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권. 제5장 지군호검(智軍狐劍) (79/228)

第 五 章

지군호검(智軍狐劍)

- 완전히 제어할 수 없는 무공은 제대로 터득한 것이 아니다

나흘째 새벽.

금룡단원들이 한 차례의 봉황신무를 끝냈을 때였다.

"모두 모여라!"

아운의 호통 소리에 금룡단원들이 정렬을 하면서 모여들었다.

"이제 봉황신무는 어느 정도 숙지한 것으로 안다. 오늘부터는 정식으로

무공 수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봉황신무는 하루 네 차례에 걸친 무공수련

전에 꼭 한 번씩 반복해서 익히도록 한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엔 묘한 흥분이 어려 있었다.

과연 권왕은 자신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이가?

"전에 몽진이나 서걸개 등의 무공을 보았을 때, 너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몇은 내공을 다스릴수 있는 심법과

무공이 부족하고, 그래서 일단 너희들을 두 개조로 나누기로 했다."

아운이 나눈 이개 조는 다음과 같았다.

제일조는 나름대로 고수 측에 든다고 할 수 있는 무리들로 개방의 소걸개

이심방, 소림 십팔나한 중의 한 명인 몽진, 절환검(切煥劍) 남궁단,

비호섬(飛虎閃) 문형기, 종남의 은형분광(隱形分光) 정명호, 절강성

추가장의 세우검(細雨劍) 추운, 무당의 운현검(雲炫劍) 우영들이 었고,

이조는 강소성 운룡표국의 십단검(十斷劍) 한명옥, 호남성 강가장의

소장주인 금강대도(金剛大刀) 철담, 하북성 무진상단(戊辰商團)의

소장주인 칠보금검(七寶金劍) 소광 등이었다.

이조는 모두 무공이 약하고 절기라고 말할 수 있는 무공을 배운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가문에서 전 재산을 들어부어 겨우 금룡단에 들어왔지만, 실제적으로는

금룡단의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겨우 견디어내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하인들이 된 금룡단원들은 열외였다.

그들은 하루 세 끼의 밥을 해야 했으며, 남는 시간은 두 명의 교두가

감시하는 중에 몇 채의 집을 지어야 했다.

조금만 꾀를 부렸다 하면 야한의 도끼자루가 하늘을 가로질렀고, 대꾸하거나

반항이라도 하면 단채로 죽는 날이었다.

아운은 그들을 끝까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남의 재산을 탐하였으며, 심지어는 몇 개의 가문과

문파를 완전히 멸망시킨 자들이었다.

그들의 죄는 아무리 감해도 결코 작지 않았다.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로 용서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누구든지 사람을 죽이고 잘못했다고 빌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그들을 놓아 줄 수도 없었다.

놓아준다면 그들은 당장에 자신들의 사문으로 가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아운을 모함할 것이고 그들은 단죄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아운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모두 내가 가르치는 무공을 배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무공을 배운 자들은 당분간 어떤 무공도 사용을 금지한다."

모두들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운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배워야 할 무공은 광영초심기공과 선풍연환검법(旋風連環劍法)

이다. 이것은 배우는 사람에 따라 선풍연환도법(旋風連環刀法)도 될 것이고

부법(斧法)도 될 것이다."

아운의 말이 떨어지자, 이조의 금룡단원들은 얼굴이 상기되었다.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때 일조의 우영이 물었다.

"우리도 그 검법과 심법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까?"

어떻게 보면 우영의 물음은 당연했다.

당대 최고의 검법 중 하나인 무당의 검법을 익힌 우영이었다. 그런 그가

다른 검법을 배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운의 대답은 단호했다.

"일조는 익힐 필요가 없다. 일조는 따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는 말에 질문하지 마라! 이상."

