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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33화 (33/283)

##  33화. 천 귀인의 계략

이 새끼 말하는 거 좀 보게?

내가 고개를 기웃하면서 쳐다보자, 환완아는 눈꼬리가 더 휘어지도록 진득하게 웃었다.

“이놈이 뭔 말을 하나, 생각하시나 봅니다?”

눈치 빠른 놈이잖아? 순간 손가락이 움찔했다. 그걸 본 환완아는 정말로 간신처럼 끌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귀인 마마. 신은 귀인 마마께서 요즘, 아니, 전에 없이 폐하의 지극한 총애를 받고 있다 듣고 왔습니다.”

“그러세요?”

“예. 귀인 마마께서는 곧 높고 높은 자리로 올라가실 터. 하지만 그 자리로 가는 길엔 수많은 정적들의 방해가 많겠지요.”

“아 예.”

“그 길에 도움 좀 드리고 싶어 왔답니다.”

“도움을 주려고 온 게 맞나요? 생면부지 초면에 너무 친절하신데.”

“물론 지금 도움을 드리면 언젠간 저도 도움을 받으리란 생각도 있습니다. 신은 약간의 투자를 좀. 하고자 왔나이다.”

“투자.”

“예. 어찌 생각하십니까?”

“아니. 어찌 생각하냐고 해도 좀. 영 뜬금없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너무 초면이신데.”

“초면이니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요. 구면이라면 이미 한배를 탔거나 적일 테니, 이런 제안을 감히 하겠습니까?”

상대가 뭔 말을 하는지 영 갈피가 안 잡힐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

내가 눈을 멀뚱멀뚱하게 쳐다보자, 비열하게 웃고 있던 환완아가 처음으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마마?”

“왜 자꾸 마마라 부르세요? 저 마마 아닌데요.”

“음.”

자꾸 바꿔 불러대는 호칭을 정정해주었더니, 그는 더욱 난감한 기색으로 물었다.

“외람되지 않다면 저…… 마마, 아니, 천 귀인.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지, 지금 이해하고…… 계시지요?”

“네. 근데 우리 초면이에요.”

“……음.”

“왜요?”

계속 그런 식으로 몇 번 진실을 지적해주자 많이 민망했나. 환완아는 결국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으음. 괜찮다면 제가, 다음에 다시 와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세요.”

* * *

천 귀인의 처소에서 나온 환완아는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바삐 걸어갔다.

그는 매우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영민하고 현명한 후궁들에게 한 치의 관심도 안 보이던 황제가 처음으로 빠진 여자라 해서 어떤 여자인가 했는데.

‘살짝 멍청한 분을 좋아하시나.’

환완아는 분명 그렇다고 확신했다.

총애받는 후궁에게 관리가 찾아와서 손을 잡자고 제안하면, 척하면 척 알아듣지 않나, 보통은?

그런데 천 귀인은 입만 벌린 채 쳐다보고 있으니, 자기 말을 이해는 하는 건지 난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 생각을 하고 있긴 한 건지도 구별이 안 되었다.

“그러고보니 마상 격구 때 눈치 없이 폐하의 득점을 뺏어간 다음 혼자 환호했다 했던가.

천 귀인을 비방하는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진짜일지도…….”

그때, 걸어가는 환완아를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환 대인.”

돌아보자, 그를 부른 사람은 동영궁에서 지내는 또 다른 후궁, 규빈이었다.

환완아는 규빈을 보자마자 얼른 표정을 싹 바꾸고 웃는 얼굴로 아는 척 인사했다.

“이게 누구십니까. 규빈 마마 아니십니까.”

목소리만 들으면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목소리였다. 규빈 역시도 친근한 지기를 만난 듯 친절하게 웃으면서 다가와 물었다.

“안비 마마께 가시는 길입니까?”

“안비 마마를 뵙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근신 중이신 분께 제가 찾아가면 폐가 되지요.”

그러나 환완아가 안비를 보러 온 게 아니라고 하자, 규빈의 표정에 약간 금이 갔다.

환완아의 말을 듣자마자, 그가 다른 후궁을 만나고자 동영궁에 왔단 걸 눈치챈 것이다.

“환 대인이 찾아와도 폐가 되지 않는 후궁이 누가 있을까요. 음…… 천 귀인?”

환완아가 웃으면서 대답을 피하자, 규빈은 아까와 달리 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을 보이며 물었다.

