귀찮아질 테고. 그러나 나는 내 예상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중일세."

지국이 능유환을 바라보았다.

능유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따.

"도움은 청했는가?"

마지막 말은 금의봉을 보고 한 말이었다.

"물론입니다. 지금 광전사이신 마타우 님께서 이쪽으로 오시고 계십니다. 이미 마중을 나갔으니 곧 도착하실 것입니다."

"마 사제가 오고 있다고? 옥룡과 명라한 일행은 어지간히도 제수가 없군. 하필이면 광전사 중에서도 가장 사납고 잔인한 고수 중 한명인 

쌍겸마수 마타우라니."

마타우라는 말에 지국은 소름이 오싹 돋는 느낌이었다.

그가 얼마나 사납고 잔인한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강자들.

대원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광전사 중 한명이었다.

당대의 검혼이 명라한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무공은 능히 경악할 만한 경지에 달애 있었다.

비록 내외상이 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치유할 수 있는 정도 였다. 그리고 고수는 고수가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능유환은 만약을 위해 검혼과 대결 직후 도움을 청했었다.

아무리 스스로의무공에 자신 있는 탈명검사 능유환이라고 해도 절대 고수 두 명의 협공을 당하게 되면 큰 부담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광전사 중 한 명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후후, 그럼 준비는 되었군, 검혼의 상처가 낫는다 해도 상대할자가 있으니 문제도 없을 것이고, 그럼 실행하라!"

"충!!"

지국이 복명을 한 수 수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산서에서 하남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럿 있지만, 추적자를 피하면서 하남으로 갈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었다.

산과 산 사이로 난 길.

이 길은 하남으로 들어가는 길 중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그 길로 명라한과 철위령은 길 모통이를 돌자마자,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뒤이어 달려온 옥룡의 얼굴도 창백해진다.

그들의 십여 장 앞에 한 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큰 키에 유난히 손발이 긴 노인.

그는 탈명검사 능유환이었다. 그리고 옥룡 일행 뒤쪽으로는 탈명죄사 금의봉과 약 사십여 명의 탈명마검대 무사들이 포진을 해 오고 있었다.

앞뒤로길이막힌 것이다.

이젠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명라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철위령을 바라보았다.

"부상은 어떻습니까?"

^---^ 철뤼령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제 검질하는 데 이상 없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이젠 대사님이 탈명검사와 겨룰 때 한 수 거들 수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겠구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단지 뒤쪽에서 얼마나 버티느냐 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 말에 옥룡이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이쪽은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은 빨리 탈명검사를 쓰러트린 후 우리를 도와 주세요.

그때까지는 충분히버틸 자신이 있습니다,"

명라한과 철위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옥룡을 본 다음 나란히 앞으로 나서서 능유환에게 다가선다.

명라한이나 철위령의 무공이라면 능히 십사대 고수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이런 고수 두 사람이 협공을 한다면 제아무리 능유환이라 해도 부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능유환의 표정엔 여유가 있었다.

그의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거슬리는 명라한과 철위령이었다.

마치 무시당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음모가 있을 것 같은 모습이기도 했던 것이다.

능유환이 일어섰다.

"협공을 할 셈인가?"

명라한이 합장을 하면서 말했다.

"능 시주가 워낙 사나워서 어쩔 수 없이 결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결례씩이나, 나도 함께 싸우면 되지."

명라한과 철위령의 표정이 굳어졌따.

이때 능유환의 뒤쪽에서 한 명의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허리엔 두 개의 겸이 걸려 있었다.

능유환이 나타난 중년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내 사제 중 한 명일세. 아무리 생각해도 그쪽엔 두 명이나 되는 절대 고수가 있어서, 자칫하면 오히려 내가 화를 당할 것 같더군.

그래서 나도 응원군을 불렀네."

명라한과 철위령은 나타난 자의 기세가 결코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은 나타난 사람이 십사대 고수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미타불, 시주는 누구이십니까?"

나타는 중년의 검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마타우라고 하지."

