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위장(僞裝)-역적? 충신?
호철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그것도 절강에서 광서까지 단 이틀 만에 이동하는 믿지 못할 상황 속에서 말이다.
평야를 가득 메우고 세워진 군영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기가 안창의 군영인 모양이오?”
“군영에 걸린 군기가 광서 순무의 깃발이니 맞을 것입니다.”
“자- 한번 움직여 봅시다.”
“또 날아가는 겁니까?”
움찔거리며 묻는 호철랑에게 고덕이 미소를 지었다.
“왜, 무서운 게요?”
“무, 무섭다기보단 정신이 혼미해서…….”
“크크, 내 이번엔 살살하리다. 살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고덕의 옆구리에 끼어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호철랑은 비명이 터질 것 같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 * *
거듭된 격무 탓에 지쳐서 잠이 들었던 광서성 순무 안창은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 깨운다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흐으으으윽…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로구… 누, 누구냐?”
“네 이름이 안창이야?”
“도, 도대체 뭐하는 자인가?”
“그 자식 시끄럽네… 이름이 안창 맞냐니까?”
지금쯤이면 자신의 고성을 듣고 경비병이 달려 들어왔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비병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은. 그냥 소리만 좀 차단했을 뿐이야.”
고덕의 말에 안창의 안색이 굳어졌다.
“강호인인가?”
“뭐, 대충은……. 그런데 대답 안 해?”
“날 찾아왔으면서 확인이 필요한가?”
“그거야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 그렇지.”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이 된 안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내가 안창일세.”
“그럼 맞게 찾아왔네. 자- 내 잠시 볼일이 있으니 시간 좀 내줍시다.”
“그리 긴 시간을 내줄 순 없을 걸세.”
“왜, 옆 천막에서 술 퍼마시고 있는 애들 때문에?”
고덕의 물음에 안창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지금 거론된 이들은 그를 돕겠다고 나선 강호의 협사들로, 그간 실제로 자신을 찾아왔던 자객들로부터 안위를 지켜 주었던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그냥 조용히 일 좀 보려고 재워놨어. 낼 아침이면 팔팔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묻는 말에나 답해.”
“묻고자 하는 게 뭔가?”
“이거 친위 반정이야?”
앞뒤 다 자르고 묻는 고덕의 물음에 당황한 표정의 안창이 강하게 부정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건 실정을 일삼는 황제를 타도하기 위한 반정이다.”
“그래? 그럼 죽어줘야겠다.”
그 말끝에 다짜고짜 검을 뽑아드는 고덕이 모습에 호철랑이 다급성을 터트렸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 무인.”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겠소. 반정이라면 황제의 밀지대로 그냥 목만 달랑 베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글쎄, 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지요. 제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참 내, 그럴 게 뭐 있다고…….”
말은 그리했지만 검을 거두는 고덕의 행동에 가슴을 쓸어내린 호철랑이 안창에게 공손히 읍을 해 보였다.
“소흥 왕부의 판관 호철랑이 광서 순무 안 대인을 뵈오이다.”
“소흥 왕부?”
“예.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습니다.”
“하면, 저자는?”
“폐하의 밀명을 받은 밀명 사자입지요.”
“밀명 사자?”
“예. 뭐, 조금 헛갈리는 밀명이긴 하지만 밀명 사자인 건 분명합니다.”
호철랑의 말에 안창이 고덕에게 물었다.
“이 말이 사실인가?”
“사실이 아니면 어쩔 거고, 사실이면 어쩔 건데?”
“고, 고 무인… 어찌 자꾸 그러십니까?”
“쳇, 병사들은 죄다 죽을 고생이더만, 이놈만 피둥피둥하니 혈색이 좋잖소. 내 이런 놈치고 제대로 된 놈을 보지 못했소이다. 관부의 기록은 믿을 것이 별로 없다더니, 그 말을 내 오늘 실감하고 있소.”