“그래, 천 귀인과는 좋은 우정을 나누었나요?”

“아주 영민하신 분이더군요.”

“천 귀인이 영민?”

규빈이 이번에는 대놓고 비웃자, 환완아는 말하고도 좀 부끄러워졌다. 그냥 어진 분이라고 칭찬할 걸 그랬나.

하지만 말을 정정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요. 영민한 천 귀인과 좋은 우정을 나누었길 바랍니다.”

천 귀인은 멍청해서 그게 좋은 선택일진 모르겠지만, 하고 다 들리게 혼잣말을 한 규빈이 인사도 없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우아하게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환완하는 혀를 찼다.

“좀 더 생각을 해 보고 올 걸 그랬나.”

규빈은 안비와 언니 동생 할 정도로 친했다. 분명히 이 소식을 근신 중인 안비에게 전할 터.

천 귀인과 제대로 거래를 트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안비에게 찍히기만 한 게 아닐까 찝찝했다.

‘하지만……’

천 귀인이 받는 총애는 지금까지 모든 후궁들이 받은 총애보다 훨씬 컸다.

“줄을 잡으려면 가장 빨리 잡아야지. 위험은 감수하는 수밖에.”

잠시 치민 불안감을 다잡은 환완아는, 자신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며 소맷자락을 펄럭이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먼발치서 황제의 그림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 * *

환완아가 돌아간 후. 나는 비밀 장소로 가서 훈련을 하다가, 해가 지자마자 얼른 처소로 돌아와 미리 씻었다.

그러나 운기를 하면서 기다려도 황제는 날 부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 내 고백이 그리 기분이 나빴나, 하고.

다음날. 결국 비밀 장소에서 훈련을 하다가, 떡돌이에게 하소연이라도 좀 하자 싶어서 청적으로 갔다.

간다고 해서 만난단 보장은 없지만, 만나게 된다면 좋으니까. 없으면 거기서 훈련을 이어서 해도 되고.

다행히 떡돌이는 청적에 먼저 와서, 바위에 앉아 풀피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떡돌 장군!” 하고 외치면서 뛰어가자,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면서 웃는다.

“왜 이렇게 신났어?”

그래! 사람이 이렇게 아는 척도 하고 살아야지!

“지금 좀 외로워서. 기분도 상하고.”

“외로워?”

내가 옆에 앉자마자 떡돌이는 품에서 떡을 꺼내서 내밀었다.

“내가 이걸 안 줘서 그런가.”

그래! 사람이 이렇게 먹을 것도 베풀고 살아야지! 아. 생각해보니 먹을 건 황제도 보냈구나. 싸가지도 같이 보내서 그렇지.

“그런가?”

어쨌든 ‘히’ 웃고서 떡을 받아 들고 먹었다. 그리고서 떡돌이가 풀피리 가지고 노는 걸 지켜보다가 털어놓았다.

“고민 상담 해줘.”

“뭔데?”

“나 지금 황제한테 화가 났거든. 전이랑은 다른 일로.”

떡돌이는 풀피리를 만지던 걸 멈추더니,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

“폐하한테 내 말 이르지 마?”

“안 일러. 한 번도 이른 적 없어. 난 그럴 위치가 아니어서.”

떡돌이…… 직급이 낮은 내시인가 봐. 거시기도 없는데 권력도 없구나.

“있는 게 없네.”

“뭐?”

“하긴. 있는 폐하보다 없는 네가 백 배는 나아. 그게 중요해? 이게 중요하지.”

“뭘 자꾸 생략하고 혼자 말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젓고서, 그에게 내 고민에 대해 말했다.

“폐하는 쫌팽이야.”

떡돌인 잠깐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바로 물었다.

“왜?”

왜긴 왜야?

“내가 사랑한다고 한마디 했더니, 바로 피한다?”

내 말에 떡돌이도 황제가 치졸하게 여겨지나 보다. 그는 잠시 시선을 피하고서 눈동자를 굴렸다.

내 말이 맞는데, 자기는 황제의 내시다 보니 같이 욕하기 좀 곤란하다 이거지.

하지만 꼭 같이 욕해줄 필요는 없다. 그냥 말만 들어줘도 좋은걸.

그러나 친절한 떡돌이는 내게 본격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나 보다.

“황제를 사랑해?”

결국 눈알 굴리던 걸 멈추고서 좀 더 파고든 질문을 해주었다.