우영은 아운의 사나운 기세에 기가 죽어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아운은 이조를 따로 불러 모아 놓고 검법과 심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아운이 제일먼저 가르친 것은 광영초심기공(光榮初心奇功)이었다. 이조의

금룡단원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심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풍운십팔령에게 익히게 했던 광연심법을 조금 더 발전시킨 것이었다.

광영심법은 광풍사의 심법에 칠절광영검법의 심법을 가미하여 만들었다.

이 기공의 장점이라면 기존에 배웠던 심법과 전혀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지니고 있는 내공을 쉽게 광유초심기공의 진기로 변환시킬 수 

있기에, 어느 정도 내공을 지니고 있으면서 다른 무공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배우기에도 쉽다는 장접이 있었다.

또한 볼래 지니고 있던 내공이 정순하지 않다면 혼탁한 기운을 체외로

배출시키고 내공을 정순화 시킨다는 점이었다.

가문과 자신이 있던 문파의 문제로 좋은 내공심법을 가지지 못했던 이조의

금룡단원들에겐 꼭 필요한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아운은 이조에게 심법을 가르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일조에 비해서 더욱 많은 시간을 무공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이니 더 이상 부언은 삼가 하겠다.

앞으로 자신의 모든 내공이 광유초심기공으로 순화될때까지 봉황신무와

이 심법만 집중적으로 익힌다."

아운의 말이 아니라도 이조의 모든 금룡단원들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 이후

이들은 자는 시간까지 아껴 가면서 무공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아운이 구술하는 심법의 구결과 동작을 익히는 이조의 금룡단원들 대부분은

격해진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무공을 지니지 못해서 그들이 당한 서러움은 한두 마디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문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출세시켜 보겠다고 전

재산을 털어서 영단 보약을 사 먹이기도 하였고, 돈을 들여 금룡단에

가입시키기도 하였다.

그나마 그런 재력도 없는 여가장의 남매나 고명 그리고 육자명등은 

무림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자들로 남아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서러움을 이겨낼 수 있는 무공을 익히게 된 것이다.

감동을 억제하기 힘든 것은 당연했다.

아운은 이조의 금룡단원들에게 광영초심기공의 기초를 잡아 주는데 그날

하루를 꼬박 들여야 했다.

기초라고 해 봐야 구결을 외우게 하고, 진기가 흐르는 혈의 위치를 지정해

주었으며, 축기를 하는 방법과 그에 필요한 아주 간단한 동작들이었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구결을 잘못 이해하거나 동작이 흩어지면 심법의 효과는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면 모두 어려서부터 무공으로 잔뼈가 굵은 무인들이라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소화하고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운이 이조의 금룡단원들에게 내공심법을 전수하는 동안 일조의 조원들은

두 명의 교두인 흑칠랑, 야한과 함께 이조가 있는 반대쪽 초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인들이 종이와 붓을 들고 서 있었다.

일조의 금룡단원들을 모아 놓은 흑칠랑은 그들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며

말했다.

"우린 권왕이 시킨 대로 너희들에게 행할 것이다. 지금부터 자신이 아는

무공 중 가장 기초적인 초식 세 가지씩을 그 곳에다가 적어라! 단 검법이

장기인 자는 검법을, 도법이 장기인 자는 도법으로 골라서 적는다."

잠시 후 종이가 모아졌다.

모은 종이를 손에 잡은 흑칠랑이 다시 하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준비한 약을 나우어 주어라!"

흑칠랑의 명령에 따라 하인들은 일조의 금룡단원들에게 황약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나누어 준 약을 먹도록. 그냥 입에 물면 침에 녹으니까 그대로 삼키면 

된다."

금룡단은 조금 불안한 표정들을 하고 환약을 삼켰다.

모두 환약을 먹은 것을 확인한 흑칠랑이 말했다.

"그 약은 당분간 너희들의 내공을 십분의 일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약이다."

