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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45화 (45/283)

##  45화. 걔야? 나야? 솔직하게 말해봐!

“전하께서는 이미 많은 걸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가진 것보다 배로요. 그런 분께 뭘 드려야 좋은 선물일지, 계속 고민하였습니다.”

사자 친왕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너 돈 없는 거 나는 다 아는데. 말은 잘하는구나’ 뭐 대충 이런 미소였다.

그걸 아는 놈이 사람들 기대를 쑥쑥 키워 놨냐? 나쁜 놈.

“그래서 전하께 약조를 선물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사자 친왕을 향해 솔직하게 화를 낼 때가 아니지.

나는 당장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포장하기 위해 최대한 그럴듯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전하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 하실 때. 꼭 전하를 돕겠습니다. 이 약조가 제 선물입니다.”

내 선물은 세 치 혓바닥이다!

내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서 친왕을 쳐다보자,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선물을 하나 싶었는데, 선물이랍시고 미래에 대한 약속을 툭 던지자 ‘이걸 선물이라 쳐야 하나?’ 생각하는 눈치들이었다.

“천 귀인이 말은 잘하는군요.”

“말만 잘하는 거지요.”

“그럼요. 나는 누가 내 선물이랍시고 저딴 말을 하면 당장 쫓아내 버릴 겁니다.”

“그럼 말을 잘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폐하의 약속이라면 선물이라 할 만하겠지만, 권력 한 톨 없는 천 귀인이 저런 약조라니.”

대부분은 비웃음이네. 네, 실컷 웃으세요. 나도 돈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안 나왔어.

황제가 황명으로 춤추지 말라 안 했다면 그냥 춤추고 때웠다고. 젠장. 생각하니 억울하네.

내가 춤을 췄더라면 지금 날 비웃는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서 ‘천 귀인의 춤은 학 같다!’고 박수를 쳤을 텐데!

속으로 한탄하면서도 나는 사자 친왕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화를 내든 어이없어하든 놀리든, 그가 무슨 반응이라도 보여야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군.”

어? 그러나 의외로 사자 친왕은 활짝 웃었다. 놀리는 미소는 분명 아니었다. 웬일이지? 무슨 꿍꿍이야?

“정말 마음에 들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일까? ‘천년비’인 나는 몹시 강하지. 그러니 ‘부탁 한 번 들어준다’ 같은 말을 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긴 할 거야.

하지만 ‘천 귀인’은…… 강하지 않잖아. 가문이 좋긴 하지만 같은 가문 출신에다 품계가 더 높은 연비도 있고.

그런데도 사자 친왕은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꼭 약속 지켜야 합니다.”

어쨌든 그가 면박을 안 주니 다행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순순히 뒤로 물러나 아까 앉아 있던 내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해준 건 사자 친왕 본인뿐이었다.

* * *

“천 귀인은 말을 참 잘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남들이 많은 돈을 들여 세심하게 준비한 선물을 세 치 혀로 대신해 버리고.”

“혼자 눈에 띄고 싶었던 걸까요?”

“왜요. 난 천 귀인의 선물이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걸 가진 전하께서 귀인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긴 할까요?”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굳이 낮추려 들지 않는 목소리들.

흑합 장군은 술을 마시며 착잡한 시선으로 천 귀인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도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텐데, 천 귀인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척 태연히 물을 홀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속마음까지 편치는 않겠지.

흑합 장군은 천 귀인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사람이 아니라 확신했다.

그녀는 단순히 눈에 띄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일 사람도, 세 치 혀로 선물을 무마해버리는 사람도 아니란 걸.

흑합이 보는 천 귀인은 의리가 있고 사람 간의 신의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연회가 끝난 후. 천 귀인이 돌아가려 할 때쯤 그녀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말했다.

