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제8장 흑룡출해(黑龍出海) (82/228)

第 八 章

흑룡출해(黑龍出海)

- 무기가 필요합니다

우칠의 구타는 나호의 정신까지 붕괴시키고 말았다.

아운의 명령대로 죽이진 않았지만, 나호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죽는 것이

편했을지도 몰랐다.

아쉽게도 우칠은 다섯 대 이상 더 때릴 수가 없었다.

그의 기술은 아직 아운과 같이 않아 세 대를 더 맞은 나호가 기절하고 만

것이다.

우칠은 그 큰 눈을 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상하다. 겨우 세 대 맞고 기절하다니. 주군께서는 아무리 때려도

기절 안하던데."

우칠은 아운의 기술을 눈여겨봤던 터였다.

그런 기술이 눈으로 본다고 터득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칠은 조금 더 수련을

하기로 했다. 아직 기절하지 않은 두 명의 조장이 더 있었던 것이다.

우칠의 결정은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에게 있어서는 재앙이라 불릴만했다.

퍽! 퍽!

북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철혈사자대 세 명의 조장은 완전히 뭉개져서 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우칠이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길, 뭐 이렇게 약해 빠졌나? 겨우 몇 대 맞고 기절하다니."

매화검단의 수좌인 호난화는 멍한 표정으로 우칠을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무인으로서의 존경심이 가득한 눈초리였다.

우칠은 손을 툭툭 털며 매화각 안으로 들어갔다.

우칠이 안으로 들어가자, 북궁연과 소홀 역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칠을

본다.

설마 우칠의 무공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아운만큼 무자비할 줄은 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새삼 아운이 그 하나를 남기고 떠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칠은 들어오자마자 북궁연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다행히 주군의 명령을 이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주모님."

북궁연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조금 과한 듯도 합니다."

결코 나무라는 말투는 아니었다.

우칠이 당당하게 어깨를 펴며 말했다.

"주군께서 다시는 넘볼 수 없게 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주군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그리고 철혈사자대의 조장 놈들은 모두 무명책자에 적힌 자들이라

했습니다."

"호호호."

그 말을 들은 소홀이 그만 웃고 말았다.

북궁연은 놀라서 소홀을 보다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고개를 흔들며 웃고

말았다.

그제야 무명책자라는 말뜻을 이해한 것이다.

소홀은 겨우 웃음을 참고 말했다.

"그 안에는 흑룡도 있었습니다."

우칠은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소홀은 정말 흥미로웠다.

과연 우칠이 흑룡을 어떻게 대할 지 궁금했다.

아운은 흑룡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그의 고금천주제일신복이라는 우칠은 어떨까? 과연 아운은 이 우직한

충복에게 어떻게 하라고 시켰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소홀이 우칠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 곧 흑룡이 올 것입니다."

후칠은 역시 덤덤하게 말했다.

"좀 빨리 왔으면 합니다. 그 놈마저 처리하고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마치 동네의 말썽쟁이 꼬마가 오면 혼내고 밥을 먹겠다는 투였다. 천하에

흑룡이 이런 대접을 받으리라곤 북궁연이나 소홀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매화단의 여자무사들은 모두 존경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우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북궁연은 일단 우칠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였다.

이미 아운이 가기 전에 서신으로 부탁을 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우칠이 믿음직스러웠던 것이다.

"제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습니까?"

"말씀 놓으십시오, 주모님."

북궁연은 고집스럽게 숙여진 우칠의 얼굴을 보다가 엷은 미소를 머금고

다시 말했다.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는가, 우칠?"

"무기가 하나 있었으면 합니다."

"무기?"

그러고 보니 우칠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어떤 무기가 필요한가?"

"저에게 필요한 것은 좀 묵직한 것이라면 아무 거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북궁연이 소홀을 바라보았다.

그런 무기가 있느냐는 뜻이었다.

"팔십 근짜리 청룡도가 하나 있습니다."

소홀의 대답을 들으며 북궁여은 우칠을 보았다.

우칠의 표정이 덤덤하다. 

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었다.

