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권. 제11장. 무이신개(武理神?) (69/228)

제11장. 무이신개(武理神?)

- 네 약혼자가 누구냐?

남궁단은 쓰러진 언화를 보고 놀라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문형기 역시 놀란 표정으로 주춤거리다가 빠르게 남궁단의 옆에 나란히 

섰다. 

조금 전 겁을 먹고 주춤거리던 모습이 부끄러워진 두 사람은 각각 검과 

도를 뽑아 들고 아운을 겨누었다. 

남궁단이 조금 전 한심했던 모습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이를 갈며 말했다. 

"네놈은 누구냐?" 

남궁단의 물음에 아운은 피식 웃었다. 

"나는 너처럼 거창한 가문이 없는 사람이다. 알아서 뭐하게?" 

아운의 말에 남궁단의 표정이 실룩거렸다. 

그러나 아운이 자신의 정체를 말하지 않자, 

자신의 배경이 두려워서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없던 용기가 샘처럼 솟아나왔다. 

"네놈은 이름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비겁한 놈이구나. 하긴 네놈이 

누구이든지, 앞으로 무림에서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면 용서해 줄 수도 있다." 

남궁단의 말에 아운은 맥없이 웃고 말았다. 

소위 명문의 자제라는 남궁단에게 너무 실망한 까닭이다. 

아운의 몸에서 대답 대신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오자 남궁단은 간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남궁가의 남궁단이다. 바로 오대세가 중 하나인 남궁세가의 적자란 

말이다." 

남궁단의 말을 들은 아운은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남궁단을 보면서 말했다. 

"남궁가가 뭐 어쨌단 말이냐? 네놈은 네 가문을 끌어다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신을 내세워 봐라! 그럼 조금 인정해 주지." 

아운의 말에 남궁단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놈은 우리 가문이 무섭지 않단 말이냐?" 

"정말 뿌리까지 썩은 잡종이군. 내가 너희들의 가문을 대신해서 완전히 

개종을 시켜 주마." 

아운은 들고 있던 술병을 흑칠랑에게 던져 주고 떨어져 있던 언화의 창을 

집어 들어, 주먹으로 창날을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창날이 박살나자 쇠로 만들어진 창대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그 끝은 부러진 날로 인해 울퉁불퉁해진 모양으로 남았는데, 

그 모습은 더욱 섬뜩했다. 

남궁단이 들고 있던 검으로 아운을 겨누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이, 이놈…. 대체 그것으로 뭘 하려는 것이냐?"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중에 사람답게 되어서 누가 너희들에게 묻거든, 언가의 창이 너희들의 

버릇을 가르쳤다고 말해라." 

"뭐라고? 이 개자식이!" 

고함과 함께 남궁단의 검과 문형기의 도가 아운의 머리와 심장을 향해 

공격해 왔다. 

그러나 검과 도가 스친 곳에는 이미 아운의 그림자도 없었다. 

모두 놀라서 아운을 찾을 때였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향해 뛰어 오른 아운이, 

손에 쥐고 있던 창대를 들어 일도양단의 기세로 남궁단을 향해 내리쳤다. 

기겁을 한 남궁단이 검으로 창대를 막았다. 

땅! 

소리와 함께 검은 두 개로 분리되었고, 

창대는 그대로 그의 두개골을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궁단의 몸이 휘청하는 순간 아운의 몸이 

번개처럼 틀어지면서 문형기의 얼굴을 향해 창대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문형기는 섬서 쾌도문의 절기인 청랑쾌도십삼형(靑狼快刀十三形)을 펼쳐 

아운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도법을 펼치기도 전에, 

아운이 휘두른 창대가 그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대체 인간의 빠르기가 어디까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운이 남궁단을 내려치고 다시 몸을 틀어 문형기를 향해 수평으로 

창대를 휘둘러 공격하는 동작은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 

가문의 도법을 십의 삼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문형기라고 하지만, 

쾌도의 정점이라는 청랑쾌도십삼형이 펼쳐지기도 전에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운은 창대를 휘둘러 세 사람을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난타하기 시작했다.

얼굴이고 몸이고 가리지 않고 내리치는 아운의 창대가 얼마나 빠른지, 

비명소리 한 번 나기 전에 세 명을 번갈아 가면서 서너 대씩 타격하고 

있었다. 