금룡단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걱정할 것 없다. 당분간만일뿐이니까? 그리고 지금부터 너희들이 해야 할

것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 자신이 적은 세 가지 초식만을 집중 수련하면

된다. 우리는 감시만 할 뿐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세 가지 초식 이외의

무공은 절대로 펼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규칙을 어기게 되면 우리가 너무 즐거워진다."

흑칠랑의 말을 들은 금룡단원들은 모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장 기초적인 초식들은 눈을 감고도 펼칠 수 있는 무공들이었다. 그것을

더 수련한다고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모두 불만 어린 표정들을 

숨기지 않았다.

권왕의 가르침이라 해서 한껏 기대를 했었는데,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이조에

비해서 자신들은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의 불만을 읽은 야한이 고함을 질렀다.

"불만은 나중에 권왕께 물어보고 지금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한다. 단 여기

적힌 세 가지 무공초식을 수련하는 방법은 반드시 시키는 방법대로 해야

한다. 방법이란 별게 아니다. 초식을 펼칠 때 받드시 세 배 정도 느리게

시전하면 된다. 그리고 초식을 펼칠 땐 받드시 십이 성의 내공을 전부

사용해서 펼쳐야 한다."

야한의 말을 들은 일조의 금룡단원들은 표정이 변했다.

십이성의 공력으로 세배나 느리게 초식을 전개하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각 초식은 일정한 속도를 지니고 있으며 내공은 그 초식에 맞게 운용되게 

마련이다. 초식을 늦게 펼친다는 것은 내부에서 그 진기의 흐름도 세 배

느리게 해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이는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걸릴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시도였다. 

금룡단원들은 자신들의 내공을 왜 십분의 일만큼 줄였는지 알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공이 강할수록 자칫해서 주화입마에 걸릴 확률이 큰

것이다.

물살이 세면 셀수록 물을 건너는 사람에게 위험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흑칠랑이 불안해하는 일조의 금룡단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권왕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그가 시킨 거라면 받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조의 금룡단원들 표정이 변했다.

흑칠랑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

흑칠랑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금룡단원들은 천천히 자신이 지정한 시간에 초식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엔 한 가지 초식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주저 앉을 수밖에

없었다.

진기의 흐름을 강제로 늦게 만들자 이미 흐름에 익숙한 진기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십이성 전력을 다해 초식을 펼치자, 단 몇

번 만에 진기가 흩어지고 육체적인 피로가 겹쳐서 헉헉거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힘을 한꺼번에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흑칠랑과 야한은 그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다그쳤다.

반 시진이 지나야 일 각 정도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그날 일조의 금룡단원들은 하루 종일 진기를 제어하면서 초식을 펼쳤지만

단 한 명도 단 한 초식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었을 땐 완전히 지쳐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어렵게

되었다.

모두 바닥에 쓰러져 허덕거리는 금룡단원들을 보면서 흑칠랑이 혀를 찼다.

"쯧쯧, 이런 실력들 가지고 어떻게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남았을까? 일단

일 각 동안 휴식이다."

흑칠랑의 말에 몽진이나 소걸개 등은 가슴이 뜨끔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들은 지금까지 험한 경험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가문이나 문파의 힘을 등에 업고 뭐든지 쉽게만 살아온 것이다. 소걸개가

킥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무공을 수련해 본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무량수불, 난 근 십 년 동안 처음이라네. 허허"

두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세우검 추운이 말했다.

"어쩌면 권왕을 만난 것은 우리 일생의 가장 큰 불행이든지, 가장 큰 행운

이든지 둘 중 하나가 될 거란 생각이 드는군."

모두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할 때였다.

"아미타불. 나는 권왕이 두렵습니다."

몽진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미타불, 어쩌면 우린 아주 큰 착각에 빠져 있었을지 모릅니다. 가장

쉽다고 생각했던 초식이지만 지금 보니 나는 그 무공의 일할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그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몇 시진 동안 한 초식조차 제대로 못 펼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각 초식에는 그 흐름이 있고 속고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세배나 느리게 펼쳐야 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펼치지 못할 

것입니다. 설사 나의 사부님이라도 그럴 것입니다."

