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 제12장. 천마혈인(天魔血人) (41/228)

제12장. 천마혈인(天魔血人)

- 힘이 없는 것은 죄가 안 되지만, 

노력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

아무리 아운이 강해도 주먹 한 방으로 자신을 어쩔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다. 

지금 아운이 사용할 수 있는 주먹은 단 두 번 뿐이다. 

연환육영뢰의 마지막 여섯 번째와 삼절파천황의 두 번째. 

즉, 여덟 번째 주먹 뿐이다. 

아운은 그 중 삼절파천황의 두 번째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사실 아운으로서도 이 주먹이 실패하면 어려워진다. 

그러나 상대가 조금 전의 군령들과 비슷한 실력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들 중 한 명을 일곱 번째 주먹으로 쓰러트렸으니, 

그보다 배나 강한 힘으로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황룡을 비롯한 형제들은 눈을 부릅뜨고 아운을 보고 있었다. 

그들도 다르하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권왕이라고 했다. 

그들도 익히 아는 이름이었다. 

근래에 너무나도 유명해진 이름이었고, 

그 이름조차 낭설이니 사실이니 말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아운이 그 바로 그 권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대형이 권왕이 되어 돌아왔다. 

정말일까? 

아운이 인정을 했다. 

스스로 권왕이라고. 

그렇다면 전설도 사실이고, 지금 아운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다르하의 

동료들이 있었으며 그들도 아운에게 졌다고 했으니 그것도 사실일 것이다.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동안 당한 서러움이 한꺼번에 씻기는 기분이었다. 

바람이 분다. 

협곡을 타고 돌아 나오는 바람이 아운과 다르하 사이의 정적을 사막의 

한 편으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르하의 검이 수직으로 세워진 채 조금씩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었다 싶을 때, 아운의 신형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둘 사이의 공간이 한번에 지워진 것처럼 사라졌다. 

'빠르다.' 

다르하가 처음 느낀 것은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십 년 이상 동안 전쟁터에서 수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운 

백전노장이었다.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대검에 청색의 검강(劍?)이 맺혀진다. 

'벽강검인살(碧?劍刃殺).' 

광풍사의 검법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살초였다. 

다르하는 그 초식을 믿었다. 

벽강검인살은 단 한번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아운의 그림자가 일 장의 거리에 도달하자 그의 검이 가볍게 원을 

그리면서 도끼처럼 찍어 내린다. 

그의 검강은 정확하게 아운의 머리를 향해 있었다. 

거의 동시에 아운의 주먹에서 섬광이 뿜어졌다. 

콰쾅! 

그리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검강(劍?)과 권강(拳?)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나운 기세가 두 사람의 근방 삼 장을 감싸고 퍼지면서 두 사람의 바로 

근방부터 땅이 약 오 척 깊이로 파여진 채 일 장이나 밀려 나갔다. 

먼지 바람이 회오리치면서 하늘로 오르다가 천천히 사라진 자리. 

아운과 다르하는 바로 삼 척의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황룡을 비롯한 흑룡당의 형제들과 살아남은 십여 명의 신병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서로 응원하는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며. 

천천히 금이 가고 있었다. 

아운의 옷자락이 어깨에서 가슴 부근까지 갈라졌다. 

그리고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진 다르하의 대검이 사막의 황량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털썩! 

이어서 다르하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눈과 코, 입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전신의 뼈가 모조리 부서졌을 것이다." 

아운이 다르하를 지나쳐 몽고의 병사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약속대로 나의 일 권에 죽지 않았으니 살려준다." 

몽고의 신병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설 때, 

아운이 그들 앞에 서며 말했다. 

"그러나 나의 동생들이 널 살려둘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르하는 힘겹게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마침 아운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흑룡당 형제들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손에 닥치는 대로 무기를 주워들고 천천히 다르하에게 

몰려온다. 

흑룡당의 맨 앞에 선 황룡이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대형이 오신다고 했었다. 그 말을 우습게 들었겠지?" 

"그래도 살을 발라내진 않으마." 

뒤는 청안귀의 말이었다. 

"맨 마지막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눈 하나를 잃은 흑룡당의 형제가 한 말이었다. 

다르하는 제발 빨리 죽고 싶었다. 

투덕거리는 소리와 다르하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아운이 신병들을 쓰러뜨린 

것은 불과 얼마 지니지도 않은 다음의 일이었다. 

이미 겁에 질린 신병들은 아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몽고의 신병들을 모두 처리한 아운이 돌아섰다. 

황룡을 비롯한 십칠 명의 형제들이 이열로 늘어서서 아운을 보고 있다가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그들 중 대표로 황룡이 우렁차게 말했다. 

"흑룡당의 십칠 명 형제들이 대형을 뵙습니다." 

