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22화 (22/283)

##  22화. 날 사랑하지 마

이게 무슨 뜻이야. 날 계속 자기 침실에 부르고 싶다고?

혹시 이 황제…… 날 연모하나?

“그럼 승언이는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승언이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무슨 소리야?”

“폐하가 좋아하는 건 승언이 아니에요?”

결국, 황제가 마지막 남은 한 바퀴까지 굴려버렸다. 아닌가 보다.

벽을 코앞에 둔 채 나는 황제가 방금 자기 말을 자세히 해석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황제는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끝까지.

* * *

긴 조사가 끝났다. 동기, 관계, 범행 시각 등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꼼꼼한 털어댄 후에야, 염 귀인은 혐의를 벗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세상에, 우리 소주!”

염 귀인이 친정에서부터 데려온 궁녀는 울먹거리며 그녀를 보듬어주었다.

억울하기도 했고 그래도 풀려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초췌해진 염 귀인을 본 궁녀들은 화가 나 씩씩거렸다.

“폐하께서 친히 태감을 보내 천 귀인만 쏙 빼가셨다면서요? 참으로 너무하시지! 수사를 받고 죄가 없으면 어련히 나올 텐데, 그것조차 기다리기 싫으셔서!”

“정말로 고생한 건 잠깐 다녀간 천 귀인이 아니라 우리 소주인데 말입니다.”

“폐하께서 천 귀인을 잠시 멀리한 게, 사실은 진짜로 총애가 식어서 그런 게 아니란 말도 있던데.”

“그럼?”

“천 귀인에게 사람들 시선이 몰리니까, 일부러 총애를 안 하는 척하신 거란 말도 있어.”

“전 폐하보다 흑합 장군님이 더 너무하다고 생각됩니다. 문제가 된 시각에 염 귀인께서 장군님과 함께 있었단 말 한마디만 해주시면 되는데, 그걸 안 해 주셔서 일을…….”

“그만.”

염 귀인이 말을 끊자 궁녀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끼눈을 뜬 채였고, 자신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그렇지 않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흑합 장군은 염 귀인이 태감이 죽은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 터.

그가 나서기만 했다면 염 귀인은 며칠 동안 고초를 겪을 필요도 없이 바로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염 귀인이 고생을 한 건 전부 다 흑합 장군 탓이었다.

사실 궁녀들을 말리긴 했으나 염 귀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서운한 감정이 없다면 거짓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배신감으로 쓰라렸다. 이쪽은 그가 괜한 의심을 살까 봐 입을 다물었는데. 저쪽은…….

흑합 장군이 황제의 명령으로 자리를 비웠단 걸 모르는 염 귀인은 이 일이 몹시 실망스러웠다.

‘역시 그는 이제 천 귀인을 흠모하고 있어.’

다른 여인을 사모하는 거. 그래. 그것까진 할 수 있다 치자. 사람 마음이야 변할 수도 있지.

하지만 마음이 변할 때도 예의는 있어야지.

자라난 원망은 눈 깜짝할 사이 싹을 틔우더니 그녀의 마음을 복수심으로 뒤덮었다.

‘둘 다 가만히 두지 않겠어!’

* * *

개원이랑 나는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더라.

내가…… 늘 그렇듯이 쫓기고 있었지. 쫓기다가 잠시 숨도 돌릴 겸 가장 먼저 뒤쫓아온 놈들의 목을 똑똑 부러뜨렸다.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먼저 칼을 들고 쫓은 것도 그놈들이고, 내가 그들의 목을 똑똑 부러뜨리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날 곱게 죽이지 않았을 테니.

그렇게 한숨을 돌리다가 개원이 개새끼, 당시에는 개새끼가 아니었던 개원이를 만났다.

“이쪽.”

높은 담벼락 위에서 그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가 날 속이려 하더라도 반격할 자신이 있었기에.

“피가 묻었습니다.”

반대편으로 내려와 보니 아주 잘사는 고관대작의 집이었다.

그는 내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이마에 피가.”

“내 피 아닌데.”

“압니다.”

