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천마폭인
-돌아가라! 너에겐 기회가 없다.
아운이 바라본 남자는 평법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키가 조금 크고 어찌 보면 조금 유약해 보여서 무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운은 제이백호대의 인물들 중에 그 한 명을 주목하엿다.
중년의 무사는 아운이 자신을 지목하듯이 바라보자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마주 본다.
"누구인지 묻지 않겟다. 어려움을 알았으면 지금 바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제이백호대의 대주인 칠살복마검 좌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정체를 한 번에 알아낸 아운의 실력은 놀라운일도 아니었다.
권왕이라면 당연히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좌상은 아운의 말을 들으면서 묘한 슬픔을 느꼈다.
거역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싸우고 싶엇다.
당당하게 일 대 일로 겨루어 보자고 그렇게 말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자괴감이 든 것이다.
아운의 단호한 표정을 보면서 좌상은 포권지례를 하였따.
그의 표정엔 굳은 결심이 서려 있었다.
"권왕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수좌이고, 그이전에 칼을 든 무사입니다. 그리고 나는 명령을 받은 몸입니다. 모자라다는 것은 알지만, 단 한 번의 반항조차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무사로서 근본을 저버리는 것이자, 명령을 내린 상관에 대한 불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수좌로서 수하들 앞에 설 수도 없고 이미 죽은 자와 같습니다. 무사로서 그리고 수하로서 제 임무를 다할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굳건한 그의 모습을 보던 아운의 얼굴에 서릿발 같은 살기가 감돌앗다.
"나는 나에게 도정하는 자를 살려 놓지 않는다."
"무사가 싸우다 죽는 것은 당연합니다. 권왕과 대결하다 죽는다면 무사로서 영광일 뿐입니다. 단 제가 죽으면 제 수하들은 살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합광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대주, 우리를 비겁자로 만들지 마시오. 혼자서 무사의 명예를 논하고, 수하들을 비겁자로 모는 것은 수장의 도리가 아니외다."
합광의 뒤로 제이백호대 무사들이 줄지어 서 있엇다. 그들의 표정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잇었다.
잠시 동안 좌상은 그들을 훑어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아운을 돌아보았다.
"권왕에게 일 대 일 비무를 청합니다."
아운은 좌상과 제이백호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법이군. 덤벼라. 덤벼서 네가 무사임을 증명해 보여라. 단, 대결은 삼 초로 한정한다. 네가 내 삼 초의 공격을 받고 살아 있다면 너를 살려 주겟다."
좌상의 눈이 빛났다.
삼 초라고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좌상이 아운의 삼 초를 받아 내니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의 능력을본 터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권왕의 일 초조차 받아 내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좌상이나 제이백호대의 무사들은 알고 있었다.
좌상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아운은 묵묵히 좌상을 바라본다.
"갑니다."
좌상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아운의 가슴을 그어 갔다.
아운의 주먹이 흐릿하게 위로 올라갔다.
콰앙!!
거친 소리가 들리며 좌상이 뒤로 일 장이나 주르륵 밀려갔다. 그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잇었다.
아운은 그 자리에 꿈쩍도 안 하고 서 있다.
좌상은 길게 호흡을 가다듭었다.
"다시 갑니다."
그의 눈에 어린 기백은 오히려 더욱 강렬해져 잇엇다. 그의 검에서 일곱 가닥의 검기가 파리한 빛을 발하면서 아운의 이곱 사혈을 향해 뻗어 나갔다.
칠살쾌검의 마지막 초식인 칠기섬광쾌가 펼쳐진 것이다.
아운이 주먹을 들었다. 순간 허공의 대기가 아운의 주먹으로 빨려 들어갈 듯 요동치기 시작햇다.
연환금강룡의 마지막 초식인 단혼금강룡이었다.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좌상은 자신의 검기가 가닥가닥 끊어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칠기섬광쾌의 십이변 중에 겨우 다섯 번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전에 검식이 단순한 주먹질 한 번에 파해되고만 것이다.
좌상의 눈에 물기가 어렿다.
'만변은 무변에 귀속되고, 무변은 만변의 시작이라 했는데, 내 검식은 만변도 무변도 아니구나.'
좌상이 자신의 검식에 대해 심득을 얻는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의 신형이 뒤로 이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좌상은 두 다리로 끝까지 버티면서 쓰러지지 않앗다. 수하들 앞에서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앗던 것이다.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아운은 묵묵히 그를 바라본다.
