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권. 제4장. 호중천(湖中天), 천중호(天中湖) (48/228)

제4장. 호중천(湖中天), 천중호(天中湖)

- 내 남자는 권왕이었다

아운과 흑룡당의 형제들이 수거해온 활은 모두 열두 개였다. 

광풍사의 신병들이 지니고 있던 열 개와 아운과 편일학을 공격했던 

광풍사의 전사들이 가지고 있던 활이 그것이었다. 

한데 공교롭게도 활을 배우고 싶다고 한 이 조의 인원도 열둘이었다. 

마치 그럴 것을 알았다는 듯이 맞아 떨어진다. 

아운은 황룡이 나간 사이에 그 활을 전부 분배했고, 

일 조의 다섯에게도 손도끼와 전투도끼를 나누어 주었다. 

황룡 것은 따로 챙겨 놓은 다음이었다. 

문제라면 열여덟 명 전부가 배워야 하는 검이 모자란다는 것인데, 

그것도 혈랑대가 사용하던 검을 모으고 나니 오히려 남아돌았다. 

***

흑칠랑과 야한은 사막의 한 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열흘간 죽어라 쫓아오느라 이미 가지고 있던 물과 건량을 다 먹고 말았다. 

아주 먼 거리를 두고 말을 이용해 쫓아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유사도 근처에서 아운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무작정 유사도 안으로 들어가려다 앞장서서 걷던 흑칠랑은 하마터면 

유사에 빠질 뻔하고 말았다. 

먼저 말이 유사하에 빠지자, 그 말 등을 박차고 뛰어 올라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모골이 송연한 순간이었다. 

흑칠랑은 몸을 떨었다. 

아운을 생각할수록 이가 갈린다. 

'모진 놈 쫓아다니다가 하마터면 모래 속에 수장될 뻔했다.' 

아운이 점점 미워진다. 

"선배,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시다." 

흑칠랑은 야한을 돌아보았다. 

무엇인가 아주 아까워하는 눈빛. 

그 의미를 알아내기가 아주 모호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흑칠랑은 바보가 아닌지라 그 뜻을 대충 읽어내렸다. 

'아주 보낼 수 있었는데.' 

대충 이런 의미가 가득했다. 

"크윽." 

흑칠랑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말았다. 

약이 오른디 

'이 개놈의 새끼, 내가 절대로 지지 않겠다. 야한 이 놈을 뭉개 버리고 

아운 그 새끼를 꺾어 반드시 고금천하제일살수가 되기 전에는 안 죽는다.' 

너무 화가 난 흑칠랑은 그 순간 만큼은 아운의 무서움마저 이겨내고 

말았다.

야한은 야한대로 반드시 흑칠랑을 쫓아 다녀야 할 이유가 있었다. 

'권왕의 주먹에 뭉개지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 

조그만 참으면 이제 야한은 현시대의 최고 살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아운은 살수라고 말하기엔 한참 지나쳐 보였으니, 

흑칠랑만 알어서 죽어주면 된다. 

아운이 그렇게 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야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어리고, 

흑칠랑은 다시 기분이 나빠지고 이었다.  

***

아운은 십팔령을 결성한 다음 날부터 그들에게 무공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들에게 제일 먼저 전수한 것은 광유초심기공(光柳初心氣功)이었다. 

광유초심기공은 광풍사의 신병들이 배우던 심법으로 처음으로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적합한 심법이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처음 무공을 익히는 자들에게 이 광유초심기공이 

좋은이유는 몸을 원시 상태로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굳어진 뼈와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 구결 전수가 끝나고 자세를 잡아 준 아운은 그 다음 일은 

편일학에게 부탁을 하고 녹주의 두 개 호수 중 천중호로 향했다. 

< 심신일체(心身一體)라, 몸과 마음이 단련되어 배운 공부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경지가 되었을 때, 혼(魂)은 개화(開花)할 준비를 한다. 

정(精)과 신(神)이 기(氣)의 축기로 합일하여 공(功)을 이루니, 

이는 다시 허(虛)로 돌아가서 무극(無極)으로 돌아온다. 

수련에 수련을 더 하여 정(精), 기(氣), 신(神), 혼(魂), 백(魄), 신(身), 

심(心)의 칠극이 정(情)의 극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그때서야 드디어 무극의 단계가 보일 것이다. > 

무극신공의 팔 단계를 터득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문이었다. 

