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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19화 (19/283)

##  19화. 돌려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폐하? 누가 죽었단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은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요.”

그건 여린 거랑 관계없어. 사람이 죽고 다치는 걸 비교적 자주 보는 무림인들도 그럴걸?

“하긴. 그건 그렇지.”

“그런데 여리단 얘긴 뜬금없이 왜 나옵니까?”

“그러게. 왜 나왔을까.”

이상한 사람이네, 생각하자마자 황제가 사람을 찔리게 하는 말을 내뱉었다.

“네 말처럼 당연한 거긴 한데. 너는 안 그럴 사람 같아서?”

왜 저런 말을 하지? 나한테서 못된 사람이란 티가…… 나나?

괜히 불안하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황제는 아니면 아닌 거지, 생각하는 얼굴이지만.

그냥 한 말이었나?

* * *

황제가 먼저 떠난 후, 나는 ‘살아 있으면 살아 있다고 해줘’라는 쪽지를 적어 바위 밑에 끼워둔 다음 내 처소로 돌아왔다.

떡돌이가 나중에라도 이걸 본다면 대답을 해주겠지. 내가 오해를 한 건지 괜한 걱정을 한 건지도 그때 나올 테고.

수사청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제일 빠르지만. 그건 좀 위험하니까.

젠장. 사실 이런 고민도 무공이 강했더라면 안 해도 되는데.

두 발로 직접 찾아다닌다거나 수사청에 몰래 잠입을 하면 되니까.

역시 새로운 무공 수련 장소를 개척해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한참 부성이 준 밤을 까먹으며 홀로 생각에 잠겨 있자니, 문밖에서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천 귀인 계십니까?”

부성은 펄쩍 뛰었다.

“경사방 태감이 왔나 봐요!”

황제가 다시 날 부를 거란 기대감 때문인가. 부성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 만나게 된 사람은 경사방 태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처음 보는 태감도 아니었다. 누구더라?

“황후 마마의 장태감인 징봉입니다, 소주.”

옆에서 원웅이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고서야 나는 이 태감을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해냈다.

문안을 드리러 갔을 때랑 편지 사건으로 끌려갔을 때 봤구나.

그런데 황후의 태감이 나를 왜?

“무슨 일이지?”

그것도 이 늦은 저녁에?

내가 묻자, 태감은 두 손을 곱게 모으고서 말했다.

“천 귀인, 황후 마마께서 그간 궁에 좋지 못한 일이 많았으니 다 같이 모여 불안한 마음을 떨치자 하셨습니다.”

윽. 전조가 좋진 않은데.

“어떻게 말인가?”

“내일 오후에 폐하와 사자친왕 전하께서 함께 마상 격구 놀이를 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참석하라고?”

“예. 다 같이 모여 두 분을 응원도 해주시고 경기도 관람하시고 나들이도 하시면 기분이 풀어지실 겁니다.”

내가 말한 참석은 격구 놀이에 선수로 뛰어야 하냔 뜻이었지만…… 뭐 구경하러 오라는 것도 상관은 없지.

어차피 황후가 불렀다는 데 싫다고 뺄 수도 없고.

“알았다.”

* * *

태감 하나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후궁 하나는 그 범인으로 의심받아 투옥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격구를 뛰고 그 구경을 한다는 건,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이상해 보였다.

원래 궁궐 분위기는 다 이런가?

어쨌든 시키니 시킨 대로, 나는 평소보다 좀 더 간편한 차림을 하고서 경기 장소로 갔다.

경기 장소는 평소 연무장으로 사용하는 모래 부지인데, 그 주위로 세 단짜리 폭이 넓은 계단이 있고, 그 계단 위에 색색의 차양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후궁들은 그 차양 아래에 작은 탁자와 의자를 가져다 두고 앉아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이고.

‘염 귀인은 안 보이네.’

아직 수사청에 있는 걸까?

같이 앉자고 해주는 후궁이 없어서, 일단 나는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뭐. 좀 외롭긴 하지만 괜찮다. 난 원래도 친구가 없었는걸. 혼자 구경해도 재미는 있다고.

한 이 각 정도를 그러고 있었나. 내내 다른 후궁 한 명과만 얘기를 나누던 황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모든 후궁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황후는 그런 후궁들을 차례로 둘러보며 당부했다.

“황제 폐하와 사자친왕께서 각 조의 대장이 되어서 경기를 할 겁니다. 보다가 경기를 멋지게 주도하거나 누군가 득점한다면, 다들 응원을 해주어요.”