몽진의 말에 반발한 사람은 절환검 남궁단이었다.

우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부님이 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완전히 제어할 수 없는 초식이라면 

제대로 터득한 것이 아니라고, 우린 너무 일반적인 것에만 편중되어 무공을

수련했는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침묵 속에 빠져 들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초식이라면 제대로 터득한 것이 아니란

말이 그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어렴풋이 권왕이 가르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이런 약해빠진 놈들. 휴식 끝이다. 빨리 일어서라!"

흑칠랑의 고함에 모두들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사라졌던 오기와 무공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우습게 생각했던 초식하나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한심한 노릇이었다.

다시 오 일이 지났다.

일조는 겨우 한 초식 정도를 느리게 펼칠 수 있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조의 금룡단원들은 광영초심기공으로 자신의 내공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어느 정도 심법이 익숙해지자, 아운은 그들에게

선풍연환검법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선풍연환검법은 광풍사의 기초무공인 십이초의 선풍본검법을 아운이 그 동안

다시 다듬고 조금 더 보태서 십삼초의 검법으로 다시 만든 검법이었다.

원래 이 검법 자체가 광풍사의 도법이나 부법과 바로 연결되는 초식으로,

검이나 도로 펼칠 수 있는 기초적인 투로와 호흡, 그리고 끊고 맺는 법, 

연환으로 이어지는 몸의 동작과 호흡, 그리고 진기의 조절 등이 가장 잘

다듬어져 있는 무공이었다.

종남의 검성이라는 편일학도 선풍본검법을 보고 그 섬세함과 우수한 검론에

상당히 놀랐었다.

아운은 이 검법에 자신의 깨달음을 조금 더 가미해서 선풍연환검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검법은 배우는 사람에 따라 도법이나 부법으로

변환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조의 경우 가장 취약한 것은 제대로 된 무공이었다.

가전으로 내려오는 검법을 익혔지만 그 정도의 검법으로는 아무리 배우고

또 배워도 삼류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선풍연환검법은 기초적인 검법이지만 제대로만 익힌다면 능히 일류 고수가

되고도 모자라지 않은 검법이었다.

특히 중 삼식과 후 이식은 능히 절초라 불릴 만하였다.

전 팔식인 팔기연환검법은 굉장히 단순했다.

검을 뽑아서 찌르고 베고, 휘두르는 동작들이 연이어 이어졌는데 아무리

보아도 특별한 점은 없어 보였다.

단지 검을 쓰는 사람과 도를 쓴느 사람들에 따라 동작이 약간 다르다는

정도였다.

"지금의 이 검법을 쉽게 보지 마라. 이 검법은 초식 하나하나를 펼칠 때,

검을 한 번 휘두를 때 정확하게 진기의 흐름을 조절해야 한다. 미세한 기의

흐름도 낭비를 해서는 안 되고 동작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된다."

아운은 계속해서 검법의 초식과 초식에 운용되는 기의 흐름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아운은 이조의 금룡단원들에게 이 검법 이외의 것을 절대로 수련하지 

못하게 하였다. 

아운이 이들에게 강조한 것은 바로 기초의 중요성이었다.

이조의 금룡단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로 이루어진 팔기연환검법을

쉽게 생각했었다.

단숨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터득하고 있던 검법이나 도법에 비해 크게 뛰어난 무공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그 생각을 버려야 했다.

비록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공의 이론이 간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들이 몰랐던 검과 도의 길을 새롭게 깨우쳐 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밤낮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삼일이 지나서야 혼절상태에서 깨어난 흑룡의 눈은 광기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 것도 분했지만 그 상대가 연적이란 사실은 흑룡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일어나서 자신이 왜 이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는지 아는 순간 조천왕은

몸을 떨었다.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분노가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아운을 생각하는 순간 당시에 자신이 공포 속에 몸이 굳어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깨우쳤다.

