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결승(結繩)-매듭을 묶다
황제와의 만남 이후 고덕과 문정 군주 사이엔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한자리에 있게 되어도 말을 나누지 않았고, 가능한 마주칠 일도 만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애를 태우는 건 고덕과 문정 군주가 아니라 우습게도 목려송이었다.
이유는 그날 이후로 부쩍 심해진 고덕의 짜증 때문이었다.
“냄새난다. 나가서 자라.”
“예? 저 발 냄새 안 나는데요?”
“그럼 이 썩는 냄새가 내게서 난단 말이냐?”
고덕의 짜증에 슬며시 나가는 협련을 가리킨 목려송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녀석 냄새입니다. 저는 이미 겪어보시지 않았습니까?”
“시끄러. 네놈도 냄새나니까, 나가!”
“대협……!”
“안 나가? 지금 반항이야?”
“아, 아닙니다. 갑니다. 가요.”
고덕의 눈빛에 서서히 떠오르는 광기를 목격한 목려송이 황급히 방을 나오자, 방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혀 버렸다.
그 문을 바라보며 목려송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야 원, 이러다 제명에 못 죽겠네.”
“저기… 저 발 닦았는데요.”
협련의 말에 목려송의 날카로운 눈빛이 쏟아졌다.
“그래서?”
“저는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호오~ 마음대로. 대신 어디 한 군데 부러져도 날 원망하진 말아.”
목려송과 협련의 관계는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정립되었다.
그것은 협련이 목려송을 선배로 대접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난 대결에서 목려송이 자신보다 실력이 윗줄이라는 걸 확실히 느낀 탓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경지였던 것이다.
“설마 대협이 그러려고요.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인 목려송이 물러나자, 협련이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퍽-
눈앞에서 별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문을 닫은 협련이 자신의 코를 때리고 지나간 물체를 찾았다.
“왕부라 솜 베개를 쓰는 걸 다행으로 알아.”
목려송의 말에 피가 흐르는 코를 부여잡은 협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지금 날아온 게 목침이었다면 코가 깨지는 게 아니라 머리가 날아갔을 것 같은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차가운 물로 코를 식히는 협련의 옆에 쪼그려 앉은 목려송이 물었다.
“그나저나 그 양반은 왜 안 가는 거야?”
“글쎄요. 조만간엔 가시겠죠.”
“정체가 뭐야? 군주마마나 소흥왕 전하가 공대를 하는 걸로 봐선 꽤 높아 보이던데.”
“저도 잘 모릅니다.”
정말 몰라서 모른다 답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하지만, 목려송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 탓이다.
“에이, 빨리 가야지 이게 무슨 짓이람.”
“그런데 원래 저렇게 성질이 고약합니까?”
“누구? 대협?”
“예.”
“크크, 이걸로 그리 말하면 안 되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협이 정말 화난 경우, 본 적 없지?”
“예. 없습니다만…….”
“나중에 내가 튀라는 말을 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야 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협이 정말 화나면 아무도 못 말려. 아마 자신도 못 말리는 모양이더라구.”
“무슨 뜻인지 알아듣게 말씀해주실 순 없습니까?”
“말로 설명이 안 돼서 그래. 그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할 거야.”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러시는 겁니까?”
협련의 물음에 입맛을 다신 목려송이 되물었다.
“자네, 강호에서 단일 문파로 가장 강력한 곳이 어딘 줄 아나?”
“그야 마교가 아닙니까?”
“그렇지. 그 마교조차 감당하지 못할 인사가 바로 대협이네. 그것만 알면 될 걸세.”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 그 말만 해준 목려송이 벽에 기대어 눈을 감자 협련이 물었다.
“정말로 여기서 자는 겁니까?”
“뭐, 자신 있으면 들어가 보던가.”
눈도 뜨지 않은 채 답하는 목려송의 대꾸에 협련이 문을 한 번 흘깃 바라보곤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자지요. 뭐…….”
