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귀왕마곤 (125/228)

귀왕마곤

- 우리는 사마 군사를 본 적이 없다.

아운이 안으로 들어서자 북궁연이 조금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

"상공,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아운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두기엔 너무 위험한 자였소. 만약 오늘 저자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그리고 그는 뒤에서 정말 무서운 계략으로 내 앞길을 막을 자였소."

"하지만"

아운이 웃으면서 북궁연의 한 손을 잡고 말했다.

"연 누이, 걱정하지 마시오. 당분간 어느 누구도 이 사실로 내게 따지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짜질 만할 때가 

되면 어차피 돌이킬 수없는 상황이 되어 있을 것이오. 어파피 그들과는 이래저래 적이 될 수밖에 없단 것은

연 누이도 잘 알지 않소. 그리고 오늘 이자를 잡음으로 인해 나와 북궁가의 식솔들은 최소한 한두 번의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될 것이오."

아운의 단호한 말에 북궁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운은 소홀과 호난화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부터 오늘 저녁까지 연 누이와 함께 있을 것이오/"

소홀과 호난화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무슨말을 하고자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홀이 말했다.

"두부은 연인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마 군사나 흑룡이 이를 알면 무척 질투를 하겠군요."

호난화가 깔깔 거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흑룡은 폐관 수련 중이라고 들었고, 사마 군사는 항상 맹주부안에 박혀 있는데 두 분이 함께 있는 것을 어찌 알겠어요.

그러니 질투 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호난화의 말을 들은 호위무사 중 한 명이 놀라서 물었다.

"단주님, 사마군사는 지금....""

호난화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조금 매서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냐? 너는 혹시 오늘 사마 군사를 보기라도 했단 말이냐?"

그녀의 물음에 물어보았던 호위무사는 기겁을 했다.

호난화의 기세가 너무 차가웠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인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 그녀의 옆에 있던 한 명의 매화단 호위무사가 말했다.

"단주님, 당연히 저희들은 사마 군사는 물론이고 그들 일행을 본적이 없습니다.

혹여 누가 여기서 사마 군사가 온 적이 있냐고 묻는 다면 당연히 저희들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그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처음 물었던 매화단 무사가 깨우치고 얼른 말을 이었다.

"저는 사마군사가 혹시 밀정 같은 자들을 이 근처에 배치하고 염탐할지도 모르는 지라 두 분이 함께 있는것을 알지도 모른다고

말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밀정들이야 매화각 근처에 몇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죽었으니 보고를 할 자도 없을 것이오."

아운의 말에 소홀와 호난화 그리고 한상아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아운은 매화각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근처에 숨어 있는 밀정들 전부 죽였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사마무기를 사로잡을 생각을 했다는 말이었다.

우연이나 갑작스런 판단이 아니라 계획된 납치인 셈이다.

아마도 사마무기가 매화각에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운은 행동을 실행하였고, 먼저 사마무기가 매화각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았거나

보앗을지도 모르는 자들을 전부 죽였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사마무기의 행방불명은 이궁에 빠질 수 있었다. 숨겨 놓은 밀정들이 다 죽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말 그대로 밀정이다.

죽으면 그만인 것이다.

내가 매화각을 감시하느라 밀정들을 파견했는데, 행방불명이 됬다. 그러니 혹시 너희가 그런 것 아니냐? 이렇게 따질 멍청이는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상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사람과 적이 아니길 정말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이핑계 저 핑계 대며서 아운과 대결을 피하는 연인흑칠랑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 아닌가? 

뭐, 사람을 좋아하고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인다고 했다.

한상아 역시 마찬가지 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야한과 한상아는 마차 하나를 몰고 유유히 무림맹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를 가고 마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따지기엔 마차 위에 나부끼는 금룡단의 깃발이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밀실에 십여 명의 무사들이 주저 앉아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설비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돈다.

"흐흐, 네놈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열 명의 무사들은 이를 악물고 설비향을 노려본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설비향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이었다.

