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14장 (115/129)

제114장. 친림(親臨)-정천맹을 부수다

자신을 막아선 무극검을 향해 고덕이 의아한 음성을 토했다.

“네가… 웬일이지?”

“살려 주시오.”

“뭐?”

“이들을, 소림을 살려 주시오.”

천하의 무극검이 두 손을 모아 부탁하고 있었다.

백도의 최고수란 이가, 자신과 함께 천하오존이라 칭송받던 이가 정천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검을 꺾은 채 두문불출, 무당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이 나서도 검마를 어쩌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을지라도, 그 정도 명성을 가진 이에겐 죽음보다 더한 고통스런 침묵이었으리라는 점을 고덕도 알고 있었다.

그랬던 이가 달려와 두 손을 잡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얗게 새어버린 눈썹과 머리를 숙이고 자신에게……. 죽을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는 백도의 기상이라는 무극검이, 그것도 자신이나 자파의 안위가 아닌 소림을 위해서…….

“왜, 왜 네가……?”

“죽어야 할 이들도 있을 것이오. 하나, 그럴 이유가 없는 이들도 분명 있을 터. 그들을, 그들을 가엾이 여겨 주시오.”

무극검의 말에 차가운 고덕의 음성이 흘렀다.

“소림엔 그런 이가 없다.”

강력한 부정에 무극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있소. 분명히 있소. 그러니 제발 그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시오.”

무극검의 만류에 고덕은 왠지 방금 전에 사라져 간 현오 선사의 마지막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 느껴졌던 그 미소가…….

고덕도 안다. 상대가 스스로 힘을 거둬들였다는 것 정도는. 그리고 지어 보인 미소였다. 그렇기에 더 눈에, 가슴에 남는 것인지도…….

그 탓일까? 흔들리는 마음에 눈살을 슬쩍 찌푸린 고덕이 마땅치 않은 음성을 흘렸다.

“소림은 앞으로…….”

고덕의 말을 무극검이 앞질렀다.

“봉문할 것이오. 적어도 십 년 이상은!”

상대의 말에 물끄러미 바라보자 무극검이 절박한 음성으로 말했다.

“반드시 그럴 것이오.”

무극검의 확답에 고덕이 피식 웃었다.

“소림승도 아니면서 무슨 확답이야.”

“소림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그리 만들겠소. 필요하다면 힘을 써서라도…….”

“이렇게 절박할 거, 진즉 막아서지 그랬나?”

“솔직히 내겐 무당을 막아서는 것만으로도 벅찼소.”

장문을 설득했다고 무당 전체를 설득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무당 내에서도 반발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모든 손가락질이 무당을 향하니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분란을 잠재운 것은 자신의 애검을 짚고 무당의 산문을 막고 선 무극검의 신위였다. 무당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모든 이들은 무극검의 권위를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무당은 혈사가 백도에 깊은 상처를 내는 동안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한데, 갑자기 나온 건 왜?”

“오랜 친우의 서신 탓에…….”

“친우?”

“소림을 지키는 또 다른 책임자이지요.”

순간 고덕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간 현오 선사를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그 상념을 떨쳐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무극검이 친우라 평할 정도의 연배로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만한 사람을 보긴 했다만… 네 친우라고는 믿기 어렵다.”

무극검도 그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멀리서 고덕의 앞을 막고 있던 신인을 보았으니까.

“그분은 현오 선사였소. 내 친우의 대사백이 되시는 분이오. 솔직히 그분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무승이던가?”

“아니요. 학승에 가까운 분이셨소. 솔직히는 지객당의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분이셨소만…….”

그래서 더 순수했던가? 고덕은 그의 눈에 잘게 어렸던 소림에 대한 맑은 애정을 느꼈었다.

“그랬나……. 하여간 약속은?”

“지킬 것이오. 반드시.”

“네 목을 걸어야 할 거다.”

고덕의 으르렁거림에 무극검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었다.

“걸리다.”

그 답에 고덕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가자.”

고덕의 명에 남은 수호법승들을 둘러싸고 대치해 있던 사신대원들이 일제히 신형을 돌렸다.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는 이들은 더러 있었지만, 돌아가는 그들의 수는 올 때와 똑같은 열네 명이었다.