결국 협련도 목려송 옆에 기대어 앉았다.
“근데 이런 일이 많습니까?”
“아니, 별로…….”
“그럼 제가 재수가 없는 셈이군요.”
“아마도…….”
목려송의 말에 낮게 한숨을 내쉰 협련이 눈을 감았다.
* * *
밤이 깊어가며 부엉이들의 울음소리가 왕부를 나지막이 울리는 가운데 감겨 있던 고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고덕의 신형이 문을 뚫고 내원으로 쏘아졌다.
갑작스런 고덕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목려송과 협련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침입자!”
경악성이 터지기 무섭게 두 사람의 신형도 내원을 향해 쏘아졌다.
황급히 달려온 목려송과 협련이 본 것은 문정 군주의 방문 앞 섬돌에 어린 그림자를 밟고 선 고덕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인가요?”
방안에서 들려오는 문정 군주의 음성에 고덕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예. 한데 이 야밤에 무슨… 설마?”
무엇을 짐작했는지 문정 군주의 음성이 높아지자 고덕이 서둘러 답했다.
“아닙니다. 걱정이 되어서 와봤을 뿐입니다. 주무시지요.”
“정말입니까?”
“예. 편히 주무십시오.”
“알겠습니다.”
문정 군주의 답에 그림자에 손을 담갔던 고덕이 시커먼 것을 끄집어냈다.
“커억.”
그림자 안에서 딸려 나온 것의 귀에 대고 고덕이 속삭였다.
“신음도 흘리지 마라. 조각조각 찢겨 죽기 싫다면 말이야.”
“흐흡.”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검은 물체를 손으로 걷어 올린 고덕이 천천히 자신들의 숙사로 움직이자, 주변에 배치되어있던 무장들이 다가왔다.
“그, 그게 뭡니까?”
“손님.”
고덕의 답에 검은 물체가 자객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무장들과 병사들이 당황성을 토했다.
“그, 그럼!”
“쉿!”
하지만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는 고덕의 행동에 무장들의 술렁거림이 사라졌다.
그렇게 조용해진 내원을 빠져나온 고덕은 자신의 숙사 앞에 도착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그림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퍽-
“크헉!”
비명을 지르다 말고 황급히 입을 막는 검은 물체에게 고덕이 싸늘한 음성을 토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 따라서 피를 볼 일도 없다. 하늘에 감사하고 새롭게 살아라.”
고덕의 말에 협련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섰다.
“서, 설마 놓아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놓아 보내긴 누가? 우린 그냥 놓쳤을 뿐이다.”
“대, 대협!”
“시끄러. 난 시끄러운 게 제일 싫다. 조용히 살자.”
그 말만 남겨 놓은 고덕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못 말린다는 표정의 목려송이 떨어져 나간 문짝을 주워 조심스럽게 문틀에 맞춰 끼워 닫았다.
“뭐해? 안 가고?”
여전히 마당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검은 물체에게 목려송이 던진 말에 협련이 다시 발끈하고 나섰다.
“정말 이대로 보낸단 말입니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용히 해. 대협께 또 줘터지기 싫으면.”
목려송의 말에 힐긋 방문을 바라본 협련이 음성을 낮춰 물었다.
“정말 놓아 보낼 겁니까?”
“그러라 하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이자는 자객입니다.”
“그게 뭐?”
“자객을 놓아 보내다니요? 저자가 나가면 무고한 인명을 또 살상할 겁니다. 아니, 당장 다시 군주님을 노릴 수도 있는 일이 아닙니까?”
“정천맹이 명분이란 편향된 사고를 가졌다던 사람의 말치곤 앞뒤가 안 맞는군.”
“예?”
“그냥 직업이야. 좀 재수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란 말이지.”
“하지만 어디 할 일이 없어 사람을 죽이는 일을…….”
“그건 너나 내 직업이기도 하고, 대협의 직업이기도 해.”