더욱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이 그를 괴롭힌다.

"으아아악!"

한동안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안정된다.

"개자식, 내 반드시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고 말겠다. 내 앞에서 개처럼

기게 만들어주마."

다짐에 다짐을 하며 이를 부드득 갈 때였다.

"못난 놈. 네 놈이 권왕에게 진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묵직한 목소리에 놀라서 본 그 곳엔 무림맹의 부맹주이자, 흑룡의 아버지인

신창 조원의가 서 있었다.

이미 그 자리에 서 있은 지 조금 된 듯싶었다.

조천왕은 가슴을 폈다.

더 이상 못난 아들의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그는 흑룡이다.

진건 진거고 못난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침착한 목소리였다.

조원의는 그제야 조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좀 되었다. 내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그렇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건만."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합니다. 그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으니 이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너한테 차례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흑룡이 신창을 바라보았다.

"이미 무림맹을 떠난 권왕을 노리는 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고 

어른께서 직접 그를 찾아 떠나셨다. 제 아무리 권왕의 무공이 강하다 해도

결코 그 분을 이기진 못할 것이다."

흑룡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고 어른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잘 안다.

명왕수사 고구.

혈궁칠사 중 한 명.

근 백년 무림사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림십사대 고수 중 한 명이 그였다.

어쩌면 백년 무림사가 아니라 천년 무림사에서도 능히 손에 꼽힐만한

고수가 명왕수사일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현 무림을 무림사 최고의 전성기라고 인정하는 중이었고,

그 말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권왕 아운을 포함한다면 무려 열다섯이다.

"그 놈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 말에 조원의가 고개를 흔들었다.

"실제 십사대 고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세상 사람들이 아는 십사대고수의 무공은 그들이 지닌 진정한

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정말 몇 되지

않는다."

말을 하는 조원의의 표정엔 경외감이 어려 있었다.

조천왕은 조원의의 말에 놀라서 그를 바라본다.

아버지의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조차 그들에

대해서 경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렇다면 분명히 그럴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그들의 무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 바로 

그의 아버지인 조원의 일 것이다.

"내가 비록 그분들 중 몇 분과 같은 광전사 중 한명이지만 내 무공을 그

분들과 비교해 본 적은 없다."

"조부님의 무공은 그 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절대는 아니다. 사실 광전사들 중 상위 열 분은 그 무공의 고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그 분들 중 칸의 이름을 물려 받은 세 분은

조금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아버님을 비롯한 그분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상상할수 없구나."

두 부자지간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너는 이제 어쩔 셈이냐?"

조원의가 묻자 조천왕의 눈데 다시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북궁연을 취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하는 여자를 손에 넣고 

권왕에게도 복수하겠습니다."

"너는 그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북궁연은 그렇게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맡겨 두십시오. 이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원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천왕을 보면서 말했다.

"잘 알아서 하리라 믿겠다. 이제 대계가 가까워 오는 중이다. 절대로

필요이상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흑룡은 침착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그러나 조원의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불꽃처럼 일렁이는 광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북궁연. 네 년이 권왕이 없는 무림맹에서 얼마나 견디나 두고 보자.

지금까지는 군자의 도로 대했지만 지금부턴 다를 것이다.'

흑룡 조천왕의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흑룡 조천왕이 나타나자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바싹 긴장한 채로 도열해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광장군이라고까지 불리는 흑룡 조천왕의 성격을 잘 아는

자들이었다.

과연 조천왕은 나타나자마자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매화각으로 간다. 가서 북궁연을 만나야겠다."

흑룡의 말에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가볍게 긴장하였다.

흑룡의 성격을 안다.

그냥 지나치친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총사였다.

자칫 정도를 넘어섰다가는 상황이 이상해 질수도 있었다.

이때 다섯 명의 조장 중에 한 명의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상당히 호리호리한 체격에 작은 키였지만, 어디 가서도 미남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준수한 청년이었다.