독에 중독이 되어 있고, 거기에 더해서 혈까지 점혈 당해 있는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의 무사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말했다.

"개자식, 내가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네놈을 씹어 먹고 말 것이다."

설비향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러려면 부디 살아남아라! 끝까지 발악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 길이 조금이라도 보일 것이다."

열 명의 몸과 눈에서 뿜어지는 살기가 검이라면 설비향은 백번도 더 죽었으리라. 그러나 설비향은 

그 살기 어린 시선들 속에서도 태연했다.

어차피 잠시 후면 모두 죽을 인간들인 것이다.

처음엔 죽으러 가는 무사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약간은 그들의 시선이 두렵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그 들이 죽은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는 설비향이었다.

'머저리 같은 놈들. 이왕 무공을 배울 바엔 제대로 배워서 군림하는 자가 되든지, 아니면 나처럼 병법과 학문을 연구하여

군사가 될 것이지. 겨우 삼류의 무공을 배워 덧없이 죽어가는 주제에 누구를 위협하는가!'

그에게 있어서 약자란 강자를 키우는 토양일 뿐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후욱."

호연란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도가 가볍게 호선을 그리고 허공을 가른다.

몸에 활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둘여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밀실의 물이 열리면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설비향과 그이 수하들에게 끌려 들어왔다.

끌려온 무사들은 모두 허리에 검이나 도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호연란을 보자 수치심과 울화로 인해 얼굴들이 굳어졌다.

"개 같은년!"

"네년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잔인한 계집아, 빨리 우리를 죽여라!"

그들은 다투어 호연란에게 욕을 했다.

아무런 죄도 없이 잡혀 와서 수용당했다. 그리고 함께 잡혀 온 수많은 동료들이 한 계집의 

무공 수련을 위해서 죽어 갔다. 그러나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계집은 무공 수련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유희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것을.

잡혀 온 무사들이 아무리 떠들고 욕을 해도 호연란은 당당했다.

조금도 흔들리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차피 떠돌이 무사들이었고, 망한 문파의 잔당들에 불과한 자들이었다.

덧없이 살다 죽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더욱 값진 죽음이 아니겠는가.

호연란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이들에게 해약을 준 후, 점혈을 풀어주고 모두 밖으로 나가라!"

설비향이 눈짓을 하자, 무사들은 능숙하게 그들의 입으로 해약을 먹이고 혈을 푼 다음 

모두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나가면서 밀실 문을 튼튼하게 잠갔다.

몸 안에 잠재된 독이 풀리면서 무사들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호연란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일단 정신이 들자, 갑자기 살심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약은 독을 해약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강한 살심까지 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호연란에게 원한이 많은 자들이었다.

약까지 먹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한 명의 무사가 입가에 잔인한 살기를 머금고 말했따.

"계집, 우리를 뇌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호연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죽어라!"

한 명의 무사가 고함을 지르며 허리에 찬 검을 잡고 휘두르며 호연란에게 달려들었다.

호연란의 시선이 달려드는 무사의 얼굴을 본다.

달려드는 무사의 얼굴이 누군가와 겹쳐지고 있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

갑자기 코뼈가 욱신거리면서 살기가 가슴을 치고 올라온다.

"이놈, 죽어라!"

호연란이 고함과 함께 도를 휘둘렀다.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달려들던 무사의 몸이 정확하게 두 쪽으로 갈라졌다.

가슴이 후련해진다.

언제부터인가?

어려서부터 하던 비무 살인을 다시 시작했다.

일반인들로는 양이 차지 않아서 떠돌이 무사나, 무림맹 또는 호연세가에 무너진 문파들의 무사들을

납치해서 수련용으로 쓰는 중이었다.

호연란은 그들을 죽일 때마다 광기에 휩싸이곤 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고통을 주었던 종자.

비록 지금은 죽었지만 그의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그녀를 괴롭혔다.