* * *

연회가 마친 뒤. 남을 사람은 남고 돌아갈 사람은 돌아갈 분위기가 되었길래 나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난데없이 흑합 장군이 걸어오더니 내게 굳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전 그 선물이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너무 교묘한 시기인 데다, 지금까지 내게 그 선물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모두 놀리려는 의도였다.

이 때문에 나는 흑합 장군 역시 날 놀리러 온 거라 생각했다.

야,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안 그래도 주위에서 하도 내 선물을 비웃는 바람에 열이 조금 올랐는데. 불난 데 기름 붓냐.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전 천 귀인의 선물이 아주 가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돌아서려는 나를 흑합은 굳이 한 번 더 붙잡고서 말했다. 농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표정을 잘 숨기는 사람은 기만도 진실처럼 할 수 있지. 개원이처럼.

“그럼…… 흑합 장군 생일에도 같은 선물을 줄게요.”

그래서 슬쩍 떠보듯 말해보았다. 가짜로 한 말이라면 조금이라도 표정에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저야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나 흑합 장군은 이번에도 온화하게 웃으면서 대답할 뿐, 내 말에 황당해하는 눈치는 없었다.

“그럼 이만.”

흑합 장군이 묵례로 인사하고 사라지자, 그를 보느라 잠시 조용해졌던 사람들이 다시 나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종친들부터 시작해 후궁 몇몇, 심지어 태감과 궁녀들까지도.

“소주, 어땠나요? 괜찮으세요?”

연회 장소를 벗어나자, 근방에서 기다리던 원웅이 얼른 달려와 물었다.

엄청나게 긴장한 표정을 보니 먼저 자리를 뜬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한 차례 수군거리며 지나간 모양이었다.

“응. 괜찮아.”

당당하게 대답해 주는데도 표정이 안 풀리는 걸 보니 확실하네.

“진짜 괜찮아. 전하는 마음에 들어 하셨거든.”

더불어 흑합 장군도.

“그러면 된 거지.”

* * *

남쪽 구역과 심궁 사이에는 ‘봄이 다가오는 길’이란 뜻에서 ‘춘로’라고 부르는 길이 있다.

그쪽을 거닐다 보면 연희에 자주 사용되는 희완각이 나오는데, 오늘은 아무도 연희를 보지 않기에 그 안에 사람이 없었다.

‘떡돌이 짜증 나.’

나는 아무도 없단 걸 확인한 뒤 그 안에 들어가 난각 사이로 다리를 내놓고 앉아 바닥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원래는 청적으로 가려 했는데, 일부러 가던 도중 방향을 바꾸어 여기로 온 거다.

사자 친왕 생일 문제가 다 지나가자 새삼 떡돌이에게 화가 나서.

황제는…… 뭐 원래부터 성격이 좀스러웠으니 그러려니 한다지만.

떡돌이는 나와 우정을 주고받는 사이 아니었나? 우리 사이에 오고 간 쑥떡과 팥떡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춤을 준비한단 걸 바로 황제에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고. 너무하다 너무해.

‘선을 좀 그어야겠어.’

혼자 분노를 삭이다가, 결국 나는 마음을 바꿨다.

이건 혼자서 씩씩거릴 문제가 아니야. 떡돌이 그놈한테 대놓고 말해야지.

마음을 먹자마자 희완각에서 내려와 청적으로 달려갔다.

혹시 없으면 어쩌지, 생각했지만 떡돌이는 마침 거기 바위에 홀로 앉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가가자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손바닥을 쫙 펼쳐서 그놈의 손바닥을 찰싹 소리가 나게 거절했다.

“천 귀인?”

떡돌이는 놀랐는지 눈을 평소보다 커다랗게 뜨고 나와 자기 손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나무 뒤에서 승언이가 들썩이는 소리가 났지만, 나는 차갑고 냉정한 눈으로 떡돌이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떡돌이는 빨개진 손바닥을 접어서 무릎 위에 얌전히 놓더니, 잠시 더 생각하다가 내게 물었다.

“손에 좀 힘이 들어간 것 같은데. 나한테 화가 났나?”

