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몽화산주(夢花?酒)
- 나에겐 무서운 오빠가 있다
이미 술시 중엽(8시)이 거의 다 되어 가는 밤이었다.
어둠 속이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한 명의 노인과 한 명의 젊은 청년, 그리고 두 명의 라마승과
한 명의 장년인이란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보통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이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입는 장포를
걸치지 않았고, 간단한 경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라마승은 승려복 그대로 였기에 사막을 여행하는 자들 같지
않았다.
다섯 명의 기이한 일행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는데,
마달은 그들에게서 전해오는 위압감을 느끼고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백마상단의 호위무사들이나 모여 있던 십여 명의 무인들도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 받던 소홀이나 하영영도 이들을 지켜
본다.
여기저기 피워 놓은 모닥불이 나타난 다섯 명의 그림자를 이리저리 흐느적
거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말에서 내려 호숫가로 다가와 물을 뜨고 말들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
그들의 행동은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마달은 직감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하영영을 바라보았다.
마침 하영영도 새로 나타난 인물들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달은 그런 모습의 하영영이 불안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그 자신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의 직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 자들 때문이다.'
마달은 자신의 불안함이 지금 나타난 다섯 사람 때문임을 깨우쳤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안 좋은 예감은 이상하게 잘 맞는 편이었다.
마달은 다시 한 번 그들을 살펴보았다.
특별히 악해 보이는 모습들은 아니었기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마달이 하영영게게 다가가려 할 때, 그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소홀이었다.
그녀 역시 기이한 불안감으로 인해 하영영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동생, 저들을 보지 말고 마차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소홀의 말에 하영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야 하냐는 표정이었다.
"동생, 이런 사막에선 예쁜 것도 죄가 돼."
하영영도 무엇인가 알아들은 듯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마차를 향하며
말했다.
"언니도 함께 가실 거죠?"
소홀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영영과 소홀은 마차를 향해 걸어갔고,
나타난 다섯 명의 인물들은 호숫가 근처에 말을 풀어 놓은 후,
근처의 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때 그들 중 젊은 청년의 시선이 하영영을 향했다가 소홀을 거쳐,
그녀를 은밀하게 호위하는 병사들과 마달을 훑고 지나갔다.
청년의 시선을 쫓아 막 마차에 오르는 하영영을 바라본 라마승 한 명이
합장을 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예쁜 소저로다."
나직한 말이었지만, 마달은 그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작은 목소리라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전쟁터가 서장과 가까운 곳이라 마달은 라마승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색을 장려하고 그를 통해 극락을 경험한다는 괴이망측한
교리를 지닌 라마승들도 많았다.
꼭 그것이 아니라도 여자를 탐하는 라마승들이 많다는 것은 사막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었다.
마달은 눈쌀을 찌푸리며 라마승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라마승들의 얼굴은 온화했다.
겨우 안심을 할 때, 이번엔 북쪽의 언덕에서 네 명의 인물들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이번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네 사람에게 모아졌다.
그들 역시 간단한 경장 차림을 한 인물들이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자는 팔 척 장신의 키에 거대한 덩치를 지닌
인물이었다.
마치 작은 산이 움직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탄 말도 다른 말에 비해서 몸집이 컸고 힘도 가장
세어 보였다.
보기엔 그랬다.
그리고 그 일행은, 두 명의 이십대 청년과 한 명의 삼십대 남자였다.
나타난 네 사람은 잠시 사방을 둘러본 후 호숫가에 다가와 물을 마시고
역시 자리를 잡은 다음 말들을 풀어 놓고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단지 그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하영영이 탄 마차를 주시하자,
마달은 더욱 기분이 언짢아졌다.
마침 새로 나타난 네 명 일행의 자리는 마달 일행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이었다.
결국 라마승이 포함된 다섯 명의 일행과 지금 나타난 네 명의 일행
사이에 마달과 하영영 일행이 끼어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마달 일행의 인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끼어 있다는 말은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마달은 꼭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마달은 불안한 마음이 가중되었지만,
그들에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사막의 호수는 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주변의 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달은 결국 경계를 조금 더 신경 써서 서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이야 벌어지겠는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에게 하나의 위안을 주기도 했지만,
또 다른 경계심을 주기도 했다.
백마상단의 호위무사들도 만만해 보이지 않았고,
따로 모여 있는 십여 명의 무인들처럼 보이는 자들도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로 보였다.
일단 백마상단의 호위무사들은 경계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자들이었다.
마달은 한쪽에 세 무리를 이루고 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세밀하게 훑어보았다.
