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계획(計劃)-기대를 받다
남쪽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황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황제의 우군인 소흥 왕부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황제에게 비수를 박아 넣었던 균사 왕부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그 관심은 더욱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소흥 왕부의 움직임이 이전과 달리 너무 기민합니다.”
대도독의 평가에 가정제가 물었다.
“어떤 점이 그런가?”
“일단 외교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모든 세력과 등거리 외교를 펼치던 그전의 소흥 왕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양상입니다.”
“강소의 일 때문인가?”
“그것도 중요한 사례이긴 하오나, 가장 극명한 것은 안창의 반군과 영상 왕부를 아우르는 영향력의 행사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우선 안창을 움직인 힘을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흥 왕부는 안창을 움직였습니다. 연후 그 물리적 반동을 영상 왕부에서 얻었지요. 결국 균사 왕부는 소중한 병력을 육만이나 흩어놔야 했습니다.”
“대도독은 지금 소흥 왕부가 안창을 움직였다 말하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대도독의 답에 가정제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소흥 왕부와 안창을 모두 포함하는 인물은 그 하나뿐이었다.
“흐음… 하면 이제 소흥 왕부와 균사 왕부의 일은 어찌 진행될 것 같은가?”
“만약 지금 상태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불행하게도 소흥 왕부의 패배가 거의 확실합니다.”
대도독의 말에 가정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난 그 둘의 병력이 비슷해졌다 들었네만, 혹 그리 판단하는 이유가 있는가?”
“예. 양쪽의 병력이 비슷해졌다고는 하나 균사 왕부의 병력 대부분은 금군인 중군도독부의 병력입니다. 소흥 왕부가 보유한 향방군이나 지원군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수로만 보면 동일하지만, 군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력으로 따지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벽한 열세인가?”
가정제의 물음에 대도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군에서 내려온 불문율은 금군 오만이며 향방군 칠만, 또는 지원군 십만을 깨부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폐하.”
대도독의 답에 가정제의 낯빛은 깊게 가라앉았다.
* * *
자금성의 대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소흥 왕부의 정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자고 하지만, 대체 어떻게 말인가? 지금 당장은 영상 왕부를 움직여 저들 육만의 병력을 흩어놨다 해도 그것이 지속될 수는 없음이 아닌가?”
소흥왕의 말에 이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 고 무인의 활약으로 영상 왕부를 움직이긴 했으나 지속적이진 못할 테지요. 하오나 그렇다고 해서 저들과 군사적 대결을 벌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옵니다.”
“어허! 자꾸 안 된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 아닌가. 대책을!”
못마땅한 음성이 소흥왕에게서 터져 나왔지만 정청의 그 누구도 제대로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정청으로 들어섰다.
“소신의 귀환이 늦어졌나이다, 왕야.”
“아, 호 판관! 그래, 아버님의 병세는 괜찮아졌는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이 고개를 조아렸다.
“예, 많이 호전되셨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소흥왕의 말이 끝나자 호철랑은 문관들이 늘어선 자리에 가서 시립했다.
“자자! 잠시 말이 끊어졌는데, 다시 논의해보도록 하지. 현재 상황에서 해볼 것을 찾아야 한단 말일세.”
소흥왕의 말에 뒤늦게 들어온 호철랑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혹 균사 왕부와의 충돌 때문이옵니까?”
“그러하네. 호 판관의 식견이 있는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생각이긴 하오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왕야.”
“오호! 그래, 어디 들어보세.”
소흥왕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호철랑에게 모여들었다.
평소에도 재치 있는 판단으로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 유명한 호철랑이었던지라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이었다.
중인들의 관심 속에서 호철랑의 입이 열렸다.
“우선 가장 좋은 방법은 균사 왕부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균사 왕부의 양보?”
“예, 그러합니다.”
“그거야… 하지만 균사 왕부의 양보를 어찌 얻는단 말인가?”
“전방위적인 압박이옵니다.”
“전방위적인 압박이라?”