“황제가 널 피해서…… 괴로워?”

그게 고마워서 나는 얼른 고개를 젓고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외쳤다.

“그럴 리가 있나! 난 황제를 안 사랑해! 난 네가 백 배는 더 좋아!”

걔는 사기꾼이거든! 물론 따지고 보면 너도 사기꾼이지만!

“아. 그래? 그러면 서운할 필요도 없잖아. 왜. 황제의 총애가 있어야 권력이 생기니까, 그게 아쉬워?”

하지만 이 새끼 좀 보게나. 내가 자기가 더 좋다고 말해주는데도 인상이 왜 저래? 게다가 빈정거리기까지 하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내 욕 하나는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이 내시야.

“요거 봐 요거 봐!”

결국 화가 나서 아프지 않게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리자, 떡돌이는 차갑고 싸늘한 내시인 척 나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주둥이, 요 주둥이. 말을 왜 이리 밉게 해?”

“아니, 짐, 나는.”

“떡 주면 말을 밉게 해도 된대? 떡 주면 그래도 된대? 아니거든?”

“아니, 나는 그냥…….”

허둥지둥하던 떡돌이는 곧 억울한 표정으로 항의했다.

“나더러 어쩌라고!”

“내가 황제를 욕하면 같이 욕하고!”

“…….”

“내가 네가 좋다면 너도 내가 좋다 말해야지.”

“왜?”

“넌 날 좋아하잖아.”

“!”

“아니야?”

“……맞아.”

“그럼 지금 해야 할 말은 뭐야?”

“연모한다. 얄미운 것.”

* * *

“널 거짓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 생각해보아라.”

하얀 바둑돌이 판 위에 놓이며 딱 소리가 났다. 사자친왕은 떨떠름한 표정을 했다.

“뭐하러 그런 번거로운 생각을…….”

그러나 황제가 빤히 쳐다보자, 사자친왕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다양하게 해 보면 도움이 되지요. 해 보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하던 그는 이윽고 싱긋 웃었다.

“했습니다.”

황제가 물었다.

“어떻겠느냐?”

조급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자친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하얀 바둑돌 옆에 검은 바둑돌을 놓으며 태연스레 물었다.

“천 귀인 얘기입니까?”

“…….”

“모르는 척해드릴까요?”

그 능구렁이 같은 질문에 황제가 슬쩍 흘겨보자, 사자친왕은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폐하께서는 천 귀인과 관련되면 왜 이리 복잡하게 구십니까.”

“총애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관리들이 접근하고 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황제는 대답 대신 하얀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심각한 척하시더니. 그래도 바둑은 잘 두시네요. 좀 봐주면서 두시지.”

사자친왕은 그 기묘한 수를 보고서 혀를 찼다.

황제는 도움이 안 되는 이복형제를 흘겨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자친왕은 그의 고민이 무척 가벼운 듯 표현했지만, 황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천 귀인은 ‘황제’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반면 천 귀인은 ‘떡돌’을 사랑한다. 황제에게 거짓으로 사랑을 고백한 일을 털어놓을 만큼.

그 사이에서 오는 감정적 괴리감이 너무나 커서 심란했다. 어쨌든 진짜 정체는 황제 쪽이니까.

그런 마음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황후와 단둘이 만났을 때 더욱 커졌다.

“폐하께서는 현명한 분이시니 중간에서 잘 처리해 주시리라 믿고 있지만. 그래도 황후 된 몸으로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황후가 진지하게 한 말 때문이었다.

“폐하. 천 귀인이 벌써부터 정치적 야욕을 보입니다. 의전 담당관인 환완아가 이미 천 귀인을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규빈과 신경전을 벌였다더군요.”

황제가 찻잔을 내려놓자 ‘찰칵’ 그릇과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그러나 맑은소리는 커다란 발자국이 되어 진흙 같은 황제의 마음에 뚜렷하게 흔적을 남기고 끈끈하게 물러났다.

“지금은 환완아 한 사람일 뿐이지만, 천 귀인이 천씨 가문 사람임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딸 셋을 모두 후궁으로 밀어 넣은 그 천씨 가문 말입니다.”

걱정으로 가득한 황후의 목소리를 들으며 황제는 말없이 차를 들이켰다.

* * *

“그러고보니까. 고궐이 누구야?”