보통 최상의 무공 경지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극신공의 법문에 따르면 사람을 이루는 일곱 가지의 극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정(精), 기(氣), 신(神), 혼(魂), 백(魄), 신(身), 심(心)의 

칠극이었다. 

이 칠극을 골고루 단련하여 극에 이르도록 하고 이를 공(이는 무극신공의 

칠 단계를 이르는 말)의 경지에 일치시켜 완전해졌을 때,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는 순간 칠극의 정점인 무극신공 역시 깨달음에 

비래해서 개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수련이나 단련 없이 깨달음만 얻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지식에 불과할 

뿐, 무공의 단계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정신이 아무리 앞서도 내공이나 육체가 따르지 못하면 전혀 소용이 없다는

말과 어느 정도 비슷했다. 

'수련이다. 천중호가 나의 칠극을 극한까지 단련시켜 줄 것이다.' 

아운의 생각이었다. 

***

북궁연은 아운의 서신을 차분하게 접어서 한 편으로 밀어 놓은 후 

을목진과 진경화를 바라보았다. 

"서신을 보낸 분과는 어떤 사이십니까?"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북궁연은 을목진과 진경화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우선 을목진과 진경화의 태도와 말투에서 하영운을 어려워하면서도 굉장히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이들이 그 정도로 존중할 만큼 하영운이 성공했다는 말고 같았다. 

북궁연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서신을 전해 준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북궁연의 말을 들은 두 사람 역시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다. 

아운(하영운)의 말만 들었을 때와 북궁연의 말을 들었을 때는 그 기분이 

다시 달랐다. 

지금 북궁연의 말은 그녀 역시 아운이 자신의 약혼자임을 인정한다는 뜻과 

같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둘의 관계를 확인한 

을목진과 진경화는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특권층이 된 기분이었다.

무림을 뒤집어 놓을 정도의 무공을 지닌 권왕 아운과 무림의 제일기녀 

북궁연의 사랑. 

만약에 강호에 알려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제일 먼저 호연세가의 인물들 표정이 궁금해진다.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한 기분이었다. 

"그 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참으로 담담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목소리요 물음이었다. 

을목진은 마른 침을 한 번 삼키며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잘 지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 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지 

우리는 심부름을 할 뿐입니다." 

북궁연은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닥 다시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대사막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궁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성과를 얻으셨나 봅니다." 

"다행이도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북궁연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경화 회주님께서는 북궁세가와 어떤 거래를 하고 싶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투자를 해 볼까 합니다." 

"투자요?" 

"마침 여유 돈이 좀 있습니다. 그것을 북궁세가에 투자를 하고 차후 이익을 

좀 볼까 생각 중입니다." 

북궁연은 진경화를 바라보았다. 

북궁세가가 돈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양의 돈이 필요하긴 

했다. 

그렇지 않아도 돈을 빌릴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북궁세가의 체면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라고 했다. 

확실히 말을 하는 방법에 따라 아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투자는 물론 서신을 전해준 분의 얼굴을 보고 하는 것인가요?"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홀은 옆에서 지켜보며 서신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서신에 딸려온 선물이 놀라웠다. 

물론 그녀는 불괴수라기공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진경화의 말만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속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비봉당에서 하는 일로 인해, 누구보다도 북궁세가의 살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돈이 필요 할 때다. 

아직은 아니지만 지금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북궁세가를 몰아내려는 

자들이 정말 마음먹고 일을 벌였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 문제는 나중에 의논하여 연락을 주겠습니다." 

북궁연의 말을 듣고 소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진경호가 말을 하고 을목진과 함께 일어섰다. 

두 사람이 돌아간 후. 

북궁연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소홀은 그 앞에서 묵묵히 북궁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홀." 

"말하세요, 아가씨." 

"이 서신과 책자엔 사막의 모래 먼지가 흔적처럼 묻어 있군요." 

소홀은 북궁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막엔 묵가 남매의 호위무사라는 권왕 아운이란 사람이 있다고 했지요? 

얼마 전에 소홀도 언급했었던." 

"맞습니다, 아가씨. 와룡 군사도 권왕 아운이란 자로 인해 크게 낭패를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권왕에 대한 실체는 어디까지가 진실

인지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그 분 나이가 이십대 중반이라고 했었죠?" 

"그…. 그렇습니다." 

소홀은 북궁연의 말투가 변했음을 느끼고 무엇인가 와 닿는 생각이 있었다.

