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8장 (39/129)

제38장. 의외(意外)-추적하다

노인에게서 의외의 곳이 거론되자 당황감을 감추지 못한 왕팔이 물었다.

“누, 누구? 청성! 구파일방의 그 청성 말이오?”

“그렇소.”

노인의 확인에 왕팔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튀어나왔다.

“아니, 그들이 왜?”

“그거야 어찌 알겠소. 오죽하면 청성 본산도 모르겠소.”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청성 본산도 모르다니?”

“개방이 사람들을 찾고 있소.”

“개방이? 누굴 말이오.”

“이번 일을 벌인 청성 사람들 말이오.”

노인의 답에 혈마와 목려송을 돌아본 왕팔이 물었다.

“그들의 위치를 알려 준 거요?”

“아니요.”

그 말에 왕팔을 비롯한 이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서렸다.

“우린 그들의 위치가 필요하오.”

“청성의 사람들 말이오?”

“그렇소.”

“왜 그들이 필요한 거요?”

“그들은 필요 없소. 우린 그들이 가진 것이 필요할 뿐.”

왕팔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알려 줄 수 없소.”

잘 가다가 옆길로 새는 상대의 반응에 왕팔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말하지 않으면 남은 건 하나뿐이오. 모르겠소?”

“죽는다 해도 알려 줄 수 없는 건 알려 줄 수 없소.”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왕팔이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정녕 죽고 싶은 거요?”

왕팔의 위협에도 노인은 완강했다.

“설사 그로 인해 죽는다 해도 정천맹 사람들의 정보는 알려 줄 수 없소.”

“설마… 정천맹과 협약을 맺었다더니 그새 한통속이라도 된 거요?”

왕팔의 윽박에 노인의 고개가 저어졌다.

“아무리 급해도 하오문의 명분을 버리는 일 따윈 하지 않소!”

“그런데 왜 못 알려 준단 말이요?”

“당신 말대로 협약 때문이오.”

“뭐, 협약?”

“그렇소. 정천맹과의 협약을 맺으며 우린 누구에게도 정천맹에 관계된 정보를 넘겨주지 않기로 했소.”

노인의 답에 왕팔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정보를 넘겨줬는지 아닌지 어찌 알고. 더구나 그걸 넘겨주면 뭐 어쩐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지 않소?”

“모르는 소리. 우린 협약을 맺으며 총부의 위치를 정천맹에 통보해주었소. 그게 뭘 말하는지 알겠소?”

“설마… 정보 누설의 대가가 총부에 대한…….”

“맞소. 정보가 누설된다면 우린 총부를 내주기로 했소.”

내준다. 공격당해 망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오문으로서는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서 협약을 체결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잠시 당황했던 왕팔이 설득을 이었다.

“우리가 하오문에서 정보를 취득했다는 걸 감춘다면?”

“상대는 청성이오. 소제갈이라 불리는 이들이란 말이오. 그들이 우리가 정보를 흘린 걸 알아내지 못할 것 같소?”

솔직히 그건 아니다. 약간의 조사만 하면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하오문 분타들이 드러날 테고, 그 주변을 탐문하다 보면 자신들의 행보가 걸려들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도 모르고 대놓고 움직인 까닭이었다.

결국 다른 당근을 던졌다.

“만에 하나 그 일로 청성과 부딪치게 되면 우리가 도와주지.”

왕팔의 말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청성이 동네 무관인 줄 아시오.”

“아니, 청성이 어떤 곳인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 쪽 패도 만만치 않아.”

그 말을 하며 뒤돌아보는 왕팔의 시선에 혈마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곡우라 한다. 네들이 혈마라 떠드는 사람이지.”

혈마의 말에 노인의 눈이 바르르 떨린다.

그냥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혈마라 생각하고 보니 과거에 들었던 혈마의 용모파기와 판박이였던 것이다.

떨리는 시선에 목려송이 걸렸다.

곱사등…….

노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서, 설마…….”

경기를 하기 직전인 노인의 반응에 왕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음양괴요. 어떻소. 이 정도면 믿어도 되지 않겠소?”

왕팔의 말에 천천히 움직여지던 노인의 고개가 뚝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저어지는 고개.