떡돌이와 만난 뒤, 나는 마음이 깔끔하고 시원해져서 비밀 장소로 가서 해가 지기 직전까지 몰입해서 수련했다.

덕택에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깔끔한 상태였다.

그래서인가? 처소로 돌아와서 씻고 사과를 먹으며 쉬고 있자니, 예전에 태후마마가 지나가든 한 말이 떠올랐다.

고궐 같은 놈보다는 내가 낫단 말.

당시엔 이게 칭찬인가 흉인가 헷갈려서 별생각 없이 들었는데.

일단 호기심을 가지고 나니 더욱 궁금해진단 말이지.

내 질문을 들은 원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희는 소주를 따라 입궁한 거여서, 그 전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요 소주.”

부성도 말을 보탰다.

“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도밖에는…….”

“난 그 주워들은 정도도 몰라. 주워들은 얘기라도 해봐. 누구야?”

뭐야. 누구길래 그래? 가볍게 한 질문인데. 원웅은 부성을 보고 부성은 원웅을 본다.

서로에게 말을 미루듯이. 혹시 되게 나쁜 사람인가?

“이름도 꺼내면 안 되는 반역자라던가, 그런 거야?”

“반역자……는 아니지만…….”

“아니지만?”

“선황폐하께서는 반역자만큼 싫어한 사람일 걸요.”

뭐라고?

“난 처음 듣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무림에도 이름이 나야 하지 않나? 하지만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부성이 떨떠름하게 내 말에 반박했다.

“그야 소주께서는 기억을 잃으셨으니까요.”

“아. 그렇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말실수를 했단 걸 깨달았다. 그러네. 난 기억 잃은 설정이지. 말조심하자.

“조용히 들을게. 얘기 계속해줘.”

내가 재촉하자 결국 원웅과 부성은 번갈아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폐하의 누이인 화연 장공주님에 대해서는 아세요?”

“이름은 모르겠지만 있었단 건 들어봤어. 아, 물론 아주 최근에.”

근데 죽지 않았나? 거기까지가 내가 아는 전부다. 천년비 시절에도 황실 얘기엔 별 관심이 없어서.

“화연 장공주님이 사랑한 신분 낮은 사내 이름이 고궐이에요.”

이건 처음 듣는데? 아니, 그렇게 되면 ‘고궐보다는 네가 낫다’는 뜻은 안 좋은 거 아냐? 둘 다 마음에 안 들지만, 신분 높은 천소여가 그나마 낫단 뜻?

하지만 태후마마가 그런 어감으로 말하는 건 분명 아니었는데.

“어쨌든 그 사람이 왜?”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원웅이 목소리를 갑자기 엄청나게 낮추었다.

“고결하고 깨끗한, 신분이 낮지만 누구보다 빼어난 인재라고 선황폐하께서도 몹시 아끼셨거든요? 신분이 낮은 걸 안타까워하시면서요. 신분 때문에 정혼은 열렬히 반대하셨지만…… 어쨌든 폐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했어요. 강직하고 인품 좋은 사내가 사랑에 미쳐서 부나방처럼 장공주님께 빠져들었다고.”

여기까지 들으면 애절한 사랑 이야기네. 하지만 방금 둘이 그랬지.

선황제가 고궐을 반역자만큼 싫어한다고. 그 말은 즉-.

“까보니 아니었구나?”

“네. 신분 상승을 위해서 그런 행세를 한 거였나봐요.”

“어이쿠.”

“진짜인지 가짜인진 모르겠지만, 장공주님이 병사가 아니라 그 일 때문에 자결한 거란 말도 있어요.”

“아이쿠.”

태후마마 말이 맞네. 그놈보단 내가 나아. 한 백배 천배쯤 더 낫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부성이 중얼거렸다.

“다들 쉬쉬하는 이야기이니 어디 가서 그 얘긴 안 하는 게 좋아요, 소주.”

“지금도 그래?”

“폐하께서 장공주님과 사이가 돈독하셨거든요.”

“아…….”

“당시에 충격을 많이 받으셨대요. 게다가 그때 일 때문에, 태후마마랑 황제 폐하께서는 누가 그런 쪽으로 속이고 접근하는 걸 되게 싫어하신대요. 가짜로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인품 좋은 척하거나 뭐 그런 거요. 하긴. 감히 그분들에게 거짓 사랑을 속삭일 만큼 간 큰 사람은 황궁에 있지도 않겠지만요.”

……어라.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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