그가 건넨 손수건에는 과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독이라도 발라둔 건 아닐까. 손수건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는 내게,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에 있으면 됩니다. 세 시진은 안전할 겁니다.”

그리고는 날 두고는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뭐 다른 말도 없었다. 혹시 이렇게 해 놓고 사람들을 끌고 오는 거 아냐,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우리의 첫 만남은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날 그는 과꽃 다발을 들고 내 마음에 들어왔다. 이름도 모른 채.

그래서…….

‘황제는 내 어딜 보고 연모하는 거지? 아니, 연모하는 게 맞긴 한가? 날 연모한다면 계기가 뭐야?’

“소주? 표정이 왜 그렇게 험악하세요?”

“사랑을 고민하는 중이어서…….”

“사냥을 고민하는 중이 아니라요?”

“아니야.”

“폐하와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흑합 장군님 때문인가요?”

“흑합 장군은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리고 폐하는…….”

내가 입을 다물고 빤히 쳐다보자, 뒤꿈치를 들고 시렁 위에서 금색 단지를 꺼내던 부성이 위로 뻗었던 손을 내리고 물었다.

“왜 그러세요?”

“역시 헷갈리는 게 있으면 직접 물어봐야겠지?”

“예?”

* * *

그날 밤 경사방 태감이 찾아왔고, 나는 옷을 벗으면서 생각했다.

오늘 황제에게 직접 물어보자. 날 좋아해서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닌지.

“귀인님, 오늘은 옷을 벗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 그래?”

태감은 내가 옷을 벗으려 하자 펄쩍 뛰면서 말렸다.

“폐하한테 데려가려고 온 거 아냐?”

“맞지만 오늘은 침방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 * *

태감을 따라서 간 곳은 이전과 같은 곳이면서도 이전과 다른 곳이었다.

그러니까, 황제가 머무르는 수많은 전각 부근인 건 같은데. 원래 난 여기를 내 발로 걸어서 가지 않았으니까.

발로 안 걷는 정도가 아니지. 길도 모른다. 시침을 들러 갈 때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씌워서 태감들이 들고 가 주는걸.

그렇기에 내 발로 걸어가는 이 길은 평소와 전혀 다르게 여겨졌다. 게다가-

“방으로 안 가나?”

“예. 후원으로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최종 목적지도 달랐다.

태감이 날 안내해 준 곳은 황제의 침궁에 달린 후원이었는데, 후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하얀 꽃들로 빼곡한 아치 덩굴이 둘러싸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쌀밥처럼 하얀 그 길 너머에는 하얀 바위와 달이 담긴 호수가 보였다.

황제는 호숫가에 홀로 서 있었다.

태감은 덩굴 안으로는 함께 들어오지 않고, 두 손으로 ‘저쪽으로 가시죠’ 하고 방향만 알려주었다.

하얀 길을 따라 걸어가자 황제가 호수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오늘 그는 금색 용포 차림이었다, 색을 맞춘 건지 얼굴을 덮은 면사도 금색이고.

“뭔 날인가요?”

침방에 안 부른 것도 그렇고, 차림새도 좀 다르고.

신기해서 묻자 황제가 하얀 바위 위에 놓아둔 꽃다발을 들어 올려 내게 건넸다.

월하향꽃이었다.

꽃다발을 받아들자 그가 내게 먼저 말했다.

“널 연모한다, 천 귀인.”

“……으악.”

놀라서 꽃다발로 황제를 칠 뻔했다.

아, 물론 오늘 만나면 좋아하냐고 물어볼 생각이긴 했는데. 본인이 먼저 말할 줄이야! 게다가 대놓고 연모한대!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으악은 뭐야.”

나는 꽃다발을 꽉 쥔 채 쩔쩔매다 고백했다.

“전 폐하를 안 연모하는데요?”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황제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모든 무림인이 숭배하던 개원이가 날 사랑한 이후, 나는 오히려 더욱 피곤해졌다.

원래는 ‘위험한 악적’ 정도였다면, 개원이와 어울린 이후에는 ‘영웅을 타락시킨 빌어먹을 못된 악적’의 취급을 받았지.