“뭐야? 도대체 왜?”

노인에 대한 공경도 사라진 왕팔의 고함에 노인이 답했다.

“그래서 더 알려 줄 수 없소.”

“그건 무슨 소리야?”

“지금 정천맹의 정보를 마교에 팔라는 소리가 아니오.”

“이런…….”

생각해보니 그렇다. 혈마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마교의 부교주였으니까.

“개인적인 일이다.”

기다리다 못한 혈마가 끼어들었지만, 노인의 고개는 여전히 좌우로 저어졌다.

“개인적인 일이든 단체적인 일이든 마교의 일임엔 변화가 없소.”

노인의 답에 싸늘하게 가라앉는 혈마의 표정을 본 왕팔이 다급히 노인의 멱살을 부여잡고 외쳤다.

“말해. 말하린 말이야. 아니면 죽어! 정말로 죽는다고!”

“그냥 죽겠소. 그게 더 편할 테니…….”

눈마저 감아버리는 노인의 모습에 혈마가 움직였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도해볼 생각인 것이다.

피가 좀 흐르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뭐, 캐다 죽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어볼 사람은 적어도 사십 명이나 되었으니까.

모두 말하지 않으면 어쩌냐고? 그것도 상관없었다.

하오문은 이곳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마음을 굳힌 혈마가 움직이자 다급해진 건 왕팔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동료였던 이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발로 찾아와서…….

다급해진 왕팔이 사실을 털어놨다.

“우린 왕부 사람이라고. 납치된 왕야와 군주를 구하려는 것뿐이야. 그러니 제발 털어놔. 청성 걔들하고 충돌할 생각도 없다고!”

자신들의 의도를 확실히 알려 쓸데없는 오해를 줄이고자 했던 왕팔의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을 거라 생각했소?”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단 말이야?”

“그거야 본인이 더 잘 알지 않겠소.”

“이런 망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 난 절대로 사실만을 말한 거야. 청성 애들한텐 관심도 없단 말이다. 우린 그저 납치된 왕야와 군주만 빼 가면 그만이라 이 말이야.”

“세 살 난 아이도 안 믿겠소. 천하의 혈마와 음양괴가 관부의 개가 되어 있다면 그걸 믿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럼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게야?”

“결론은 하나, 거짓을 유포해 뒤를 흐리고 정보를 얻어가려는 것이겠지.”

“그럼 내 수신호는?”

“그야 어디 높은 자리에 계신 분에게 얻었든가 뺏었든지 했지 않겠소.”

“뺏는다는 게 가당키나 하나?”

“그거야…….”

빼앗길 리 없다. 입을 다물고 죽음을 택할 테니까.

“거봐라. 그러니 말해도 된다는 뜻이다. 모르겠나?”

“알려 준 분은 좋은 뜻으로 알려 준 신호일 거요. 이런 일에 쓰지 마시오.”

단단히 오해한 노인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팔의 표정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런 미련한! 네도 죽고, 수하도 다 죽일 생각인 게야!”

왕팔의 으르렁거림에도 노인의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미련한 인간!”

왕팔의 음성에 포기가 어렸기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혈마가 움직였다.

“포기인가?”

“총부를 포함한 다른 하오문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양입니다. 저런 상태라면 입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글쎄, 그거야 이제 내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겠지.”

말을 하며 짓는 혈마의 미소가 섬뜩했다. 그 미소를 본 왕팔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나저나 이제 좀 비켜 주지. 지금부턴 내가 맡아볼 생각이니까.”

손을 풀며 천천히 다가오는 혈마의 모습에 눈을 감고 벽에 기대앉아 있는 노인과 정신을 차린 채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하오문도들을 일별한 왕팔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잠시만요, 대협.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미 해볼 건 다 해본 게 아닌가?”

“아닙니다. 아직,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왕팔의 말에 혈마가 뒤로 물러섰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맡겨 보지. 단, 이번에도 실패하면 별로 좋은 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파랗게 일어서는 혈마의 눈빛에 목을 움츠린 왕팔의 고개가 맹렬히 끄덕여졌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혈마가 완전히 뒤로 물러나자 왕팔의 눈이 분주히 주변을 훑었다.