명라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타우?"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마타우가 역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당연히 모를 것일세. 난 무명이니까."

무명이란다. 그런데 무명의 무사가 저리 강해 보여도 되는가?

명라한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속전속결

"그럼 먼저 갑니다."

갑자기 명라한의 신형이 능유환을 향해 쏘아갔고, 철위령은 어느새 새로 나타난 마타우와 마주 서고 있었다.

마타우의 손에는 허이에 걸려 있던 두 자루의 강철 낫이 들여 있었다.

***

숭산에 있는 암혼살문의 안가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바깥쪽 연무장에서는 금룡단의 무사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안가에 세워진 몇 개의 대나무집 안에서는 

구수한 밥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금룡단은 조를 정해서 끼니마다 돌아가며 식사 준비를 했다.

조운용에서 제외된 자들은 우칠과 두명의 조교뿐이었다.

금룡단의 무사들 중 이들 세 명에게 밥 하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배짱 좋은 인간은 없었다.

이건 무공의 고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기세 문제였다.

그들이 어떤 인간인지 이미 무수히 느끼고 보아 왔기 때문이었다.

우칠은 흑룡을 이기고 난 후 갑자기 열외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역시 이곳에서도 철저한 강자생존의 법칙이 지켜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세 사람 중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야한이 마차를 몰고 안가로 온 것은 이틀 전 밤이었다.

그리고 안에서 자루 몇 개를 들고 안가의 지하로 들어가 버렸다.

흑칠랑이 어슬렁거리며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 후 야한과 흑칠랑은 지하 밀실 안으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금룡단원들은 두 조교의 명령대로 

밥만 지하 입구에 가져다 놓고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지하의밀실.

암흔살문이 무림에 만들어 놓은 안가 중 가장 큰 곳답게 지하 밀실도 꽤 큰 편이었다.

그 지하 밀실 한 곳에 사마무기가 벌거벗겨진 채로 벽에 거꾸로 걸려 있었다.

두 다리가 벌려진 채 쇠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썩 보기 좋진 않았다.

"으 흐흐."

사마무기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거꾸로 걸린 채 똥오줌 가지 해결해야 했고, 혹 말한마디라도 하면 야한은 좋아서 뛰어 들어온 다음

도끼 자루를 휘두르다 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몇 개씩의 뼈가 부러지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고 그 고통이란 것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기절하는 것도 아니고 잠도 자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 참을 수없는 것은 일 각 안에 말을 안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처음에[ 물었던 말이다.

물론 그때만 해도 원하는 것을 대답해 줄 마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대로 밀려오는 공포를, 말로 풀어보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교묘한 언변으로 야한과 흑칠랑을 설득할 수 있거나,

최소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정도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한은 대답 대신 도끼 자루로 사마무기의 다리 하나를 부숴 놓고 말았다.

그 후에 야한이 한 말은 사마무기를 오한 들게 만들고도 남았다.

"나는 원하는 것 없다. 관심도 없고, 단지 나는 너를 때리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그리고 권왕께서느느 네가 말을 한마디라도 하면 그 단어의 개수만큼 너르르 단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앞으로 나에게 말 걸지 마라! 말하면 대답 대신 주먹이 날아갈 것이다.

참, 너  조금전에 몇 마디 말했지. 한 대 때렷으니 이제 몇 대 가 남은 것인가?"

사마무기의 눈이 공포에 잠겨 버렸다.

앞으로 다시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일 각이 지나자, 야한이 다시 나타났다.

"이런 씨불! 그렇다고 말을 한마디도 안하냐? 이 자존심도없는 새꺄! 참, 권왕께서는 네놈이 일 각동안 아무 말도 안하면

네가 말 할때까지 쓰다듬어 주라고 하셨다. 그 말을 안 전했네? 나도 이젠 노망이 들러가나."

사마무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야한을 바라보았다.

쓰다음어 주라니.

혹시 저놈은 남색이 아닐까?

변태기가 있는 것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너무 두려운 느낌이었다.

그러니 대체 어쩌란 것이냐?

