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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176화 (176/283)

##  176화. 기절할걸?

내가 노려보자 떡돌이는 내 이마에 대고 ‘호 호’ 부는 시늉을 하더니, 나를 번쩍 앞으로 안아 들었다.

그의 목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떡돌이는 가끔씩 면사를 들썩여 가면서 나를 데리고 침전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난데없이 달려 나가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태감과 그림자들은 허리를 완전히 굽혀서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떡돌이는 나를 곧장 침상까지 데려와 내려놓고는 면사를 벗어 옆에 던지듯 놓으며 내 입술에 자신을 겹쳤다.

그러고는 내가 그의 옷 위에서 손을 깔짝거리자, 입술은 내게 겹친 채 자기 옷을 뒤로 벗어젖혀 던지고는 내 손을 들어다가 아까 내가 건드려보려다 실패한 자기 상체 위에 얹어주었다.

한 번 실패한 뒤에 얻은 성과물이라서일까.

안은 단단하고 겉은 부드러운 근육 위에 손을 얹자 깊은 충족감이 느껴졌다.

힘을 주어 움켜잡자 떡돌이가 당황해서 입 맞추던 걸 멈추고 나를 멍하게 내려다보긴 했지만.

그러다가 내가 계속해서 그의 근육을 만지작거리면서 “좋다 떡돌아. 좋아. 왜 맨날 떡을 먹나 했더니. 네 여기가 떡 같아. 찬바람에 하루 정도 둬서 단단해졌지만 안은 여전히 부드러운 떡.”이라고 말하자, 떡돌이는 얼굴이 완전히 홍시 빛으로 변하더니 내가 베고 누운 베개에 자기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그런 말 좀 하지 마라.”

“부끄러워?”

떡돌이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서 그저 나를 꽉 끌어안고만 있었다.

나중에는 이러다 밤새우겠다 싶어서, 결국 등짝을 두드려야 할 정도였다.

“일어나. 우리에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떡돌이는 자기 아랫입술을 씹으면서 나를 흘겨보더니 다시 상체를 일으키고서 이번에는 바지를 벗으려 들었다.

그러나 내가 얼른 손을 뻗어서 그의 손길을 막자, 떡돌이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이윽고 그 눈빛은 ‘역시 또 날 놀리는 거지?’로 변하기에, 나는 얼른 내가 그의 손을 막은 이유를 알려주었다.

“내가 벗기게 해줘.”

그 말을 듣자마자 그가 또다시 홍시로 변하는 바람에 아주 귀찮아졌지만.

그가 쭈뼛거리고 있는 사이, 나는 그의 손을 치우고 천천히 기대감을 잔뜩 품고서 그의 바지를 천천히 내려보았다.

바지를 벗기자 안에서 야무지게 차려입은 속곳이 나타나 입술이 히죽 벌어졌다.

떡돌이는 부담스러운지 자기 손으로 내 눈을 막으려 했지만 나는 얼른 고개를 젖혀 손길을 피해버렸다.

하지만 떡돌이는 내가 손길을 피한 위치를 따라와 다시 입을 들이밀었고, 나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와 입을 맞추는 동안 열심히 그동안 존재감만 희미하게 보였던 숭어와 인사할 준비를 해나갔다.

입맞춤이 끝날 무렵 마침내 나는 그 눈부신 자태에 “와!” 하고 탄성을 뱉었다.

“꼭 소리 내서 탄성을 뱉어야 할까.”

떡돌이는 민망한 듯 중얼거렸지만 자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내가 내내 내시 아니냐고 의심을 했는데 아니란 걸 증명해서 그렇겠지.

“하지만 정말 예뻐.”

“예쁘다고?”

“가까이 보고 인사해도 될까?”

“!”

떡돌이가 또다시 내 눈을 가리려 드는 바람에 나는 이불 안으로 얼른 숨어 버렸다.

떡돌이가 날 이불 위에서 잡으려 들기에 이불 속에서 데굴데굴 얼마나 굴러다녔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침상에 떨어지기 직전까지 굴러간 다음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떡돌이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내 이마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고 웃는지 우는지 알기 힘든 표정을 지었지만.

“이마 아프지 않으냐.”

