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타천천이 하려던 것
개원에게 돌아갈 마음은 없었지만, 여기서 난데없이 개원이 이름을 꺼내자 몹시 수상쩍다.
“무슨 소리야?”
뚫어져라 노려보자, 타천천은 “아차.” 하고 놀란 척 자기 입을 두드렸다.
“말실수를 했네. 못 들은 거로 쳐, 녕녕.”
저걸 말이라고 하나. 험상궂은 표정으로 녀석의 멱살을 틀어쥐자, 사방에서 살기가 쏘아졌다.
아무리 타천천이 아유정을 이용해 ‘천년비’를 사하비단의 상징처럼 만들어두었다 해도, 어쨌든 이곳의 단주는 타천천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타천천의 멱살을 잡고 노려보자, 타천천이 항복하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슬픈 척 말했다.
“별거 없으니 화내지 마, 녕녕. 오랜만에 돌아왔잖아. 첫날부터 싸워야겠어?”
“네가 똑바로 말하면 싸울 일 없어.”
물론 대답 여하에 따라 널 패대기는 칠 수 있겠지. 눈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아마 나는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있을 거다.
기가 질린 건지 타천천도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알았어, 알려줄게. 알려주면 되잖아. 멱살부터 놓아줘.”
“말부터 해.”
“녕녕, 너랑 이러고 있으니 내가 너무 좋아서 그래. 감당이 안 돼서…… 내가 뭔 짓을 할지 모르겠어서.”
이미 충분히 온갖 짓을 다 하고 다니잖아, 생각하다가 그는 지금 내 몸을 조종할 수도 있단 걸 떠올리고서 멱살을 놓아주었다.
“잘 생각했어, 녕녕. 나는 네가 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구애하게 할 수도 있거든.”
뭐야 저거. 내가 떡돌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막 던지는 말인 거야?
심각하게 쳐다보자, 타천천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다가 반달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별거 안 했어. 그냥, 개원한테 네 영혼을 불러오기 전 상태를 보여줬어.”
“그 상태가 무슨 상태인데? 아유정이 있는 상태?”
그런 거라면 이미 보지 않았나? 뜬금없는 말에 영 미심쩍게 쳐다보자, 타천천의 입꼬리가 야비하게 올라갔다.
“아유정의 영혼도 없는 상태.”
“!”
“몇 가지 자극이 될 만한 말도 좀 들려줬지.”
“자극될 말이라니……?”
“네 몸을 죽인 게 그자의 형제란 거?”
“!”
“아유정이 다른 영혼이긴 하지만 네 ‘몸’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상태였는데, 개원이 그녀를 오해하고 추궁하는 바람에 네 ‘몸’이 괴로워해서 아유정을 뱉어낸 거?”
“뱉어내다니? 아유정은 자기가 그냥 나간 거라 안 했어? 아유정이 혼령술까지 직접 써줬다며?”
“어느 쪽일까?”
타천천은 씩 웃고서 놀리듯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서 자기를 노려보자, 다시 허리를 펴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 정도로 얘기한 게 전부야.”
“그게 끝이라고?”
“뭐, 그자 때문에 천년비의 ‘몸’이 또 죽었단 말도 좀 하고. 여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천년비 영혼까지 사라져서 행방불명 상태란 말도 좀 하고. 그가 천년비를 세 번 죽인 거나 마찬가지란 말도 하고.”
내가 냥빈으로 있을 때 벌어진 일인가! 타천천의 황당한 말에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자니, 그가 태연자약하게 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사실도 아니잖아! 개원은? 개원은 어딨어?”
“충격받아서 떠났어. 아예 어디 먼 데로 가는 거 같던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타천천의 뺨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내가 개원과 문제가 생긴 건 맞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내 선택이어야 했다.
그 사이에서 타천천이 저딴 식으로 구는 건 싫었다.
타천천의 뺨을 때리자 주위에서 나를 경계하던 이들이 내 쪽으로 더 위협적으로 다가섰지만, 나는 주먹을 풀지 않은 채 타천천을 계속 노려보았다.