“예. 지금은 저희와 영상 왕부의 압박에 직면해 있사옵니다. 거기에 황제 폐하와 추가적으로 한 곳의 압박만 더해진다면 균사 왕부는 상당 부분에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황제 폐하와 추가적인 한 곳이라고?”
“예, 그러합니다.”
“황제 폐하는 차치하고 추가적인 곳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겐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은 중인들을 주욱 둘러본 연후 답했다.
“동북어위도총부이옵니다.”
호철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불가능하다는 음성이 터져 나왔다.
소흥 왕부와 그들 간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이 균사 왕부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려면 그 병력이 최소한 하남까지는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왕야께서 결정만 하신다면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제가 성사시킬 수 있사옵니다.”
“호 판관 자네가?”
놀라는 소흥왕에게 호철랑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합니다, 왕야.”
“흐음…….”
왕의 앞이다. 그 앞에서의 허언은 왕을 기만하는 죄를 짓는 것이니 죽음과 다름이 없었다.
그 탓에 사람들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추이만 지켜보는 가운데, 생각을 정리한 소흥왕이 물었다.
“그들은 그렇다 치고, 황제 폐하껜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하는가?”
“지금의 상황에선 오로지 힘의 압박뿐이옵니다. 하오니 군을 청해야 할 것이옵니다.”
“군이라……. 하북성 향방군 말인가?”
“아니옵니다.”
“아니라? 그러면 어디를 말함인가?”
“산동성 향방군이옵니다.”
“산동성? 그곳은 균사 왕부의 세력권이 아닌가? 그곳이 황제 폐하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겐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이 천천히 답했다.
“지난 반란으로 적몰된 융경 왕부가 위치했던 산동성입니다. 새로이 관리를 뽑아 보내는데 황제 폐하께서 손을 쓰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하나, 그곳의 순무와 각 지휘부는 균사 왕부에서 천거한 인사들이라 알고 있네만.”
“물론 그러합니다. 하오나 황제 폐하께선 균사 왕부의 천거를 처음부터 용인하진 않으셨지요.”
“그 이야긴 들었네. 아홉 번이나 넘는 천거가 있었다고…….”
“맞습니다. 아홉 번째 천거에서 낙점을 받았지요. 그 과정에서 산동성의 고위 인사들에는 조금 특이한 이들이 임명되었습니다.”
“특이하다면 어떻게 말인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이 답했다.
“모두가 한림원 대학사 출신들입니다.”
“그야 많은 관리가 한림원을 지나치지 않는가?”
소흥왕의 말에 호철랑이 미소를 지었다.
“소신의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모양이옵니다, 왕야.”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소신은 분명 대학사 출신이라 하였습니다.”
“전원이 말인가?”
“예, 그러합니다.”
호철랑의 답을 곱씹던 소흥왕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서,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모두가 황제 폐하께서 태자 시절, 곁에서 모셨던 태사들이었습니다.”
“그, 그렇다면…….”
“맞습니다. 그들 모두가 균사 왕부의 사람들이긴 하나, 폐하와는 스승과 제자 사이이니 그 마음이 특별할 수밖에 없지요.”
호철랑의 답에 소흥왕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하면 산동성이 이번 균사 왕부의 부름에 빠진 것이…….”
“예. 강소성의 향방군이 우리 쪽으로 돌아선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곤 있으나, 솔직히 강소성의 향방군은 모조리 우리 절강으로 나온 상황입니다. 그것은 산동성이 향방군을 동원하지 못할 정도의 압박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지요.”
호철랑의 설명에 사람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면 현재 산동성은……?”
“황제 폐하의 뜻을 좇는다고 보시는 것이 옳을 것이옵니다.”
호철랑의 말에 정청은 잠시간 고요한 적막에 잠겼다.
누구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던 내용을 호철랑이 정리한 탓이다.
더구나 정리하고 보니 그걸 왜 몰랐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타당한 내용이 아닌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모자람과 호철랑의 비범함을 느껴야만 했다.
“호 판관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네. 남은 한 가지 방법은 무엇인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이 말을 이었다.