“하나도 안 아파. 흥분해서 그런 거 같아.”

“제발 말 좀…….”

내가 다시 이불 밖으로 나와 포복 자세로 다가가자, 떡돌이는 묘한 표정으로 내 옷고름을 잡으면서 중얼거렸다.

“짐이 생각한 첫 경험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그러면?”

“좀 더 두근거리고 초조하고…….”

“지금은 안 그래?”

“두근거릴 만하면 네가 자꾸 이상한 말을 하지 않느냐. 이마엔 혹이 나와서는.”

그가 내 이마 위에 다시 호호 입김을 불자 솜털이 오싹 솟으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말은 저렇게 해도 그의 손길은 다정하고 부드러워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내가 그의 여기저기를 만져도 움찔거리기만 할 뿐 하지 말란 소리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손이 너무 바쁜 거 아니냐.”

작게 구시렁거리긴 했지만.

“만만치 않거든?”

그러다가 막판 고지를 앞두었을 때. 나는 떡돌이를 눕혀 놓고 위에 올라앉으면서 뿌듯하게 예고했다.

“좋아서 기절할걸?”

떡돌이는 앞선 일들로 고운 얼굴이 붉은빛으로 달아올라서는, 이마에 고인 땀을 닦으면서 나를 요염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손을 올려 내 뺨을 쓸어주었고, 나는 먼 길을 돌고 돌아와 드디어 떡돌이를 취하기 위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나는 첫 경험을 하고 있는 건 떡돌이만이 아니란 걸 깨닫고 말았다.

“!”

‘천소여 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신이 나서 돌진했던 터라 나는 강한 통증에 꽥 비명을 지르고서 그의 이마를 내 이마로 꽝 박았고, 떡돌이는 내가 예고한 대로 바로 픽 기절했다.

“아…….”

이를 어째.

* * *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눈을 뜨기도 전에 코앞에서 나를 이글이글하게 노려보는 시선을 느끼고 절대 눈을 뜨지 않았다.

떡돌이가 아침 회의인지 뭔지를 하기 위해 먼저 나서면 그때서야 슬그머니 일어나서 옷을 입고 얼른 내 처소로 달아날 셈이었다.

그리고 떡돌이가 저녁에 부르면 이마가 너무 아파서 못 본다고 해야지.

“깬 거 다 아는데, 천반숙.”

“…….”

“깼잖아, 손손숙. 눈꺼풀이 떨리고 있다.”

하지만 떡돌이는 평소처럼 나가는 대신 나를 한쪽 팔에 끌어안고서 집요하게 귓볼을 씹고 볼을 만지작거리면서 깨어나라 재촉했다.

간지러워서 몸을 이리 움찔 저리 움찔하다가 마지못해 눈을 뜨자, 떡돌이가 새파래진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 원망 가득한 시선에 나는 우물거리다가 둘러댔다.

“말했잖아. 좋아서 기절할 거라고.”

“좋아서 기절한 걸까, 누가 머리를 갖다 박아서 기절한 걸까.”

“당연히 좋아서 기절한 거지. 어휴.”

시치미를 떼고서 웃어 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네.

“이마가 이렇게 화끈거리고 아픈데 좋아서 기절했다고?”

젠장. 나도 잠시 잊어버렸단 말이야. 어쩌겠어.

내가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떡돌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젓고서 일어나 내 위에 이불을 잘 덮어준 다음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한 손으로 집었다.

그러고는 두 팔로 겉옷만 걸쳐 입으면서 거울 앞으로 가더니…….

“……천반숙.”

목소리가 더 낮아져서 나를 휙 돌아본다.

이마 정중앙에 난 혹을 발견했나 보다.

목을 움츠리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으나,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나를 이불째 돌돌 말아버리는 바람에 결국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풀어줘!”

당황해서 외치자, 그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내 눈가에 입을 맞췄다.

“오랜만에 계란말이 상태인 걸 보니 너무 반갑고 그립구나.”

“풀어줘.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란 말이야.”

“다짜고짜 돌진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때린 사람이 고의가 아니라고?”

그를 원망스레 쳐다보았으나, 떡돌이는 옷을 주섬주섬 다 입을 때까지 절대로 날 풀어주지 않았다.