아운이 살아남은 십칠 명을 찬찬히 살펴볼 때, 

황룡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제가 모자라서 팔십의 형제들 중에 이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 죄가 

너무 커서 감히 용서를 바라지도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대형." 

아운이 잠시 하늘을 보았다. 

건덕의 암흑가 시절이 생각난다. 

그들은 모두 고아 출신들로 세상에서 가장 천덕꾸러기들의 집단이었다. 

그들과 함께 천천히 세력을 넓히며 함께 뒹굴고 함께 싸웠었다. 

비록 암흑가의 보잘 것 없는 무리들이었지만,  

그들에게 글 공부를 시켰고, 남자의 긍지를 심어 주고자 노력했다. 

처음엔 비웃믕도 샀지만, 아운의 방침은 흔들림이 없었고, 

결국 한 명, 두 명 그의 뜻을 이해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들 중 여덟 명의 소두목들을 흑룡팔수라고 했었다. 

또한 여덟 명의 소두목들이 각자 십여 명의 수하들을 데리고 있었다. 

모두 팔십여 명 중 이들만 살아남은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다 죽은 것인가? 막내도 죽었는가?" 

아운의 물음에 황룡이 대답했다. 

"우리가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해 사막으로 올 때, 이탈한 자가 서른입니다. 

그리고 다시 사막의 혈랑대에 가입하고 여러 전투에서 죽어간 형제가 

열다섯이고, 그 외에 금룡표국을 공격하면서 다섯이 죽고, 나머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다행히도 막내는 혈랑대의 본거지에 

살아서 인질처럼 잡혀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황룡이 말을 흐리며 흐느낀다. 

그의 뒤에 있던 흑룡당의 형제들도 모두 눈물을 글썽거렸다. 

"모두 일어서라! 힘이 없어서 당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나마 이 정도

라도 살아남은 것은 황룡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회포는 나중에 

풀고 형제들의 시체를 모아라! 제를 지내고 그들의 혼을 위로하리라!" 

"예, 형님!" 

아운의 명령이 떨어지자 흑룡당의 형제들이 일제히 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이 없는 것은 죄가 안 되지만, 힘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그 벌로 또 당하게 될 것이다." 

마치 중얼거리듯이 한 말이었지만, 흑룡당의 형제들은 모두 들었다. 

그들이 얼굴에 새로운 각오가 떠오른다. 

아운은 몽고의 신병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품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 

그러나 몽고 병사들의 품 안을 아무리 뒤져도 그가 바라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아운은 다르하의 시체에 다가섰다. 

그의 품 안에 손을 넣자 세 개의 책자가 잡힌다. 

한어로 만들어진 책자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 신병을 위한 기초 무공 창검편. >

< 신병을 위한 기초 무공 궁도편. >

< 신병을 위한 기초 무공 순부편. >

아운이 찾던 것이다. 

글자는 다행히도 한자로 써져 있었다. 

글자가 없는 원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한어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다르하는 신병들의 교관 중 한 명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 책자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광풍사가 정식으로 배우고 있는 무공은 아니라도 광풍사의 신병들이 

배워야 하는 무공이라면 크게 중요하지 않기에 휴대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운의 짐작이 맞은 셈이었다. 

안의 내용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고쳐진 곳이 몇 군데 보인다. 

고쳐진 부분을 보았을 때, 오랫동안 신병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고치고 

또 고쳐진 것들이었고, 지금도 비급으로 만들어 놓고 더욱 발전시키는 

중인 것 같았다. 

이야말로 흑룡당의 형제들에게 가장 필요한 무공들일 것이다. 

흑칠랑은 기가 막혔다. 

아운만으로 벅찬데, 이젠 수하들까지. 

아니, 형제들까지 나타났다. 

'저건 사기다. 아무리 신의 안배가 교묘해도 어떻게 사막의 혈랑대 중에 

일부가 저 개자식의 형제들이란 말인가? 근데 저 열일곱 명이 전부 

형제면 대체 그 엄마는 얼마나 대단한 여자이기에…?'

흑칠랑의 상상은 엉뚱한 곳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혈랑왕과 밀영삼호라는 그 새끼 만나기만 해봐라! 내가 저 놈에게 

배운 대로 베풀어 주마.' 

야한은 이를 갈았다. 

알려준 무공의 정도가 틀린 것도 화가 나는데, 

아운이 분명 혼자라고 했었다. 

그런데 무려 열일곱이나 되는 형제들이 나타났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닌, 열일곱. 

무림맹에서 이 정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자신을 물 먹이려고 일부러 안 가르쳐준 것이 분명했다. 

아운을 상처 입히거나 힘을 좀 빼 놓고 맞아 죽으라는 말이나 같았다. 