“옛말에 이르기를 겉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대화를 조금 더 나누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니, 진지하게 임해주십시오.”
호철랑의 부탁에 마지못한 표정의 고덕이 답했다.
“밀명 사잔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서찰은 받았다.”
품에서 꺼낸 밀지를 툭하니 던져 놓는 고덕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린 안창이 밀지를 펼쳐 들었다.
약속 이행, 척살 반적
네 글자 밑에 놓인 황제의 수결을 확인한 안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밀지가 맞구려.”
“하시는 말씀으로 보아 안 대인도 밀지를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호철랑의 말에 안창이 품에서 곱게 접어놓은 밀지를 내놓았다.
거병 위난, 충신 역신
네 글자가 적힌 밀지를 슬쩍 건너 읽은 고덕이 투덜거렸다.
“아주 재미 들었구만. 저게 무슨 말이라고…….”
고덕의 투덜거림에 슬쩍 미소를 지은 호철랑이 안창에게 물었다.
“이 밀지를 받고 거병하신 것이군요.”
“그렇소. 황상께선 내게 병사를 일으켜 거짓으로 역신의 난을 벌여 저 무도한 역적 무리들을 처단하라 명하신 거요.”
“글로 봐선 그리 해석될 수도 있겠군요.”
“솔직히 나도 그 밀지를 받고 어찌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었소. 폐하께서 원하시는 일이 정확히 뭔지 몰랐으니 말이오.”
“한데도 비슷한 형식의 밀지가 고 무인에게 전해진 것을 보면 안 대인께서 잘하고 계시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렇다면 다행이오만…….”
“이제 문제는 고 무인에게 내려진 밀명의 의미를 찾는 것이겠군요.”
“밀명대로라면 날 제거하라는 뜻이 아니겠소?”
“그렇긴 합니다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걸립니다.”
“혹여 내 목으로 명분을 삼으실 일이 있는 것이 아니겠소?”
“지금의 상황에서 안 대인의 목으로 살 수 있는 명분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면, 호 판관은 이 밀지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게요?”
“전 안 대인의 밀지도 그렇고 고 무인의 이 밀지도 그렇고, 황상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상의 입장?”
“예. 일단 안 대인에게 밀지를 보낼 당시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강성한 왕부들을 제거할 명분도, 힘도 없었습니다.”
“해서 내게 그 임무를 내렸다?”
“그렇지요. 그런데 지금의 밀지는 조금 다른 입장에서 쓰신 겁니다.”
“어떤……?”
“금사 왕부가 정리되면서 다른 왕부들의 위기감이 고조되었을 것이란 부분을 유심히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안창의 물음에 호철랑이 설명을 이었다.
“아마도 왕야들이 황상께 자객을 보내라는 압력을 넣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자객이라…….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방비는 세우고 있었소이다.”
안창의 말에 고덕이 콧방귀를 뀌었다.
“허, 퍽이나…….”
“흠흠… 그대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는 모르겠으나 그간 왕야들이 보낸 십여 명의 자객을 모조리 저지한 이들이오. 그 자객 중엔 초절정에 이르렀다는 강호의 고수도 있었다 하니, 그들의 노고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게요.”
초절정을 막아냈다는 이들의 능력이 절정과 초절정 사이에 머물고 있었으니 거짓은 아니리라.
하지만 제하이십사강은 차치하고 초극의 초입에 턱걸이만 한 이가 투입돼도 지금 수혈이 짚여 잠이 든 이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그래도 고덕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훌륭한 이들을 곁에 두셨군요. 하지만 이번에 보내는 자객은 저들로서 막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겠지요.”
“황실이 움직일 수 있는 자객엔 한계가 있기 나름이요. 강호에서 이름 높은 고수가 관부의 일에 나설 리도 만무하고 보면…….”
“글쎄요. 솔직히 찾자면 관부에 연을 두고 있는 고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누굴 말하는 게요?”