옷을 다 입은 뒤에는 마지못해 이불을 풀어주고 내가 잠의를 입도록 도와주었지만.

인중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는 걸 보니 그래도 옷을 입는 사이 화가 많이 풀린 것 같았다.

나도 부드러운 잠의를 걸친 채 침상에 엎어져서, 조회를 하러 나가는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니, 폐하! 이마가 왜 그러십니까!”

문을 열자마자 오 공공이 외치는 소리에 얼른 돌아누워 버렸지만.

* * *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마마와 폐하가 둘 다 이마에 혹을 달고 나오십니까?”

그 이마에 대한 사연은 귀자도 궁금한지, 내가 떡돌이의 침소 밖으로 나오자 귀자도 조심스레 물었다.

“흠흠. 다 사연이 있단다.”

차마 내가 너무 흥분해서 떡돌이에게 돌진하다가 벌인 일이란 말은 할 수 없어서 나는 적당히 둘러대 버렸다.

귀자는 그 사연이란 게 무엇인가 더욱 아리송해하는 눈치였으나, 내가 딴청을 부리자 더 캐묻진 않았다.

“세상에, 마마. 이마가 왜 그러세요?”

“마마. 이마에 커다란 혹이 났어요!”

돌아온 나를 보고 원웅과 부성도 한 차례 펄쩍 뛰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혹에 관련된 일은 그럭저럭 넘어갔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할 때쯤에는 기분도 한껏 좋아졌다.

‘어쨌든 한 걸음, 아니, 반걸음은 뗐으니 앞으로는 즐겁게 지낼 수 있겠다.’

물론 그걸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가다 보면 넘어 가지겠지.

젠장. 남들은 한 번 넘으면 되는 산을 두 번이나 넘어가야 한다니!

하긴. 남들은 한 번 죽으면 끝인 삶을 어찌어찌 두 번이나 살고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니, 이번에는 원웅이 떡돌이가 날 위해서 만들고 있다는 새 처소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행궁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 터라 아직 준비가 덜 되긴 했어요. 돌아온 다음에 또 할 일들이 많아서 한참 바빴잖아요. 그래도 많이 준비됐다니까 한 번 가서 봐도 될 거예요, 마마.”

“가도 돼?”

“네. 오 공공이 며칠 전에 한 번 마마를 모시고 가서, 원하거나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빨리 알려달라 하셨어요.”

나는 얼른 밝은 살구색 옷을 차려입고 앞머리도 평소보다 좀 더 내려 이마의 혹을 감춘 다음 밖으로 나갔다.

봄 날씨가 다가오면서 공기도 한창 좋아지는 터라, 내 새 처소를 보러 가는 길은 산책이나 다름없고 좋았다.

“저기야?”

“네, 마마.”

“와…….”

게다가 떡돌이가 새로 마련 중인 내 처소는 그의 침궁과도 가까이 있고, 내가 혼자서 수련할 만한 조용한 연무장 역시도 따로 갖추어져 있었다.

연무장 주위로 높은 담벼락이 미로처럼 세워져 있어서 함부로 안을 엿볼 수 없는 그런 연무장 말이다.

한쪽에는 꽃나무가 심어진 작은 호수도 있고, 전각 기둥도 다 튼튼하고 윤이 났다.

그리고 회랑을 따라 이어진 곳에 만들어진 커다란 목욕통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폐하께선 마마가 정말 좋으신가 봐요.”

“이젠 제발 두 분이 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두 궁녀의 솔직한 소원을 들으면서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안쪽을 좀 더 살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 더 안으로 들어가려는 내게, 어디 가서 보이지 않던 귀자가 급히 다가와 불렀다.

“마마. 마마.”

좀 다급한 목소리.

왜 그러나 싶어 보자, 그가 내게 조용히 둘만 얘기하자는 눈짓을 보냈다.

원웅과 부성에게 안쪽을 살피고 오라 말하고서 귀자에게 다가가자, 그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가더니 내게 살짝 알려주었다.

“마마. 기몽 장군이 처소에 감금 중인 우 귀인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래도 되나?”

“기몽 장군이라면 당연히 허락을 받고 들어갔겠지요. 그보다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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