북궁연이 물었다.

"도나 검이 마음이 안 드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청룡언월도나 창, 봉 종류면 큰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팔십 근이면 좀 가볍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두 안색이 변했다.

팔십 근이 가볍다니.

삼국지에서 관운장의 청룡언월도가 칠십이 근이었다.

팔십 근이면 보통 사람은 들기도 쉽지 않은 무게였던 것이다.

이때 우칠을 따라 안으로 들어왔던 호난화가 말했다.

"아가씨, 매화각 뒤에 약 백 근이 넘는 쇠봉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모든 시선이 호난화에게 모아졌다.

호난화는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하지만 너무 무거울 텐데."

"어디요? 나를 안내해 주시오."

호난화가 앞장을 서고 우칠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매화각 뒤로 돌아가자 매화각의 철문을 만들다 남은 쇠봉 몇 개가 뒹굴고

있었다.

우칠은 그 곳으로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그 중 하나의 쇠봉을 집어 

들었다.

통째 묵철로 만들어진 봉이었는데, 길이는 약 일 장정도 되었고, 굵기는

어른의 경우 한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굵기였다.

그리고 봉은 기이하게도 양쪽으로 약 일 척 정도가 팔각형 모양으로 되어

중간의 둥근 부분보다 약간 더 굵었다.

이는 철문을 세울 때 기둥으로 쓰인 쇠가 아래위로 두 개의 가로 지르며

뼈대를 이루는 쇠를 지탱하게 만들 때, 그 쇠뼈대의 구멍 속에 들어갈 경우

뼈대들이 틀어지지 않게 각을 이루며 만든 때문인것 같았다.

다른 철에 비해서 더욱 단단하고 무겁다는 묵철이었다.

능히 백이십 근은 나가고도 남을 무게였다.

그 정도의 무게라면 보통 사람 두 명이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무게라 하겠다.

우칠은 그런 봉을 가볍게 집어 들었다.

장대한 키와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그의 손에 철봉이 잡히자,

그다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우칠은 그 철봉을 가볍게 집어 들어서 휘둘러보고 만족한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보던 사람들은 웅웅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기가 질리고

말았다.

우칠이 철봉을 어깨에 메고 다시 매화각의 문 쪽으로 가려하자, 입을 쩍

벌리고 지켜보던 호난화가 나서며 말했다.

"우칠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우칠이 걸음을 멈추고 호난화를 보자, 호난화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 

손가락 두 마다 정도로 넓고 긴 물소가죽 끈을 가지고 나왔다. 그것을 보고

북궁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난화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알았던 것이다.

"잠시만 철봉을 내려놔 보십시오. 그리고 한쪽만 들고 계세요."

우칠은 묵묵히 호난화가 시키는 대로 하였다.

그녀의 행동이 호의적인 마음에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호난화는 물소가죽으로 봉의 중간 둥간 부분을 두 겹으로 칭칭 감아 주었다.

이윽고 물소 가죽이 감기면서 잡은 손의 감촉을 부드럽게 해 주었뿐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배 이상 큰 우칠의 손으로 인해 오히려 좀 가늘어 보이던

봉을 알맞은 굵기로 만들어 놓았다.

우칠은 기분 좋게 철봉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호난화는 수줍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북궁연과 소홀이 서로 마주보며 기이하게 웃는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 호난화도 시집갈 때가 되었군요."

"나도 난화에게 조금 무심했나보네. 이제 좋은 짝을 만난 것 같군."

북궁연과 소홀은 멍한 표정으로 우칠의 등을 보고 있는 호난화를 보면서

소곤거리고 있었다.

잠시지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잊을 수 있었다.

흑룡은 정말 화가 나 있었다.

"그 놈의 이름이 우칠이라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대주."

그의 곁에는 부대주인 호명검 용주삼과 제일조 자장 장군검(將軍劍) 

호수진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철혈사자대의 연무장엔 삼백

삼십여 명의 철혈사자대가 열을 지어 서 있었다.

흑룡의 눈이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이젠 누가 말려도 용서할 수 없었다.