“그게 무슨… 혹시 선배와 대협의 직업이 자객입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 협련의 물음에 목려송이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대협 앞에서 그리 떠들어봐라. 명년 그날이 네 제삿날이니까.”
“그, 그럼 정말로……?”
“미친! 그럼 네놈은 사람을 안 죽였냐?”
“그야 아니죠.”
“그럼 너도 자객이야?”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럼 왜 죽였는데?”
“그야 명분에 어긋남이 없고…….”
“명분은 개뿔이……. 사람 죽이는 데 타당한 명분이 어디에 있어. 다 제 편한 대로 끌어다댄 구실일 뿐이지.”
“그, 그게 어찌… 사람의 목숨을 취하는 일에는 그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열을 내며 설명하는 협련의 말을 목려송이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쳐 막았다.
“됐네. 자네하고 살수에 대한 정의를 두고 말다툼을 할 생각 따윈 없으니.”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되었네. 근데 아직도 안 가고 뭐해? 대협 맘 바뀌기 전에 어서 가.”
목려송의 말에 검은 물체에서 사람의 형상을 되찾은 이가 물었다.
“뉘시오?”
“누구, 나? 아니면 우리 대협?”
“둘 다 말이오.”
“비밀이다.”
“뭐요?”
“비밀! 말뜻을 몰라?”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으니 가봐.”
“정말 놓아주는 거요?”
“그놈 참, 말 많은 거 싫어하는 건 대협만이 아니다. 어서 가라.”
“그럼 정말 가오.”
“그래, 가.”
자신의 말에 몸을 돌리는 자객에게 목려송이 말을 덧붙였다.
“참! 꼬락서니가 살주(殺主)라는 놈 같은데, 가거든 문주에게 말을 전하게.”
“뭐라 전하리까?”
몸도 돌리지 않고 묻는 자객에게 목려송이 말을 이었다.
“다신 오지 말라고 해.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다음에 또 오면 아주 남은 다리 하나까지 박살을 내버릴 생각이라고 말이야.”
목려송의 말에 살주라 불린 자객의 몸이 흠칫거렸다.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할 거야.”
목려송의 경고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살주라 불린 살수의 형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말 저렇게 보내도 되는 겁니까?”
여전히 불만스런 협련의 불퉁거림에 목려송이 방문을 가리켰다.
“꼬우면 가서 따지던가.”
그 한마디에 협련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렸다.
* * *
날이 밝자마자 대장군 이첨이 직접 고덕의 객사로 찾아왔다.
“죄인은 어디에 있소?”
“죄인? 무슨 죄인?”
“고 무인!”
버럭 고함을 지르는 이첨에게 고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놓쳤소.”
“뭐요?”
“애석하게 놓쳤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사실인데 어쩌겠소. 내 말을 못 믿겠거든 저 녀석에게 물어보시오.”
고덕의 손을 따라간 이첨은 멀거니 서 있는 협련과 눈이 마주쳤다.
“험험. 협 시위, 이 말이 사실이오?”
“그, 그게…….”
말을 더듬던 협련의 눈이 고덕의 고리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마, 맞습니다. 도망쳤습니다. 어찌나 빠르던지……. 미처 쫓아보기도 전에 사라졌지 뭡니까.”
협련의 답에 이첨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이첨이 돌아가자, 고덕이 협련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오늘은 방에서 자라.”
“가, 감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격해지는 감정에 협련은 복잡한 신색이었다.
고덕에게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이첨은 그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굴러온 돌에 대한 견제 때문이 아니라 자객에 관한 일을 그리 허술히 처결할 수 없었던 탓이다.
결국 대장군 이첨은 소흥왕을 찾았다.
“자객! 그럼 어젯밤 문정 군주의 처소에 자객이 들었었다는 말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소흥왕 앞에 이첨이 고개를 조아렸다.
“송구하오나 그렇사옵니다. 왕야.”
“문정 군주는? 문정 군주는 어찌 되었는가?”
