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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63/129)

제62장. 도발(挑發)-삼천의 힘

고덕이 하남에 머문 지 보름.

어김없이 관청 전각 지붕 위에 올라 앉아 있던 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건……!”

거칠었다. 거칠어도 보통 거친 게 아닌 기운…….

마치 폭발 직전의 벽력탄이 뿜어내는 기운과 비슷한 무엇인가가 관청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덕의 신형은 곧바로 기운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쾅-

그가 도달하기 전, 무언가가 관청의 정문을 박살내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고덕의 시선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진 정문을 통해 느긋하게 들어서는 사내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작은 경련을 일으켜야만 했다.

상대의 강함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북황에 버금가는 자가 현 강호에 있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군.”

북황.

지금의 북천무제를 담금질한 북해빙궁의 절대자다.

배분은 살황보다 윗줄이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엔 북황의 이름이 강호에 홀로 우뚝 솟아 있었다.

호사가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이른바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받고 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대를 마주한 고덕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네가 삼천의 주인인가?”

“네가? 말이 꽤나 거친 친구로군. 하긴 그 정도 자격은 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아니, 천주는 아니다. 그 빌어먹을 놈들과는 연이 있지만 당사자는 아니야.”

북황의 답에 고덕의 검미가 움직였다.

천주도 아닌 이가 북황씩이나 되니, 그 뒤에 앉아 있는 천주란 자의 능력이 어떨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은 탓이었다.

“방문 이유?”

“정문을 박살냈네. 이유가 무엇이겠나?”

북황의 답에 고덕이 말했다.

“이곳은 내 영역이다.”

“뭐, 먼저 온 놈이 장땡이긴 하지만… 가끔은 그 원칙이 깨어지기도 하지. 아무래도 오늘이 그날인 듯싶구만.”

“해보자는 것인가?”

고덕의 말에 북황이 빙긋이 웃었다.

“좋은 이야기지. 제대로 몸을 풀어본 지가 하도 까마득해서 말이야.”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상대의 눈에서 쏟아지는 광포한 기세에서 그것이 진심임을 읽은 고덕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그로서도 승기를 쉽게 단정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기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몸을 사릴 생각 따윈 없다.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는 탓이다.

“오라!”

팔을 벌리고 앞을 막아선 고덕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려 준 북황의 신형이 사라졌다.

쾅-!

고덕이 황급히 신형을 옮기는 뒤로 폭음과 함께 거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먼지구름이 걷혀진 자리엔 깊이 두 자는 넘어 보이는 구덩이가 생겼다.

상대의 살 떨리도록 강력한 강기공에 숨을 가다듬은 고덕의 손에 명혼이 들렸다.

번쩍-

쾅-!

자신의 코앞에서 터져 오르는 백열의 폭광이 뿜어내는 힘에 밀린 북황이 비척거리며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좋군.”

간단한 평가 후에 북황의 신형은 폭풍 같은 기세로 들이닥쳤다.

콰광, 쾅쾅쾅!

연속기다. 병장기 하나 들지 않은 육장이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힘이 고덕의 앞을 틀어막은 검벽을 흔들었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풀썩이는 검벽의 충격에 고덕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적지 않은 충격이 검벽을 뚫고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검벽과 함께 내부가 찌르는 듯 아파왔다.

하지만 상대는 멈출 기세가 전혀 없는 듯했다.

북황의 성명절기 팔황진천세가 분명했다.

여덟 번의 주먹질이 연속해서 날아든다. 바위가 부서지고 쇠가 물러진다는, 강호 역사상 최강의 무적 권강이다.

그 통천의 절기가 뒤에 뒤를 이어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밀리다간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고덕의 왼팔이 별안간 햇빛을 받은 보석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주변의 기운이 어깨에서 팔뚝을 타고 흘러내려가며 압축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의 끝, 손바닥에서 강한 힘이 터져 나왔다.

팡-

한 수, 팔황진천세의 일권이 유련수에 막혀 검벽에 도달하지 못했다.

순간, 검벽이 거두어지며 드러난 고덕의 애검 명혼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뉘어졌다.

스걱.