말을 하면 맞아야 하고 말을 안 하면 변태 같은 놈에게 쓰다듬을 당해야 하다니. 사마무기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야한은 나무토막 하나를 가져왔다.

나무토막엔 아주 작은 바늘들이 침 끝만 조금씩 돋아나는 형태로 박혀 있었다.

"흐흐, 이걸로 쓰다듬어 주라더군."

"으으!"

사마무기는 기겁을 하였다.

"그아아아아아!!"

사마무기의 비명이 밀실 안을 들썩였다.

밀실 문이 있는 쪽.

흑칠랑이 멍한 표정으로 야한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 새끼는 변태가 분명해, 상종 못할 놈 같으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흑칠랑 자신도 그 자리에 서서 넋을 잃고 야한의 고문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몽롱한 시선까지 지어가며.

그렇게 이틀이다.

사마무기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그저 빨리 죽고만 싶었다. 그런데 죽지도 못한다.

마치 말해도 안 되고 말을 안 해도 안 되는 것 처럼.

"으으으, 날 제발 죽여 줘!!"

야한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하하, 네 마디네."

퍽, 퍽. 퍽.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사마무기의 몸이 축 늘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덜을 하지 못한다.

야한이 ^______^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놈은 머리가 좋아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맞지 않을 방법ㅇ르 찾을 거라고 권왕님께서 말씀하시던데.

꼬라지를 보니까 그냥 이렇게 맞다가 죽을 팔자인 것 같네.

이런 놈이 뭐가 머리가 좋다고, 쯧쯧."

야한의 말을 들은 사마무기는 이제야 권왕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는이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운의 말대로 맞지 않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이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매화각으로 돌아온 아운은 오자마자 바로 수련실로 들어갔다.

그가 다시 매화각 밖으로 나온 것은 꼬박 하루가 지나고 나서였다.

아운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북궁연이 미소를 머금도 물었다.

"성과가 있으셨나 봅니다."

아운이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성과라기보다는 조금 얻은 것이 있어서 잊기 전에 정리를 하고 나온 것이오."

"그렇게 점점 강해지시니 자중에는 정말 무적자기 되실 것입니다."

아운이 ^----^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왕 강해지려면 절대 강자가 되어야 아랫것들이 넘보지 않는 법이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아래 무리들이 만만하게 보고 언제든지 치고 올라오려 할 테니,

정말 귀찮아서 그만 두고 마는 것이 좋소."

북궁연이 ~.~ 환하게 웃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저 자신감과 확실한 성격이 좋았다.

물론 그의 강ㅇ함과 과감한 행동력도.

북궁연은 준비해 두었던 두 개의 종이 뭉치를 아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하나는 소홀이 준비한 것이고 하나는 개방의 소걸개 이소협이 전해 준 것입니다."

"고맙소, 연 매."

"감사야 소홀이나 소걸개 이 소협에게 해야지요. 저야 그저 전해준 것 뿐이랍니다."

아운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나면 꼭 그렇게 하리다."

"그런데 어제 맹주부에 가셔서 어떤 일이 있으셨던 것입니까? 오시자마자 갑자기 수련실에 들어가셔서 놀랐었습니다."

아운이 묘한 표정으로 북궁연을보면서 말했다.

"그런 말이야 이따 밤에 침실에서 해야 제 맛이 나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그때까지 좀 기다리시오. 내 다 말해 주리다."

북궁연의 얼굴이 불게 노을 지고 말았다.

확실히 이 남자는 가끔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급한 김에 얼른 말꼬리를 돌렸다.

"무림의 선은들께서 대거 무림맹으로들어오셨습니다. 모두 상공과 대련을 위해 온 분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장로원에 있소."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잠시 장로원에 다녀와야겠소, 오늘 이 문서들을 전부 읽어 보고 내일은 가서 대충 확인을 해 봐야 하지 않겠소."

"괜찮겠습니까? 시비가 붙을 수도 있는데."

"걱정 마시오. 내가 누구요? 권왕이오."