결국 튼튼해 보이는 나무 몽둥이 하나를 찾아 손에 쥔 왕팔의 얼굴에 흉신악살의 표정이 들어섰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병신이 돼도 살아남는 게 좋은 것이니…….”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는 왕팔을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은 무심했다.

그런 노인에게 이를 악문 왕팔이 물었다.

“다시 한 번 물으마.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이냐?”

왕팔의 물음에 노인은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가진 힘이라곤 그다지 별 볼일 없는 하오문이 긴 세월 동안 힘의 대지인 강호에서 살아남은 것은 지금과 같은 철저한 비밀 엄수 덕이었다.

그리고 그 비밀 엄수의 밑바탕엔 지금 눈앞에 있는 노인 같은 하오문도들의 피가 질펀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왕팔은 잘 알고 있었다.

“정말 필요 없는 고집일 뿐이란 말이다.”

“…….”

애절하기까지 한 왕팔의 음성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눈조차 뜨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말로는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잠시 일었던 동질감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 여기서 자신의 실수로 인해 빈손으로 돌아가면 왕부의 군주가 아닌 고덕의 아내를 잃는다는 걸 상기했다.

몽둥이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반드시 알아내고야 만다는 절박함이 깃들었다.

“네가 택한 길이니 날 원망하지 말거라.”

결국 이를 악문 왕팔의 손이 몽둥이와 함께 올라갔다.

퍽-

“끄억.”

강렬한 격타음 뒤로 이어지는 신음에 작은 한숨을 내쉰 혈마와 목려송의 고개가 돌려졌다.

* * *

해가 저물어져 가는 호남성의 관도를 왕팔을 앞세운 혈마와 목려송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무한은 분명한 것이겠지?”

“분타주와 문도 사십 명을 치도곤 내고 알아낸 정보를 취합한 것입니다. 틀림없습니다, 대협.”

“하지만 절강의 소산에서 귀주를 지나 이곳 호북의 경내로 들어서는 동안에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어. 인질을 데리고 가는 이들인데 그 긴 거리를 이동하고서도 조우하지 못했다면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혈마의 말에 왕팔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대도시들을 거쳐 이동할 것이란 여정에 대한 추론이 잘못될 수는 있지만, 목적지가 틀린 건 아닐 겁니다.”

“어떻게 그리 자신하지?”

“각기 다른 이들의 입에서 나온 목적지가 동일했습니다. 그런 상황은 사전에 입을 맞추기 전엔 어려운 일입니다.”

왕팔의 말에 혈마가 물었다.

“그들이 미리 입을 맞출 수도 있잖아.”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건 대협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네 말은 뭔가? 목적지는 맞지만 여정이 잘못 계산되었다, 그건가?”

“그렇습니다.”

무한이라는 목적지 하나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사십 명을 피곤죽으로 만들고, 그도 모자라 서너 명은 평생 사람 구실 못할 정도로 심한 매질을 가해야 했다.

그 탓에 무한으로 가는 여정에 관한 정보는 아예 얻질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왕야와 군주를 납치해 비밀리에 움직인다는 청성 쪽 일행의 여로는 모조리 추리에 의존해야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무한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방법뿐이 없다는 뜻이로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협.”

왕팔의 사과에 혈마가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지. 그럼 서두르자고.”

혈마의 말에 목려송과 왕팔은 이내 경공을 전개해 바람을 갈랐다.

고덕에게 배운 경공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그걸 전력으로 펼쳐 내고도 혈마와 목려송의 뒤를 따라가는 것에 급급해했다.

비로소 그들과 자신의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지 새삼 절감한 왕팔의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그런 왕팔의 속내도 모른 채 혈마와 목려송은 무한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릴 뿐이었다.

* * *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청성의 사람들은 아직 절강성조차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급작스럽게 길을 돌려 항주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어찌 되었나?”

봉공의 물음에 그 앞에 부복한 청성의 도복을 입은 사내가 답했다.

“물건은 확보하였습니다.”

“다행이군. 그나저나 청성에 대한 잠입은?”

“흑면조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덕에 우리의 행사를 청성의 일로 아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일부러 흘린 것인가?”