남궁단과 언화, 그리고 문형기는 온몸의 뼈가 전부 분질러져서 가루가 

되는 느낌이었다. 

감히 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제야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자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았고, 

오로지 이 고통 속에서 빠져 나갈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처절한 모습을 보는 야한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역시 권왕 아운님의 박력은 고금무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선배." 

흑칠랑은 멍한 표정으로 아운과, 그가 쇠창대로 두드려 패는 세 명의 

청년을 보며, 오한 들린 것처럼 몸을 떨고 있다가 야한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그렇지…." 

야한이 흑칠랑을 묘한 시선으로 보며 물었다. 

"선배, 혹시 떠는 거요?" 

"누가 떤단 말이냐?" 

흑칠랑이 눈을 크게 뜨고 야한을 보면서 으스대듯이 말했다. 

절대 그런 일 없다는 단호한 표정으로. 

야한은 그 표정이 더욱 이상하다는 듯 흑칠랑을 보면서 조금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니었소. 역시 선배는 정말 대단하오. 내가 선배 입장이면 저걸 보고 

몸이 떨려 그냥 도망갈 텐데. 흠, 그럼 바람이 지나가다 지 혼자 떨고 

간 모양이군." 

야한의 말을 들으며 흑칠랑은 주먹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야한 몰래. 

참으로 살수의 비정함은 아운의 쇠창대에서 나온다고 그는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흑칠랑 뿐만 아니라 아운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기가 질린 표정

이었다. 

그러나 철중환과 백마수호대의 무사들은 속이 시원한 표정들이엇다. 

백마상단의 단주인 이자청이 차후의 후폭풍으로 인한 걱정 때문에 

얼굴이 굳어진 것과는 반대였다. 

무인과 상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세 명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하영영과 소홀이 마차에서 내려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마달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운을 보고 있었다. 

하영영은 놀라긴 했지만, 과연 오빠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떤 일을 할 때 확실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하씨의 핏줄이었다. 

소홀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운을 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설마 강호의 후기지수라는 세 명이 이렇게 쉽게 당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화대사가 조금 기막힌 목소리로 말했다. 

"아미타불. 저 시주는 참으로 독하군. 사람을 저렇게 구타하다니." 

그 말을 들을 무이신개가 입가에 괴이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땡초, 내가 보기엔 저 청년이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강호라는 것은 

어차피 힘이 지배하는 곳이고,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은원이 얽히는 

곳일세. 이왕 손을 볼 바엔 죽여서 삭초제근 하든지, 다시는 덤벼들 

엄두도 안 나게 혼을 내는 것이 옳다고 봐야 해. 어설프게 건드린다면 

저 세 망나니는 다시 복수한답시고 달려들 테지. 그렇지 않은가?" 

"아미타불." 

원화대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분명히 무이신개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요는 이제 약관을 겨우 넘은 청년이 그 이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세상을 험하게 살았다는 말이 된다. 

더욱 상대가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아운은 동작을 멈추고 마치 걸레처럼 널브러진 세 명을 내려다 보았다. 

"앞으로 내 눈에 밉보이지 마라! 그땐 손발을 하나씩 분질러 버리겠다." 

아운의 말은 덤덤했다. 

그러나 그 말에 걸린 무게까지 덤덤한 것은 아니었다. 

아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 명의 청년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 대에…." 

남궁단의 대답이었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잘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운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것. 

이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나 그의 일행들은 멍하니 아운을 보고 있었다. 

그가 강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강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수려한 청년이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포권지례를 하면서 말했다. 

"내가 눈이 있어도 고인을 몰라 본 것 같소." 

아운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오. 보아하니 서로 비슷한 나이 같은데,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맙시다." 

아운의 말에 청년 역시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은 나도 바라던 바입니다. 그럼 우리 그냥 호형호제하기로 합시다." 

"나도 좋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쉽게 매듭을 지을 때였다. 

"오빠." 

갑자기 들려온 아름다운 목소리에 모두 놀라서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하영영이 그림처럼 서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모닥불에 은은히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아운은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웃으면서 물었다. 

"나를 알아보았더냐?" 

"어떻게 오빠를 몰라볼 수 있겠어요. 세상 어디에도 오빠처럼 막돼먹은 

사람은 없답니다." 

하영영의 울먹거리는 말에 아운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만나자마자 나를 망신 주는구나." 

하영영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물었다. 