“문정 군주께선 안전하십니다.”
“안전하다? 그렇다면 자객이 잡혔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하온데…….”
“무엇인가? 속히 고하라!”
소흥왕의 호통에 이첨이 말을 이었다.
“실은 자객을 잡은 것은 고 무인이었사옵니다.”
“고 무인이! 다행이로다. 그래, 자객은 그럼 고 무인의 손에 있다 하던가?”
“그것이… 놓쳤다 하옵니다.”
“놓쳐? 자객을?”
“예, 왕야.”
“어찌 그런 일이!”
“소장도 믿기지 않아 다그쳤으나 협련 시위마저 그리 답하는 터라…….”
“협련마저?”
“예, 왕야.”
이첨의 답에 잠시 생각을 고른 소흥왕이 물었다.
“한데 장군이 이리 달려온 것은 그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질시라 의심될 수도 있겠사오나 솔직히 그러하옵니다.”
“흠… 여봐라.”
소흥왕의 부름에 시종이 대령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가서 고 무인을 들라 하라.”
“명을 받습니다, 전하.”
복명한 시종이 나가자 소흥왕은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려는 까닭이었다.
잠시 후 고덕이 들어서자 소흥왕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간밤엔 노고가 컸네.”
“맡은 일이오니 노고랄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 덕에 문정 군주가 무사하니 치하하지 않을 수 없네.”
소흥왕의 거듭된 칭찬에 고덕이 가볍게 포권을 취하자 소흥왕의 물음이 바뀌었다.
“그건 그렇고… 자객을 놓쳤다고?”
“예.”
“정말로 놓친 겐가? 아니면……?”
“놓아주었느냐고 물으시는 겁니까?”
“그러하네.”
소흥왕의 답에 고덕이 물었다.
“놓아주었다면 왜 그리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그걸 몰라 불렀네.”
“제가 자객과 한패라면 굳이 자객을 잡았다 놓아줄 필요는 없겠지요.”
“그야…….”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한 가지뿐이 아니겠습니까?”
고덕의 말에 소흥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저는 관인이 아니라 다른 것은 잘 모릅니다. 단지 소란스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것이 낫다는 것을 알 뿐이지요.”
“그야 이를 말인가. 하나, 그 소란이 멈출 기색이 없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것이야 소란의 원인을 다스리지 못한 자의 책임이 아니겠습니까?”
고덕의 말에 소흥왕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달리 더 물으실 것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소흥왕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문정 군주의 곁에 오래 있을 생각인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면, 조용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네.”
“결심이 서셨다면 굳이 제가 아니라도 소란은 잠재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손에 가족의 피를 묻히란 말인가?”
“모든 것을 지켜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버릴 것이라면 매듭을 묶은 자가 그 매듭을 잘라내는 것이 옳겠지요.”
고덕의 말에 소흥왕의 시선이 아무 소리도 못하고 서 있던 이첨에게 향했다.
“내가 장군에게 명을 내린다면 따를 수 있겠는가?”
“소장을 참하시고, 안 지휘동지에게 명하소서.”
“나조차 알면서 방관한 일. 장군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네. 다만 그 일을 해줄 수 있는 가만을 물을 뿐일세.”
“전하…….”
풀썩 주저앉은 이첨의 고개가 바닥으로 숙여졌다.
자객의 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할 수 있겠는가?”
“전하…….”
다시금 전하만 부르는 이첨에게 소흥왕이 명했다.
“죄인들을 조용히 참하고 그 시신을… 개에게 내주게.”
“전하… 흐흑흑…….”
결국 노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소흥왕은 천장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소흥왕비와 장군부의 지휘첨사 이인성이 조용히 사라졌다.
사람이 사라졌지만 소흥 왕부는 조용했다. 실종된 이를 찾으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황에 일부 관리들과 시종들이 수군거렸지만, 다행히도 함부로 말을 밖으로 옮기는 이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