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와룡봉변 1 (123/228)

와룡봉변 1

- 남자로서 이루어야 할 꿈

'......누가?'

걸어가던 밀영일호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그를 돌아서게 한 기운은 감쪽 같이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자신과 사마무기를 바라보고 있는 붕궁연과 그녀의 호위무사들을 바라보았다

밀영일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감각에 걸린 서늘한 기운은 그녀들의 기질과는 전혀 달랐다. 분명히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이 느낀 기운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밀영일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무 민감해졌다.'

"무슨 일인가?"

자신을 자책하고 있던 밀영일호는 사마무기의 물음에 놀라서 얼른 고개를 돌리고 

사마무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조금 민감했었나 봅니다."

"너무 긴장하지 말게."

주위를 준 사마무기는 자신의 뒤쪽에 있는 북궁연을 다시 한 번 슬쩍 바라보고는 다시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를 밀영일호와 호위무사들이 뒤따른다.

사마무기는 걸으면서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약 사십여 보를 걸어가던 사마무기가 밀영일호를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밀영"

"예,루주님."

"나는 결심했다."

밀영일호가 말뜻을 몰라 흠칫한 표정으로 사마무기를 바라본다.

"세상엔 영웅이나 효웅이 이루어야 할 기본적인 꿈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이 이루어야 할 야망이고, 둘째는 이상적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둘째는 수컷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가는 욕망이다. 나는 오늘 북궁연을 보고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어떤 수단을 쓰든지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고 말겠다. 그녀는 그만 한 가치가 있는 여자다."

밀영일호가 놀란 듯 사마무기를 바라보았다.

물론 북궁연은 뛰어난 여자다. 그리고 아름답다. 수컷이라면 누구나 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남의 여자가 된 여자였다. 어쩌며는 것인가?

밀영일호의 생각을 이미 짐작한 듯 사마무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보고서야 알았다. 비록 이미 한 남자의 여자가 되었지만, 그녀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리란 것을.

그녀는 약간의 흠이 있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여자다. 오히려 작은 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흑룡에게는 호연란을 짝지어 주면 되겠지."

밀영일호는 사마무기의 결심이 이미 굳었다는 것을 알았다.

글허다면 반대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본 북궁연이라면 사마무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납치해 강시로 만들어서라도 내가 차지할 것이다. 나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무서운 결심이었다.

밀영일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뒤에 있는 붕궁연이 들었을까 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우선 사마무기는 

비록 군사이지만 일정 이상의 만만치 않은 무공을 익히고 있어, 말을 할때 나직하게

말을 하면서도 내공을 이용한 방법으로 음파가 멀리 퍼져 나가지 않게 하였으며, 자신과 뒤에 있는 호위무사들도 내공을 이용 사마무기의 말이 뒤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심하고 있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권왕을 죽여야 한다.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를 해야겠군."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매화각을 나선 후, 오늘 부터 천천히 실행을 해 나갈 것이다. 아주 철저히 해야 한다. 철저하게 망가트려 북궁연이 권왕에게 가지고 있던 믿음과 사랑을 실망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 다음 권왕은 죽을 것이고 북궁연은 나에게 올 것이다. 나는 이미 그 방법을 생각해 놓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권왕 정도는 별거 아니지, 이 기회에 암중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책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겠다."

"알겠......"

"미친놈."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밀영일호는 물론이고 사마무기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십 중반의 청년이 한 명 서 있었다.

사마무기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호위를 담당했던 십여 명의 무인들이 기겁을 해서 앞으로 나섰다.

호위무사들은 신기루의 삼대조직 중 한 곳인 삼환묵영대의 무사들이었고, 그들의 대주인 잠환이 앞으로 나섰다.

"네놈은 누구냐?"

청년의 입가에 비웃음이어렸다.

"눈치 없는 놈이군. 이런 멍청한 자식을 호위무사로 대리고 다니다니, 와룡이 이름값을 못하는군."

"이놈이....."

잠환이화가 나서 무기를 뽑아 들려고 할 때였다.

"멈추고 뒤로 물러서게."

사마무기의 침착한 목소리에 잠환은 행동을 멈추고 즉각 뒤로 물러섰다.

어떤 군소리도 없는 움직임.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그는 모든 미련과 감정을 접고 뒤로 물러선 것이다.

청년의 얼굴에 얼핏 감탄한 표정이 떠울랐다.

어지간한 충심이 아니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사마무기가 앞으로 한발 나서며 말했다.

"군사 사마무기가 권왕을 뵈오이다. 좀 더 일찍 만나고 싶었지....."

