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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14/129)

제13장. 누명(陋名)-부러운 억울함

연화가 고덕에 의해 구출된 지 한 달. 고덕의 일상은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일어나 고길, 왕팔과 함께 일하러 밭에 나가고 오후면 돌아왔다.

여전히 강호와는 담을 쌓았고, 농부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건 뭐예요?”

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화의 질문에 답해주어야 하고 그녀와 함께 잔다는 것이었다.

물론 매일 밤 옷을 입고 잠들어서 옷을 벗고 깨어나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특이한 건 웬일로 고덕이 그 원인을 밝히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낫.”

“뭐에 쓰는 건데요?”

“벼를 벨 때 써.”

“벼면 그 쌀 나무, 아니 쌀 풀이요?”

“그래.”

“언제 벨 거예요?”

“낼.”

“서방님도 갈 거예요?”

“응.”

“저도 가서 구경해도 돼요?”

“마음대로.”

“고마워요.”

“고마운 것도 셌다. 그게 고맙게.”

“기억도 없는 나, 받아줘서요.”

연화의 말에 낫을 손질하던 고덕의 손길이 멈추었다.

“설마…….”

고덕의 시선에 연화의 고개가 저어졌다.

“아니,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난 또.”

다시 낫을 손질하는 고덕을 바라보던 연화가 물었다.

“서방님은 나 사랑하지 않죠?”

“그건 왜?”

낫을 손질하며 고개도 들지 않는 고덕의 물음에 연화가 말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싱겁긴.”

“그런데 난 서방님이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사랑해요. 알아요?”

“그놈의 사랑 타령은…….”

여전히 무심한 고덕을 바라보는 연화의 눈빛은 슬퍼 보였다.

“그럼 점심 준비할게요. 형님 혼자 힘드니까요.”

“그래.”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는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덕의 시선이 너무나 부드럽다는 걸 연화는 알지 못했다.

점심을 먹으며 고길이 말했다.

“저자에 좀 나가봐야겠다. 덕이도 함께 가자꾸나.”

“저자엔 왜?”

“어제 뽑아놓은 무를 채소 가게에 팔고, 겨울 배추 씨를 좀 사와야겠다.”

“무 뽑은 자리에 다시 배추를 심는 거요?”

“그래. 복건의 겨울 배추는 나름 유명해서 잘 팔리니까, 보름 전에 완전히 뽑아낸 배추밭하고 같이 뿌릴 생각이다.”

“알았수.”

고덕의 답에 연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아주버니,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제수씨도 함께 갑시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자타 공인 고덕의 아내로 자리를 잡은 연화였던 탓에 호칭이 변해 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덕이도 함께 가는 걸요.”

고길의 웃음에 유 씨가 거들고 나섰다.

“도련님께 맛난 거 많이 사달라고 해, 동서. 예쁜 것도 많이 사달라고 하고.”

무심히 밥만 먹고 있는 고덕을 일별한 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점심상을 물리자 고길과 고덕, 그리고 연화는 저잣거리로 나갔다.

수레에 싣고 온 배추를 고길이 평소에 거래하던 채소 가게에 넘기고 배추 씨를 사는 동안, 저잣거리의 좌판 하나에 걸음을 멈춘 연화가 넋을 잃고 있었다.

“뭐해. 일 다 끝났으니 어서 가자.”

부르러 온 고덕의 팔을 잡은 연화가 물었다.

“예쁘죠?”

연화가 바라보던 나비 문양의 머리 장식을 힐긋 바라본 고덕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이 장식은 무슨……. 가자.”

팔을 끄는 고덕에 의해 걸음을 옮기면서도 연화는 연신 뒤를 바라보았다.

“좀 사주지 그러냐?”

그게 안쓰러웠는지 고길이 타박하자 고덕이 고개를 저었다.

“저걸 사서 언제 써. 더구나 저자에 챙겨 입고 나갈 옷도 없는데.”

“옷도 사주면 되지.”

“차려입고 나올 일이 뭐가 있다고. 형은…….”

고덕의 답에 고길이 말했다.

“돈 때문이면 걱정 말고.”

“돈은 나도 있어. 그런 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처지에서 괜한 사치가 아니냔 말이야.”