개원이는 다 큰 성인이었고 충분히 자기 앞가림을 할 나이였는데도, 다들 내가 그의 눈알이라도 뽑아서 홀린 것처럼 굴었다.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 나던지.

그리고 난 황제의 사랑도 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그가 날 사랑하면, 수많은 사람이 날 노리겠지.

그건 버겁다. 게다가…… 개원의 선례를 따져보면 그렇게 버거운 걸 참으며 사랑을 지켜도 결과가 좋을 거란 보장도 없고.

그러니 황제가 날 사랑한다면 그건 싫다.

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좀 미안하지도.

“안다.”

그러나 황제는 내 말에 전혀 상처받지 않은 목소리로 태연히 대답했다.

안다고?

“근데 이 꽃다발은 뭐예요?”

“짐은, 네가 짐을 연모하지 않기에 널 연모한다.“

“제가 폐하를 연모하지 않는 게 폐하가 절 연모하는 이유가 되나요?”

“되던데.”

“그 말씀은…… 폐하께선 변태란 뜻이신가요?”

황제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가.”

……부정하지 않아?

주춤 뒤로 물러났다. 변태다! 변태가 나타났어!

자기가 되게 이상하게 보이는 걸 모르나? 황제는 그래도 다시 웃었다.

변태 소리를 듣고도 좋아하는 변태라니. 일국의 황제가 변태라니. 세상에 이럴 일이 있나.

나는 꽃다발을 방패처럼 앞으로 내밀었지만, 황제는 별말 없이 다시 호수만 바라보았다.

‘이상한 사람이야.’

다른 후궁을 마음에 품고 있었는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고자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승언이를 좋아하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어쨌든 저는 그냥 하던 대로 폐하를 안 연모해도 된단 거죠?”

“그래. 사랑은 받기만 해라.”

“만약,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제가 폐하를 연모하게 되면요?”

황제가 뒷짐을 지고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면사 아래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느낌상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눈이 마주쳤다는 걸.

잠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풀벌레 소리만 들려왔다.

간지러운 시간이 지나간 후에야, 마침내 꾹 닫혀 있던 입술이 열렸다.

“그건 그때 생각해보지.”

* * *

내가 방으로 돌아오자 측근 궁녀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놀라서 다가왔다.

“오늘은 빨리 오셨네요, 소주?”

“폐하께서 바로 보내주시던가요?”

내가 쫓겨난 건 아닐까 걱정하는 얼굴들이었다.

“음. 응.”

애매하게 대답하자 두 사람 다 내 손에 들린 꽃다발을 쳐다보았다.

그게 뭐냐고 묻고 싶은 눈치들인데. 결국, 아무도 꽃에 관해서는 묻지 못했다.

대신 원웅이 내가 피풍의 벗는 걸 도와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내 표정이 별로구나. 왜들 이리 눈치를 보나 했더니. 내 표정 때문에 그랬나 봐.

“폐하가 내가 좋대.”

나쁜 일이 있진 않았기에 흔쾌히 말해주자 부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럼 좋은 거잖아요!”

그렇지도 않아. 게다가 날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자길 안 좋아해서 좋아하는 거래. 이게 말이 되나?

* * *

간만에 떡돌이도 볼 겸 이 일에 대해 상담도 해볼 겸 청적을 찾아갔다.

그 일 외에도,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터, 그러니까 청적 같은 공터가 또 있는지도 물어볼 셈이었다.

무공을 익히려면 그런 장소가 필요한데, 후궁전 내에서는 더 찾기 힘든 듯하니까.

떡돌이는 내관이니까 지리에 관해서는 잘 알겠지.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떡돌이는 오지 않았다.

한참 만에 나타난 건 전혀 의외인 사람.

‘사자친왕?’

전에 황제와 마상 격구를 했던 사자친왕이었다.

검은색 심의, 화려한 은빛 겉옷, 화룡점정의 깃털 장식, 폭신해 보이는 부채까지. 오늘도 여전히 화려하네.

그런 모습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던 사자친왕 역시 날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 귀인?”

