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제6장 우칠무적(牛七無敵) (80/228)

第 六 章

우칠무적(牛七無敵)

- 각자의 장기로 승부를 논하다

소홀은 조심스럽게 북궁연을 보면서 말했다.

"공자님은 현재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아무도 

그 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흔적을 감추고 사라지셨단 말이지. 훗,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하겠군."

"그럴 것입니다. 공자님 또한 그것을 노리고 흔적을 지우신 것 같고요.

한데 아가씨께선 어디로 가셨는지 아시는 듯 합니다?"

"아마도 살문의 안가란 곳으로 숨어드신 것 같아. 전에 말씀하신 대로라면

당분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을 거야. 당분간은 그렇게 계시겠지. 모두들

초조해질 때까지."

"안가란 곳은 말만 들었지, 정말 그런 곳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소홀도 곧 보게 될 날이 있을 거야."

북궁연의 말에 소홀은 그 의미를 찾느라 잠시 생각에 잠겨야 했고, 그런

소홀을 보면서 북궁연은 웃었다.

이때 시녀가 황급하게 들어오며 말했다.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이 이곳으로 오는 중이랍니다."

북궁연과 소홀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녀들도 흑룡이 아운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것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철혈사자대가 찾아온다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북궁연의 안색이 굳어진 것은 잠깐이었다.

이미 그들이 올 것쯤은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의외라면 흑룡이 직접 오는 것이 아니고 철혈사자대가 온다는 점이었다.

소홀도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북궁연을 보면서 말했다.

"광장군이란 별호가지 가진 흑룡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보냈다니 그답지

않은 일입니다."

북궁연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다음 소홀의 말에 대답을 했다.

"아마도 삼조 조장인 나호가 오는 모양이군. 철혈사자대에서 흑룡의 광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나호의 머리와 입뿐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는

뛰어난 자야. 그런 자가 흑룡 대신 왔다면 분명히 골치 아픈 숙제를 들고

왔을 것 같은데......."

북궁연의 말에 소홀은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흑룡은 이성을 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장군이란 별명이 그냥

붙은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럴 때 공자님도 안 계시고."

북궁연이 의연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만나보면 알겠지. 그리고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 되지 않겠어. 너무

가가께 의지해서는 안 되겠지."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소홀은 조금 쑥스런 표정으로 말을 한 다음 할 수 없다는 듯 내키지 않은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일어섰을 때였다.

"주모님, 우칠입니다. 안에서 나오지 말고 계십시오. 주군께서 제게 내린

명령이 있습니다.만약 철혈사자대의 인물들이 매화각에 나타나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북궁연과 소홀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지금 우칠의 말을 들어보면 권왕은 매화각에 흑룡이 나타날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며 그것에 대해 무엇인가 조치를 해 놓았다는 말이었다.

북궁연은 새삼 아운의 배려가 고마웠고, 소홀은 역시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공자님을 믿고 잠시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홀의 말에 북구연은 망설였다.

누구보다도 흑룡 조천왕과 지군호검 나호를 잘 아는 그녀였다.

우칠이 나호를 만난다면 그의 뛰어난 머리와 언변을 우직한 우칠이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한 무공으로 따져도 우칠이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을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록 이전에 우칠이 이조 조장인 모광과 이조의 일부분 사자대를 이겼었지만,

상당히 당하다가 이겼다고 들었었다.

나호가 나섰다면 분명히 다른 조장 한두 명쯤은 함께 왔을 것이고 무력으로

충돌한다고 해도 우칠이 그들을 한꺼번에 이기긴 힘들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설혹 그들을 이긴다고 해도 문제였다.

광장군이란 별명을 가진 흑룡이 그럴 경우 참지 않고 나서게 될것이다.

우칠의 무공이 비록 강하다곤 하지만 흑룡과 맞설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혹시 자칫해서 우칠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녀 역시 아운을 볼 면목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흑룡이라면 손을 써도 가볍게 쓰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동생을 통해 보낸 서신을 생각하고 다시 

망설여졌다.

매화각에 일이 생기면 무조건 우칠에게 맡기란 부탁이었다.

북궁연이 망설이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우칠의 말이 들여왔다.

"그럼 그렇게 알고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아가씨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역시 주군을 보고 배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북궁연과 소홀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우칠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했다.