경장 차림을 한 남궁단과 언화, 문형기 등 젊은 무사들 세 명을 제외하곤
모두 얼굴까지 뒤집어 쓴 장포로 인해 얼굴과 신분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모두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들 역시 경계해야 할 자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안심이 된다면 그들 무리가 모두 세 패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 역시 이 녹주 안에서 모두 처음 마주친 것 같았는데,
다섯 명이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으며, 또 다른 세 명이 한 무리를,
그리고 장포를 걸치지 않은 남궁단 등 세 명이 또 다른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었는데,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임을 알 수 있엇다.
특히 그들 중 다섯 명의 인물은 북궁가의 가신이라는 소홀과 잘 아는
사이 같았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절정의 무공을 익힌 고수로 하영영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내가 너무 소심해진 것 같군.'
마달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
마차 안으로 들어온 소홀은 하영영을 보면서 생긋 웃었다.
마차 안의 아늑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던 것이다.
"동생 덕분에 호강하네."
"여기도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면 너무 심심한 곳이에요. 그다지 좋다고만
할 순 없어요."
"복에 겨운 소리지."
"호호, 그건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언니가 이 사막까지 온 것은 역시
오빠의 일을 조사하러 온 것인가요?"
"수하들에게만 일을 맡겨 놓을 수가 없었어. 소공녀님도 내가 직접 가서
조사해 주길 바라셨고. 광풍사의 혈전 이후 운 공자님의 소식도 궁금했지."
하영영의 눈매가 조금 떨렸다.
혹시라도 오빠가 그 혈전으로 인해 크게 다치거나 하였을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사한 결과는요?"
"오빠는 무사해.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걸 어떻게…."
"오빠의 측근으로부터 벌써 소식이 왔었더래. 나도 그 소식을 듣고 돌아
가는 중이야."
하영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다행이에요."
목소리가 은근히 떨리는 것을 보고 소홀은 두 남매 간의 정이 각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듯 소홀이 물었다.
"그런데 동생은 어떻게 북경 대장군가와 맺어진 것이야? 그리고 이 전쟁
터엔 무슨 일로?"
하영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영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홀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 대단한 남매다. 운 공자님이 무림맹으로 소공녀님을 만나러 온다면
정말 볼 만한 일들이 벌이질 것 같다.'
소홀은 하영영과 하영운 남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북궁세가는 너무 고지식한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형식과 체면, 고리타분한 무인 정신에 얽매어 너무 많은 손해를
보고 있었다.
북궁세가 뿐만 아니었다.
정통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중에 그 위세가 점점 위축되어 가는 문파들은
전부 그 부분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이 너무 오랫동안 굳어져 있었기에 쉽게 고쳐질 부분도
아니었다.
반대로, 무림맹에서 실세가 되어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너무도 교활하고
치밀했다.
이제는 그들의 치부를 알아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만큼 세력이
막강해져 있었다.
소홀은 직감적으로, 아운이 무림맹에 나타난다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추적해 본 결과 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소공녀님이 남자 하나는 제대로 물었다.'
소홀의 눈이 반짝였다.
빨리 한 번 그의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과연 북궁연과 하영운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
몸살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백지 책을 떠올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 그 책에 사람 이름을 적기 시작했을 때,
북궁연의 묘한 표정이 떠올라 미소를 짓고 말았다.
"소홀, 정말 적고 있는 거야?"
북궁연의 물음에 소홀이 웃으면서 대답했었다.
"아가씨, 그분의 마음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고개를 돌리고 웃기만 했었다.
그래도 절대 하지 말란 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 명부가 적힌 백지 책은 지금 소홀 대신 다른 시녀가 적고 있을 것이다.
소홀은 그 책자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하영운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싶었다.
권왕 아운을 보고 싶은 것은 그의 여동생인 하영영 또한 그에 못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친오빠가 아닌가.
'오빠 정말 무심하군요.'
은근히 오빠를 원망하는 하영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빠가 권왕이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결심한 일이
있었다.
'서문우(西門友), 서문령(西門玲). 이것들 두고 보자. 오빠를 시켜서 그냥
콱. 요것들 나에게 무서운 오빠가 있을 줄은 몰랐겠지.'
그녀는 북경 대장군가와 더불어 명의 이대 장군가로 이름 높은 서문세가의
남매가 떠오르자 이부터 갈기 시작했다.
고대성에게 시집을 가려고 어지간히 몸부림치던 서문령이나,
어디서 무공을 배워 와 그것을 바탕으로 고대성의 위치를 위협하는
서문우의 모습의 떠올랐다.
그 두 남매의 오만방자한 모습이 떠오르자 하영영의 두 손이 불끈
쥐어졌다.
***
한편, 소홀이나 하영영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아운은 바로 그들이 탄
마차에서 이십여 장 떨어진 근처에 있었다.
아운은 하영영이 타고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그는 하영영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가 도착했을 땐, 하영영이 마차에 탄 다음이었던 것이다.
'녀석, 정말 얼마나 컸는지 궁금하구나!'