"그 분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소홀이 북궁연을 바라보았다. 

북궁연이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소림의 속가 장문인과 용진회의 회주가 경외감을 가질 만큼 무공이 강한 

사람. 그런 사람 중에 사막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나이가 이십대 중반." 

소홀의 눈이 커졌다.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느끼는 것이 없으면 바보다. 

"그 분이군요." 

북궁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홀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느낌이 그렇습니다. 만약 사막에서 그들과 권왕이 만났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면 확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궁연의 말에 소홀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그 사실을 숨기려 했을까요?' 

"지금 권왕이 보호하고 있는 남매를 생각하면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표면상 두 남매는 무림맹과 한 하늘아래 있을 수 없는 공적입니다. 

그리고 권왕은 그들의 호위무사로 있구요. 그래서 비밀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소홀이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권왕이 정말 하영운 공자님이라면, 그들과의 관계상 아가씨가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북궁연은 전혀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인 것 같습니다. 그 안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은 직접 만나서 나에게 그 부분을 설명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해가 됩니다. 설마 하영운 공자님이 권왕이었다니." 

소홀은 지금까지 권왕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철저히 조사하는 것인데.' 

소홀은 그것이 후회스러웠다. 

***

아운은 천중호를 바라보았다. 

하늘보다 더 맑은 물이 고여 있는 호수. 

바닥까지 내려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에 가득 담긴 하늘은, 

그것이 하늘인지 호수의 내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운은 그 물 속의 하늘을 내려다보며 감탄한다. 

'호중천(湖中天), 천중호(天中湖)라, 물이 하늘을 담은 것이지, 하늘이 물을 

담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구나.' 

감탄은 감탄일 뿐이다. 

아운은 그 아름다움 안에 숨은 위험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물결이 없는 호수. 

밀도가 보통 물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물 자체에 기이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어서, 보통 사람은 물 안에 들어가도 몇 발자국 움직이지 

못한다는 흡중수(吸重水)로 이루어진 호수가 바로 천중호였다. 

보통 물에 들어가서 움직이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이 들고, 

물의 압력 또한 보통 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 

그래서 천중호에 빠지면 보통 사람은 제 힘으로 헤엄쳐 올라올 수 없다고 

하였다. 

아운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천중호 안으로 발을 담갔다. 

마치 철로 만들어진 족쇄가 채워지는 것처럼 무거운 압력이 그의 발목을 

움켜쥐려 한다. 

무릎까지 들어가는 진흙탕을 걷는 기분이랄까? 

천중호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여 오는 물의 압력은 아운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엇다. 

무극신공을 극성까지 끌어 올렸다. 

외적으로 느끼는 물의 압력과 밀도는 그에게 큰 부담을 주었지만, 

이미 각오했던 바였다. 

아운은 얼굴까지 물속에 잠긴 후 천천히 육삼쾌의연격포를 펼치기 

시작했는데, 내공을 뿜어내지 않고 뿜어내기 직전까지만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물의 압력이 그의 동작을 방해하였지만 아운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보통 물 밖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몇 배나 느리고 힘이 든 하나하나의 

동작이 연환으로 이어진다. 

수백 근의 강철로 만든 갑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보다 더욱 힘이 들었다. 

뿐만 아니었다. 

비록 무극신공으로 모공을 통해 숨을 쉬지만, 

중수인 만큼 물에 포함된 공기의 양이 일반 물보다 몇 분의 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공기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기로, 호흡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공을 펼칠 때, 그 호흡을 통해 안에서 소모하는 기를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한데 지금은 그 부분이 현저하게 떨어짐으로 인해 아운의 동작에 필요한 

모든 힘의 근원은 그의 몸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 안에 있던 작은 힘까지 전부 끌어 써야 할 정도로 힘이 드는 

수련이었다.

또한 몸을 조여 오는 중수의 압력은 그의 미세 혈도에 포함한 작은 양의 

무극진기까지 격발시켜 주었다. 

몸은 몸대로 내공은 내공대로 극한까지 단련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라 

하겠다. 

일각이 지났을까? 

아운은 조금씩 숨이 막혀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무극신공으로 몸을 보호하며 다시 한 번 칠보둔형신기를 펼치면서 

자신이 아는 무공들을 하나씩 펼쳐냈다. 

이번에는 내공을 사용하여 펼친다. 

물의 압력이 더욱 거세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각. 