대답도 하기 전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 버린 것도 그렇지만, 대체 아운에게

무엇을 배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한 것이다.

"잠시 기다려 보시죠. 그리고 혹여라도 상황이 악화된다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북궁연도 소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러면 되겠다 싶어졌다.

북궁연은 소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밖을 향해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우칠은 신이 났다.

우칠은 철혈사자대의 고수들이 매화각을 향해 오고 있다는 말을 듣자, 큰

호승심이 일었다.

근래 자신의 무공이 크게 발전한 것을 알고 있는 우칠이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었었다. 특히 흑룡 정도의 인물과는 꼭 한 번

겨루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 흑룡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멀지 않아서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일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운은 떠나기 전 자신에게 말했었다.

만약 흑룡이나 그의 수하들이 나타나면 북궁연에게 허락을 구한후 직접

상대하라고.

이제 주모인 북궁연에게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고 나자 더욱 힘이 났던

것이다.

우칠은 매화각의 정문으로 나갔다.

마침 매화각을 지키던 두 명의 여자 무사는 우칠이 나타나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중에 한 명은 재화단의 수석 단주인 호난화도 있었다.

이미 우칠은 매화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안에서

북궁연을 지키고 있었지, 이렇게 매화각의 문 앞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어렴풋이 두 여자는 그 연유를 알 순 있었다.

그녀들도 철혈사자대의 인물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문 앞을 지키는 것은 여자호위무사들 중 수좌인 호난화였다.

그리고 안쪽엔 삼십여명의 매화단 무사들이 모두 모여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우칠은 두 명의 여자무사들이 자신을 보던 안 보던 신경 쓰지 않고 정문에

서서 철혈사자대의 인물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들을 기다리던 우칠은 문득 아운이 주고 간 주머니가 생각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보라고 했던 주머니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야 말로 일은 일이 아닌가?

우칠은 주머니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몇 개의 접어진 종이가 보였는데 그 종이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우칠은 그 중 일 자가 적힌 종이를 거내서 펼쳤다.

종이 안에는 아운의 지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시를 읽은 우칠의

얼굴에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역시 주군은 이 우칠을 인정하고 계시는구나. 으하하핫."

두 여무사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우칠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우칠의 행동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좀 많은

편이었다.

두 명의 조장과 함께 매화각으로 오던 나호는 멀리서부터 우칠을 보고 

있었다.

그는 굳이 일반 수하들을 데려오진 않았다.

큰 무력을 사용할 일도 없거니와 나호도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기에 굳이

수하들을 대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멀리서부터 우칠을 본 나호는 미간이 좁혀졌다.

워낙 덩치가 산만한 인간이고 보니 안 보이려야 안 보일수가 없었다.

더욱이 괴상하게 웃어대는 소리가 그들이 있는 곳까지 들려와 신경에

거슬렸던 것이다.

삼조 조장인 나호의 바로 뒤에 쫓아오던 사조 조장 길검이 눈에 살기를

머금고 말했다.

"저 자가 우칠이란 자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나호가 아무리 삼조 조장이고 이번 일의 책임자이지만, 길검에겐 말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제로는 두 명의 부대주 중 한 명이었다. 지금 잠시 사조 조장을

맡고 있지만 그것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저 놈에 대해선 나중에 내게 기회를 만들어 주게."

나호는 길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운에게 처참할 정도로 당한 그의 동생 생각이 났으리라.

당시 그것을 알았을 때, 길검은 당장 금룡각으로 달려가려 했었다. 당시

흑룡이나 다른 조장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당장 검을 뽑아 들고 

아운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당시 길검은 처음으로 흑룡의 말을 거역까지 했었다. 결과로 한시적이지만

부대주에서 사조 조장으로 강등까지 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고맙네. 자네 말을 믿고 지금은 참기로 하지."

"당연한 일입니다."

나호는 길검에게 대답을 하면서 우칠을 가늠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무공이 위인 이조 조장 철환금검 모광을 이긴 자였다.

결코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만약 충돌이 일어나면 우리는

반드시 연수합격을 생각해야 합니다. 저 우칠이란 놈을 사로잡은 다음

부대주님 맘대로 하는 것은 말리지 않겠습니다."