좌상은 입술을 깨물엇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실어진다.
"이제 마지막 삼 초식을 시전하겠습니다."
"돌아가라. 너에겐 기회가 없다."
"나에겐 아직............"
"너는 이미 죽었다."
"나를 능멸하지 마시오."
"생사가 오가는 결전에서 기다리고 기다려 주는 멍청이는 별로 많지 않다. 나는 이미 삼 초식을 전개하였고, 너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좌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심장 근처의 옷이 가루로 부서져 있었다. 언제 어떻게 공격을 당했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엇다.
금룡단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좌상조차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공격.
'이것은 전설의 무형지기다.'
좌상은 믿어지지 않았다.
말로만 들었지 정말 그런 경지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십사대고수들만이 시전할 수 있다는 무형지기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검을 들고 있던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던 좌상은 검을 들고 최대한 공경하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엿다.
"졌습니다. 무사로서 영광스럽게 물러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가라."
아운의 말에 좌상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어르신들의 시체를 수거하고 빠르게 이곳을 떠난다. 실시!"
남자의 고함과 함께 긴장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백호대의 무사들은 시체를 수거하고 자리를 뜨기 시작햇다.
아운은 묵묵히 좌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뛰어난 자다.'
결코 무공이 강해서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러섬에도 비굴하지 않았고, 자신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하들도 그의 말 한 마리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그의 수하들이 자신의 수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문득 사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름이 무엇인가?"
아운의 질문에 좌상은 잠시 멈칫하였다.
"좌상이라고 합니다. 무명이라 권왕은 알지 못하실 것입니다."
"명성이 그 사람의 모든것을 말하는 것은 아닞. 호연가의 계집에게도 인복은 있군."
좌상의 입가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호연가의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상대는 이미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앗다.
"어째서 제가 호연가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너희가 사용하는 무공은 이미 내가 견식한 바 잇다. 호연세가의 천각 예하 백호단이 사용하던 무공이더군. 그들보다 능숙하고 강했지만, 그 무공이 분명하다."
좌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권왕과 호연세가의 원한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말로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참으로 안타깝구나.'
좌상은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햇다.
청운의 꿈을 안고 무인이 되었고, 지금은 호연세가에서 제이백호대의 대주가 되었지만, 항상 답답하기만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좌상은 잠시 권왕을 바라보앗다.
이제 이십 중반을 넘은 나이로 무림을 뒤흔들고 있는 그의 질풍노도는 좌상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엇다.
권왕에 대한 소문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설레곤 햇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와 명쾌한 주먹질에 세상의 모든 혼탁함이 씻겨 가는 듯한 청량감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꼭 한 번 보고 싶었기에 자진해서 이번 일에 참여를 했었다.
자신이 절대라고 믿었던 밀각의 고수들이 단 한 번에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죽어 가는 자들도 같은편이었지만, 평소 그들을 존경하지 않았던 좌상이었다.
손을 쓰면 결코 망설이지 않고 적을 공격하는데 인정이 없지만, 그의 모든 것에는 자심감이 넘쳤다.
힘이 있어야 자신감에 권위가 생긴다. 그래서 아운의 자신감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만 돌아 갔으면 합니다."
"막지 않겠다. 가서 호연란에게 전해라. 어느 장소든 어느 때이든, 절대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나는 선후를 가리지 않고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이미 그의 성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엇다.
"모두 돌아가자."
좌상의 고함과 함께 제이백호대의 대원들이 안가를 빠져나가기 시작햇다. 떠나는 그들의 얼굴엔 경외감과 함께 존경의 표정이 언뜻언뜻 드러나고 잇엇다. 적아를 떠나 그들은 무인으로서 아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안가를 둘러싸고 있던 절진은 거의 파괴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안가를 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앗다.
안가ㄴ를 벗어났지만 제이백호대의 대원들은 모두 침묵하고 잇었다. 이때 좌상의 바로 옆에서 신법을 펼치던 합광이 말했다.
"대주님, 비록 적이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좌상은 합광을 슬쩍 바라보앗다.
좌상과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 합광이엇다.
비록 흉폭하고 한번 손을 쓰면 잔인하지만, 그는 의를 알고 잔정이 많은 사람이엇다.
"아마도 앞으로의 무림은 그의 천하일 것이다."
"저런 사람을 주군으로 모신 우칠이란 자가 부럽습니다."
좌상의 얼굴이 가볍게 굳어졌다.