“됐습니다. 너희들이 열 명, 스무 명 덤벼도 못 이길 상대이니 검에 힘 빼고 손잡이 놓고 다들 물러나요.”
이 와중에 홀로 태연한 건 타천천뿐이었다.
그는 나를 경계하는 부하들에게 그렇게 지시하고서, 조금 전 말다툼 따위는 없던 것처럼 물었다.
“하고 싶던 일 없어, 녕녕? 그런 거 있으면 나랑 해. 꼭 그자일 필요는 없잖아? 황제일 필요도.”
“…….”
* * *
이런 몸으로는 떡돌이를 보러 갈 수 없겠지.
내가 머무는 방에 돌아와 손바닥을 펴들고서 허공을 향해 칼처럼 휘둘러 보았다.
손을 휘두르는데 거기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도 들려온다.
옆의 벽을 한번 내리쳐 볼까 하다가, 부서질까 봐 관두었다.
한숨을 내쉬고서 나는 다시 얌전히 팔을 몸뚱이 옆에 두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떡돌이 옆에도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생판 남인 내가, 심지어 후궁도 아니고 궁인도 아닌 내가 난데없이 계란이를 보러 가면…… 그것도 이상하겠지.
난 악적으로 이름이 났으니, 사람들은 악적이 하나뿐인 소중한 황가의 아기씨를 죽이려 드는 게 아니냐고 수군거릴 거야.
개원……. 떡돌이와 잘 지내고서부터 그리 생각하지 않게 된 개원 역시도 막상 타천천의 계략에 넘어가 멀리 떠났단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심란하다.
개원이 뭔가를 오해할 만큼 아유정과 가까이 지낸 것도 처음 듣고.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억지로 눈을 감았다.
* * *
다시 눈을 뜬 건 내 방 근처에서 풀 밟는 소리가 들려서였다.
나는 멍하게 허공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 그쪽을 보았다.
멀뚱히 가만히 있으려니, 풀을 밟은 사람이 조심스레 창문을 두드렸다.
“천 소저. 천 소저.”
그러고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사자 친왕?’
사자 친왕이 여기 왔다고? 나는 얼른 달려가 문을 열었다. 고개를 내밀고 보니, 정말 창문 앞에 사자 친왕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전하? 전하가 여긴 왜 있어요?”
그걸 보고 놀라 묻자, 사자 친왕은 얼른 내 쪽으로 오더니, 방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으라 재촉했다.
“빨리. 서둘러요. 누가 보면 안 될 테니.”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걸요.”
“뭐? 그렇습니까?”
“그럼요.”
사자 친왕은 이마에 손을 얹고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군. 이미 다 봤군. 그럼 좀 느긋하게 굴어도 되겠지?”
사자 친왕은 그렇게 말하더니 정말로 느긋하게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나도 아까까지 누워 있던 침상으로 걸어가 앉으며 물었다.
“전하가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어떻게 오긴. 말 타고 왔지요. 마차를 선호하지만 빨리 와야 해서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침상에서 일어나 사자 친왕 앞으로 가 쪼그리고 앉았다.
사자 친왕은 부담스러운 듯 나와 자기 사이에 부채를 펼쳐 끼워 넣었다.
“전하는 지금 폐하 곁에 있어야 하잖아요? 왜 여기 와 있어요?”
“그야 폐하가…… 아. 그렇지.”
사자 친왕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품 안에서 서신을 꺼내 내게 내밀어서,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걸 받아 펼쳤다. 뭐야 이게?
“떡돌이 글씨!”
“폐하께서 이걸 전하라 하셨습니다. 폐하께서 천 낭자를 많이 걱정해요.”
나는 멍하게 떡돌이가 쓴 글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떡돌이가 일하는 모습을 자주 구경했기에 그의 필체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필체만 보는데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떡돌이…….
“백몽이 저인 걸 알고 있었네요.”
“폐하는 낭자가 사내 몸에 들어가는 바람에 찾아오지 않았다고 여기는 눈치였습니다.”
내가 천년비라는 건 알았지만 내시라는 것에 속았구나. 하긴.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 그의 글씨만 보아도 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서신 밑에 궁엄, 밀묘, 운하공, 부특 이런 건 뭐예요?”