나호의 말을 들은 길검이나 오조 조장의 얼굴엔 약간의 불만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한 명을 상대하는데 협공을 해야 한다고 하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전권을 가진 나호였다.

또한 두 사람의 상관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칠은 기분 좋게 웃다가 다가오는 나호 일행을 보고 웃음을 멈추었다.

반대로 두 명의 여자무사들은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녀들로서는 철혈사자대가 얼마나 무서운 무력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아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매화각의 정예들로, 북궁세가에서 북궁연과

함께 무림맹으로 온 북궁연의 심복들이라 할 수 있는 여무사들이었다.

처음에는 안색이 굳어진 듯하였지만 곧 의연한 표정으로 나호일행을

지켜본다. 

우칠과 두 명의 여자무사들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삼조 조장인 지군호검

나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가서 총사에게 철혈사자대의 제삼조 조장 나호가 뵙기를 원한다고 전해

주게."

그 말을 들은 두 명의 여무사 중 한 명이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우칠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돌아가라! 주모님께선 당분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시다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호의 눈에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모라니.

지금 눈앞에 있는 곰 같은 자식은 마치 북궁연이 권왕의 아내라도 된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나호는 차가운 표정으로 우칠을 노려보며 말했다.

"주모? 누구 맘대로 주모란 말이냐? 아직 흑룡 당주님께선 그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 말을 들은 호난화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

"총사님께서 누구와 어떻게 사귀던 그것을 왜 철혈사자대의 대주님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이죠?"

어렸을 적부터 북궁연의 호위무사로 자란 그녀는 난화산검(蘭花傘劍)이라고

불렸다.

실제 무림에서도 상당한 무력과 미모로 이름을 날리는 고수였다.

그녀는 어렸을 때 집안이 너무 가난했고, 그래서 동전 몇 푼에 팔려 가는

것을 북궁손우가 구해 주어 내내 북궁세가의 호위무사로 키워지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연유로 북궁연에 대한 충성심은 호위무사들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 주군과 수하라기보다는 거의 친 자매처럼 지내왔던 사이였고, 북궁연

또한 그녀에 대한 믿음이 대단해서 친히 무공을 전수했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인지라 아무리 철혈사자대의 조장 앞이라고 해도 북궁연에 대한

무례함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아는 총사의 직위란 결코 철혈사자대 대주의 아래가 이니었다.

그녀가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우칠은 나서려고 하다가 호난화가 먼저 나서자 물끄러미 호난화를 

바라보았다.

나호는 호난화가 도발하고 나왔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는 호난화를 보면서 말했다.

"소저, 소저가 총사를 위해서 하는 말임에는 나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굳이 공맹을 논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도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동안 흑룡께서는 몸과 마음을 다해 총사를 대했고, 이미 마음

속에 총사를 두고 있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물론 총사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총사는 태중혼약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누구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고, 지금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동안 총사님을 보살펴 온

흑룡님께 먼저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흑룡 조천왕 님을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였다는 오해를 받을 것입니다. 그렇게 유야무야 흑룡님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호는 말을 하면서 여유 있게 웃었다.

지금 호난화에게 한 말은 안에 있는 북궁연이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는 이미 북궁연이 자신과 우칠, 그리고 두 명의 여자무사들이 나누는

말들을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난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안에서 듣고 있던 북궁연과 소홀 역시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면에서 나호의 말은 분명히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호난화는 그 말을 수긍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총사님은 이미 수차례 흑룡님의 마음을 거절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총사님은 태중혼약한 분이 무공을 모르는 것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북궁세가의 처지를 고려해서 그 분에게 위험이 갈까봐 말 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소저, 그 말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 말은 마치 흑룡님을 믿지 못해서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흑룡님에 대한 지독한 모욕입니다. 먼저 흑룡님께

태중 혼약자가 있음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 분의 

인품으로 보아 그랬었다면 깨끗이 포기하고 벌서 결혼을 하셨을 것입니다.

총사님이 그 분을 이용하려 했기에 그 분은 혼기마저 놓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이이!"

호난화는 너무 화가 나서 말을 이어 나가기 조차 어려웠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아주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밖에서 듣고 있던 북궁연과 소홀이 참지 못하고 나서려 할 때였다.