난감한 기분에 어색하게 웃었다. 여기서 저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나만큼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자친왕은 굳이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더 걸었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로군요.”

“예…….”

“산책을 나온 겁니까?”

“뭐. 그렇지요.”

“만날 분이 있는데 제가 방해를 한 건 아니고요?”

뭐야. 뭐 알고 말하는 거야 모르고 말하는 거야 왜 저렇게 말해?

떨떠름해서 쳐다보자 그가 무해해 보이게 웃었다. 그냥 한 말이란 것처럼.

그래도 영 찝찝한 기분이라 나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

“친왕 전하께서도 산책을 나오셨습니까?”

사자친왕은 순순히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부채질을 했다.

쌀쌀한 바람은 좀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만, 그는 추운지 겉옷을 여미면서도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일세.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쳐다보자, 사자친왕이 물었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는지?”

“부채요.”

이 날씨에 그거 꼭 들고 다녀야 하나?

솔직하게 대답하자 사자친왕은 자기 부채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무림에는 제갈세가라는 무가가 유명한데, 특이하게도 부채를 무기로 이용한다더군요.”

아 걔들. 그걸로 허세를 부리긴 하지. 실제로 허를 찌르는 공격에도 사용하는 모양이지만.

근데 걔들도 주요 무기는 부채가 아니라 검이다. 검보다는 머리를 잘 굴리고.

그런데 그거야 그렇다 치고. 부채 얘기를 하는데 제갈세가 얘기는 갑자기 왜?

“제갈세가랑 연이 있으신가 봐요?”

연이 있을 수도 있지. 제갈세가 방계 중엔 관직에 오르는 이도 적지 않다 들었으니.

그러나 사자친왕은 하하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 그런데 제갈세가 얘기는 왜 꺼냈대?

“제가 무림을 동경하거든요. 제갈세가와 부채 얘기를 듣는 순간 거기에 꽂혀 버렸죠.”

아아 그래서 이 날씨에 저런 부채를…….

하지만 친왕이 무림을 동경하다니. 동경할 만한 세계는 아닌데.

강해지면 무한한 힘과 자유를 느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느낌상 그럴 뿐이지 실제로는 제약이 많으니.

게다가 강해질수록 적도 많이 따라붙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강해지면 더욱 그렇고.

고귀한 집안에서 화초처럼 자란 분 눈에는 그런 것조차 재밌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정영검 개원에게 꽂혀 있습니다.”

그러나 고상하게 자란 도련님이 무림을 동경한단 평범한 이야기는, 개원이 이름이 나오자마자 아주 거슬리게 들렸다.

하필 꽂힌 게 그놈이야. 뭐 무림인 대부분이 그놈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분이 더러워져서 썩은 미소가 나왔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천년비’란 고수죠.”

뒤이어 나온 이름엔 사레가 걸려 버렸지만.

침이 목구멍에 걸렸어! 내가 목을 잡고 콜록거리자 사자친왕이 등을 텅텅텅 두드리며 괜찮냐고 물었다.

“아 죄송.”

얼결에 사과하면서 나는 사자친왕을 아주 희한한 놈 보듯 쳐다보았다.

날 존경한다고? 날 존경한단 사람은 처음 봐서 놀랐다.

내가 목표란 사람은 많이 봤지만. 죽이고 싶은 목표 말이다.

“흠. 흠흠.”

뭐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닌지라, 나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서 은근하게 물었다.

“근데 그 사람은 되게, 뭐야. 평판이 나쁘지 않아요?”

사자친왕이 의외란 투로 되물었다.

“천 귀인께서도 천년비에 대해 아십니까?”

알지. 나인데. 물론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냥. 오며 가며 들었어요.”

대충 둘러대자 사자친왕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오며 가며 들릴 이름이지요. 둘 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 대단하단 천년비를 죽인 정영검이나.”

대단하긴. 개원이 개새끼.

“죽을 뻔했지만, 고비를 넘기고 부활한 천년비나.”

“!”

이번에는 사레에 걸리진 않았지만, 숨이 목구멍에 턱 걸렸다.

진짜, 아까보다 몇 배는 더 놀라서.

누가 부활해?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