아운이 손을 흔들었따.

"그만하자. 뒤에서 서로 죽이려고 머리 터져라 끙끄ㅜㅇ 거리다가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를 나눌 정도로 난 낯짝이 두텁지 못해."

하대도 그렇지만 아운의 직선적인 말엔 밀영일호와 잠환 등은 모두 얼굴이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권왕 아운이란 사실에 모두 놀랐다. 그러고 보니 이미 그의 얼굴을 초상화로 본 적이 있는 그들이었다.

조금만 침착했으면 금방 알아보았을 것인데 경황 중이라 미쳐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사마무기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사마무기는 아운을 본 순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던 것이다.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군, 우린 그런 사이였군. 그렇다면 서로 굳이 아는 척할 필요가 없겠지. 길 좀 비켜 줄 수 없겠나? 우리는 이제 볼일을 다 보고 돌아가는 중이라서."

아운은 사마무기를 바라보았다.

단단한 그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다.

무림맹의 군사다운 모습이었다.

아운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고놈, 제법이군.'

"그런가? 그런데 나는 아직 볼일이 좀 있거든."

"볼일?"

"그렇지. 볼일."

사마무기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이때 아운은 자신을 보고 다가오는 북궁연 일행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 연매, 호위 무사들과 매화각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지 마시오.

북궁연은 다가서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호위무사들과 함께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호난화 등은 아운이 사마무기를 막아설 때부터 흥분하고 있었다.

권왕과 와룡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되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북궁연이 그녀들에게 매화각 안쪽으로 철수 명령을 

내리자, 모두들 실망한 표정들이었다.

그것을 보고 북궁연이 고개를 흔들면서 전음을 내렸다.

- 안으로 들어가서도 밖을 볼 순 있다.

그녀의 말에 호난화 등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는 상관없이 사마무기는 내심으로 화가 나 있었따.

아운의 말투는 기묘하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화를 자극하는 힘이 있었다.

사실 사마무기가 아니더라도 지금 아운과 같은 말투를 듣는다면 기분 나쁠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초면이었다.

밀영일호가 사마무기를 바라보았다.

-화가 나지만, 힘센 아이와 싸울 순 없지 않는가? 일단 참게. 무력으로 지금 여기서 권왕과 싸우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사마무기의 말을 듣고 밀영일호는 조용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사마무기는 밀영일호에게 전음을 보낸 후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상대가 예의 없이 나온다면 자신도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말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럼 무슨 볼일인지 말하라! 하지만 그전에 이것 하나는 명심해라!"

아운과 사마무기의 시선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러나 둘 다 시선에 감정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강한 감정은 있어도 표현되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사마무기가 말을 이었다.

"여긴 무림맹이다. 그리고 나는 군사고 너는 겨우 금룡단의 단주일 뿐이다."

아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긍한다는 표정이다.

"맞아, 그건 그렇지."

아운의 긍정에 사마무기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이었지만, 속으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아운이 돌발적으로 나올까 봐 조금 걱정했던 것이다.

그의 호위무사들과 밀영일호의 얼굴에도 조금 안도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들이 안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긍정을 하던 아운의 표정이 갑자기 냉랭하게 변혔다.

"그런데...""

모두 아운을 바라본다.

"내가 금룡단의 단주이고 네놈이 군사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이냐? 그따위로 나를 구속하려 하지 마라. 그리고 어차피

금룡단주는 총사의 직속이지, 군사인 너와는 전혀 상관 없는 직책이나.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네가 열받으면 내가 조금 곤란해질 뿐이지만, 내가 열받으면 네놈들은 전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이 자리에서 열받아 보았자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열받으면 너의들은 모두 비참해진다. 내가 네놈들 보다 강자이기 때문이다."

사마무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밀영일호를 비롯해서 호위무사들 표정 역시 더욱 굳어진다.

그들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 아운이 빙긋이 웃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무척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난 후 죽이겠다는 것도 모자라,

감히 내 여자를 납치,강간하겠다고? 무림맹의 개자식들은 애나 어른이나 하는 짓이 전부 파락호와 다를 것이 없구나!"

사마무기 등은 아운이 자신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을 인정할 순 없었다.

인정하는 순간 말은 사실이 되고 그들은 한순간에 파렴치범이 되는 것이다. 마침 그 말을 들은 것이 아운 혼자이니

전부 안 했다고 끝까지 우기면 그만이다.