그의 몸 상태가 거의 극한까지 다다랐을 때, 

아운은 마지막 남은 잠력을 이용해 밖으로 나왔다. 

숨이 턱에 닿아 있었고,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칠게 숨을 쉬며 천중호를 걸어 나온 아운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극신공을 운용하였다. 

생명을 걸고 싸웠을 때보다 더욱 힘에 벅차다. 

완전 탈진할 정도로 전 힘을 다 쏟아 부은 다음이었다. 

생각보다 힘이 들고 어려운 수련이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흡중수 안에서 움직임녀 몸 안의 탁한 기운이 자신도 모르게 빠져 

나간다고 했다. 

흡중수의 흡인력이 탁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흡중수는 아운의 신체를 극한까지 끌고 가면서 그의 혈에 응집되어 

있는 칠초무적자의 내공을 자극해, 뭉쳐진 채 숨어 있던 무극진기를 녹여 

주었다. 

아운은 입 안으로 가득 삼킨 공기를 무극신고으로 끌어 들였다. 

평소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기가 그의 몸 안에 축기 되어 모아진다. 

소진된 진기가 많기 때문이리라. 

천천히 뱉어 낸 날숨을 타고 그의 몸 안에 있던 탁기가 천천히 대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비워야 채운다는 말이 있다. 

아운은 자신의 몸에 있던 모든 잠력을 토해 놓은 만큼 새롭게 쌓이는 

기의 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효고가 탁월하다. 흡중수를 잘만 이용하면 내외공을 수련하는데 

더 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날부터 아운의 무공수련은 밥 먹는 시간과 풍운십팔령에게 내공심법을 

전수하는 단 한 시진을 빼고는 끝없이 이어졌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잠자는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두 시진은 잠을 자 주었다. 

이미 지치고 피곤해진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운기행공으로 대신 할 수도 있었지만, 

수면과는 또 다르다는 것이 아운의 생각이었다. 

수면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함으로 피곤해진 근육을 가다듬어 주었던 

것이다. 

아울러 아운이 중수 안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열흘이 지났다. 

그 동안 풍운십팔령은 광유초심기공(光柳初心氣功)에만 매달린 덕분에,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열흘 동안 보여준 열정은 편일학을 놀라게 하고도 남았다. 

잠도 안자고 오로지 광유초심기공에만 매달리는 그들의 노력이 지나쳐 

나중엔 편일학이 강제로 그들을 재워야만 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광유초심기공을 운공하기 위한 가부좌는 그렇게 쉬운 자세가 아니었다.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세란 결코 일각을 견디기 어려운 자세다.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심법이니 만큼 그 자세의 어려움은 편일학이 

보기에도 절대 쉽지 않은 자세였다. 

그렇게 팔다리를 꼬아 모은 자세로 앉아서 오랫동안 있기는 누구라도 힘이 

들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풍운십팔령은 처음 그 자세를 한 후, 

무려 네 시진이 지났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편일학은 소설과 소산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기겁을 하였다. 

처음부터 무리를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심법 수련에서 처음부터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정신이 흐트러지게 마련이고, 그렇다면 짧지만 집중해서 수렪나 것보다 

훨씬 못하다. 

문제는 십팔령의 전원이 그때까지 정신 집중이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그 

내공심법에 매달려 있더란 사실이엇다. 

그 요상한 자세를 한 채로. 

그들이 얼마나 독하게 세상을 살았는지 모르는 편일학으로선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아무리 집중력을 잃지 않아도, 처음부터 그 자세로 오래 있으면 근육이 

꼬이거나 굳어져서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십팔령은 편일학의 말을 듣고서야 그 자세를 풀려고 했지만 이미 다리가 

굳어 쉽게 펴지지가 않았었다. 

이런 의지의 대가로 풍운십팔령은 십 일만에 광유초심기공을 어느 정도 

익혔고, 안정된 자세를 찾아 호흡을 할 수가 있었다. 

서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들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이 비슷했다. 

풍운십팔령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를 느끼기 시작했고, 

모두들 상상 이상으로 열심히 하려 하자, 편일학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꼈고, 더욱 열심히 가르치려 하였다. 

아울러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소설과 소산을 따로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들 또한 편일학의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수련하였기에 편일학은 

그 기쁨이 배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소설과 소산은 아운과 편일학의 식사만큼은 반드시 자신들이 

맡아서 처리하였다. 

그리고 풍운십팔령의 식사는 혈랑왕의 여자들이 책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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