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제10장 대사자진(大獅子陣) (84/228)

第 十 章

대사자진(大獅子陣)

- 남자의 눈물은 값진 것이다

금룡단의 무사들은 모두 늘어져 있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려왔다.

이제는 숲만 보아도 한기가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숲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운이나 두 교두와의 대결이었다.

단순한 대결이지만 그 대결은 실전과 다름이 없었다.

조금도 봐주지 않는 대결은 금룡단원들에게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

두 교두와 싸울 때는 살수의 무공에 적응을 못해서 일방적으로 당했었고,

아운과의 대결은 사실 대결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처음 아운과 마주선 금룡단원들은 그 기세조차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아운과 마주서서 그의 기세를 감당하는 금룡단원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고는 있었다.

아운은 백골환상마진(白骨幻像魔陣)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금룡단원들을

수련시키고 있었는데, 어떤 때는 한 명씩 안으로 집어넣었고, 어떤 때는

두 명, 세 명 그리고 어떤 때는 열 명씩 나누어서 진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리고 마직에는 사십여 명 전원을 한꺼번에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백골들은 한 구씩 나타날 때도 있었고, 무더기로 나올 때도 

있었으며, 가끔씩은 무려 사백여 구가 넘는 백골의 환상들이 달려들었던

때도 있었다.

금룡단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 명, 또는 세 명이나 열 명 그리고 사십여

명이 함께 싸우는 방법까지 저절로 터득해가는 중이었다.

아운은 항상 그들이 싸우고 난 후에야 그들의 무공에 대해서 조언을 해

주었고, 그 효과는 더욱 커서 한 번 그런 식으로 얻은 무공의 이해는

절대로 잊어 먹지 않았다.

또한 체득해서 소화하는 것도 빨랐다.

가끔 아운은 금룡단원들의 내공을 점하고 두 명의 교두들과 맨몸으로 

싸우게 만들곤 하였다.

그럴 때면 두 명의 교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이미 무공에 취한

금룡단원들은 끝까지 그들에게 기죽지 않고 달려드는 패기를 보여주어 

아운을 즐겁게 하였다.

물론 금룡단원들이 덤비지 않거나 겁을 먹고 쉽게 주저앉을 경우 두 

교두들은 거의 죽기 직전까지 주먹질을 해댔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분명히

있긴 했다.

주먹을 휘두르며 희열에 찬 두 교두의 시선을 본다면 죽어도 덤비는 것이

낫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금룡단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큰 배움을 얻고 있는지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맨 주먹으로 겨룰 땐 모르지만 겨루고 나면 얻는

것이 많았다.

우선 맨 몸으로 겨룰 때면 무기를 들고 싸울 때에 비해서 상대의 호흡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으며, 접근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우칠

수가 있었다.

단순히 무기를 들고 싸울 땐 무기만으로 싸우려 드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다.

아운은 그것을 깔끔하게 고쳐 놓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금룡단원들의 무공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내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공의

효율적인 운용이나 초식의 정교함 그리고 실전과 같은 경험은 그들에게

큰 이득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금룡단원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들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모두 모여라!"

안가에서 무공 수련을 한 지 사십 일이 되던 날 아침, 아운은 모든 

금룡단원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은 실전이다."

모든 시선들이 아운에게 모아졌다.

아운은 흑칠랑과 야한을 보면서 말했다.

"가서 하인들을 모두 데려와라!"

잠시 후 칠십여 명의 하인들이 모두 집합되었다.

"지금부터 금룡단원들과 하인들의 격투 시합을 하겠다."

모두 조용해졌다.

"비록 하인들의 숫자가 훨씬 많지만 명색이 금룡단이라면 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단순한 대결이 아니다. 약간씩의 금제는 할 것이다.

양쪽 모두 내공을 거의 폐한 채 아주 약간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방식은 간단하다. 한꺼번에 붙어서 한쪽이 완전하게 무너질 때까지

싸운다. 그리고 오로지 맨 몸으로만 겨루는 방식을 취하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운의 전음이 금룡단원들 귀에 들려왔다.

- 겨우 하인 따위에게 진다면 모두 각오해야 할 것이다.

금룡단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하인이 된 전 금룡단원들을 노려보았따.

그들 중엔 서로 원한 관계가 쌓인 자들도 많았다.