“다른 방법은 조금 거친 방법이옵니다. 대신 간결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옵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인가?”
그 물음에 호철랑은 소흥왕은 물론이고 주변의 왕부 대신들도 천천히 훑어본 연후 답했다.
“척살이옵니다.”
“척살!”
놀라는 소흥왕을 똑바로 직시하며 호철랑이 말을 계속했다.
“예. 균사왕 전하와 중군도독을 참살하는 것이옵니다.”
“가, 감히 왕을 참살하자는 말인가!”
“균사왕 전하가 건재한 이상 소흥 왕부는 계속적으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옵니다.”
호철랑의 강력한 주장에 소흥왕은 한동안 고심에 휘말려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소흥왕이 깊게 가라앉은 음성을 토했다.
“그리하고자 결정을 내린다 한들 무슨 힘으로 그 일을 도모한단 말인가?”
소흥왕이 어느 정도 결심이 선 듯하자 호철랑은 자신감 서린 얼굴로 설명을 이었다.
“현재 우리 왕부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힘은 누가 뭐라 해도 고 무인입니다. 하오니 그를 통해 균사왕 전하와 중군도독을 참살하는 것입니다.”
호철랑의 말에 모든 이가 입을 다문 채 소흥왕의 표정만 살폈다.
그런 상황에서 호철랑의 말이 이어졌다.
“균사왕께서 승하하시고 중군도독이 화를 입으면 균사 왕부는 크게 흔들릴 것이고, 중군도독부는 순간적으로 지휘권 부재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소흥왕의 수긍에 밀어붙이려는 듯 호철랑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과격하긴 하나 얻는 것이 많은 방법이기도 하옵니다.”
“얻는 것이 많다?”
“그러하옵니다, 왕야.”
호철랑의 단언에 소흥왕이 다시 물었다.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균사 왕부가 흔들리면서 얻을 것은 주변 성도들의 신임입니다. 알고 계시겠사오나 균사왕께는 왕자가 없습니다.”
그랬다. 그도 소흥왕과 마찬가지로 딸 하나만 두었다.
다만, 다행히도 그 딸이 꽤 뛰어난 문관에게 시집을 가 가정을 이룬 상태였다.
문제는 그 딸과 사위 사이에서도 아직 아들은 없다는 것이지만.
이 경우 균사왕의 사후 왕위가 사위에게 이어질 공산이 높았다.
그것을 소흥왕이 지적했다.
“하나, 그에겐 사위가 있네.”
“그렇사옵니다. 하나, 그렇기에 균사 왕부는 더욱 크게 흔들릴 것이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왕위를 이을 사위가 있는데 그래서 더 흔들릴 것이라니?”
“균사왕께는 처남이 셋이나 있습니다.”
“그랬던가?”
하긴 남의 처가 인적 사항까지 달달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필생의 적으로 마주 섰을 때는 다르다.
“예, 왕야. 더구나 그 세 처남의 능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 더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옵니다.”
“아니, 그들의 능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니. 아까부터 호 판관은 점점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는구려.”
소흥왕의 의문에 호철랑이 미소를 지었다.
“자리가 웬만한 것이었다면 그 모든 상황은 균사 왕부의 결속에 무엇보다 좋은 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하오나 걸린 것이 왕위이옵니다. 바라볼 수 있는 이들에겐 형제를 핏속에 누이더라도 오르고 싶은 자리이옵지요.”
비로소 말뜻을 알아들은 소흥왕과 대신들이 탄성을 발했다.
“아!”
“아시겠사옵니까?”
호철랑의 물음에 소흥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네. 그들이 서로 왕위를 탐내 암투를 벌일 것이란 소리로군.”
“그러합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주변 성의 순무들에겐 두 가지 길만 남습니다.”
“어떤 길인가?”
“줄을 서는 것입니다. 왕위가 될 이를 점찍어 그에게 줄을 대고 그를 미는 것이지요. 성공했을 땐 대가가 크지만, 위험성은 대단히 높습니다. 어쨌거나 성공 확률은 사분지 일이니까요.”