언제 움직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급하게 주먹을 뒤로 빼는 북황의 소맷자락 일부가 허공을 팔랑이며 날다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아깝군. 손목을 잘라줄 생각이었는데.”

고덕의 말에 북황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정말로 그리될 뻔했어. 이제 장난은 그만두지.”

북황의 눈에 살기가 일어난 순간부터 고덕을 향해 쏟아지는 기세가 달라졌다.

이건 폭풍우 앞에 일엽편주로 맞선 어부의 심정과도 같았다.

숨을 고른 고덕의 발이 넓게 벌려지고, 명혼이 사선으로 움직이다 바닥을 가리키며 멈추었다.

…….

순간적인 정적.

북황의 주변으로 시끄럽게 울려 대는 거친 기세가 일으키는 바람 소리가 고덕의 주변으로 오면서 완전히 묵음으로 변해버린다.

주변을 완벽하게 채운 고덕의 기세가 소리까지 먹어치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기세가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며 상대방을 밀어내기 위해 충돌했다.

그가가각!

형체가 없는 기세의 충돌에서 마치 바위가 갈리는 음향이 터져 나왔다.

흔들…….

고덕의 상체가 흔들렸다.

그것을 확인한 북황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고, 그의 주변으로 일어나는 기세가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울컥-

흡사 병을 막아놓았던 마개가 열린 것 같았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북황의 기세가 고덕의 강력한 기세를 깨부수고 밀어닥쳤다.

두 걸음 뒤로, 그리고 군자십이로.

군자의 열두 걸음이라 이름 붙여진 상고 시대의 보법이 펼쳐졌다.

광풍이 폭풍이 되고, 폭풍이 돌풍으로, 돌풍이 강풍으로…….

고덕의 걸음이 늘어갈수록 북황이 뿜어낸 기세가 현격하게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고덕의 군자십이로가 완전히 끝났을 땐 북황이 뿜어낸 기세는 미풍이 되어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네, 네놈이 어찌 그것을!”

군자십이로를 알아본 북황의 놀람에 고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고작 그걸 가지고 놀라긴. 이런 것도 알고 있는데 말이야.”

말과 함께 고덕의 애검 명혼이 허공을 갈랐다.

그런데 허공을 가르는 중간에 명혼의 모습이 사라졌다.

부욱-

미친 듯이 물러나는 북황의 앞섶이 섬뜩한 음향과 함께 길게 찢겨 나갔다.

이어 휘날리는 앞섶의 형태는 날카로운 날 무기에 천이 강제적으로 찢겨져 나간 모습이었다.

“고, 공간도!”

북황의 경악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고덕의 신형이 움직임을 계속했다.

번쩍-

쾅-

당황한 까닭인지 북황은 강기의 폭발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낭패한 모습을 드러낸 북황의 눈은 살기로 완전히 뒤덮여 버렸다.

“놈, 죽인다!”

이 갈리는 고함을 지른 북황의 신형이 섬전처럼 쏘아졌다.

그에 맞선 고덕의 손을 따라 올라온 명혼이 또다시 공간을 갈랐다.

순간 북황의 신형 주변으로 노란 기운이 어릿거리더니, 그의 신형을 삼켜 버렸다.

휙-

그 공간을 고덕의 공간도가 정확히 가르고 지나갔다.

쾅-!

울컥.

느닷없는 출현이었다.

고덕의 코앞에 노릿한 빛무리와 함께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북황의 신형에서 무지막지한 기세를 실은 주먹이 튀어나왔다.

창졸간에 발동된 유련수가 방어를 펼쳤지만, 가슴을 직격한 북황의 팔황진천세의 일격을 완전히 흩지는 못했다.

점점이 땅을 물들인 것은 선명한 붉은색의 그것이었다.

고덕이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만족한 것인지 비릿한 미소를 그려 낸 북황이 빈정거렸다.

“공간도 따위, 네놈만 아는 건 아니야.”

북황의 호기에도 고덕은 신음만 흘릴 뿐이다.

방금 전에 북황이 보여 준 신기… 아무래도 공간도를 자신의 몸에 실현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검을 잡고 자세를 가다듬는 고덕을 바라보던 북황이 피식 웃었다.