그들의 뒤를 아쉬운 표정으로 졸래졸래 따라가는 후량과 달리, 맨 뒤에 서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협련과 창군의 얼굴엔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 * *

돌아가는 고덕과 그 일행을 간신히 살아남은 수호법승들은 막지 못했다. 그들도 자신들이 살아 있는 것이 무극검의 사정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것이 무극검이 감히 소림의 봉문을 입에 올리는 순간에도 나서지 못했던 이유였다. 하긴 지금의 세력으론 봉문을 하지 않고 싶어도 버틸 수 없을 지경이긴 했다.

그렇다고 패배감과 서러움이 없을 순 없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한 수호법승에게 무극검이 물었다.

“양원 대사는 어디에 있소?”

무극검의 물음에 수호법승의 눈물이 조금 더 굵어졌다.

“방장께선… 방장께선…….”

답을 못하고 방장만 찾는 수호법승의 눈물만으로도 답을 알 듯했다. 하늘로 시선을 돌린 무극검은 양원 대사가 보낸 서신을 떠올렸다.

‘도력으로 불법을 살려 주시게. 이 양원이 친우에게 엎드려 비네.’

서신엔 그 말뿐이었다. 하지만 무극검은 그 안에 든 위험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달려왔다. 혼자는 위험하다는 장문의 만류를 뿌리치고 울며 함께 가자는 제자들도 떨구고 미친 듯이 달려왔지만 한발 늦은 것이다.

“어디에 누웠는가?”

무극검의 물음에 수호법승은 눈물을 훔치고 그를 안내했다. 지붕도 다 날아가고 기둥 하나만 남은 쓸쓸한 암자로…….

현오 선사가 반듯이 눕혀 놓은 양원 대사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걱정도 많고, 아쉬움도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편안해 보였다. 그것이 무극검의 입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나마 짐을 덜어내고 갔으니 된 게지. 소림에서 지었던 무거운 짐 다 놓고 갔으니, 이젠 세존 옆에서 알랑방귀도 좀 뀌고 그러게. 그래야 편한 자리로 갈 게 아닌가? 이 땡초야…….”

무극검의 음성이 지나는 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가는 중에도 그를 안내해온 수호법승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양원 대사의 시신을 수호법승에게 맡긴 무극검은 천천히 소림의 경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흔히 외원과 내원으로 나누어 부르는 담장에 뚫린 월동문을 지나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몰려 있는 소림의 장로들과 무승들이 보였다.

그런 이들 속에서 무극검을 가장 빨리 알아본 무혜 대사가 나섰다.

“대, 대협!”

“무혜 대사…….”

곤혹이 크겠다는 상투적인 위로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 월동문 너머에선 소림을 지키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피를 흘리고 있건만, 정작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안전을 도모하고 있었던 탓이다.

“어찌 대협께서…….”

“전갈을 받고 도우러 왔습니다.”

물론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도우러 온 건 아니라는 말이 치밀어 올랐지만, 무극검은 속으로 수도 없이 도호를 외우며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무혜 대사와 소림의 승려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검마의 위험을 막아낼 백도의 가장 강력한 칼이 자신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작 무극검 본인은 그런 소림승들을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한 차례 함성과 흥분이 휩쓸고 지나간 이들을 바라보며 무극검이 물었다.

“방장… 께선?”

방장, 그 이름이 아까운 이를 찾자니 죽어 차가운 시신이 되어 남은 양원 대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같은 방장이나 한쪽은 드러난 외소림, 한쪽은 감추어진 내소림의 자리라고 이렇듯 다르다는 것이 서글프도록 우습기만 했다.

“방장께선 방장실에 계십니다.”

속없는 무혜 대사의 답에 무극검의 이가 악물렸다.

“방장… 실에서 무얼… 하고 계신 것입니까?”

“소림의 힘이 저 간악한 마두의 도발을 막아내리라 믿고 계신 게 아니겠습니까?”

어이가 없었다. 소림의 힘이라니……. 내소림이 아니었다면 한 줌도 되지 않았을 그 알량한 힘을 떠벌이는 무혜 대사를 바라보자니 절로 검병으로 움직이려는 손을 잡기가 힘에 겨울 지경이었다.

“방장… 을 뵙게 해주시겠습니까?”

무극검의 요구에 무혜 대사는 답 대신 물음을 던져 왔다.

“그보다 검마 그 마두는 어찌 되었습니까?”

끊이지 않던 병장기의 소음과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도 한참이다. 그것이 그리 궁금했다면 진즉에 사람을 내보내 확인했어야 할 터. 그럼에도 묻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두려워 움직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흐음…….”