철혈사자대의 대원들은 그가 나서자 모두 안도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는

제삼조 조장인 지군호검(智軍狐劍) 나호였다.

철혈사자대에서는 그를 일컬어 소와룡(小臥龍)이라 불렀는데, 지혜롭고

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언변 또한 뛰어나고 한때 문사로서도 이름을 났렸을

만큼 지식 또한 고루 갖춘 자였다.

비록 철혈사자대의 열명이나 되는 조장 중에 무공은 중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의 위치는 제 일조 조장인 장군검(將軍劍) 호수진과 더불어 철혈사자대의

조장들 중에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둘을 일컬어 호수진은 흑룡의 검이요, 나호는 흑룡의 머리라고

하였었다.

나호는 얼른 앞으로 나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주님."

"무슨 일이냐?"

"대주님께서 지금 당장 북궁연을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이라도 있는가?"

나호는 흑룡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북궁연을 만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흑룡의 성격으로

보아 그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판단을 내린 나호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가서 북궁연의 잘못을 말하고 흑룡님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흑룡이 나호를 바라보았다.

"내 뜻?"

"그렇습니다."

흑룡은 나호를 바라보았다.

'위험하다.'

나호의 예민한 감각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흑룡의 뜻.

그것은 권왕에게 받은 모욕을 북궁연을 통해 복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궁연을 취하는 것 역시 포함된 일일것이다.

상처 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밑에 사람이 이것을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나호는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북궁연 총사를 꺾는 것이 대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매 정도라면

누구라도 꺾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정당성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주님 

정도의 위치면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잡스런 일은

저와 같은 수하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가려고 합니다.

가서 북궁연이 매화각 밖까지 마중 나와서 대주님을 정중하게 모시고 들어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들어신 다음, 그 다음에 대주님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최소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면 대주님에게

증인이 되어 주실 것이며, 대주님은 약간이라도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천왕은 바보가 아니었다.

나호가 하는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일단 북궁연의 환대를 받으며 매화각 안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 다음은

상황을 보아서 행동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 북궁연이 밖으로 나와 환대를 하기만 한다 해도 흑룡의 자존심은

회복될 것이다.

이때 부대주인 호명검(虎明劍) 용주삼이 나섰다.

"나 조장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대주님의 위치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용주삼의 말은 흑룡을 움직였다.

흑룡이 나호를 보면서 물었다.

"북궁연이 뜻대로 따르겠는가?"

"상관없습니다. 그럴 경우엔 북궁연도 어쩔 수 없는 올가미를 만들어 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내세울 것이 있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올가미?"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이어서 나호는 흑룡에게 전음으로 무엇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 듣고 난 흑룡이 의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한 것은 삼조장에게 맡기겠다. 사조 조장과 오조 조장이

도와주도록. 특히 길 조장은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이번일 만은 나호의

지시를 따르도록."

"충."

사조 조장인 청명귀(淸明鬼) 길검과 제 오조 조장 철탑장군(鐵塔將軍)

주당광이 벌떡 일어서며 고함에 가까운 구호를 외쳤다.

특히 사조 조장인 청명귀 길검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그의 친동생인 길한이 이미 아운에게 호되게 당했던 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벼르고 벼르던 상황이라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북궁연은 죄가 없지만 아운이 없는 지금, 길검의 분노는 아운의 연인인

북궁연과 매화각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흑룡이 한 말은 그것을 감안해서 한 것이다.

자칫해서 흥분하면 일을 그르칠까봐 미리 경고를 준 것이다. 

원래 길검은 철할사자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리고 그는 두 명의

부대주 중 한 명이었다. 그렇지만, 길한의 일로 흑룡에게 항명하였다가

잠시 동안 공석이었던 사조 조장으로 강등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대주로 돌아올 자였다.

나호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감돌았다.

두 명의 조장이 받쳐 준다면 더욱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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