무려 네 명이나 되는 조장들이 우칠에게 당해서 다시는 재기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권왕이란 놈이나 그 수하나 잔혹한 것은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우칠 그 놈을 씹어 먹고 북궁연 그 년을 사로잡아 일벌백계하고 말겠다.

그리고 한수에게 말해서 방을 붙이라고 해라.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은 나

흑룡과 매화각의 일이므로 그 누구도 끼어들지 말라고. 또한 사람을 보내

이 부분에 대해서 장로원의 허가서를 받아오도록 보내라! 이유라면 세 명의

조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하면 된다."

"충! 당연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매화각은 

그것을 배신하고 사자로 간 조장들을 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용주삼 역시 분노를 애써 억누르면 말을 하였다.

철혈사자대는 요 며칠간 수치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잠시 후 부조장급 중 한 명인 한수와 몇 명의 인물들이 열에서 이탈해

나왔다. 한 명은 방을 붙이러 그리고 두 명은 장로원의 허가를 받으러

떠났다.

아운이 떠나면 그것으로 좀 조용해지겠지 했던 무림맹은 다시 한 번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운의 충복 한 명으로 인해.

자칭 고금천추제일충복이라고 떠벌리는 우칠의 어처구니없는 행동만 해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우칠이 철혈사자대의

조장을 세 명이나 완전히 보내 버렸다.

모광까지 합하면 무려 네 명의 조장이 당했다.

당해도 그냥 당한 것이 아니라 다시는 운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으니

흑룡의 분노는 당연했다.

무림맹은 다시 한 번 긴장 속으로 빠져 들었으며, 흑룡은 철혈사자대의

이름으로 우칠과 매화각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아울러 정식으로 장로원에 우칠과 매화각에 대해서 응징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였다.

장로원은 철혈사자대와 매화각의 충돌이라면 싫을 이유가 없었다. 장로원은

즉각적으로 이일을 철혈사자대와 매화각의 일로 규정을 하였고, 두 세력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조치를 하였다.

결국 흑룡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울만 있는 총사에게는 무력이 거의 없었다.

금룡단은 이미 무림맹 밖으로 나갔고, 남아 있는 것은 여자 호위 무사들인

매화단 뿐인데, 그녀들의 무력이라면 철혈사자대의 일 개조조차 상대하기

버겁다고 할 수 있었다.

마직막으로 아운의 충복이라 할 수 있는 우칠이 있었지만, 누구도 우칠이

흑룡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세 명의 조장들이 우칠에게 당했지만, 흑룡과 그들을 비교 할 순 없는

것이다.

이제 북궁연 본인과 소홀 정도인데, 그녀들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무림맹의

젊은 층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철혈사자대를 상대하기엔 벅차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흑룡은 삼백 오십여 명의 철혈사자대 중 모광과 함께 다쳤던 이십여

명과 우칠에게 크게 다친 네 명의 조장을 뺀 나머지 여섯명의 조장과 

부대주인 용주삼 그리고 삼백 삼십여 명의 철혈사자대를 전부 동원하였다.

모종의 이유로 비밀 임무를 수행중인 실제 제사조 조장 두면랑군 구중서만

빠졌다.

그는 어떤 일로 인해 육 개월 가까이 부재중이었다. 그래서 부대주인

길검이 흑룡에게 항명한 벌칙으로 잠시 동안 사조 조장직을 맡았던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려 삼백 삼십여 명의 철혈사자대라면 어지간한 중소문파 하나쯤은 단 반

시진 만에 싹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무림맹의 중소문파들은 흑룡이 너무 심하다고 수군거렸지만, 대놓고 반박할

순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중소문파의 무사들은

흑룡을 비웃었다.

아무리 매화각이나 우칠이 정신이 없더라도 권왕이 없는 상황에서 

철혈사자대에 먼저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들 북궁연의 사랑을 얻지 못한 흑룡의 질투에서 비롯된 음모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철혈사자대에세 먼저 조장을 보낸 것부터가 시비라고 본것이다. 그러다

참지 못한 우칠이 도발을 하게 되었고 조장들은 우칠을 우습게보다가 당했을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특히 가장 꾀가 많다는 나호가 매화각에 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요는 그가 어떤 음흉한 수작을 했으면 우칠이 참지 못하고 일을 벌였을까

하는 점이었다.