"그런 소리 말아라."
하지만 좌상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제이백호대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금룡단의 인물들은 모두의아스런 표정으로 아운을 보고 있엇다. 그들은 지금까지 아운의 손에서 살아남는 적을 본 적이 없엇다.
상대가 무림맹의 중추적인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살수를 쓰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권왕이었기에, 더욱 믿을 수가 없엇다. 이심방이나 몽진나한 등은 아직 자신들이 권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엇다.
단지 흑칠랑이나 야한은 별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하는 모습니다.
아운은 자신을 보고 있는 금룡단의 무사들을 돌아보며 말햇다.
"모두 한곳으로 모여라. 그리고 지금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나서지 마라."
아운의 명령을 들은 금룡단과 흑칠랑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엇다.
아운은 안가의 한쪽 숲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위험은 이제부터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가의 한쪽 숲이 한꺼번에 부서져 날아가면서 일단의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놀라서 그들을 바라본다.
아운은 침착하게 나타난 자들을 바라보았다.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십여 명이었다.
똑같은 푸른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탄탄한 체구로 보아 상당한 경지의 무공을 익힌 것 같았다. 나타난 자들을 보면서 아운의 시선이 냉정해졌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내공의 힘이란 것이 최소 이 갑자에 가까웠다.
아운은 그들의 흐릿한 시선을 보고는 나타난 자들이 실혼인이란것을 알 수 잇었다.
"모두 이십 장 이상 뒤로 물러서라. 그리고 그 누구도 저들과 충돌하지 마라."
아운의 명령에 흑칠랑을 비롯한 금룡단원들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천마인혼대법을 익힌 자들이다. 그러나 묵가의 천마인혼대법하고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이지가 없는 실혼인들 같다. 드디어 맹주부에서도 움직였는가? 요는 명왕수사다. 명왕수사가 정말 혈궁의 일 때문에 나와 우연히 마주친 것인가? 아니면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나타난 것인가?"
아운에게 있어서 그 점은 매우 중요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명왕수사 고구가 우연히 자신과 만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맹주부나 호연세가 둘 중 한 곳이 명왕수사 고구와 연관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었다.
'어느 한 곳이 혈궁과 손을 잡았단 말인가?"
그러나 아운은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엇다. 나타난 십여 명의 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타난 실혼인들은 급작스럽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아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실혼인들은 아운의 삼 장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인사도 없이 행동을 하다니, 꽤나 성격이 급한 자들이군."
아운의 주먹이 정면의 남자를 향해 뻗어 갓다.
권경이 용의 형상으로 꿈틀거리며 뿜어져 나왓다.
연환금강룡의 초식이엇다.
정면의 남자는 아운의 권경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자살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사람 같았다.
'절정의 외문기공을 익힌 것인가?'
아운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달려들던 실혼인들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아운의 주먹에서 뿜어진 권경이 남자의 복부를 강타하엿다. 그리고 그 순간이엇다.
쿠앙! 하는 소리가 울리며 남자의 몸이 폭발하였다.
폭발한 남자의 몸에서 뿜어진 기파가 아운을 향해 뻗어 오자, 아운은 다급하게 보법으로 피해야만 햇다. 이 황당한 광경에 금룡단의 무사들은 모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흑칠랑과 야한 그리고 한상아 역시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햇다. 사람이 폭발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죽은 사람에게선 피조차 거의 흐르지 않앗다.
대신 폭발과 함께 엄청난 양의 내가 진기가 강기 형태로 뿜어져 사방 삼 장 안을 휩쓸어 버렷다.
아운은 강한 폭발력에 놀라면서 나머지 실혼인들을 둘러보앗다.
그들은 이미 자신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나와의 동귀어진이군.'
아운은 나름대로 그들의 역할을 짐작하면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사람이 벽력탄처럼 폭발하는 것을 본 금룡단과 흑칠랑 등은 모두 아연한 표정이었다. 그들이 본 인간 폭탄은 그 어떤 벽력탄보다도 무서웠다.
그런 인간폭탄이 아홉이나 더 있었다. 그러나 아운의 표정은 오히려 냉정해지고 있었다. 상대가 간격을 좁혀 오기 전에 죽이면 그만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의 들려진 오른손이 퍼졌다.
삼살수라마정을 사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는 그 어떤 암기도 날아가지 않앗다. 제아무리 아운이라 해도 이 갑작스런 상황에서는 내심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오른손에 진기를 보내 보았따.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아운이 당황하는 순간 폭발인간들은 그와의 거리를 좁혀 오고 잇었다. 아운은 삼살수라마정을 포기하고 주먹을 질러 댔다.