하인이 된 전 금룡단원들은 그들대로 이를 갈고 있었다. 한순간에 하인이

되어 그들의 수발을 들며 울분을 삭이고 있던 그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자명은 슬며시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흥분을 억지로 감추고 있었다.

눈에 살기를 감추지 못하는 자들도 있었다.

모두 자신만만한 표정들이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현 금룡단원들 중 

몇몇을 제외하면 실제 강자들은 전부 하인이 된 자들 중에 있었다.

근래 금룡단원들이 아무리 권왕의 지도를 받아 수련을 했다고 해도 무공이란

것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살인을 해 본 자와 해보지 않은 자는 투기가 다르다.

사자명은 이미 경험을 통해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인원도 거의 배에 가까웠다.

사자명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 동안 그들의 수발을 들면서 얼마나 피 눈물을 흘렸는가? 이제 그것을

돌려 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의 시선이 맹수처럼 금룡단원들을 훑어보았다.

한때 자신들의 노리개 감에 불과했던 자들도 상당수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름초자 들어보지 못한 삼류 가문의 출신인 고명이나 여씨 남매가

보였다.

한때 외성 문지기 조장에 불과했던 육삼의 모습도 보인다.

'문지기에 여자까지. 아주 골고루 구나. 흐흐, 이놈들.'

사자명을 비롯한 하인들은 살기에 가까운 투기를 일으켜 금룡단원들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 투기는 우습게도 금룡단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말았다.

처음에는 하인이 된 전 금룡단원들과 겨룬다고 하자 상당수는 약간의 겁을

먹었었다.

물론 그들에게 원한이 있거나 일 조의 금룡단원들은 조금 달랐지만,

사람이란 과거의 상처를 쉽게 잊지 못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그들에게 억눌려왔던 금룡단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자명을 비롯한 하인이 된 자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상당수의 금룡단원들이 약간이나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투기를 일으키며 자신들을 노려보자,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들이 일으킨 살기에 가까운 투기를 보자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었던 

것이다.

금룡단원들이 그 원인을 아는데 걸린 시간은 결코 많지 않았다.

하인들의 살기와 투기는 숲의 진에서 자신들에게 달려들었던 백골들보다는

아래였고 두 명의 살수들에게 비교할 순 없었다.

더군다나 아운의 그 무서운 기세와 싸운 것에 비한다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던 것이다.

비교 상대가 될 수도 없었다.

아운의 경우 그의 투기에 견디려면 정신까지도 붕괴되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것에 비하면 하인들의 기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니 자신들은 천하의 강자인 권왕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와 겨루기까지 했었다.

사자면 따위들에게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사자명이 아운을 보면서 약간 주춤한 자세로 물었다.

"마,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상관없다. 만약 겨루다가 죽어도 그 책임은 내가 진다. 지금부터 열을

세겠다. 그 동안 어떻게 싸울 것인지 서로 의논해라!"

사자명을 비롯한 하인들은 별로 의논할 것이 없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 붙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룡단원들은 심각하게 의논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동안 서로 고생하면서 상당히 친숙해져 있었다. 동료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

아운의 호통과 함께 금룡단원들은 원 위치를 했고, 사자명을 비롯한 

하인들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 있다는 표정들이었다.

금룡단원들 역시 단단히 각오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초원의 한가운데서 사십여 명의 금룡단원들과 칠십여 명의 하인이 된 자들이

마주 노려보았다.

"시작!"

흑칠랑의 고함과 함께 먼저 움직인 것은 하인들이었다.

그들은 금룡단원에게 진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단 한 순간이라도 빨리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다.

순간 북궁명을 비롯한 금룡단원들은 여자인 여운령을 가운데 놓고 원진을

형성하였다.

맨 앞에 달려오는 사자명을 가로 막은 것은 북궁명이었다.

북궁명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자명이 호연란의 명령을 받고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아는 북궁명은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사자명은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것이 북궁명이란 것을 알자, 주춤하였다.

상대는 검왕의 후예였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자신 혼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북궁명이었다.

이때 그의 곁으로 두 명의 인물들이 나란히 섰다.

일 대 삼.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어차피 내공도 아주 약간만 쓸 수 있을 정도고

그 수준은 모두 같은 크기라고 했었다.

"쳐라!"

고함과 함께 사자명의 주먹이 그대로 북궁명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늦어."

북궁명이 침착하게 한 말이었다.