아운이 자신의 뼈마디를 모조리 부셔놓고 저 열일곱 명이…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사마무기가 들으면 어이없고, 밀영삼호가 들으면 허탈할 것이 분명했지만, 

야한은 무조건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야 자기에 대한 변명이 더욱 견고해지고, 밀영삼호와 혈랑왕에 대한 

원한이 깊어진다. 

풀 길 없는 마음은 그렇게 자신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

밀영삼호는 얼굴에 득의의 웃음을 머금고 묵가 남매를 보고 있었다. 

정탐을 나갔던 오절이 묵가 남매를 잡아 온 것은 바로 조금 전의 일이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지만, 가지고 있는 초상화와 대조해본 결과 상대는 

분명히 묵가 남매였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모든 임무를 완수한 셈이었다. 

묵소정 남매를 죽이는 일 외에 혈랑대가 금룡표국을 어떻게 하던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혈랑왕은 묵소정을 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혈랑왕의 시선이 밀영삼호를 향했다. 

밀영삼호는 그 눈빛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뒤처리는 확실하게 해 주시오." 

밀영삼호의 말에 혈랑왕의 얼굴이 펴졌다. 

"걱정 마시오. 고맙소. 저 자는 끌고 가서 죽여라!" 

대답을 하고 난 혈랑왕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서너 명의 혈랑대가 묵천악을 끌고 갔다. 

이미 점혈까지 당해 있는 묵천악으로서는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간다. 

묵천악을 끌고 온 혈랑대들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망설이지 않고 묵천악의 심장에 장창을 박아 

넣었다. 

푸욱! 

묵천악의 가슴에 창이 들어가 박히면서 그의 신형이 뒤로 천천히 무너졌다. 

마치 작살로 꽂아 놓은 물고기처럼 묵천악의 몸이 퍼덕거렸다. 

그것도 잠시 그의 고개가 툭 떨어진다. 

혈랑대들은 묵천악의 죽음을 확인한 후에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중 장창을 묵천악의 심장에 박은 자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져 

놓았다. 

"창은 선물로 놔두고 가마. 사실 대주께서 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그냥 

꽂아 두라고 하셨다." 

혈랑대원들이 다시 자신의 동료들을 찾아 떠났다. 

아련하게 엄마의 목수리가 들려온다. 

"천악아, 가르쳐 준 심법은 얼마나 터득하였느냐?" 

"이제 작은 기운이 가슴 부근을 맴돌고 있어요." 

"열심히 수련하거라! 나중에 너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무공이란다. 그리고 너를 죽음에서 구해줄 것이다." 

어린 묵천악은 흑백이 또렷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련한 눈으로 자신을 보던 엄마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묵천악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검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입술이 피칠을 한 것처럼 붉게 변했다. 

눈을 뜬다. 

마치 붉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눈. 

빙설처럼 하얀 피부. 

고양이의 그것과 닮은 눈동자. 

묵천악은 그렇게 변해 있었다. 

가슴을 관통했던 창은 중간이 부러진 채 몸 밖으로 밀려 나갔다. 

피가 멎고 상처가 저절로 아물어 든다. 

전설은 이렇게 말했었다. 

< 인혼의 악마는 죽음 속에서 깨어난다. 

죽어서 살아나는 자, 그가 바로 재앙이니다. 

그 안에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으리라. > 

동료들을 향해 걸어가던 혈랑대원들은 뒤에서 밀려오는 살기에 기겁을 

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저, 저… 아, 악마다!" 

한 명의 혈랑대원이 그 말을 다하지도 못하고 입이 찢어져 버렸다. 

"으아악!" 

비명 소리가 사막의 정적을 산산이 부셔 놓았다. 

***

동생이 죽으러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묵소정은 입술을 

악물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간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 

묵소정은 너무도 억울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한다. 

원독어린 시선으로 혈랑왕을 노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혈랑왕은 더욱 음흉하게 웃었다. 

"고 계집, 제법 성깔이 있군. 흐흐, 그 정도는 되어야 여흥이 되겠지." 

웃는다. 

늑대가 돼지처럼 웃고 있었다.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욕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아혈 마저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아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만 있었다면. 

다시 서러워진다. 

그리고 아운이 원망스러워진다. 

'개자식, 우리를 내던져 놓고 사라지다니. 두고 보아라. 내가 살아나면 

네놈을 꼭 내 노예로 만들어 두고두고 괴롭히고 말겠다. 그도 안 되면 

가장 처참하게 죽이겠다.' 

묵소정은 세상의 모든 인간이 다 저주스러웠다. 

특히 아운에 대한 정은 서서히 원한과 집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계집." 

혈랑왕이 입에 침을 흘리며 다가오자 묵소정은 몸 안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었다 

눈물이 왈칵 올라온다. 

혈랑대의 수백이나 되는 눈동자가 그것을 지켜본다. 