악문 이 사이로 깊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정말 참기 힘든 역함을 억지로 누르며 무극검이 답했다.

“흠… 그는, 검마는 돌아갔소. 내소림의 피와 그들을 이끄는 수장들의 희생이 간신히 그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하, 하면 우리가, 소림이 그 마두를 막아낸 것입니까?”

곧바로 흥분하는 무혜 대사를 노려보며 무극검이 한자 한자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내소림의 피와 그들을 이끄는 수장들의 희생이 간신히! 그의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소이다.”

검병에 올린 손을 부들부들 떠는 무극검의 모습에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던지 그를 부르는 무혜 대사의 음성이 잘게 떨려왔다.

“대협…….”

“대협은 무슨. 그만 방장에게 안내나 해주시오!”

공대가 반으로 꺾였다. 마음에서 도저히 공대가 우러나오지 않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무극검의 기세를 정면에서 받은 무혜 대사는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가, 가시지요. 제,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당황하고 놀란 까닭인지 무혜 대사는 자신이 직접 무극검을 안내하고 나섰다. 그렇게 움직이는 무극검의 뒤를 다른 소림승들이 우르르 따랐다. 물러갔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검마가 들이닥칠까 두려워 무극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드는 것이다.

그 초라한 행태에 무극검은 차라리 검마가 소림을 쓸어버리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그런 무극검의 생각이 고개를 수그릴 즈음 무혜 대사의 안내로 방장실에 도착했다.

“방장 사형.”

무혜 대사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안에선 답이 없었다. 그에 무극검의 눈치를 슬쩍 본 무혜 대사가 다시 방장을 불렀다.

“방장 사형, 무극검 대협께서 오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무극검을 거론했음에도 안이 조용한 것에 당황한 무혜 대사의 낯빛이 곤혹으로 물들었다면, 무극검은 다른 이유로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문을 여시오.”

“대, 대협!”

“문을 열란 말이오!”

“아, 아무리 화가 나신다고는 하나 어찌 방장실의 문을 강제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 무혜 대사를 밀친 무극검이 방장실을 문을 열어젖히자 피 냄새가 훅하니 밀려왔다.

놀란 팔대호원들과 함께 무극검이 안으로 뛰어들자 방장실의 정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피는 등에 검을 맞은 채 엎어진 승려에게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 기괴한 표정의 방장, 구련 대사가 숨이 끊어진 채 앉아 있었다.

놀란 팔대호원이 구련 대사의 코에 손을 대보고, 맥을 잡았다.

“이, 이럴 수가…….”

놀라는 팔대호원의 표정이 아니어도 이미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사람이다. 소림의 방장이 방장실 안에서 죽은 것이다.

문제는 원인이었다. 주변을 살피던 무극검의 시선이 구련 대사가 앉아서 죽은 자리 바로 앞에 놓인 서탁에서 멈추었다.

“저 사발에 든 것이 무엇이오?”

무극검의 물음에 팔대호원의 수좌승이 서탁에 놓인 사발을 살피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 비상입니다.”

독약인 비상은 주재료인 비소의 독한 냄새만으로도 구별이 쉬웠기에 단박에 알아차린 것이다.

“비상이면…….”

“으, 음독…….”

자살이란 말이다. 천하불가의 중심이라는 소림의 방장이 외부의 침입이 개시된 시점에 음독자살이라니. 소문이 새어나가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일이었다.

바짝 다가선 무극검이 사발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다 말고 서탁에 펼쳐진 서찰을 집어들었다.

“이것은……!”

놀라는 무극검의 손에서 마치 뺏어가듯 서찰을 가져간 팔대호원의 수좌승은 경악 어린 시선으로 서찰과 무극검을 번갈아 보았다.

“이, 이것은 사, 사실이 아닙니다. 그, 그러니 이것은…….”

추악한 이야기였다. 소림의 고승들이 뛰어난 무재를 출신이 미천하다는 이유를 들어 죽인 일을 서찰은 적고 있었다. 더구나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이를 사부라 부르는 구련 대사의 마지막 글귀는 섬뜩했다.

피를 피로써 돌려주었다. 악의 소굴, 소림은 모두 지옥으로 떨어져라!

서찰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팔대호원의 수좌승에게서 시선을 돌린 무극검이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진 승려를 확인하던 팔대호원의 무승에게 물었다.

“그는 누구요?”

“본사의 장로이신 오연 사백이십니다.”

“오연 대사라…….”