실제로 사자명의 주먹은 두 명의 교두들보다 늦었다. 특히 아운의 주먹에

비해서는 하품이 날 정도로 늦었다.

북궁명은 사자명의 품으로 파고들며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자명의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사자명의 충복을 자처했던 두 명이 북궁명의 양쪽 옆구리를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육자명이 몸을 날려 호공에서 몸을 가로로 뉘인 다음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두 명을 동시에 덮쳤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방에서 격렬한 결투가 벌어졌고, 사자명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때

사자명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드는 인물이 있었다.

북궁명이 아니었다.

하북성 무진상단(戊辰商團)의 소방주인 칠보금검(七寶金劍) 소광. 사자명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북궁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소광 정도라면 너무 우스운 상대였다.

소광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약혼녀를 겁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으아아아."

고함과 함께 달려든 소광의 주먹이 사자명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사자명의 팔이 소광의 주먹을 쳐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소광은 달려든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머리로 사자명의 머리를 받아 버렸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자명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광 역시 머리가 깨져 피가 났지만 그 아픔은 두 교두에게 맞을 때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광은 다시 한 번 머리로 사자명을 들이받아 버렸다.

퍽! 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며 사자명이 주저앉았다.

"으아아아."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소광은 사자명을 발로 찼다.

사자명은 본능적으로 소광의 발을 피하면 그의 발을 잡고 함께 엉켜

넘어졌다.

소광은 서로 엉키자 이빨로 사자명의 귀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죽어도 놓지 않을 것이다.

아련하게 위지연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자명이 그녀를 강간하며 하얗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울면서 혀를 물고 죽어가던 그녀의 모습과 함께.

다른 누가 달려들어도 오로지 사자명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소광을

지키느라 북궁명과 육자명은 생고생을 다해야만 했다.

그러나 소광의 사정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그 기분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엉킨 백십여 명이 넘는 장정들과 한 명의 여자는 무려 이각(삼십분)

에 걸쳐 치열한 격투를 벌였다.

처음엔 인원수가 많은 하인들이 유리한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질린 표정을 짓고 밀리기 시작했다.

금룡단원들은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거라면 두 명의 교두들에게 숙달되어 있던 참이라 하인들의 숨 주먹에

겁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격투라면 이제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있었고, 특히 맨 손이라면 

이골이 나 있던 참이었다.

또한 단체로 적과 싸우는 요령도 터득하고 있던 금룡단원들이었기에 

싸울수록 수련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각에 걸친 사투가 끝났을 때, 하인들 중 대부분은 모두 엉망으로 두들겨

맞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고 약 이십여 명은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소광은 사자명의 귀를 물고 놓지 않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사자명은 눈이 돌아가 있었다.

두 명의 교두가 뜯어 말리고서야 소광은 겨우 멈추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이라도 한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기회는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강해지고 있었다.

반드시 그를 꺾어 위지연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아운은 그런 소광을 바라보았다.

입은 피로 가득했고, 이마 또한 깨져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눈과

뺨은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남자의 눈물은 값진 것이다. 지금의 눈물을 잊지 마라!"

소광은 허리를 숙였다.

입이 얼얼해서 말은 못하고 있지만, 그가 어떤 마음인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인들의 충격은 컸다. 그리도 그동안 아무리 하인이라고 해도 그들의

눈치를 보던 일부 금룡단원들은 당당해졌다.

이는 바로 아운이 바라던 바였다.

앞으로 금룡단원들 중 그 누구도 하인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인들은 그런 금룡단원들 앞에서 기가 죽어 있었다.

철혈사자대가 우칠을 포위하며 대사자금강진을 형성하려는 순간, 우칠의

신형이 질풍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거대한 덩치가 백이십 근이나 되는 철봉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철혈사자대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철혈사자대는 우칠의 행동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식하게 돌아가는

철봉의 위력 앞에서는 감히 맞서지 못하고 흩어진다.

대사자금강진은 완전히 펼쳐지기도 전에 약간의 틈이 생긴 것이다.

우칠의 철봉이 선풍강륜의 초식으로 회전하며 십여 명의 철혈사자대를

한꺼번에 휩쓸고 지나갔다.

철혈사자대의 무사들도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며 우칠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때를 맞추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사자금강진의 힘이 드들에게

전이되어 갔다.