우칠이 호난화의 앞으로 나서며 나호를 바라보았다.

"이봐, 자넨 이제 말을 다 했나?"

나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우칠을 보았다.

우칠은 그런 나호를 개 무시하고 간단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난 네가 한 말 따윈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단 한 가지다. 나의 

주군께서는 내게 주모님을 지키라 하였고, 주모님은 지금 바쁘셔서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니 너는 딱 두가지만 선택하면 된다.

첫째, 지금 당장 돌아가서 다시는 이 앞에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네가 가장 자신 있는 장기로 나를 이기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나 또한 나의 장기로 너를 상대해서 쫓아내면 된다."

우칠은 그 말을 딱 끝낸 다음 나호를 쏘아 보고 있었다.

호난화와 또 다른 여자 호위무사는 놀란 표정으로 우칠을 보았다.

그녀들은 며칠 동안 우칠을 보면서 그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호는 우칠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장기로 이기란다.

그렇다면 무력으로?

생각해보니 우칠의 무공은 자신의 아래가 아니란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렇다고 흑룡의 사자로 와서 협공으로 우칠을 이기긴 싫었다.

나호의 입가에 여린 미소가 감돌았다.

조금 전 우칠의 말을 들어 보니 그의 성격을 대출 알 것 같았다.

우직하고 조금 멍청한 인간.

바로 나호가 가장 경멸하는 인간 종류였다.

'보아하니 대가리는 돌이겠군.'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나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의 이름이 뭔가?"

"우칠."

"좋아, 우칠. 나는 자네의 말을 허락하네. 그럼 나는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그리고 총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겠네. 지금부터 잘 듣게. 그리고

자네는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 우리를 총사에게 안내해야 하며 나를 

도와야 할 것일세. 그래야 내기가 성립되지."

나호의 말을 들은 우칠의 표정이 조금 경직 되는 것 같았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칼을 뽑고 겨루자고 할 줄 알았으리라.

나호는 조금 당황한 것 같은 우칠을 보며 말했다.

"굳이 공맹을 논하지 않아도,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엔 서로 지켜야 할

예의범절 같은 것이 있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네. 더군다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준 남자가 신분상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래야 하지.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할 수 있지. 한데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묘하게

그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이득이 가도록 행동했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닐세. 그렇지 않은가?"

우칠은 굳은 표정으로 나호를 바로보고만 있었다.

나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어렸다.

호난화가 화를 내려하자, 두 명의 조장에게서 뿜어진 기세가 그녀를

옭아매었다.

호난화와 또 한 명의 여자무사는 두 명의 조장이 뿜어내는 기세를 

대항하느라 입조차 열 수가 없었다.

그녀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우칠을 보았다.

무력이라면 모르지만 언변과 머리 쓰는 일은 아무리 보아도 나호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벌써 나호의 말에 휘말린 것 같았던 것이다.

자칫 우칠이 나호의 말을 인정이라도 하게 되면 북궁연은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주변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상당수의 그림자들이 곳곳에 숨어서

지켜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당연하다.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이 매화각으로 안다면 무림맹의 눈과 귀가 몰릴

수밖에 없었고, 나호는 소문까지 냈었다.

꽤 많은 무인들이 멀리서 기웃거릴 뿐만 아니라 나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호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하려 할 때였다.

"흠, 이제 어느 정도 말을 한 모양이군.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나호는 우칠을 바라보았다.

아직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우칠은 손으로 꼽아가며 숫자를 세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내기란 서로 한 번씩 주고 받는 것인데 넌 몇 마디나 했는지 셀 수가

없군. 나는 열까지 밖에 세지 못하니 그럼 열 대만 맞아라!"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나호가 놀라서 우칠을 보는 순간이었다.

우칠의 주먹이 섬광처럼 날아갔다.

기겁을 한 나호가 막으며 피하려고 했지만, 우칠의 주먹은 그렇게 쉽게

피할 수 있는 빠르기가 아니었다.

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우칠의 주먹이 나호의 명치에 꽂혔다.

주먹이 성공을 하자 우칠은 신이 난 듯 외쳤다.

"으하하하, 네 놈은 장기인 입으로, 나는 내 장기인 무력으로 한다. 아주

공평하구나, 공평해."