어차피 증거는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아운의 곁에 내려서면서 말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저 두더지 같은 새끼들은 나에게 아운님을 죽이라고 교사까지 한 놈들입니다!"

갑작스런 말에 사마무기와 밀영일호 등은 새로 나타난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많으면 삼십대나 되었을까?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것에 비해 그의 몸 어디에도 내공을 익힌 흔적이 없었다.

아운 또한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었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불쑥 나타난 청년 또한 결코 만만한 실력자가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권왕이 위험한 인간이란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며, 아무리 관심과 시선을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지만.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청년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사마무기는 천천히 뒷짐을 지었다.

여유 있는 모습니었다.

"터무니 없는 말을 하는군, 대체 너는또 누구냐?"

나타난 청년 야한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네놈 옆에 멍청하게 어 있는 저 자식이 잘 알것이다."

야한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밀영일호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마무기의 시선이 밀영일호를 향한다.

정작 밀영일호는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야한을 바라보고 물었다.

"내가 너를 안단 말이냐?"

"당연하지. 네놈이 내게 권왕을 죽여 달라고 청부하지 않았더냐?"

밀영일호는 가슴이 뜨끔한 것을 느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다.

야한의 말을 들으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증거가 없을 것이다.

청부를 할 때 서로 얼굴도 보지 않았고, 그때 당시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였기에 자신을 알아볼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설혹 얼굴을 안다고 해도 끝까지 모른다고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면 증거 없이 말한 야한만 바보가 될 것이다.

"네놈이 누구기에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나는 야한이라고 한다. 바로 네놈이 청부를 했던 그 살수다."

야한이 너무 빨리 자신의 신분을 말하자, 밀영일호는 내심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미친놈이군! 대체 네놈이 나를 언제 보았단 말이냐?"

야한이 희죽 웃으면서 말했다.

"나나 네놈이나 서로 얼굴을 본 적은 없지. 그러나 나는 그래도 명생이 강호 삼대 살수 중 한 명이다.

발걸음이나 말소리, 상대의 기세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세상에 네놈처럼

음침하고 더러운 기운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어찌 너를 못 알아 볼 수가 있겠느냐?"

밀영일호의 눈매에 살기가 감돌았다.

이때 사마무기가 야한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나를 살인자로 몰다니. 네놈, 죽고 싶은 게구나!"

그는 밀영일호를 두둔하면서 속으로경거망동한 야한과 권왕을 비웃고 있었다.

'참 으로 멍청한 작자들이군. 내가 이런 자를 두려워 했다니.'

사마무기로서는 내심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 처럼 이런 방법으로상대를 지목하여 살인자라고 하면 누가 그것을 인정하겠는가? 

그런 추상적인 증거로는 누구라도 발뺌을 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오히려 상대가 자신을 모함한다고 몰면 그만이다. 실제 증거를 댈 수 없다면 스스로 곤란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군. 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증언으로 내 수하를 청부자로 모는 의도가 무엇이냐? 얼토당토 않은 말로 우리를 변태

로 모는 권왕이나 정말 조금도 다르지 않군. 이 문제는 나중에 철저하게 짜져 물을 것이다. 정확한 증거를 대지 못한다면 군사인 나를

모욕하고 내 수하를 청부자로 만든 거짓에 대해서 책임질 일이 많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야한은 그저 태연한 표정이었고, 아운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말도 안 되고 말고도 없지. 네놈이 네 수하들을 믿듯이 나는 내 수하가 한 말을 믿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너, 아주 착각하고 있군.

내가 듣고 내 수하가 느낀 순간 네놈과 네 수하들이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상관없다. 귿이 네놈들과 그러니 안 그러니 따질 이유가 없다.

네놈은 그저 그 잘난 대가리를 굴려 열심히 아니라고 주장하면 된다. 그렇듯이 나는 내 장기인 주먹으로

네놈들을 그냥 응징하면 되는 것이다. 귀찮게 뭘 이것저것 따지는가? 이미 내가 들었고, 내 수하가 알면 됬지."

사마무기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밀영일호나 잠환을 비롯한 삼환묵영대의 호위무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놈, 지금 네놈이 작은 명성을 얻었다고 세상에.....허억."

잠환은 말을 하다가 대경실색했다.

아운이 갑자기 주먹을 뻗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먹에서 매서운 경기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는데, 너무 갑작스런 공격이라 피할 사이가 없었다.

"이익!!"

하는 기합과 함께 들고 있던 검에 내공을 주입하여 날아오는 경기를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검과 충돌한 기운이 대기 속에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잠환은 뒤로 휘청거리며 한 걸음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권왕의 기습을 막았다는 

자부심으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을 때였다.