연환육영뢰를 브롯한 무극신공의 무공이 아니라 연환금강룡의 권공이엇다. 어차피 상대는 아운의 힘을 빼놓은 다음 동귀어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을 위해서는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운의 연환금강룡은 무극신공과 연환육영뢰의 영향을 받아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날카로워져 있었다.
금강붕, 금강추, 비성추혼, 유운성월이 연이어 펼쳐졌다.
그의 주먹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 다시 두 명의 폭발인간이 한꺼번에 터져 나갔다. 아운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그들과 삼 장의 거리를 유지하려 하였다.
꽝!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운은 그 폭발의 영향을 받아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비록 폭발의 힘은 무서웠지만 아운을 위험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아운의 손에서 연환금강룡의 단혼금강룡이 펼쳐졌다.
우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정면으로 공격해 오던 폭발인간 한명이 아운의 권경에 맞아 뒤로 튕겨지면서 허공에서 폭발하였다.
폭발인간들은 어떻게 하든지 아운의 근처까지 다가오려 하고 있었고 아운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폭발인간 중 한 명이 아운의 일 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 아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면서 옆으로 이동하였다. 아운이 삼 장 밖에서 나타나는 순간 폭발인간은 그대로 터져 버렸다.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인간들이라니.'
아운은 기가 막혔다.
살아남은 폭발인간들이 아운을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엇다.
아운은 뒤로 물러서면서 주먹을 연이어 두 번이나 내질럿다.
퍽! 퍽!
아운의 주먹은 두 명의 폭발인간을 연이어 강타햇다.
쾅! 콰앙!
앞에 있던 남자가 먼저 폭발을 일으켰고, 그 기파가 번지는 순간 뒤에 있던 또 한 명의 남자가 폭발을 일으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두 번째 남자가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그 폭발은 앞의 폭발과 함께 연환되며 엄청난 폭발렷을 발휘하엿다.
콰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남은 폭발인간들이 전부 한꺼번에 폭발하엿다.ㅏ 그리고 사방 십 장 안은 그 폭발의 여력에 휩쓸려 버렸다.
아운도 그 힘에 밀려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고 말앗다. 상당한 압력이 그의 몸을 쩌릿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운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두 개의 폭발이 합쳐져서 더 큰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폭발 했을 대는 그런 효과가 없었지만, 서로 약간의 시잔차를 두었을때 폭발력은 배가 되었다. 이것을 잘 이용하면 분광파천뢰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군.'
아운은 바닥에 흩어진 폭발인간들의 잔해를 보면서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뜻밖의 상황에서 삼정파천황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금룡단의 수하들은 모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엇다.
인간이 폭발하는 장면은 현실 같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한 번 폭발하면 그 살상 범위가 삼 장이나 되었다. 단순히 벽력탄이 폭발하는 것과는 달랐다.
폭발할 때 뿜어지는 기세는 바람과 화염이 아니라 강기의 폭풍이었다. 느낌에 그 정도의 강기 폭풍이면 천하에 대단한 고수들이라고 해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 같앗다.
중요한 것은 폭발인간들이 얼마나 더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아운은 폭발인간들이 나온 숲을 보면서 말햇다.
"그만 나오시오."
아운의 말에 숲에서 세 명의 노인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맨앞에는 광전사 정룡이 서 있었고, 그 옆으로는 사마풍과 단목이 서 있었다. 그 뒤로는 평범해 보이는 남자 다섯이 뒤따르고 잇었따.
그들은 대원의 영광을 위해 절치부심해 왔던 광전사들 중 세 명이엇고, 그들 중 수좌인 정룡은 전문 살수 무공을 터득한 세명의 광전사 중 한 명이었다.
정룡은 아운을 보면서 정말 감탄햇따는 표정으로 말햇다.
"정말 대단하네. 천마폭인들 열 명을 이렇게 쉽게 처리할 줄은 몰랐네."
"천마폭인이라...... 내가 보기에 천마인혼대법과 같은 종류의 무공을 익힌 것 같은데."
"대단하곤.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죽은 천마폭인들은 변형된 천마인혼대법을 익힌 자들이었네."
아운은 세 사람을 묵묵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사람으로 벽력탄을 만들다니, 좀 잔인하군."