검마의 혈사라 사람들이 말하는 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친우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소림에서 신성이 하나 나올 것 같다고. 그러면서 거론된 법명이 바로 오연이었다. 그런 무극검의 기억이 맞음을 무승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증명했다.

“제일 먼저 뛰어나갔을 분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모양새로 보아 방장의 부름으로 왔다가 돌아 나가는 길에 방장에게 시해를 당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등 뒤에서…….

추악함이 가득한 방장실에서 무극검은 황급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방장실 앞에 놓인 소나무를 잡고 토악질을 했다.

비릿한 피 냄새도, 죽어나간 시신들의 처참함 때문도 아니다. 그저 썩을 대로 썩어 진동하는 소림의 추악함이 비위를 틀었을 뿐…….

그렇게 토악질을 멈추지 못하는 무극검을 바라보는 소림승들의 시선엔 불쾌함은 있을망정, 부끄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

낙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고덕은 소림의 봉문 소식을 들었다.

봉문에 반대하는 소림승들과 봉문을 주장하는 무극검 간에 마찰이 일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 장경각주 복유 선사에 의해 반대파는 침묵당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정통 무승들 대부분이 복유 선사의 명만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접한 고덕은 그저 쓰디쓴 미소만을 그려 보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이동하던 고덕의 일행은 낙양을 이십여 리 앞둔 산자락에서 거지꼴인 왕팔과 세 추적대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양이 뭐냐?”

고덕의 물음에 왠지 자신을 처음 볼 때 화들짝 놀랐던 왕팔이 미적거리면서 답했다.

“그게요…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요.”

“무슨 말인지 확실히 해!”

고덕의 타박에 바짝 언 왕팔이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그 말을 정리해보면 자신들끼리 위계질서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다 보니 주변으로 정천맹의 무사들이 잔뜩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티를 안 내고 벗어날 수도 있었는데, 미처 정천맹 무사들이 몰려온 걸 알아차리지 못한 공도가 고덕의 무명, 그러니까 검마를 입에 올리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들어가서 사고 쳤다는 소리군.”

“그, 그게…….”

당황하는 왕팔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고덕이 물었다.

“그나저나 꼴은 또 왜 그렇고?”

“그게, 공도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분을 구해 나오자고 해서…….”

그 말엔 고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을 보았는지 공도를 비롯한 세 수색대원의 신형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 래. 서?”

한자 한자 또박또박 끊어 묻는 고덕에게 왕팔이 눈치를 보며 답했다.

“침입은 성공을 했는데… 놈들이 어찌 알았는지…….”

사고를 치고 도주하는 놈들이 정천맹 안으로 스며들었는데 모르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 상황을 벌여 놓고 사람을 구한답시고 정천맹으로 뛰어든 게 제정신일까?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왕팔의 변명이 이어졌다.

“해서?”

“딱, 두 분이 연금된 방을 찾았는데 공도 저 자식이 정천맹 떨거지들을 막지 못하고 뚫리는 바람에…….”

왕팔의 말에 고덕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해서, 두 분은?”

“그게… 어찌 된지 모르고 저희는 도주를…….”

푸황-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람이 일고 고덕의 신형이 저만치로 사라졌다. 그런 고덕을 따라 사신대원들이 폭발적인 속도로 달려가자 남아 있던 협련이 혀를 찼다.

“도대체 무슨 일을 그따위로… 쯔쯔쯔.”

결국 협련과 창군, 후량마저 달려가자 왕팔을 비롯한 추적대 셋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가자.”

“어디를요?”

공도의 물음에 왕팔이 맥 빠진 음성으로 답했다.

“대협이 간 곳이지 어디긴.”

“그럼 정천맹으로 또 가요?”

진저리를 치는 공도에게 왕팔이 핀잔을 주었다.

“아니면 이곳에 남아 있다고 대협이 좋아하시겠냐?”

“그야…….”

고덕을 들먹이자 공도의 목이 당장에 움츠러들었다. 그런 공도에게 왕팔이 은근한 음성을 흘렸다.

“이번엔 제대로 하는 거야. 놈들이 두 분을 옮기려면 뒤쪽… 그러니까 우린 북문 쪽으로 접근하는 거지. 만약 우리가 그곳에서 두 분을 구해낸다면…….”

왕팔의 말에 공도가 무릎을 쳤다.

“영웅이 되는 거군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팔을 위시한 세 명의 추적대원들은 낙양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들의 방향은 고덕이 달려간 방향과는 약간은 차이가 있었다.

10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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