아운은 당장이라도 마차에 다가가서 하영영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 기분을 눌러 참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차 너머 두 명의 라마승이 있는 다섯 명의 일행들을
스치면서 훑어보았다.
그리고 장포를 걸친 인물들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라마승이 낀 다섯 명의 인물들
중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었다.
'강하다. 대체 누굴까?'
아운은 다섯 명의 인물들이 궁금했다.
특히 그들 중 마르고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인과 젊은 청년의 무공은
아운으로서도 추측 불가능할 정도로 강했다.
'정말 대단한 자들이다. 대체 누구일까?'
아운은 젊은 청년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의 강함을 함부로 짐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 뿐 아니었다.
두 명, 라마승의 무공도 함부로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 보였다.
그들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만 해도 광풍사의 대군령 급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무인들 집단에서, 앉아 있는 위치로 보아 젊은 청년의 지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젊은 나이게 저런 고수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대체 누구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아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하영영이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아운은 지금까지 하영영의 뒤를 추적해 왔었다.
하영영이 명의 북벌군에 있는 약혼자를 만나고 돌아가는 중이란 소리를
듣고 급히 쫓아왔던 것이다.
아운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우선 매제 될 사람이 누구인지도 궁금했다.
알려고 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운은 동생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서 남매의 정을 나누고 그 부분을 묻고 싶었지만,
궁금함을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라마승 일행의 모습이 무엇인가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이미 아운의 정체를 알고 있는 흑칠랑과 야한, 우칠도 마차와 라마승
일행을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라마승이 포함된 일행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무엇인가 의논을
하더니, 그 중 장년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섯 백마상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상단의 단주인 이자청이 앞으로 나왔고, 백마상단을 수호하는 백마수호대
(白馬守護代)의 대주 비환금검(飛幻金劍) 철중환(鐵中煥)이 바로 그의
곁에 서서 걸어 나왔다.
약 삼십오 세 정도의 철중환은 각이 진 얼굴에 날렵한 몸을 지니고 있어,
지니고 있는 무공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장년인은 약 일 장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와서 상단의 깃발을 본 다음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하고 말했다.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상단을 책임지고 있는 이자청입니다."
"이런 오지에서 강북 오대상단 중 하나인 백마상단을 보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사실 저희들에게 조금 필요한 물품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여 있다면 좀 살 수 있을까 하고 왔습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저희는 상인입니다. 가격만 맞는다면 뭐든지 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단에 술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술이요?"
"그렇습니다. 술이 좀 있으며, 그 술을 좀 샀으면 합니다. 마침 우리
공자님이 술 생각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돈은 후하게 쳐 드리겠습니다."
장년 무사의 표정은 정말 정중했다.
이자청이 조금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게 그것이 조금 비싼 술 밖에 없습니다."
이자청의 말에 중년인 뿐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아운 일행과
백마상단 바로 근방에 자리를 잡고 있던 무인들도 그들을 바라본다.
"어떤 술인지 몰라도 돈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이자청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천축의 특산인 몽화산주(夢花?酒) 밖에 없습니다."
"오오! 몽화산주가 있습니까?"
장년 무사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그 뿐 아니라 아운을 비롯한 무인들 사이에서도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남궁단을 비롯한 세 명의 청년 무사들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자청을 바라보았다.
한 잔을 마시면 꿈속에서 꽃이 피고 흥에 겨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는 명주가 바로 몽화산주였다.
몽화산주는, 이 술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명주였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명주 중 하나였다.
특히 무인들은 더욱 좋아하는 술이 바로 이 몽화산주였다.
그 이유는 무림맹의 맹주나 천중쌍화의 한 명인 호연란이 즐겨 마시는
술이 바로 몽화산주였기에 그랬다.
천축 아비라국의 특산품으로 천축에서는 '사니난다라' 라고 불리는
술이었다.
장년의 무사도 이 술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었기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 구하기 힘든 몽화산주를 이들 상단이 가지고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참으로 좋은 술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정도라면 그 값은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장년의 무사가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금덩어리 하나를 꺼내어 내밀자
백마상단의 이자청이나 철중환은 무심한 눈으로 그 금덩어리를 바라
보았다.
상당히 큰 금덩이지만, 그들의 얼굴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
이자청이 그 금덩어리를 보고 조금 웃으면서 말했다.
"그 정도라면 몽화산주 한 병의 반값도 되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본전도 안 되기에 팔 수가 없습니다. 상단의 규칙상, 손해 보고
팔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들은 장년의 남자는 물론이고 아운과 그 일행,
보고 있던 장포의 무인들까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어떤 술이 주먹만 한 금덩어리보다 훨씬 비싸단 말인가?
그러나 상단에서 그렇다는 데엔 별 수 없었다.
그리고 몽화산주를 잘 아는 몇몇 사람들은 그 값을 대충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을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