사라진 기운의 뒤에서 두 배나 더 매서운 기운이 갑자기 나타나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따.

권왕의 공격은 분명히 한 번 뿐이었다. 그리고 날아온 권경 역시 하나였다.

그런데 언제?

따지고 뭐고 할 시간도 없이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잠환의 얼굴이 뭉그러진 채 뒤로 이 장이나 

날아가 '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나자빠졌다.

얼굴이라고 짐작되는 곳은 이미 으깨져서 그 형태가 없어진 모습이었다.

정말 어이없고 황당한 즉사였다.

오호연환중첩권의 제일권인 일운섬광은 잠환이 상대하기엔 너무 매서운 공격이기도 했지만, 잠환이 중첩권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조차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원인도 있었다.

제아무리 사마무기라 해도 자신의 심복이 단 일 권에 즉사하는 것을 보자 사지가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잠환의 수하들도 무기를 뽑아들다가 그 자리에 둗어 버렸다.

권왕,권왕 하는 소리는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직넙 보니 이건 소문 이상이 아닌가?

밀영일호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얼른 사마무기의 앞을 막아섰다.

그제야 사마무기는 아운의 성격에 대해서 다시 관조해 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일어났던 황당하고 파격적인 사건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실수다. 자칫하면 여기서 내가 크게 당할 수 있다. 침착해야 한다. 내가 겁을 먹으면 상대는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린 사마무기는 밀영일호의 어깨를 짚으며 아운을 보고 말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했다. 마치 수하의 죽음을 별로 크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의 호위대 대장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무슨 짓이냐? 무림맹 안에서 맹의 수하를 죽이다니!"

아운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나는 네놈이 고맙다. 앞으로 일어날 많은 사건들에 네 잔머리가 끼어들면 정말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아질 것이라,

그렇지 않아도 언제고 만나면 때려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 발로 걸어오다니, 이게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후후후."

사마무기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개념이 없는 인간이! 네놈은 정말 날 죽일 생각인 것이냐?

대체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 생각이더냐?"

"죽여도 그냥 죽일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네 수하 놈들 중 저 청부자만 남기고 다 죽을 것이란 사실이다. 또한 네놈과 저 청부자 자식은 사로잡아서

그동안 네놈의 잔대가리로 인해 죽거나 비참해진 사람들에 대한 죄의 대가를 받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사마무기는아운의 말을 들으면서 더럭 겁이 났다.

정말 그럴 수 있는 인간이란 것을 이미 깨우치고 있는 중이었다.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이제야 겁 없이 그를 만나러 온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 위기만 벗어나면 오히려 권왕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것 같았다.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일단 자신이나 밀영일호의 품 안에 있는 신호탄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 신호탄을 보면 맹주부 내의 고수들이 구름처럼 이 자리로 몰려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운의 죄를 물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아운이 지금 자신에게 이렇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제아무리 권왕이라고 해도. 그리고 지금 이 장소가 매화각 안이라 해도 이건 너무 대담한 짓이었다.

'나에게 겁을 주려는 것인가'

사마무기는 이러저리 지금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말했다.

"후후 , 후회할 짓은 하지 마라~ 자칫하면 너 하나로 인해 북궁 총사까지 큰 해를 당할 수 있다."

아운이 웃었다.

"네놈은 머리가 좋은 만큼 자존심도 세겠지."

무슨 뜻인가?

갑자기 그 말을 물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사마무기가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은 허튼 대답보다 오히려 침묵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놈이 자신을 찬 여자를 보러 온다면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자신의 심복이라고 함께 온 놈들만 알겠지. 후후."

아운의 말에 사마무기는 다시 한 번 심장이 털컥 하는 기분이었다.

아운의 말이 옳았다. 그러나 그 기분을 결코 얼굴로 드러내진 않았다.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아운을 보면서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놈이군. 난 군사다. 내가 움직이면서 어디를 가는지......."

"됐다. 뭐, 어차피 네놈 대답을 듣자고 한 말은 아니다. 그래 보았자 많은 놈이 아는 것도 아니고,

네가 아까 말한 것처럼 모른다고 우기면 그만이지. 흐흐, 몇 놈이 우기면 나와 총사를 모함하기 위해서 거짓말 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우기다 보면 시간은 갈 테고 그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상관없을 상황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골치야 좀 아프겠지만, 그것이 네놈을 여기서 풀어주고 나중에 골치 아픈 것보다 백 배 낫겠지."

사마무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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