“그래. 실망했어. 내가 선물로 춤 준비한 걸 폐하한테 그대로 일러 버리다니!”

“그건-.”

“난 네가 의리가 없단 걸 알게 됐어. 네게 없는 게 거시기 말고도 또 있단 걸 알게 됐다고!”

떡돌이는 손을 살짝 휘젓다가, 갑자기 눈을 더욱더 커다랗게 뜨더니 나를 멍하니 보았다.

“나한테…… 뭐가 없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니, 나한텐 중요해!”

“지금 우리 사이의 의리보다 네 거시기가 중요하단 거야?!”

떡돌이는 멍하니 나를 보다가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답하기가 좀 곤란한 질문인데…….”

“넌 네 거시기보다도 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구나.”

“천 귀인. 잠시만. 왜 굳이 그 두 개 사이에서 비교를……? 다른 거로 비교하면 안 되나?”

“원래 비교는 대답할 수 없는 사이에서 하는 거야.”

“!”

“알았어. 그럼 해명할 기회를 줄게. 걔야 나야?”

“!“

나는…… 떡돌이라면 떼버려서 있지도 않을 거시기보단 당연히 내가 좋다고 대답할 줄 알았다.

만약 떡돌이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라도 나는 떡돌이가 더 좋다고 대답했을 거고.

왜냐. 없는 물건보단 떡돌이가 당연히 훨씬 나으니까.

그리고 떡돌이가 내가 더 소중하다, 자기는 춤 얘기가 비밀인 줄 몰랐다, 폐하한테 그냥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나온 화제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미안하다 등등 그럴듯하게 둘러대면 사과를 받아주려 했지.

그러나 떡돌이는 대답 시간이 너무 길었다.

“너야.”

그가 결국 원하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누가 보아도 마지못해 하는 말이었고.

“이제 너도 얘기해 줘. 무슨 소리지? 나한테 그……게 없다니?”

결국 나는 실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선언했다.

“난 의리 없는 사람이 싫어. 이젠 너와 선을 긋겠어.”

떡돌이는 내 차갑고 냉정한 대답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항의했다.

“네가 더 소중하다 대답했잖아?”

“마지못해 한 대답이지만 대답은 했으니 우정을 파기하진 않을게. 하지만 이제부터 넌…… 세 번째로 밀려났다.”

“세 번째?”

떡돌이는 기막히단 얼굴로 입을 벌리더니 또 항의했다.

“왜 두 칸이나 뒤로 밀린 거지?”

“무슨 소리야. 넌 첨부터 두 번째였으니 한 칸만 뒤로 밀린 건데.”

“처음부터 두 번째라고? 그럼 첫 번째는 누구인데?”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나지. 하지만 떡돌이가 저렇게 긴장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알려주기가 싫네.

“황제인가?”

오답을 짚으니 더더욱 알려주기가 싫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서 일부러 소맷자락을 펄럭 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알려주지 않겠어. 어쨌든 넌 세 번째고, 이제 난 다른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낼 거야.”

“……그 다른 사람은 누군데?”

“흑합 장군.”

“!”

“흑합 장군은 얼굴도 성품도 의리도 목련 같아. 얼굴도 성품도 의리도 강아지풀 같은 너와는 다르지.”

“강아지풀!”

“아니, 넌 강아지풀도 못 돼. 넌 개풀이야.”

“개풀!”

떡돌이가 심장을 움켜잡고서 입술을 떠는 걸 보니, 무림인들이 두려워하던 나의 비인간적이고 냉정한 마음이 쾌재를 부르는 게 느껴진다.

나는 거만하게 코웃음을 치고서 그를 남겨둔 채 다시 한번 소매를 펄럭이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저렇게 소매를 펄럭대며 걸어가면 나중엔 조금 날 수도 있겠구만.

“괜찮으십니까, 폐하?”