“겨우 머리 장식 하나에 무슨 사치씩이나…….”

“됐어. 필요한 거 다 샀으면 어서 가자구. 형수가 기다리겠어.”

고덕의 성화에 떠밀린 고길이 수레를 잡아끌며 움직였다.

그렇게 멀어져 가는 동안 연화의 시선은 계속 뒤를 흘끔거렸다.

* * *

다음 날, 벼 베는 것을 구경 나온 연화는 낫을 대자마자 잘려 나가는 벼들의 모습을 신기해했다.

“저도 해봐도 돼요?”

“쉬운 일 아니야. 저리 가서 구경이나 해.”

고덕의 면박에 어제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고길이 연화를 불렀다.

“이리 오세요, 제수씨. 내 알려 주리다.”

고길의 말에 슬쩍 고덕의 눈치를 살핀 연화는 그가 아무 말 없자 재빨리 고길에게 다가갔다.

“자- 이렇게 낫을 오른손으로 잡고, 벼는 이렇게 왼손으로 잡아서 이렇게. 보셨어요?”

“예, 아주버니.”

“다시 한 번, 이렇게 잡고, 이렇게 베고. 어떻게, 한번 해보실래요?”

“예.”

반색을 하는 연화에게 낫을 내준 고길이 물러나자 대신 들어선 연화가 어색한 품새로 벼를 베었다.

“잘하시네요. 베어낸 벼는 그곳에 그냥 내려놓고 다음 걸 베면 됩니다. 제수씨.”

고길의 말에 벼를 베어가는 연화의 손길이 이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고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아내 유 씨가 지어준 이름처럼 연꽃같이 곱고 마음씨 착한 여인을 동생이 얻게 된 것이 흡족했던 것이다.

“아야!”

흐뭇하게 바라보던 고길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어이쿠, 제수씨!”

연화의 비명과 고길의 경악성에 고덕의 신형이 바람처럼 다가왔다.

“왜? 이런, 그러게 왜 설쳐서는! 이리 줘봐.”

낫에 벤 손을 잡아 입으로 피를 빨아내 쇠독을 빼내는 고덕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연화의 눈길이 부드러웠다. 언젠가 고덕이 연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눈빛처럼…….

한참 피를 빨아낸 고덕은 손 주변의 혈도를 눌러 지혈시키고, 버릇처럼 가지고 다니던 금창약을 품에서 꺼내 상처에 발랐다.

부우우욱-

가능한 깨끗한 속옷을 찢어내 상처를 싸매는 고덕을 바라보며 연화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요.”

“안 고마워도 되니까 사고 좀 치지 말고 저기서 얌전히 보고만 있어.”

화를 내며 자신을 논 밖으로 데리고 나온 고덕에게 연화는 특유의 배시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알았어요. 나도 당신 사랑해요.”

“사랑은 개뿔이…….”

투덜거리며 다시 벼를 베러 들어가는 고덕을 바라보는 연화의 눈빛이 슬퍼 보였다.

한참 들에서 이른 참을 먹던 고길이 말했다.

“이런, 쟁기를 대장간에 맡겨 두고 찾아오지 않았구나. 오후에 배추 씨를 뿌리려면 필요한데 팔이가 좀 다녀올래?”

“그러…….”

“아니, 내가 갈게.”

“덕이 네가?”

“응. 볼일도 좀 있고.”

“그럼 그러지 뭐.”

고길의 말에 연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도 가도 돼요?”

연화의 물음에 안 된다고 하려는 고덕을 앞질러 고길이 답했다.

“잘됐네요. 함께 가셔서 의원에 상처 좀 보이고 오세요. 낫에 의한 상처라 잘못하면 흉이 남습니다.”

고길의 말에 고덕이 입을 다물었다.

“가도 돼요?”

그런 자신에게 다시 묻는 연화에게 고덕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요.”

밝게 웃는 연화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참을 먹고 집에 들러 돈을 챙겨 바로 길을 나선 고덕과 연화는 얼마 안 돼 저잣거리에 도착했다.

“내 잠깐 사갈 게 있으니까 먼저 의원으로 가.”

“뭐 사려고요?”

“알 거 없어. 어서 먼저 가.”