“아, 그건 폐하가 쓴 게 아닙니다. 어의가 폐하를 진료하고 쓴 처방문이지요.”
맞아, 그러고 보니 승언이가 어의를 업고 사자 친왕 저택에 들어갔지.
서신을 자세히 보니 떡돌이의 말은 중간에 끊어져 있고, 붓이 한 번 미끄러진 듯 옆으로 크게 번져 있다. 떡돌이가 이걸 쓰다 쓰러진 건가 봐.
“폐하는 괜찮아요?”
“보름 정도 요양하면 괜찮을 거라 했으니 염려 말아요.”
내가 멍하게 내 손을 바라보자, 사자 친왕이 부채를 가져다가 부채질하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입니까? 듣기론 갑자기 천 소저가 폐하를 공격했다던데.”
“타천천이 내 몸에 뭔 짓을 해뒀어요. 폐하와 접촉하면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폐하를 죽이려 해요.”
사자 친왕은 깜짝 놀라 부채질도 멈추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정말입니까? 그게 가능한가요?”
나는 손바닥을 쭉 펼쳐 그에게 보여 주었다.
“이 몸은 죽은 몸이거든요.”
“!”
“한 번 죽은 걸 타천천이 억지로 살려둔 거예요. 강시죠. 그래서 타천천의 명령을 받는 거예요. 타천천이 만든 강시라.”
“그럴 수가……. 한번 건드려 봐도 됩니까?”
괜찮다고 하자, 사자 친왕은 내 손등이며 손바닥을 콕콕 찔러 보더니 당황해서 말했다.
“이렇게 볼 땐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데요?”
내가 그의 손을 한 번 꽉 잡아주자, 사자 친왕은 그제야 신음했다.
“아아. 확실히. 손에 온기가 없군요.”
나는 손을 다시 회수했고, 사자 친왕은 안타까워하다가 갑자기 옆으로 좀 떨어져 앉았다.
“미안합니다, 천 소저. 혹시 그 ‘닿으면 죽이려 드는 명령’ 같은 게 내게도 통할까 봐요.”
“폐하한테만 통하나 봐요.”
“통하나 봐요? 소저도 설마 방금 안 겁니까?”
“네.”
“근데 내 손을 그렇게 덥석 쥐었다고?”
“괜찮을 거 같았어요.”
타천천이 사자 친왕에겐 적대적이지 않으니까. 게다가 떡돌이는 무공을 익힌 강한 사람이니 내게 목이 졸리고도 무사한 거지.
사자 친왕이 내게 공격을 당했다면 떡돌이보다 더 크게 다쳤을 거다. 사자 친왕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타천천이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었다.
“저기, 그러면 천 낭자. 폐하와 안 닿고 살면 안 되는 겁니까?”
“안 닿고 살다니요?”
“말 그대로. 접촉해야만 그 무서운 명령이 몸을 지배하는 거라면…….”
“타천천한테 항의하니까, 그가 그랬어요. 더 심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그친 거라고.”
“그 말은…….”
“타천천 심경이 뒤틀리면 폐하 근처에만 가도 효과가 발휘될지도 몰라요.”
“이거 참. 곤란하군요.”
“그자가 폐하 머리카락으로 뭔가를 해뒀다는데. 그게 뭔질 모르겠으니.”
내가 한숨을 내쉬자 사자 친왕 역시 혀를 찼다.
“낭자를 만나서 데려가겠다고 약조하고 온 건데. 이래서는 데려가기도 참 곤란하군요.”
“평생 못 만나고 살지도 몰라요.”
그 말을 꺼내는데 코앞에 누가 양파라도 들이댄 것처럼 눈가가 뜨거워졌다.
나는 ‘양파 깔 때만 운다’는 철칙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눈을 여기저기 움직여 눈가에서 힘을 풀었다.
사자 친왕은 그런 내 모습을 혀를 차며 지켜보기만 할 뿐. 무어라 말해주지 못했다. 그 역시 막막하겠지. 이런 것도 처음 볼 테고.