승언은 천년비가 부자연스럽게 소맷자락을 펄럭거리면서 가버리자, 혀를 끌끌 차다가 뒤늦게 나무 뒤에서 나와 황제에게 다가갔다.

“아아. 그래.”

승언이 묻자 황제는 짧게 대답하고서 심장 부근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천 귀인이 개풀이라 부르든 강아지풀이라 부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단 것처럼.

고작 후궁 하나가 어떤 이상한 소리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차가운 황제인 것처럼.

후궁의 헛소리 따윈 재롱으로 넘어갈 수 있는 얼음 같은 황제인 것처럼.

‘폐하…….’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황제의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어서, 승언은 자기가 더 송구스럽고 민망해졌다.

차라리 황제가 대놓고 충격받은 얼굴이면 나을 텐데. 충격받지 않은 척 저러고 있으니 괜스레 덩달아 부끄러웠다.

그래도 충신답게, 그는 기지를 발휘해 아무것도 못 본 척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딱딱하게 중얼거렸다.

“천 귀인의 오만방자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니, 폐하께 누를 끼칠까 염려됩니다.”

“천 귀인의 예의를 따지려면 짐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려주어야지. 천 귀인은 짐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어찌 오만방자하다 평가할 수 있겠느냐.”

그러나 황제가 딱 잘라 천 귀인을 편들자, 승언을 바로 입을 다물었다.

사실 황제가 너무 충격을 받은 눈치 같아서 슬쩍 한 말일 뿐, 승언 역시 진심으로 뱉은 말은 아니었다.

그 역시 천 귀인의 오해를 똑똑히 알고 있으니까.

심지어 그 오해는 황제가 일부러 조장하고 방치하는 오해가 아니던가.

그런 걸 두고서 천 귀인만을 탓하는 건 억울한 일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자신의 뜻을 오해할까 걱정이 된 승언은 얼른 다른 화제로 방향을 돌렸다.

“아, 폐하. 오늘은 황후 폐하와 의무적으로 시침해야 하는 날인 건 기억하시는지요?”

“…….”

“황후께서 태감에게 ‘직접 오실 건지, 연금을 보내실 건지 폐하께 여쭈어라’ 전하셨답니다. 어실로 가시면 오 공공께서 이 말을 물으실 겁니다.”

연금의 이야기가 나오자 황제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한 번이라도 내가 연금을 보낸 적이 있긴 한가. 황후는 매번 사람을 떠보는군.”

이후 어실로 간 황제는 측근 태감에게도 같은 말을 한 후, 뒤이어 다른 태감에게 흑합 장군을 불러오라 지시했다.

“예, 폐하.”

태감은 황제의 지시를 듣자 순순히 대답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 선 사람들 역시 황제의 지시에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아무도 황제가 흑합 장군을 부른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흑합 장군은 충신 가문 사람이었고, 황제 역시 그를 아꼈다.

종종 불러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나랏일을 의논하기도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왜 흑합 장군을……?’

병풍 뒤에 몸을 숨긴 승언에게는 너무나 이상하게 들렸지만.

승언은 황제의 명령을 듣자마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평소라면 그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아까 일 때문인가. 괜히 송구스러운 의심이 들었다.

‘천 귀인이 아까 흑합 장군과 더 친하게 지낼 거라 하셔서 저러시나?’

승언은 자신이 한 생각에 자신이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그래. 아무리 마음에 드는 총비라 한들, 폐하께서 고작 후궁 하나 때문에 흑합 장군에게 박하게 대하시진 않겠지.

승언은 불길한 생각을 애써 옆으로 치워두었다.

그의 황제는 질투심에 눈이 벌어 충신을 배척하는 그런 망군이 아니리라 생각하며.

“부르셨사옵니까, 폐하.”

“흑합. 지금 당장 궐을 떠나 멀리 가야겠다.”

아니었다. 망군이였다.

‘폐하!’

병풍 뒤 승언의 눈이 바둑알만큼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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