코 앞까지 다가와 손으로 묵소정의 얼굴을 만지던 혈랑왕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엇다. 

으아악! 하는 비염 소리가 그의 행동을 잡은 것이다. 

혈랑왕과 그의 수작은 보면서 침을 흘리던 혈랑대들이 비명 소리에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저… 저…" 

혈랑대원들이 놀라서 기겁을 한다. 

다섯의 혈랑대를 일격에 쳐 죽인 묵천악의 몸이 허공으로 뛰어올라 

허깨비처럼 날아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뭐야! 어서 공격해라!" 

혈랑왕의 고함가 함께 혈랑대들이 정신을 차리고 묵천악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용감했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크아아악!" 

괴이한 고함소리에 혈랑대의 인물들 중에 무공이 약한 자들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말에서 떨어져 내렸고, 말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혼란 속에 말에 밟혀 죽은 자가 수십이었다. 

그나마 그런대로 정신을 차린 십여 명이 괴물이 된 묵천악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악!" 

다시 괴이한 외침과 함께 묵천악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리며 그의 양 손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순간 그의 손에서 뿜어진 먹빛의 기류가 십여 명의 혈랑대를 휩쓸어 갔다. 

너무 빨라서 피하려는 동작을 하기도 전이었다. 

휘리링! 

기음과 함께 먹빛의 기류가 사라진 곳은 처참함 그대로였다. 

기류에 휩쓸렸던 십여 명의 혈랑대는 머리가 사라지고 몸만 남아 있었다. 

혈랑왕의 얼굴이 묵천악의 손만큼이나 검게 변하고 말았다. 

대적할 수 있고 없고는 두 번째였다. 

그 한 번의 충돌로 이미 겁을 집어 먹은 혈랑대들이 우왕좌앙하고 있었다. 

품 안에 있는 천마금환의 몽혼약을 먹고 뭐고 할 시간도 없었다. 

말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꺄아아악!" 

고함소리가 다시 한번 사막의 모래 바람을 찢어 삼키고 혈랑대를 

휩쓸었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한 충격으로 인해 사오십 명의 혈랑대가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일종의 음공과 같은 파괴력이 깃들어 있는 묵천악의 고함소리는 내공이 

약한 혈랑대에게 치명적이었다. 

말들이 바닥에 엎어진 채 바들거린다. 

묵천악의 신형이 허깨비처럼 날아와 혈랑대의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 다음부터 혈랑대에게 내려진 형벌은 지옥이었다. 

묵천악이 뿜어낸 검은 기류에 닿으면 닿는 대로 찢어지고 갈라지고. 

"대, 대체 저 괴물은…" 

혈랑왕이 입을 벌리고 덜덜거린다. 

밀영삼호는 묵천악을 보고 짚이는 것이 있었다. 

"서, 설마… 인혼살기. 그럼 정말 천마인혼대법인가? 정말 그 악마의 

대법이란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묵가 남매를 죽이는 것은 물 건너 간 셈이었다. 

만약 남매가 전부 천마인혼대법을 익혔다면? 

거기까지 생각을 한 밀영삼호가 놀라서 묵소정을 보았다. 

다행히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혈랑대의 대원들은 없었다. 

모두 정신적인 공황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칠 뿐이었다. 

묵천악의 두 손이 도망가려고 바둥거리는 두 혈랑대의 머리를 잡았다. 

"크으으!" 

죽어가는 두 사람이 기이한 고함을 질러대면서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마치 몸의 모든 생명력과 수분이 빨려나간 것처럼. 

묵천악이 손을 놓는 순간 두 혈랑대원의 몸은 뼈와 거죽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용기를 내어 덤비려던 혈랑대의 몸이 바를 떨리며 뒷걸음질 친다. 

놀란 혈랑왕과 밀영삼호에게 다가와 물었다. 

"대체 저게 무엇이오?" 

혈랑왕의 물음에 밀영삼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상황은 기울었다. 

이젠 도망가는 길 뿐이었다. 

정말 천마인혼대법이라면 단 일검에 목을 베어 버리던지, 

아니면 머리를 단 일격에 부셔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기로 이미 각성을 한 천마혈인의 신체는 금강불괴의 

신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일검에 묵천악의 머리를 산산조각으로 만들거나 목을 베어 버릴 수 있는 

고수도 여기엔 없었다. 

오절이 전부 덤벼도 소용없은 일이었다. 

상대는 지치지도 않는다. 

지치면 상대의 기를 모조리 흡수하여 힘을 보충하면 된다. 

바로 그런 점이 천마인혼대법의 무서운 점이다. 

현재로선, 절대 고수가 아니라면 상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밀영삼호는 

잘 안다. 

"천마인혼대법이오." 

밀영삼호의 말에 혈랑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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