“호기라……. 좋은 자세야. 죽기엔 아주 그만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 주변으로 어리는 노란빛과 함께 북황의 신형이 사라졌다.

순간, 고덕의 신형이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그리고 허공을 가르는 명혼.

스걱-

공간도를 이용한 공격이 실행되는 찰나, 자신의 몸이 드러나는 공간을 통째로 베어오는 검격에 기겁한 북황은 급히 모든 내력을 호신강기로 돌렸다.

하지만 옆구리를 베고 지나가는 검을 막을 순 없었다.

푸확-

적지 않은 피가 솟구쳤다.

급히 지혈을 한다곤 했지만 벌어진 상처는 생각 외로 깊었다.

“흐음…….”

사납게 노려보는 북황에게 고덕이 이죽거렸다.

“내가 같은 것에 두 번씩이나 당할 정도로 미련해 보였나? 멍청한 놈!”

고덕의 도발에 북황의 주먹이 허공을 쳤다.

일순, 고덕의 검이 허공에 막을 쳤다.

탕!

공간도, 아니 공간권인 셈이다.

사람도 움직이는 공능을 담고 있는 공간도였다.

어차피 쏘아 보내는 것은 무엇이 돼도 상관없었다.

서로의 무서움을 깊은 상처로 깨달은 둘의 공세는 그렇게 공간도를 이용한 강기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완벽할 정도로 파악한 공격이 효과를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참을성은 북황이 먼저 떨어졌다.

숨을 고른 그의 신형이 다시 저돌적으로 밀어닥친 것이다.

북황의 돌진에 고덕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순간, 북황의 주변으로 어리는 노란 빛깔…….

휙-

북황의 신형이 사라지고 난 빈 공간을 고덕의 공간도가 갈랐다.

그와 거의 같은 시간, 위험을 감지한 고덕이 신형을 뒤로 물리자마자 방금까지도 그가 머물던 자리로 공간도의 공능으로 이동한 북황의 강권이 쏟아져 내렸다.

쿠과광콰과과광쾅!

정확히 여덟 개의 폭음. 팔황진천세가 눈 한 번 깜박일 동안에 펼쳐졌다.

목표를 놓치고 애꿎은 바닥만 때린 강기가 누런 흙먼지를 가득 피워 올렸다.

그 안으로 고덕의 공간도가 날아들었다.

휙-

하지만 들려온 음향은 이전처럼 허공을 가르는 소리뿐이다.

음향을 확인하자마자 고덕형이 군자십이로를 밟았다.

쿠쾅과탕타다덕딕!

느닷없이 신형을 드러낸 북황의 팔황진천세가 쏟아놓는 무서운 파괴력이 군자십이로의 공능에 휘말렸다.

이가 떨릴 정도로 강력했던 일권의 충격은 팔 권에선 가벼운 밀침 정도만의 힘으로 남았다.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흩어낸 고덕의 검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허공을 휘도는 명혼의 움직임은 정확히 팔괘를 그려 냈다.

씨앙- 씨아앙-

순간, 사방에서 이는 바람이 모조리 칼바람으로 변했다.

그것도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베어나가는 강기로 이루어진 바람이다.

“팔괘귀검!”

북황의 경악성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주변 가득 일어났던 칼바람이 일순간 그를 향해 쏟아져 들었기 때문이다.

“후압!”

호기 가득한 기합과 함께 북황의 전신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일어났다.

“흐음… 압천살!”

고덕의 입에서 신음 같은 음성이 흘렀다.

압천살이라 이름 붙은 전설의 호신기공이 팔괘귀검으로 일어난 칼바람을 모조리 소멸시켜 갔다.

북황의 방어가 완전히 성공하기 전에 고덕의 공격이 이어졌다.

허공을 가르는 명혼. 공간도가 시전되는 순간, 압천살로 팔괘귀검을 소멸시킨 북황이 바닥을 굴렀다.

부각-

매번 수평으로 날아들던 공간도가 이번엔 수직으로 떨어졌다.

황급히 바닥을 굴러 벗어난 북황 탓에 목표를 잃어버린 공간도가 애꿎은 바닥을 긁고 사라지자, 분노 가득한 북황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퉁-

마치 물이 호숫가에서 튕겨 오르듯 바닥에서 튕겨 일어난 북황의 신형이 고덕을 향해 쏘아졌다.