느닷없이 화를 내는 고덕의 말에 풀이 죽은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전에 갔던 안 의원으로 가면 되죠?”

“그래. 금세 따라갈 테니까.”

“알았어요. 금방 와야 해요.”

“알았어.”

고덕의 답에 걸음을 옮기던 연화가 불안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정말 빨리 올 거죠?”

“알았다니까.”

“약속해요. 빨리 오겠다고.”

“약속은 개뿔. 알았어. 빨리 가기나 해.”

고덕의 확답에 연화가 골목을 돌아 사라지자 고덕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거 얼마요?”

“은자 닷 냥입니다.”

“주시오.”

돈 한 푼 깎지 않고 사는 고덕에게 나비 문양 머리 장식을 넘긴 상인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머리 장식을 든 고덕이 옷 가게에 들어섰다.

“이 장식에 잘 어울릴 만한 옷 좀 주시오.”

“애인인가요?”

점원의 물음에 잠시 생각해보던 고덕이 고개를 저었다.

“내 아내요.”

“아! 부인이 좋아하시겠네요. 이 색은 어떠세요. 나비 장식이 금색이라 이렇게 붉은색 옷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점원이 추천한 옷은 선이 고운 성장(盛裝)이었다.

“그거로 주시오.”

“예. 참, 신발은 있으신가요?”

“신?”

생각해보니 연화는 옷도 신도 다 형수가 입고 신던 걸 얻어 입고 신었다.

“예. 이 옷에 어울리는 예쁜 당혜(唐鞋)가 있는데…….”

말을 하며 들어 보이는 신발은 옷처럼 붉은색의 아름다운 당혜였다.

“그것도 주시오.”

“그런데 옷도 그렇고 이 신발도 조금 비싼데 괜찮으시겠어요?”

“돈은 상관없소. 좋아하기만 하면 되니까.”

고덕의 말에 점원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덕의 차림이 농부의 것이라 너무 비싼 옷들을 권해준 게 아닌가 걱정이 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점원이 꾸려 준 포장을 들고 옷 가게를 나선 고덕은 이것들을 받고 좋아할 연화의 모습을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여자를 대하는 게 서툴러서 항상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 못하는 고덕이었기에 웬만하면 연화가 바라는 것은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하필 어제는 깜빡 잊고 돈을 놓고 나갔던 탓에 선선히 사주지 못했다.

더구나 형이 돈을 빌려 준다는 말까지 하자 더욱 민망하고 미안해서 화만 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다시 나올 셈으로 형이 쟁기를 찾아가지 않는 걸 알면서도 알려 주지 않았었다.

안 의원으로 들어온 고덕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의생이 다가와 물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저기, 낫에 베인 상처 때문에 이십대 초반의 여자가 한 명이 오지 않았소?”

“아! 그분이라면 의원님과 이야기 중이십니다.”

“알았소.”

의생의 말에 진료실로 들어서는 고덕을 의원이 맞았다.

“그때 그분이시구려. 지금 보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소이다.”

“다행이구려. 그래, 정신이 돌아올 가능성은 아직이오?”

“일전에도 설명드렸지만 이게 언제 돌아온다는 장담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서…….”

“알았소. 상처는 보았소?”

고덕의 물음에 연화가 의원 대신에 답을 했다.

“상처는 잘 아물 것 같대요. 처음에 쓴 금창약이 효과가 좋은 거라서 그렇다네요.”

씽긋 웃는 연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고덕이 의원에게 물었다.

“달리 필요한 치료가 있소?”

“다른 것은 없소이다. 대신 며칠간은 손에 물을 묻히지 않는 것이 흉을 지지 않게 할 거외다.”

의원의 말에 돈을 치른 고덕은 연화를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그건 뭐예요?”

“집에 가면 알아.”

“누구 줄 건데요?”

“그것도 집에 가면 알아.”

“아주버니 거예요?”

“가보면 안다니까.”

일관된 고덕의 대답에 더 이상 물어야 소용없다는 것을 안 연화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연화는 한마디도 더 묻지 않았다.

화가 났다는 표시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고덕으로서는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저희 왔어요.”

집에 들어선 연화의 음성에 부엌에서 유 씨가 나왔다.

“잘 갔다 왔어? 의원은 뭐라 하고?”