"천마폭인들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자들이네. 스스로 천마촉인이 되어 자신의 죄를 속죄하려던 자들이지. 그로 인해 그들의 가족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걸세."
"뭐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그건 그렇고 와룡은 생각보다 오지람이 넓더군. 명왕수사 고구까지 연이 닿아 있다니 말이야. 물론 당신들은 원의 잔당이겠지?"
정룡은 입을 꾹 다물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던 엇이다.
설마 아운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니, 내가 바보구나. 권왕의 입장이라면 지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무래도 오늘 권왕을 처리하지 못하면 대업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구나.'
정룡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아운의 뒤쪽에 있던 금룡단원들의 얼굴은 모두 굳어 있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지금 아운과 나ㅏ난 자와의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무림맹 내에서 이런 상황이 있엇다.
당시부터 내내 의심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아운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정룡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래저래 살려둘 수 없겠군."
"그 말을 들으니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는군. 좋아, 이젠 더 이상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쳐라!"
정룡은 대답 대신 나직하게 명령을 내렷다.
순간 그의 뒤에서 있던 다섯 명의 남자들이 앞으로 나왓따. 아운은 그들을 살펴보앗따.
'역시 천마인혼대법과 비슷한 무공을 익힌 실혼인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천마폭인들과는 다르다.'
아운이 고심할 때 정룡이 말했다.
"이들은 십사대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 낸 천마혈성들이다. 제아무리 강한 자라도 이들 셋이면 절대로 살아남을수 없다."
"그 말은 지금 다섯이나 되니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겠군."
"그렇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겟지."
아운은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며 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아운의 바로 정면 쪽에 있던 천마혈성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아운에게 마주 공격을 해왔다. 동시에 다른 네 명의 천마혈성들이 아운은 포위하며 협공을 가햇따.
파르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운의 연환금강룡이 다섯의 천마혈성들을 공격해 갓다. 꿈틀거리는 강기의 파동이 대기를 흔들며 뿜어졌다.
천마혈성들의 손에서 붉은 혈기가 뿜어져 아운의 공격에 대항하려 한다. 오 대 일의 충돌이었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운의 신형이 뒤로 주춤거리며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일단 첫 충돌에서 승기를 잡자 다섯의 천마혈성들이 흩어지면서 아운을 포위 공격하려 하였다.
아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그의 주먹이 연이어 휘둘러졌다.
다섯의 천마혈성과 아운의 신형이 사나운 맹수들의 기세로 엉켜들었다.
붉은 혈기가 은은하게 노을처럼 번져 나왔고, 아운의 주먹은 섬광처럼 그들을 향해 질러 갓다.
일기영으로 시작한 아운의 연환육영뢰는 번개처럼 빠르고 강했다.
타다닥!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아운의 주먹은 다섯 명을 번갈아 가며 타격하고 있었다. 그들이 단 한 번의 공격을 하는 것과 같은 시간에 아운은 다섯 번을 공격한 것이다.
혈기가 엉키면서 다섯 명의 천마혈성들 중 셋이 아운의 공격에 강타 당햇다. 아운이 남은 둘의 천마혈성을 연이어 공격하려는 찰나엿다.
펑!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운의 공격을 당한 세구의 천마혈성이 아운을 중심으로 세 방향에서 폭발하엿다.
아운은 놀라 흠칫하였지만, 폭발로 인한 강기의 폭출이나 위협은 없어 보엿다. 대신 폭발한 천마혈성들의 몸에서 뿜어진 피가 사방 오 장 안을 완벽하게 뒤덮었다.
피가 뿜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고 사방에서 뿜어져 오는지라, 아운 역시 뿜어지는 피의 일부를 손과 어깨 부분에 맞고 말앗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룡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이제 끝났군."
아운은 정룡을 보면서 물엇다.
"끝나다니?"
"너는 이미 죽었다는 말이다."'
아운의 미간이 좋혀졋다.
"그게 무슨 말이냐?"
"운기를 해보면 알 것이다."
아운은 빠르게 운기를 해보았다.
아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졋다.
"정말 지독한 맹독이군."
정룡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그렇다. 천마혈성의 독은 제아무리 금강불괴라 해도 살아남을수 없는 절대 극독이다. 더군다나 마시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순간 바로 중독되는 특성이 있지. 장담하지만 천마혈성의 맹독을 당할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설사 십사대고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이 되었지."
그 말을 들은 금룡단과 흑칠랑, 그리고 아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