"그럼 일단 통고를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렇게 해서 아운의 장로원 방문이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호연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장로원이라고?"

"그렇습니다."

설비향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회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장로원의 주축인 동심맹의 장로들은 권왕과 원한이 깊어서

무조건 우리 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선은들도 많이 와 계시니 이번 기회에 안면을 익혀 두면

손해 볼 게 없습니다/ 더군다나 아운은 내일 심복 한두 명만 대동하고 온다 했답니다."

호연란의 입가에 엷은미소가 어렸다.

"내가 접근하기 좋은기회군. 그리고 선은들 앞에서 망신 주기에도 적당한 기회고. 놈!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향!"

"예, 소가주님."

"준비를 좀 해 주세요."

"알았습니다, 소가주님."

설비향은 갑자기 피가 머리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흥분이 된다.

이제 내일이면 권왕을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호연란과 권왕 역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무엇인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

아랫도리가 꼭 차는 듯한 긴장감이 그를 흥분되게 만들어 준다.

'흐흐, 권왕 이놈! 네가 비록 대단하지만 나의 머리와 소공녀님의 미모라면 능히 상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내일을 기대하마.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설비향의 입가로 섬뜩한 미소가 감돌았다.

다음날.

장로원의 문을 열고 아운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거침없이 장로원의 천심전을 향해 걸어갔다.

이미 장로원에 한 번 왔던 경험이 있었기에 천심전을 찾아가는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권왕 아운의 바로 뒤에는 매화단의 호난와화 우칠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미 천심전 앞뜰에는 장로원의 장로들과 수많은 선은들이 아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선은들의 아운에 대한 관심은 대단해서 이미 반 시진 전부터 나와 기다리는 선은도 있었다.

한 명의 장한이 천심전으로뛰어와 보고했다.

"상아도후 호연란 여협께서 오셨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호연란이 서쪽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설비향이 있었으며 왼쪽에는 

철마녀 호연낭이 함께 하고 있었다.

장로원에 오는 예의상 많은 인원과 함께 오진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미모와 유려한 몸매는 선은들 조차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오늘따라 유난히 돋보이게 아름다워 보이는 호연란이었다.

그녀가 천천히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또 한 명의 장한이 뛰어 들어와 보고를했다.

"권왕께서 오셨습니다."

오현란에게 쏠렸던 관심이 일시에 동쪽으로 몰린다. 그리고 그곳으로 권왕 아운이 우칠과 호난화를 

대동하고 들어온다. 호연란은 자신에게 몰렸던 관심이 아운에게 옮겨지자,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운에게 감정이 안 좋았던 그녀인지라 더더욱 아운이 싫어진다.

'버릇없고 예의 없는 개자식! 두고보자. 오늘 네놈을 그냥두면 내가 상아도후란 별호를 버리고 말겠다.'

이를 갈며 아운을 바로보던 호연란은 그의 모습이 정말 익숙하다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란다. 그리고 천천히 

천심전을 향해 다가서던 아운이 드디어 호연라을 보았다.

아운의 걸음이 우뚝 멈추어졌다.

정말로 보고 싶었던 계집이 거기 서 있었던 것이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모습.

아운은 한눈에 호연란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호연란은 아직 아운을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점은 이런 곳에서도 명확하게 갈리는가 보다.

천심전의 장로들과 선은들도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본 아운과 상아도후는 그야말로 선남선녀 갔았다.

조금 전 석연치 않았던 분위기를 잊고 모두 찬탄을 하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한 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중 한 명이고 또 한명은 누가 뭐라 해도 현 무림의 최고 영웅이자. 기남아였다.

피아를 떠나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모두 두 사람이 다음 행동을 어찌 할지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때 아운의 입에서 상상 밖의 말이 튀어 나왔다.

^-------^

"계집, 오랜만이다. 꼭 네년을 만나고 싶었다."

장로원의 천심전에 정적이 찾아들었다.

모두 경악한 시선으로 아운을 본다........

...

...

...

어허,,,ㅜ.ㅡ 11권 끝이내요..

(권왕무적 12 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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