"오빠는 좀 심했어요. 어떻게 집에는 연락도 없이." 

"그럴 리가? 아버님한테는 연락을 했었다." 

그 말을 들은 하영영의 눈길이 상큼하게 꼬아졌다.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아운을 쏘아본다. 

"그럼 이 어여쁜 동생에게만 연락을 안 한 거군요." 

아운은 그녀의 얼굴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끼고 기겁을 

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정말 많이 컸구나. 그런데 네 약혼 상대가 

누구더냐?" 

오빠에게 한참 따지려던 하영영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멈칫하고 말았다. 

슬쩍 아운의 눈치를 보았다. 

오빠의 성질을 잘 아는 하영영이었다. 

자신이 오빠의 원수인 고대성과 약혼한 사이라고 말한다면 그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그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급하게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오빠는 새로 사귄 분들하고 

제대로 인사나 나누세요. 전 여기 언니랑 마차 안에 들어가 기다릴게요." 

하영영은 그 말을 남기고 얼른 소홀의 손을 잡고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든 사람들은 하영영이 아운의 동생이란 사실에 충격을 받고 지켜보다가, 

그녀가 소홀과 함께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서야 아운을 바라보았다. 

특히 소홀이 받은 충격은 다른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했다. 

설마 그렇게 찾아 헤매던 아운이 바로 코앞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운에게 당장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하영영의 눈치에 한 마디도 못하고 그녀와 함께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이랴. 

소홀만이 아니라 마달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아운이 왜 집을 뛰쳐나갔고, 왜 무공을 배웠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군님이 조심하셔야 할 듯 합니다.' 

마달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운이 권왕일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수려한 모습의 청년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보니 관에 계신 분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아운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한때 문에 뜻을 둔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전혀 관과는 

상관없습니다." 

그의 말에 청년이 웃으면서 말했다. 

"소생은 린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막에서 형장과 같은 영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운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마음이 맞는 또래의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서로 약식으로만 이름을 주고 받았다. 

그렇지만 둘은 서로 신분상 숨겨야 할 부분이 있다고 이해했다. 

이때 이자청이 다가와 아운에게 포권지례를 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자들로 인해 혹여 불이익을을 

당할까 봐 걱정입니다." 

이자청이 불안한 시선으로 쓰러져 있는 남궁단과 언화, 그리고 문형기를 

보면서 말하자,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단주님. 저자들은 감히 그럴 생각도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저들은 내일부터 지옥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설혹 그들이 

내게 해를 가하려 한다고 해도 무섭지 않습니다." 

이자청은 아운을 다시 보았다. 

린이라고 불린 청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배짱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별거 아니란 투로 말하는 아운이 

새삼스러울 뿐이었다. 

무림에서 오대세가 중 두 곳과 그 이상의 성세를 가지고 있는 쾌도문까지 

원한을 지고도, 아운처럼 태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괴이하기까지 

한 그들이었다. 

린은 잠시 동안 아운을 보다가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모여 앉아 덕담이나 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운 역시 이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이자청이 그 사이로 얼른 나서며 말했다. 

"오늘은 백마상단이 도움을 받은 날입니다. 제가 두 분을 대접하고 싶은데 

두 분 의견은 어떻습니까?" 

이자청의 얼굴에 간절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이 기회에 두 명의 젊은 영웅들을 꼭 사귀어 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들에게 큰 도움을 받은 셈이 아닌가? 

자신이 대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운과 청년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겐 또 다른 일행이 있었기에 그 일행들을 바라본다. 

이자청은 얼른 나서며 말했다. 

"물론 같이 계신 일행 모두를 초청하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제가 여러 

협사님들을 사귈 수 있게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린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좋습니다." 

아운은 처음부터 이자청이 마음에 들었었다. 

싫을 리가 없었다. 

"저 역시 좋습니다." 

아운의 말이 떨어지자 흑칠랑과 야한이 서로 손을 잡고 좋아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먹는 육포에 질려 있던 참이었다. 

백마상단 정도라면 분명히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장포를 머리까지 뒤집어 쓴 다섯 명의 무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단주는 혼자만 좋은 분들만 사귀려 하는가? 이 늙은이도 좀 끼워 

주게." 

이자청이 놀라서 장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이신개는 장포를 벗었다. 

그러자 낡은 옷에 거지 차림을 한 노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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