공간도를 이용한 이동도, 이형환위 같은 고절한 수법을 이용한 움직임도 아니었다.

그저 빠르게 고덕을 향해 달려든 것뿐이다.

그래도 고덕은 감히 피하지 못한 채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북황과 마주쳐야 했다.

주변 전체를 끌고 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기세를 동반한 돌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덕이 피한다면 뒤에 남겨진 전각들은 안위를 보장할 수 없었다.

검을 역수로 쥐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내력을 끌어모은 고덕이 그 검을 바닥에 꽂았다.

쿠과과과쾅쾅콰광!

무서운 기세로 터져 오르는 대지가 직선으로 달려오는 북황을 향해 치달았다.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강기의 폭출에 맞서 북황은 모든 기세를 두 팔에 집중한 채 앞을 가로막고 돌파했다.

푸팡-

북황의 기세와 고덕의 기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강력한 충돌음이 끝나기도 전에 먼지구름을 뚫고 북황의 신형이 튀어나왔다.

앞을 가로막았던 양팔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무사해 보였다.

고덕의 기세를 이겨 낸 것이다.

당황한 고덕이 바닥에 꽂아두었던 검을 들었다.

주변에 남은 기운도 별로 없고, 자신의 내부에 남겨진 내력도 달렸다.

그 상황에서 고덕은 모험을 걸어야만 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사문의 검법이 터져 올랐다.

달려드는 북황의 몸을 타고 검이 돌았다. 맨 처음은 팔이다.

그각-

기세가 가득 퍼진 북황의 팔뚝은 돌과 같았다.

그에 피부를 베지 못한 검이 팔뚝을 타고 몸체로 이동했다.

스걱.

깊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몸체를 베고 흐른 검날에서 피가 묻어나왔다.

빙글.

돌아가는 검을 따라 고덕의 신형이 회전했다. 가볍게, 마치 부유하는 마른 풀잎 같았다.

거친 돌격을 어이없게도 가벼운 신법으로 받으니 북황은 미칠 노릇이었다.

두 팔에 묶여 있던 기세를 풀고 전신으로 돌렸다.

투확-

팔만 사천 모공에서 일제히 뿜어진 기세가 몸을 타고 돌던 고덕과 그의 검을 퉁겨 냈다.

검이 튕겨 오르자 고덕은 남아 있던 내력을 쥐어짜 신형을 멈춰 세웠다.

그런 고덕의 신형으로 북황의 무지막지한 기세가 밀어닥쳤다.

그에 맞서 고덕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사선을 그렸다.

순간, 노란 달무리가 갑자기 아래에서 위로 떠올랐다.

퍼걱-

놀란 북황의 미간 사이로 가는 혈선이 그려졌다.

그와 함께 산을 허물 것 같은 기세로 밀어닥치던 북황의 신형이 그림처럼 멈춰졌다.

북황이 멈춰 서자 그의 주변을 가득 채웠던 가공할 기운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현월(弦月)……. 살황의 것이로군. 이게 어찌…….”

“내 눈이 제법 좋은 편이라서 말이야.”

고덕의 답이 모든 것을 설명하진 못했다.

모습을 보았다고 모방할 수 있는 정도의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황은 자신의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빠르게 빠져나가는 생기를 붙잡을 수 없었던 탓이다.

쿵-

두 조각으로 정확히 양분된 북황의 신형이 좌우로 나뉘어 쓰러졌다.

한꺼번에 쏟아진 피와 내장들로 바닥이 흥건히 젖었지만, 고덕은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바닥인 내력으로 너무 과도한 진기를 유통시킨 결과 내부가 온통 난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괜찮소?”

놀란 표정으로 달려온 도지휘사의 음성을 끝으로 고덕은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정신을 잡지 못했다.

힘없이 무너지는 그의 신형에 놀란 도지휘사와 고덕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협련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덕의 신형을 받쳐 들었다.

“대협! 대협, 정신 차리십시오! 호 판관이… 호 판관이 납치를 당했단 말입니다!”

당황한 협련의 음성만이 공허하게 울려 대고 있었다.

6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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