“그럼 이 사자가 이번에도 전서조 역할을 하지요. 천 낭자가 서신을 써주면 폐하께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서신은 안 보낼 거예요.”
“네?”
“평생 폐하를 못 볼지도 모르는데.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슬퍼할 때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서로 좋아하는데. 헤어지면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이거야말로 타천천이 원하는 걸 텐데.”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월요랑 계란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여기서 하려고요.”
“여기서 하다니요?”
“전에 고궐이 사하비단에 선황제의 서신이 여러 통 감춰져 있다고 했거든요. 게다가 그 편지들. 필체가 전부 제각각이라고 그랬어요.”
“!”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그걸 찾아서 다 없애버릴 거예요. 울면서 떡돌이한테 편지를 쓸 게 아니에요. 난 일단 타천천을 물 먹이고 떡돌이한테 위협이 될 것들을 치우면서 지낼 거예요.”
말을 하고 있자니 눈물이 가시면서 어깨가 쭉 펼쳐졌다.
그래. 여기서 타천천 나쁜 놈이라고 울고불고하는 건 이 악적 천년비가 할 일이 아니지.
감히 나를 제 손바닥에 얹고 주무르려고 한 타변태에게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내가 그를 지금껏 그대로 둔 건 그가 어쨌든 한 번은 날 살린 은인이기 때문이지, 그가 강해서가 아니란 걸 보여주어야겠다.
나는 흥 콧김을 뿜고서 사자 친왕을 보았다.
이런 사정을 그가 떡돌이에게 잘 말해 달라고 부탁할 셈이었다. 그는 말을 잘하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사자 친왕은 손가락을 뻗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도 돕지요.”
“전하가 돕는다고요?”
뒤통수나 안 때리면 다행이지 않나? 내가 떨떠름하게 쳐다보자, 사자 친왕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황제 자리가 필요했지요. 하지만 폐하는 나와 가치관이 달라서 절대로 그 세상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번 일로 알았습니다. 나는 폐하와 골육상잔을 벌일 수 없습니다.”
믿어도 되나? 나는 여전히 떨떠름하게 쳐다보았지만, 사자 친왕은 그리 개의치 않고서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방금 천 소저 말을 듣고 나니 생각난 게 있습니다.”
“생각난 거라니요?”
“전에 타천천이 내게 얘기한 건데. 그게 정말 스쳐 지나가듯 들은 이야기라.”
“뭔데요?”
“당시엔 그냥 가정하는 말 정도로 생각했는데. 선황제 폐하의 서신 이야기랑 강시 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그게…… 생각이 안 납니다. 정말 스치듯 들은 거라.”
“예?”
실망해서 쳐다보자, 사자 친왕은 부채를 챙겨 일어나며 씩 웃었다.
“머리를 쥐어 짜내 보고 내일 알려 드리지요. 일단 늦은 밤이고, 지금 이러고 있어 봐야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내일 봅시다.”
그러고서 사자 친왕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가 놓고 간 떡돌이의 서신을 잘 접은 다음 떨어지지 않도록 꼭 품 안에 넣었다.
사자 친왕이 뭘 떠올린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타천천의 꿍꿍이와 속내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타천천이 선황제 서신으로 뭘 하려 했든, 완전히 그 야망을 뭉개버릴 수 있잖아?
* * *
자신의 방에 돌아온 뒤에도 사자 친왕은 방 안을 서성거리면서, 떠오를 듯 말 듯 떠오르지 않는 타천천의 말을 떠올리려 애썼다.
한참을 그런 끝에 마침내 사자 친왕은 그 말을 기억해냈다.
‘선황제 폐하의 유지가 전하에게도 있었단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말을 했던 거 같다. 하여튼 이 비슷한 말이었어.’
당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이 으레 하듯 ‘이러이러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과거를 되짚는 말이라 여겼으니까.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그게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면? 필체가 여러 개라는 선황제의 서신과 강시를 만드는 능력.
“혹시 부황을 부활시키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자 친왕은 자기도 모르게 얼른 문을 열었다.
말이 안 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사람 영혼이 후궁에서 강시 몸에 들어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혹시 모르니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한 걸음 나서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