“가장 걱정스러운 이는 바로 창군(槍君)입니다.”
“창군?”
“관부엔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호에선 꽤나 유명한 이입니다. 고 무인도 아시겠지요?”
“제하이십사강으로 꼽히는 녀석이니 모를 수 없겠지요. 창 하나는 기가 막히게 다루는 놈이라오.”
“어째 안면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그놈의 부친 때문에 안면이 있소.”
과거 교주의 부탁으로 화경에 막 올라섰던 창왕 묵상의 목을 베러 찾아갔다 맺은 인연이었다.
고덕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호철랑이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하기론 바로 그 창군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가 그리 강하오?”
안창의 물음에 호철랑의 시선이 고덕에게 향했다.
고덕도 강호인이니 조금 더 정확한 설명을 안창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에 고덕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뭐, 잠들어 있는 놈들 정도는 식전 운동거리도 안 될 거야.”
고덕의 신랄한 평가에 안색을 굳힌 안창이 물었다.
“그가 황실과 연이 있소?”
“황실보다는 장안 왕부와 연이 깊지요.”
장안 왕부는 섬서성에 자리를 잡은 황제의 숙부다.
“장안 왕부와?”
“예. 그의 선친이 그곳에서 잠시 군문에 의탁한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면 이번에도 장안 왕부가…….”
“사람은 장안 왕부가, 명은 황상께서 내렸겠지요. 아마도 창군이 황상의 명을 요구했을 겁니다.”
“장안 왕부와 연까지 있다는 그가 황상의 명을 원한 이유가 있겠소?”
“아마도 관부의 일에 끼어들기는 싫으니 명분을 찾은 것이겠지요.”
“하면, 황상께선 그 일련의 과정에서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저 고 무인이라는 자를 보내 대비를 한 것이다?”
“제 추측은 그렇습니다.”
호철랑의 말에 안창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뜻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면 그것을 어찌 구별한단 말이오?”
“보름입니다. 밀지가 내려진 시간을 가늠하면 모두 합해 한 달. 지금으로부터 보름 이내에 창군이 오지 않는다면 황상은 정말로 안 대인의 목을 원하는 것이겠지요.”
“흠…….”
그 말에 침음을 흘리는 안창과 달리 고덕은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보고 이곳에서 보름을 머물란 소리요?”
“그 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오?”
“그야…….”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호철랑을 바라보며 고덕은 그냥 베어버리고 가는 건데, 라고 중얼거려 안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어쩌면 죽고 죽어야 할 자들의 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 *
고립된 상태에서 거병한 탓인지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안창의 반군 병사들은 멀건 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창만은 매일 고기와 밥으로 배부르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덕이 비난을 퍼부었다.
“위난? 위난은 무슨……. 다 제 배 속 부르고자 한 거라니까.”
고덕의 비난에 안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인면수심의 역당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사들의 배고픔을 외면하고 배부르게 먹는 것이었습니다.”
안창의 말에 호철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보란 듯이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군요.”
“그래야 날 살피는 이들의 눈을 속일 테니 말이오.”
“하면 그들의 눈은 속일 수 있겠지만, 병사들의 동요는 어찌 다스리십니까?”
호철랑의 물음에 안창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저 병사들의 믿음에 기댈 뿐이오.”
대단한 자신감이다.
반란이라는 중압감도 엄청날 텐데, 인면수심의 인물로 소문이 나는 것도 병사들이 이겨 내리라 믿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간 안창이라는 관리가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어떤 이로 비춰져 왔는가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고덕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쳇, 말은 좋네.”
먹다 만 닭다리를 식탁에 던져 놓은 고덕이 자리를 뜨자, 양해를 얻은 호철랑이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고 무인, 같이 가요.”
“왜 따라오는 게요?”
“이곳에서 제가 믿을 사람이 고 무인뿐이니 어쩔 수 없지요.”