호철랑의 말에 소흥왕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줄을 잡기에 겁이 난다면 아예 말을 바꾸어 타는 것입지요.”
“말을 바꾼다……. 주인을 새로 찾는다는 말이로군.”
“예, 왕야. 현실에선 그들을 붙잡고 지지해줄 왕부를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 말은 그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기라는 소리로군.”
“그러합니다.”
호철랑의 답에 소흥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과연 척을 졌던 우리에게 오겠는가?”
“옵니다.”
두말도 없이 확답하는 호철랑에게 소흥왕이 물었다.
“무얼 믿고 그리 자신하는 겐가?”
“오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옵니다.”
순간, 소흥왕은 고덕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와 함께 호철랑의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음, 그 말뜻은 알겠네. 그럼 중군도독부는 어찌하고?”
“불행하게도 중군도독부는 알력 다툼을 벌일 이들이 없습니다. 적이긴 하나 중군도독이 그 방면에서는 능력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면 그들은 어찌하자는 게야?”
“그래서 중군도독부는 머리만 자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은 조금은 잔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고 무인이 조금 바삐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은…….”
“도독, 도독동지, 도독첨사 삼 인의 목을 모조리 베어야 합니다.”
도독부를 이루는 최고 지휘관들이다. 그들의 목을 베면 남는 이들은 중간 지휘관인 지휘첨사들뿐이다.
“그들을 없애면 지휘 체계는 완전히 흩어지겠지만, 그것만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소흥왕의 물음에 호철랑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럴 것이옵니다.”
“어째서?”
“아시겠지만 그들 삼 인의 목이 날아가면 남는 것은 지휘첨사들뿐입니다. 그들은 전술 지휘관으로는 최고위자지만 도독부 전체를 지휘할 역량은 없는 이들입니다. 아니, 능력은 있다 해도 다른 지휘첨사들이 방관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 이유가 있나?”
“간단한 이치이옵니다. 나와 동급의 관리에게 지휘를 받고 싶은 관리는 없사옵니다. 더욱이 무관이라면 말이옵니다.”
호철랑의 말에 배석해 있던 왕부 무장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것은 호 판관의 말이 맞을 것이옵니다, 왕야.”
이첨의 말에 소흥왕이 호철랑에게 물었다.
“그렇게 흩어놓고 어찌 담으려고?”
“무장은 무장에게 약한 법입니다. 황제 폐하께 상신하여 대도독을 보내 추스르면 중군도독부는 다시 황제 폐하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옵니다.”
호철랑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법도 나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방법이 더 소득이 많다는 것에서 지지를 받는 모습이었다.
그 상황을 지켜본 소흥왕이 호철랑에게 명했다.
“호 판관은 두 번째 방법으로 계획을 세부적으로 세워보라. 계획이 서는 대로 실행할 것이다.”
소흥왕의 결정이 내려지자 정청은 가벼운 흥분으로 술렁거렸다.
* * *
영상 왕부의 움직임을 감시할 목적으로 영상 왕부가 위치한 광동성 화도에 머물던 고덕을 왕팔과 협련이 찾아온 것은, 호철랑의 계획을 소흥왕이 선택한 지 나흘 만이었다.
“척살?”
“예. 균사왕과 중군도독부 최고 지휘관 삼 인의 목을 베라는 왕야의 전언입니다.”
협련의 말을 들은 고덕의 얼굴에 못마땅한 표정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피를 보려는 이유가 뭐래?”
“그것이…….”
이후 이루어진 설명에는 고덕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듣기에도 호철랑의 계획으로 얻는 게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게 다 호 판관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예, 대협.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협련의 칭찬에 고덕은 화려한 성장을 한 호철랑, 아니 호 소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곤 이내 피식 웃어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뜻대로 움직이겠노라고 전해드리게.”
고덕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인 협련은 다시금 왕팔과 함께 소흥 왕부로 돌아갔다.
그 자신들에게도 맡겨진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