늑대처럼 광기를 지녔던 눈.

끝까지 대항하지 않다가 단 한 번에 급소를 물고 늘어졌던 어린놈. 그 뒷골목의 어린놈

때문에 코가 깨지고 기절까지 했었다.

처음으로 두려웠었다.

너무 아프고무서워서 그날의 기억만 나면 오한이 난다.

가끔그놈이 살아서 자신에게 덤비는 꿈을 꾸다 경기를 일으키며 잠에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남자라면 쳐다보기도 싫은 호연란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수련을 위해 검을 휘둘러 누군가를 벨 때면 그녀는 언제나 그 어린 아귀를 

죽이고 있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평소 울화를 풀 때라면 그 아귀의 모습을 조각한 나무나 돌을 부수어 달래곤 하였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수련에 열중하는 것이 최고 였다.

사실 수련을 빙자한 살풀이지만.

덕분에 호연란은 실전에 있어서 사람을 베는 데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이 사람을 벨 수 있는 독심을 

가질 수 있엇다. 이는 그의 무공 특성상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약 기운이 돌면서 겁을 잃고 살기가 넘치는 그의 희생자들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달려든다.

전쟁.

그렇다, 지금 같은 상황이 되면 그녀는 언제나 전생 속에 있었다.

수백의 아귀들이 달려든다.

"호호호. 좋아, 좋구나. 어서 오너라! 이 아귀놈. 이 개자식!"

갑자기 호연란이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도를 휘두른다.

"커억!!"

비명이 연이어 들리면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죽어 갔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무림삼봉의 한 명인 호연란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백 명이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여자가 바로 호연란이었다.

분이 풀린다.

가슴의 응어리가 한꺼번에 녹아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호연란은 도를 내렸다.

갑자기 권왕이 떠오른다.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초상화를 통해 권왕 아운의 얼굴을 알고 있는 호연란이었다.

그 모습이자신의 코뼈를 분지른 그놈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더욱 맘에 안 드는 놈이다.

"권왕, 어서 오너라! 네놈을 이렇게 죽이든지 아니면 내가 너를 거느리고 여제로 군림하겠다!"

만약 권왕의 정체가 정말 자신의 코뼈를 분질렀던 그 아귀임을 알면 그녀는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햇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도 확실한 일반적인 상식이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아운이 그녀가 저주하는 그 어린놈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지만, 당시 무공이라고는 무자도 

몰랐던 아운이 지금의 절대 고수 권왕일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있엇다.

무인의 상식으로 있을 수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아운이 죽었따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서안..

섬서성의 성도로서 사주지로의 시작이 되는 곳이다.

이 서안으로 여덟 명의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두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노인 그리고 네 명의 장한들이 었는데.

네명의 사내들 중 한 명의 눈은 벽안이었다.

여자 중 한 명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그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한명은 시녀 

차림이라 쉽게 면사녀의 몸종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두 명의 여자기 타고 온 마차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사두마차로,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들은 서안의 가장

유명한 객잔 중 하나인 풍운객잔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사라신교를 떠난 소설과 장문산 일행이었다.

일 층에 비해서 비교적 사람들이 적은 이 층으로 올라간 일행들이 앉아서 음식을 시킨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비켜라!"

거친 목소리와 함께 약 십여 명의 무리들이 우루루 몰려 올라왔다.

장문산과 편일학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먼저 맨 앞에 서 있는 우람한 체격의 노인과 그의 바로 뒤쪽에 바싹 붙어 있는 중년의 검수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노인은 손에 낭아곤ㅇ르 들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낭아곤은 거대한 쇠뭉치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편일학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누구를 찾아왔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편일학은 그들이 자신의 일행을 찾아왔다는 것을 눈치 챘다.

과연 편일학의 예상대로 그들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편일학은 혹시 자신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다.

벽룡을 비롯해서 풍운십팔령의 네 사람들은 여유 있는 시선으로 다가온 자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얼굴엔 묘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는데, 두려움은 없었다.