자칫하면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입이 뭉개진 나호로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흑룡과 북매가 

결투를 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드디어 후기지수 중 최강이라는 삼룡삼봉 중에 두 사람이 결투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은 무림맹을 흥분 속으로 몰아넣었고, 수많은 구경꾼들을

매화각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대결을 벌인다면 이는 평생을 가도 다시 볼 수 없는 구경거리하고

할 수 있었다.

무사들의 피를 끓게 하는 일이었고, 수많은 무사들은 과연 누가 이길까?

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연 북매이자 검후라는 북궁연과 흑룡이자

사자천왕이라는 조천왕의 대결이 이루어지긴 할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렇게 매화각이 동정표를 얻으면서 수많은 무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흑룡은 수하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매화각으로 향했다.

하지만 매화각의 정문 앞으로 온 흑룡은 기가 막혔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대를 하고 온 구경꾼들도 웅성거리지 않을수 없었다.

매화각 정문 앞에는 우칠 홀로 철봉을 든 채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마치

거대한 철탑을 연사하게 하는 우칠의 모습은 금강역사가 현신한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우칠 혼자서 흑룡을 비롯한 철혈사자대를 상대하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뭔가 함정이 있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흑룡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당당한 우칠의 모습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무릎을 꿇고 빌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자신과 철혈사자대를 우습게 보는

듯한 우칠의 모습은 볼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겨우 단 일명을 내세워

자신을 맞이한 북궁연이 괘씸하였다.

지금이라도 나와서 잘못을 빌거나 협상을 하려 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할 용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차피 우칠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저 놈을 개처럼 찢어 죽이고 계집 너의 항복을 받겠다. 너를 내 첩으로 

삼아 평생 동안 지금 일을 후회하며 지내도록 만들겠다.'

흑룡은 결심을 하며 우칠에게 다가갔다.

흑룡과 우칠의 거리가 약 오장 정도로 좁혀졌다.

흑룡의 삼 장 뒤엔 조장들이 서 있었고, 조장들과 이 장의 거리를 두고

철혈사자대의 삼백여 무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투기로 인해 매화각 주변의 나무들이 요동을 하였으며

당장이라도 매화각의 정문이 부서져 나갈 것 같았다.

"네가 우칠이냐?"

"맞다."

"네 놈이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은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냐?"

"맞다."

흑룡은 가볍게 한숨을 몰아 쉰 다음 말을 이었다.

"네 놈은 홀로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맞다."

"잘 됐군. 어차피 네 놈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흑룡의 말에 우칠은 짜증이 확 치미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흑룡이란 놈은 웬 말이 이렇게 많은가? 주군인 아운과 비교하면

정말 좀팽이 같은 자식이라고 욕을 하면서 말했다.

"흑룡은 주둥이로 싸우나 보군."

흑룡과 부대주 용주삼을 비롯해서 조장들은 모두 우칠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꼈다.

설마 흑룡 앞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이 아운 말고 또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좀 모자라는 인간 같았다.

정말 혼자서 철혈사자대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인가? 생각하니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다.

혹시 주군이 권왕이니까 자신은 봉왕쯤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흑룡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아직 북궁연의 얼궁을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우칠 정도를 상대하면서

자신이 직접 나설 순 없는 일이었다.

흑룡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저 놈을 상대해 보겠는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 것은 호수진이었다.

그의 무공은 대주인 조천왕과 용주삼을 제외하면 가장 강했다.

강해도 그냥 강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조장 두 명이 덤벼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였다.

두 명의 부대주 중 용주삼보다 반 수 정도 아래였고, 길검보다는 오히려 

강하다는 말까지 나돌았었다.

나호의 머리, 호수진의 검이라고 불릴 정도로 흑룡이 가장 아끼던 

조장이기도 했으며, 철혈사자대의 조장들 중 수장이기도 했다.