“참 나, 안창이 만고의 충신이라 말한 건 바로 호 판관이오.”
“그야 제 추측일 뿐이지요.”
빙글거리며 답하는 호철랑의 흘겨봐준 고덕이 툭하니 뱉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관두고, 따라온 이유나 대시오.”
“하하하, 고 무인의 심안이 날로 발전하나 봅니다.”
“심안은 무슨……. 팔자에도 없는 눈치를 보다 보니 는 모양이오.”
“하하하, 뭐가 되었든 묻지 않고도 상대의 의중을 알 수 있다니 좋은 일이 아닙니까?”
“됐으니 하고픈 말이나 하시오.”
고덕의 퉁명에 호철랑이 그 옆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부러우신 겁니까?”
“누, 누가 부럽다고…….”
왠지 당황하는 고덕의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 호철랑이 말을 이었다.
“각자의 길이 다른 겁니다. 안 대인은 사람을 다루는 일로 정진한 사람이고, 고 무인은 검으로 매진한 사람이지요. 서로의 길에서 상대의 능력을 연모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랍니다.”
“험험, 누가 부러워한다고 자꾸 그러는 게요?”
“예예.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럼 물음을 바꿀까요? 왜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원하시는 겁니까?”
호철랑의 물음에 잠시 말이 없던 고덕이 그 옆에 앉으며 답했다.
“강호엔 마교라 불리는 곳이 있소.”
“당사자들은 천마신교나 신교라 부르는 곳을 말씀하시는군요.”
“맞소. 그곳엔 무 하나에 미친 작자들이 바글바글 모여 산다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가정도 재물도 탐하지 않고 오로지 강함만을 추구하는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호철랑의 아는 척에 고덕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생각 외로 많은 걸 아는구려.”
“판관이란 직업이 귀가 커지는 일이라서요.”
“크크, 귀가 커지는 직업이라……. 하긴 송사를 해결하자면 많은 것을 듣고 알아야 하긴 하겠소이다.”
“그런 셈이지요.”
“나도 그런 능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소.”
“그들의 생을 바꾸고 싶으신 겁니까?”
“글쎄,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또 다른 것도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다고나 할까? 뭐 그런 거요.”
“다른 거라면 어떤 걸 알려 주고 싶으신 겁니까?”
“그냥 작은 것들이오. 가족들이 겪는 소소한 일상, 누군가를 사랑하며 알아가는 설렘,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이가 있다는 것 정도…….”
“세상 모두를 알게 하고 싶으신 모양이군요.”
“그게 세상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게요?”
“그럼 세상이 뭐 별거 있겠습니까? 가족과 부대끼며 살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아파하고 설레는 일상, 그저 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 그게 바로 세상이지요.”
“흠… 호 판관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구려.”
“하면 그들을 세상으로 끌어내면 될 일이군요.”
“그건 아니 될 일이오.”
“왜 안 됩니까?”
“야수가 사람 사이에 있으면 사람은 상처를 입소.”
“마교의 이들이 야수란 말씀입니까?”
“그들은 천생이 투사인 이들. 보이는 것은 모두 부수고 꺾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니까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위험한 이들이로군요.”
“그렇소. 그래서 난 그들을 다룰 수 있는 힘이 갖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소.”
“한 사람이 모든 능력을 가질 수는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 탓에 사람은 용병술을 배우고 익히지요.”
“용병술?”
“달리 용인술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을 쓰는 기술이라…….”
“예. 내게 없는 능력을 가진 이를 수하로 두는 것이지요. 난 그 능력을 가진 이만 다루면 되니까요.”
“흠… 용인술이라…….”
깊게 생각에 잠기는 고덕에게 호철랑이 툭하니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말입니다. 고 무인.”
“말씀하시오.”
“누가 그러던데 말입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랍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예.”
자신의 농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고덕의 모습에 호철랑은 그저 빙긋이 미소를 지은 채 기다려 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