호난화와 여자 무사, 그리고 두 명의 조장은 너무 황당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칠을 보았다.

나호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우칠이 발로 차려 한다.

그대로 찬다면 나호의 허리가 부러질 판이었다.

"이런 개자식이."

두 명의 조장이 이를 갈며 무기를 뽑아 들고 우칠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철혈사자대의 조장들이었지만 지금 우칠은 칠겁을

지나면서 대력광마신공이 십성의 극의에 달해 있었다.

대력광마신공의 뿌리는 천마인혼대법이었다.

오죽했으면 강호무림의 절대 금기 마공이 되었을까? 그런데 그런 금기 

마공인 천마인혼대법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단점을 보안한 무공이 바로

대력광마신공이었다.

그것을 십성 터득한 우칠이었다.

천마인혼대법을 제대로 터득하지도 못한 사라신교의 묵천악이 얼마나

강했던가. 그러나 그런 묵천악이 살아 돌아와도 이미 우칠의 상대는

아니었다.

실제 우칠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칠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우칠이 칠겁을 다 이루려면 평생가도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누가 일곱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도고 살아남을 수 있으랴.

재수 없어서 누구에게 목이라도 날아간다면 칠겁은 가기도 전에 끝이 나고 

말 것이다.

우칠은 엉뚱한 우직함으로 인해 칠겁을 너무 빨리 통과하고 말았다. 

우칠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운만이 대충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 우칠이고 보면 제 아무리 철혈사자대의 조장이라고 해도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우칠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조장을 보면서 희죽 웃었다.

철혈사자대의 조장 정도라면 이미 상대를 해 보았다.

"크하하하, 주군께서 말씀하시길 내 무공이 주군을 빼고 적수가 없다 

하셨다."

아운의 말이라면 하늘이 바다라고 해도 믿을 우칠이었다.

아운이 쪽지에 써 놓은 말 중에 한 구절이 그랬다.

이젠 자신을 빼곤 세상의 그 누구와 겨루어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칠은 그것을 다르게 알아들었다.

주군인 아운을 빼곤 세상에 적수가 없다 라고.

자신은 공히 고금천구제이인자가 된 것이다.

우칠이 하늘처럼 믿고 있는 제일인자인 주군의 말이다.

틀릴 리가 없었다.

사기성이 농후한 자신의 사부와는 질이 다른 사람이 주군인 권왕 아운이라고

생각하는 우칠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철혈사자대의 조장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무림맹주와 겨루고 싶은 우칠이었다.

그는 무식하게 그들에게 정면 충돌해갔다.

그의 양손에서 붐어진 두 가닥의 강기가 두 명의 조장을 가랑잎처럼 날려

버렸다.

어이없게도 철혈사자대의 두 조장이 단 일 격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 앉은

것이다.

우칠은 두 사람을 볼 생각도 안하고 땅바닥에서 바동거리는 나호에게로 

갔다.

그는 한손으로 나호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주군께서는 정말 대단하시단 말이야. 어떻게 네 놈이 나서서 입으로 나를

공격할 줄 알았을까? 흐흐, 주군께서 말씀하셨다. 일단 내기를 걸어 놓고

네 놈이 말을 하면 말 한만큼 패라고."

나호는 눈에 살기를 띠고 말했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옳거니, 또 말하는구나."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통만한 우칠의 주먹이 나호의 볼따구니를 강타했다.

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이빨이 왕창 부러져 나왔다.

매화각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던 북궁연과 소홀은 상황을 눈치채고 기겁을

하였다.

소홀이 뛰어가서 우칠을 말리려 하자, 북궁연이 소홀을 막았다.

"어차피 늦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둬 보세요. 아마도 우 무사님은 아운

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같으니,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에

보낸 서신에서 우칠이 과격해지더라도 그냥 두라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이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속으로는 통쾌하기만 했던 소홀이다.

못이기는 척 서 버리고 말았다.

우칠이 먹이를 쫓는 맹수의 눈으로 나호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네 차례다. 뭐 할 이야기 있으면 해봐라."

나호는 정신적인 충격에다가 육체적인 충격이 겹치면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철혈사자대의 독종 중에 한 명이 그였다.

그는 자신의 말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기 싫었다.