“눈을 부릅뜨고 찾아 헤매는 것들이 있어서…….”

“어디였나?”

“하오문과 개방이 헐떡대더군요.”

“제대로 풀어주긴 한 것이겠지?”

“눈치채지 못하게 작은 부스러기로 흘렸으니 조각을 맞춰 확신했을 겁니다.”

“괜히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일은 아니고?”

“어차피 흑면조가 해오던 일을 인수받은 상태입니다. 그들이 계획한 일이 많이 진척되었더군요. 그것의 결실을 위해서도 혼란은 필요했습니다.”

“흑면조가 계획했던 일이라면 팔대세가의 일이 틀어지면서 깨어진 걸로 아는데, 아니었던가?”

“교주께서 보내주신 탐밀의 도움으로 그 계획을 조금 수정해보았습니다.”

“탐밀의 도움으로?”

“예. 그들은 팔대세가와 상관없이 구파일방을 흔들어볼 수 있을 거라 말하더군요.”

“너희만으로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탐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탐밀은 검마의 뒤를 캐는 것이 임무인 걸로 아는데, 그들을 전용해서야 되겠나?”

“하나 정도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역시 암전인가? 너희는 싸움에만 특화된 줄 알았더니 그도 아닌 모양이야.”

“자랑 같습니다만, 암전이야 두루두루 다 잘한다고 보셔야겠지요.”

부복한 사내의 답에 봉공의 눈에 작은 살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이 맡았던 적, 흑, 청 세 개조의 실패를 은근히 비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혼이 더럽게 가르쳤군.”

봉공의 힐난에 사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소흥왕과 문정 군주는?”

“암수(暗手) 스물과 암군 이백의 보호하에 소주께 보냈습니다.”

암수란 웃긴 이름의 무사들은 생각보다 위험한 이들이었다.

교주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암혼의 직할대인 그들은 개개인이 싸움의 귀재라는 적면조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실패 이후, 급한 대로 소주의 은혜를 입어 동원한 그들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가고 있었다.

“과연 검마가 움직일까?”

“그의 행적을 보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쾅- 청성과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우리가 청성 도인들로 위장하고 있다곤 하나 그 일로 청성과 충돌하겠나?”

봉공의 의문에 부복한 사내가 말을 이었다.

“그냥 위장이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선 흑면조가 일을 잘해두었더군요.”

수십 년을 걸려 청성에 잠입한 이들도 있고, 감쪽같이 바꿔치기한 사람도 있었다.

말이 위장이지, 청성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제자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야… 그런데 청성이 그들을 잘라낼 위험은 없겠나?”

“잘라낼 수 없게 만들어야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청성에서 수색대가 내려왔습니다.”

“수색대?”

“예. 몇몇 청성 문하가 실종되었으니까요.”

지금 봉공의 발아래 엎드려 있는 이도 그 실종으로 분류된 청성의 문하로 위장된 사내였다.

“그래서?”

“그들과 저희가 해우하는 곳을 검마가 덮칠 것입니다.”

“죽을 생각인가?”

“저희는 아니지요. 청성에 무고한 저희를 친 검마를 고해야 하니…….”

“그 말은……?”

“수색대가 저희 대신 죽어준다는 말씀입니다.”

일부러 죽어줄 리 없으니 검마의 손을 빌려 죽이든, 아니면 자신들이 직접 죽여 위장하겠다는 뜻이리라.

“나름 괜찮은 방법 같군.”

“저희나 탐밀도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 시작인가?”

“무당과 소림의 친우들이 도착한 연후에 곧 시작할까 합니다.”

“무당과 소림의 친우?”

“제 본체가 무당과 친분이 두텁더군요. 그래서 불러냈지요.”

“청성에선 실종된 줄 안다면서……?”

“청성이 좀 음흉한 구석이 있지요. 치부는 절대로 타인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하면 다른 구파는 모른다?”

“일방도 모르더군요.”

개방조차 속였다면 지독하게 정보를 통제했다는 것이었다.

“일단 건투를 빌지.”

“감사합니다.”

능글거리는 사내의 등을 봉공은 그대로 밟아 터트리고 싶었다.

그렇게 동상이몽의 사내들이 항주에서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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