“처음에 쓴 금창약이 좋아서 잘 아물 것 같대요.”

연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덕이 끼어들었다.

“며칠간 물을 묻히지 않으면 흉도 지지 않을 것 같답니다.”

고덕의 말에 유 씨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당분간 부엌에 들이지 않을게요. 도련님.”

“험험… 죄송합니다.”

무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고덕을 바라보며 유 씨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예요?”

유 씨의 물음에 고덕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연화에게 생각을 빼앗겨 그만 형수나 형에게 줄 선물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자각한 탓이다.

“혹시 동서 선물이에요?”

“그, 그게… 죄송합니다. 다음엔 형수님 것도 챙기겠습니다.”

“정말이죠?”

웃음을 달고 묻는 형수의 말에 고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약속드립니다.”

“호호, 그럼 됐어요. 어디, 뭔지 한번 봐요.”

유 씨의 성화에 연화가 고덕에게 물었다.

“정말 내 거예요?”

“응.”

“뭐, 뭔데요?”

다소 당황한 것도 같고, 기쁘기도 한 것 같은 묘한 표정의 연화에게 고덕이 아무 말도 없이 종이에 싸인 옷을 넘겨주었다.

“어서 풀어봐야지.”

유 씨의 재촉에 툇마루에 앉아 종이를 풀자 붉은색의 화려한 성장이 드러났다.

“어머, 고와라…….”

유 씨의 탄성에 연화도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어! 이건… 이것도 제 거예요?”

당혜를 들고 묻는 연화에게 고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하고 잘 어울린다고 해서…….”

자신의 말에 당혜를 가슴에 품고 좋아하는 연화의 모습에 고덕의 입가에 빙긋이 미소가 그려졌다.

“어서 입어봐야지, 동서.”

“지금이요?”

“그럼, 도련님이 저렇게 기다리잖아.”

자신의 말에 객쩍게 웃는 고덕을 바라보던 연화를 이끈 유 씨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유 씨가 먼저 나왔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도련님.”

유 씨의 말이 끝나자 방에서 연화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점점 드러나는 연화의 모습에 고덕의 눈이 커졌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성장으로 단정히 꾸민 연화의 미모는 경국지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예쁘죠?”

유 씨의 물음에 고덕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고덕의 반응에 연화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이에요?”

“응, 정말 예뻐.”

고덕의 답에 환하게 웃는 연화의 미소가 찬란하게 빛났다.

그런 연화를 바라보던 고덕이 주머니에서 머리 장식을 꺼내 건넸다.

“이, 이건!”

“어제도 사주고 싶었었는데 돈을 안 가지고 갔었어.”

고덕의 말에 연화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랬었군요… 난 그것도 모르고……. 이거 서방님이 해줘요.”

“내가?”

“예.”

연화의 답에 고덕은 머리 장식을 받아 어색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어때요, 예뻐요?”

“응, 잘 어울려.”

고덕의 답에 연화가 그에게 안겨 들었다.

“고마워요.”

“고마울 것도 많다.”

“사랑해요.”

“나… 도.”

고덕의 답에 놀란 연화가 팔을 풀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다시 말해봐요.”

“뭘?”

“방금 했던 말이요.”

“고마울 것도 많다는 거?”

“아니, 그거 말고요.”

“험험, 그럼 뭐…….”

“사랑한다고 말한 거죠?”

“그, 그거야… 험험. 그래, 사랑해.”

고덕의 말에 연화가 그를 깊게 끌어안았다.

“정말 사랑해요. 당신을 정말 많이요.”

“나도…….”

그렇게 깊게 포옹하고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유 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뒤, 고길과 왕팔이 밭에서 돌아올 때까지 옷을 벗지 않은 연화로 인해 집은 다시 한 번 찬탄으로 가득 찼다.

“우와!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모님.”

고덕을 사부로 생각하던 왕팔이 연화를 부르는 호칭은 사모(師母)였다.

“정말이요?”

“예. 사모님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처음 봅니다.”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그리 말해도 될 만큼 연화의 미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팔이 말대로 정말 아름답군요, 제수씨.”

고길의 칭찬에 볼을 발갛게 물들인 연화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주버니.”

그렇게 즐거운 저녁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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