분명히 자신의 말에는 논리가 있었고, 상대에게 가책을 느끼게 할 만한

말이었다.

"이 후안무치한 무식한 놈. 네 놈은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냐?"

한쪽 이빨이 부서져서인지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았지만, 대충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우칠이 씨익 웃으면서 귀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나호의 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호난화와 여자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명의 여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칠은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뭐 어차피 네 놈 말을 들어봐야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난 시끄러운

것은 딱 질색이다. 그건 그렇고, 너 지금 또 말했지."

나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호의 몸이 이장이나 날아가 처박혔다.

우칠이 다시 다가왔다.

"이제 네 차례다. 어서 말해라!"

"이 개 같은!"

퍽!

나호의 팔 하나가 으스러져 버렸다.

우칠의 사전에 살살이란 말은 없었다.

그의 주군인 아운이 말하길 죽이지만 말라고 했다.

어차피 그냥 보내면 수하들까지 대동하고 다시 올 인간이다.

우칠이 자신의 주군에게 배운 것은 별거 아니었다.

주먹질 할 땐 확실하게 해야 뒤가 시원하다는 진리였다.

우칠이 나호를 다시 주워 들려 할 때 두 명의 조장들이 다시 일어서서

덤비려 하였다.

우칠이 나호를 내던지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우칠의 무식하게 큰 덩치가 바람처럼 움직였다.

두 명의 조장 중 사조 조장인 청명귀 길검을 향해 달려간 우칠은 그가 검을

휘두르건 말건 그대로 달려들었다.

길검의 검이 무지개를 그리며 날아가 우칠의 머리를 그었다.

한데, 깡! 하는 말도 안 되는 금속성과 함께 길검의 검이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우칠의 몸이 그대로 길검을 깔아 뭉갰다.

그야 말로 몸통 박치기.

바닥에 뭉개진 길검은 가슴이 함몰되고 얼굴이 뭉개진 채 기절해 버렸다.

지금은 비록 사조 조장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한때 부대주였던 길검은

너무나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동생인 길한에 비해서는 

행복하다 할 수 있었다.

우칠은 벌떡 일어서서 길검을 발로 차버렸다.

오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 길검의 눈동자가 뒤집어졌다.

죽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의 몸이 제 구실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오조 조장인 철탑장군 주당광이 우칠에게 패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순간 우칠의 양 손에서 뿜어진 거대한 강기가 주당광을 향해 밀려왔고,

주당광은 그 자리에서 멈추는가 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엎어진 주당광은 몸을 부들거리고 있었는데, 심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단 일 격이었다.

호난화와 여자 무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칠을 바라본다.

너무 놀라서 감탄의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칠은 천천히 다가가서 주당광마저 발로 차버렸다.

길검의 위로 떨어져 버린다.

"휴우, 갑자기 강해져서 그런가? 힘 조절이 안 되네."

우칠은 투덜거리며 나호에게 다가갔다.

나호의 안색은 이미 죽어 있었다.

"이제 네 차례다."

우칠은 나호 앞에 주그리고 앉으며 말했다.

나호의 배짜이 아무리 배 밖으로 나왔다 해도 과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차피 말을 해도 마이동풍인 우칠이었다.

아운은 흑룡의 성격을 알고 그가 자신이 간 다음 북궁연을 곤란하게 할 

것이란 사살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철혈사자대에게 꾀가 가장 유명한 나호가 나서리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잔머리엔 무식이 제일이라는 것을 건덕의 뒷골목에서 깨우친 아운이었다.

나호나 그 외에 머리 굴리는 인간들에겐 우칠이 최고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아운이 시키는 대로만 할 것이 뻔했다.

말은 안 통하고 무력으로 상대할 자가 거의 없으니, 우칠이야 말로 

무적이라 할만 했다.

원래 언변이란 그래도 상대의 말을 듣고 생각할 줄 아는 자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나호가 말을 못하자, 우칠은 신이 난 듯 말했다.

"그럼 처음에 말한 것에 대해서 못 다한 것을 마저 하면 되겠군. 음,

열대던가?"

우칠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호를 들어 올렸다.

얼굴이 송장처럼 죽어가는 나호의 머리가 공포 속에 비어갔다.

우칠이 그 앞에서 희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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