그동안 무공을 갈고 닦으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 자신도 어느 정도나 실력 향상이 이루어졌는지

확실히 모르고 있었기에 실전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나타난 자들 중 우람한 체격의 노인이 앞으로 나서더니 일행을 한 번 훑어보고 나서 말햇다.

"나는 귀왕마곤 원오라고 한다."

편일학의 얼굴이 굳어졌다.

원오라면 들은 이름이다.

무림맹 섬서지단의 오대호법 중 한 명이 바로 원오였다.

섬서지단은 강호 무림의 수많은 무림맹 지단 중 가장 큰 사대지단 가운데 하나로 특히 단주인 백의명검 여건은 

화산파의 전대 장로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현 동심맹의 맹주인 한수영의 사제로 무공은 화산의 전대 고수들 중에서도 세 순가락에 꼽히는 고수라 알려져 있었다.

화산과 종남은 지척지간이다.

그렇기에 편일학은 여건에 대해서는누구보다도 잘 알는 사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편일학의 사부와 여건은 무척 친한 사이였었다.

편일학은 자신에게 인자하기만 했던 여건을 생각하면서 원오를 바라보았다.

원오는 사라신교와의 대전 당시부터 섬서성 일대를 떨어 울렸던 고수였었고, 강호 전역ㅎ에서도 알아주는 고수였다.

"그래 무슨 일로 오시었소."

편일학의 담담한 말에 원오의 안색이 약간 찡그려졌다.

최소한 자신들의 기세나 자신의 이름을 들었으면 무엇인가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의 보습이

너무 담담했던 것이다.

편일학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았다.

보기엔 그저 평범한 노인 같았다. 그러나 원오는 상대가 무척 위험한 자라는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명령을 받은 몸이었고 상대가 강해도 결코 자신 이상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명령대로 외팔이 노인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묻기 전에 내가 이름을 댔으면 그쪽도 이름을 대야 할 것 아닌가? 예의가 없군."

"이제 보니 시비를 걸러 오셨구려."

원오는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나설 필요가 있겠나?"

편일학의 말투가 냉랭하게 바뀌었다.

"무슨 일로 시비를 걸러 왔나?"

"저기 면사를 쓴 계집을 누가 좀 보자고 해서. 순순히 나랑 같이 가 준다면 일행의 목숨은 살려주지."

뒷말은 서설을 보고 한 말이었다.

풍운 십팔령의 벽룡과 비혼, 야차, 철골 등의 얼굴이 험하게 굳어졌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뛰쳐 나가려 하였다.

- 갈!!

장문산의 전음을 통한 일갈에 모두 동작을 멈춘다.

-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들 있게.

벽룡 등이 움찔하다가 동작을 멈추자 편일학이 말했다.

"언제 부터 무림맹 섬서지단이 백주에 여자에게 무례르르 범하는 파락호 집단으로 변했나."

원오가 편일학을 보면서 말했다.

"몰랐나? 무림맹의 섬서지단이 원래부터 그런 곳이었네. 그러니 괜한 말로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말게나."

말투를 보면 친한 동료에게 말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상대가 이렇게 긍정하고 들어오면 편일학 입자에서는 그 다음 말을 하기가 좀 쉽지 않게 된다.

"그렇군. 하지만 여기 설아를 데려 가려면 우선은 우리를 상대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엔 자네가 감당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일세. 그냥 물러서는 것이 좋을 텐데."

"물러설 거면 나서지도 않았지/"

편일학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가 식사를 할 수있게 좀 기다리게. 그 이후 우리 모두가 함께 따라간다면 초대에 응하지."

원오는 그 말에 옆의 좌석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게 좋겠군. 나도 이런 곳에서 투닥거리는 것은 좀 부담이거든."

서로 협의는 되었다.

편일학과 서설 일행은 편안히 식사를 하였고, 원오 일행은 옆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그들도 아주 무뢰배느느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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