꽝! 하는 소리가 들리며 우칠의 철봉이 뒤로 튕겨졌고, 십여 명의 

철혈사자대원들이 좌우로 날아갔다.

우칠은 철봉이 뒤로 튕겨지면서 손이 얼얼해 왔지만,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그의 봉이 조금도 멈칫하지 않고 좌우로 돌고 있었다.

우칠은 정말 신이 났다.

백이십 근에 이르는 철봉을 돌리고 찌르고 휘두르며 마음껏 십절광마륜을

펼치고 있었다.

힘음 쓸수록 넘치고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막을수록 투지가 솟아나고 

있었다.

일곱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죽어 갔던 웅심이 그의 철봉을 타고 다시

한 번 비상하는 순간이었다.

소림의 백팔나한진을 연구하여 만들었다는 대사자금강진은 결코 근간이

되는 나한진에 모자라지 않는 최고의 절진이었다. 하지만 우칠은 그들이

제대로 진법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미처 진을 형성하기도 전에 삼십여 명의 철혈사자대가 전투 불능이 되고 

말았다.

우칠은 백이십 근의 중병기를 너무 가볍게 휘두르며 철혈사자대를 이리저리

몰아갔다. 

매화각의 문틈으로 우칠을 살피고 있던 매화각의 여무사들은, 혹시 우칠이

휘두르는 철봉이 나무 막대기로 바뀌지 않았을까 의심할 정도로, 우칠은

그 무거운 쇠봉을 가볍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곁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었다.

직접 우칠을 상대하는 철혈사자대는 쇠봉이 한번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그 

사납고 무거운 기세에 몸이 찢어져 나갈 것 같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매화단의 여무사들은 아무도 몰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우칠의 철봉에 철혈사자대가 휘둘리면 "앗싸!" 하며 손짓까지 하는 

여무사들도 적지 않았다.

만약 진을 형성하는 대사자금강진의 조장들 일곱 정도만 온전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지금 남아 있는 조장들은 겨우 다섯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대주인 흑룡과 부대주인 길검, 그리고 진법에 가장 정통한 

나호까지 이미 우칠에게 불구가 된 상황이었다.

부대주 중 한 명인 용주삼이 있었지만 그 혼자로서는 대사자금강진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중심인물들이 없다보니 진을 펼치고

접고 물러나는 모든 동작들이 유기적이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사자금강진의 위력은 우칠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법은 정교해지고 있었으며 우칠은 그 압력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느 정도 대사자금강진이 정비되자, 진법을 지휘하고 있던 부대주 용주삼은

이제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금강경혼(金剛驚魂)."

용주삼의 고함과 함께 철혈사자대의 무사들 입에서 "이야압!"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보고 있던 수많은 무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두 무림맹의 무사들인 만큼 그들은 대사자금강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대사자금강진엔 삼대 살수가 있고 그것을 철혈삼사(鐵血三死)라고 부른다.

사실 철혈삼사란 말은 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지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지 철혈삼사가 혈궁칠사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법이란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철혈삼사의 첫 번재 죽음의 진이 바로 금강경혼인 것이다.

우칠은 사방에서 뿜어져 오는 기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자신 역시 십절광마륜의 절기 중, 전 팔식의 최고 위력을 지녔다는

금강파산(金剛破山)을 십이 성의 공력으로 펼쳤다.

꽝! 과르릉!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기파의 회오리가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쿡!"

우칠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철혈사자대의 이십여 

명이나 되는 무사들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들은 모두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결코 가벼운 부상이 아닌

듯하였다.

모두들 작은 숨을 내쉬었다.

이젠 우칠이 아무리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 해도 철혈사자대에게 

사로잡힐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 충돌할 때의 위력으로 보아 우칠의 내상은 아주 심각할 것이란

판단이었던 것이다.

매화각 안에 있던 여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누가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우칠을 도와 싸울 기세였다.

매화단의 단주인 호난화가 북궁연을 보았다.

소홀 역시 그녀를 본다.

북궁연은 매화단의 여무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녀들의 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아운이 그녀에게 준 서신엔 우칠이 강적과 겨루다 위기에 몰리면 잠시

지켜보라고만 하였다.

정말 사경에 처할 때가 아니라면 그냥 두라 하였다.

그것이 우칠을 돕는 것이라고 하였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은 아닙니다."

북궁연의 명령에 그녀들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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