실제 몇 명의 조장들이 당한 상황에서 그가 아니라면 다른 조장들이 

나서봐야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던 조천왕이 어차피 생각하고 있던

수순이었다.

하지만 흑룡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능력으로도 우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내공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패도적인 기세만큼은 능히 놀라울 만하였다.

그렇다면 우칠은 특수한 외공을 익히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그럴 

경우는 외공만으로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이나 부대주인 길검을 이겼다는

것인데, 그건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길검 같은 경우 단순히 외공만 가지고 이길 수 있는 고수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칠이 자신보다 훨씬 무공이 강해서 자신이 그의 내공을 짐작할

수 없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웠다.

'특수한 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인가?'

가장 적당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무림에는 자신의 내공을 숨길 수 있는 무공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흑룡이 무엇이나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호수진은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조심해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흑룡이 뒤로 물러서고 장군검(將軍劍) 호수진이 앞으오 나서며 자신의 

애검인 청환보검(淸紈寶劍)을 뽑아 들었다.

키가 칠 척이 조금 모자랄 정도로 큰 키였지만, 둔탁해 보이지 않는 

호수진이었다. 그의 휜칠한 모습과 맑은 빛을 비단처럼 뿌리는 장검은

잘 어울려 보였다.

사방에서 지켜보던 무림맹의 사람들이 경탄을 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호수진이 우칠을 보면서 말했다.

"호수진일세."

"고금천추제일고수이신 권왕 아운님의 고금천추제일충복인 우칠이다."

우칠은 크게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어다. 그리고 소리가

작다는 의미는 우칠의 생각이고 그의 목소리는 멀리서도 잘 들리고도 남을

만큼 쩌렁했다.

우칠의 말을 들은 사람들 표정이 모구 기괴하게 변했다.

함부로 자신의 주군을 고금천추제일고수라고 말하는 것도 어이 없지만,

고금천추제일충복이라니.

이미 소문을 들었던 자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데 웃자니 우칠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호수진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조절하였다.

상대는 자신을 흥분하게 만들기 위해서 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믿고 말하는 사람의 말은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했다.

우칠의 말이 너무 진지하고 확고한 믿음을 가진 말이라, 일부 사람들은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호수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주군에 대단한 충복일세."

당연히 조롱기가 있는 말이었지만, 우칠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뭘 좀 아는 친구군."

우칠은 정말 감탄한 표정으로 호수진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 진실을 알았을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말해도 잘 믿지

못하는 것 같던데, 하는 표정이었다.

호수진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말해 보았자 소용도 없을 것이고.

"그래 너 잘난 놈아, 이 칼이나 먹고 뒈져라!"

고함과 함께 호수진의 장검이 우륜참(右侖斬)의 기세로 우칠의 어깨를 향해

내리 그어졌다.

호수진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던 우칠의 검미가 꿈틀하였다.

우칠은 자신의 어깨를 향해 베어오는 검을 완전히 무시하고 철봉을 휘둘렀다.

우칠이 철봉을 들어 휘두르는 모습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 먼저 

공격한 호수진의 검과 비슷하게 그의 철봉이 호수진의 옆구리를 향해 찍어

왔다.

호수진의 검이 우칠의 어깨를 베는 순간 우칠의 철봉은 호수진의 옆구리를

박살내고도 남을 것이다.

호수진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뒤로 빼면서 검을 거두었다.

동귀어진은 그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우칠의 봉이 아슬아슬하게 호수진의 배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의 옷이

그대로 뜯겨 나갔다.

호수진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그의 배를 스치고 지나갔다 싶었던 우칠의 철봉이 직각으로 올라갔다가,

그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우칠의 무공인 대력광마신공은 패도적이고 잔혹한 무공이었다.

우칠의 사부인 대천광마는 천마인혼대법을 대력광마신공으로 바꾸면서

천마인혼대법 안의 모든 초식과 자신이 아는 모든 무공을 합해서

십절광마륜(十節狂魔輪)이라는 초식을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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