싹싹 아부하란 거구나.

“아무 때나 응원하면 방해된다고 싫어하시니, 경기를 방해할 정도로 계속 응원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께서는 아부도 싫어하시니, 박수도 쳐야 할 때만 치도록 하고.”

황제 자식, 되게 까다롭네.

“폐하뿐만 아니라 사자 친왕과 그 조원들이 경기를 잘하더라도 같은 응원을 해야 합니다. 알았나요?”

황후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시기적절하게도 바로 동쪽에 있는 울타리 문이 열리며 말을 탄 황제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흑마에 올라탄 황제는 이 와중에도 얼굴에 검은 면사를 두르고 있었다.

‘대체 저 면사는 왜 이 와중에까지 고집하는 거야?’

황제의 뒤쪽으로는 검은 옷을 입은 호위인지 병사인지 장군인지 구별 안 가는 이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다음으로는 서쪽 울타리 문이 열리고서 백마를 탄 처음 보는 남자가 나타났다.

황제와 겨룬다고 한 사람이 사자친왕이랬으니, 아마 저 남자가 사자친왕이겠지.

와. 그런데 세상에. 저 남자 얼굴 좀 봐. 여기 왕족들은 다 개성적이네.

황제는 면사를 얼굴에 감고 꽁꽁 싸맸는데.

사자친왕이란 작자는 깃털로 여기저기를 장식해 뒀다. 살아 있는 공작새처럼.

‘잘하면 날아가겠는데?’

참 특이한 사람이다 싶어서 쳐다보는 사이.

경기장 중앙지점까지 말을 타고 와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마침내 경기를 시작했다.

정확한 규칙은 모르겠지만, 얼핏 봐서는 말을 타고 채를 휘둘러서 공을 굴리는 경기 같았다.

황제, 왕과 함께 경기를 치르면서도 다들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꽤 즐거워 보였고.

하지만…….

‘규칙을 모르니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네.’

내가 볼 때는 그냥 말 위에서 헛손질하는 거로만 보여서 재미없다. 마상 창술도 아니고, 저게 뭐야?

손에 쥔 채로 공? 공 맞나? 하여튼 바닥을 굴러다니는 저걸 치려고 하는데, 보고 있자니 참으로 따분하고 지루했다.

목숨을 건 마상 창술 시합이라면 잔뜩 긴장해서 쳐다보았겠지만……. 지금은 응원을 하려고 해도 어느 때에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오고.

“와아! 최고예요, 폐하!”

“그대로! 아, 아까워!”

다른 후궁들은 규칙을 잘 아니까 거의 비슷비슷한 시기에 응원을 하는 듯한데. 나는 그 시기도 잘 못 따라가겠다.

그 순간이었다.

공작새가, 손에 든 채로 검은 옷을 입은 황제 진영 선수 한 명의 등을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은 바로 말에서 뚝 떨어졌다.

지금까지는 내내 응원을 놓쳐서 혼자 우두커니 있었지만, 지금이 응원할 때라는 건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사자 친왕 쪽이 잘한 거지만, 황후가 두 쪽 모두에게 응원하라고 했으니까.

“좋아! 까버려!”

나는 주먹을 휘두르면서 환호했다.

사실 진짜로 흥이 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남들도 다 같이 환호할 거니까 좀 과장한 것일 뿐. 지금까진 나 혼자 조용했잖아?

“…….”

하지만 이번에 소리친 건 나 하나뿐이었다.

‘어째서?’

심지어 다들 입을 벌리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또 왜?’

떨떠름해서 주먹을 도로 회수하고 있자니, 원웅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항의했다.

“어휴, 소주. 폐하가 지는데 응원하면 어떡해요!”

아니, 그게 왜?

“모두한테 응원하라고 그랬잖아? 황후 마마가.”

“그거야 그냥 하는 말씀이셨죠! 폐하만 응원하라고 하면 이상하니까요.”

그런 게 어딨어! 억울하다. 이건 내가 진짜로 억울한 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후궁들은 물론 명령을 한 황후, 심지어 등을 맞고 낙마한 선수까지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딱 두 명을 제외하고는.

“짐의 부인이면서 누굴 응원하는 거지?”

경기를 하다 말고서 당당하게 내 쪽으로 다가온 황제.

“천 귀인께서는 경기의 묘미를 아시는군요.”

그 뒤에서 같이 경기를 때려치우고 다가온 사자 친왕. 이렇게 단둘.

이 인간들…… 권력을 휘둘러도 이렇게 소소한 데에서 휘두르다니.

황제야. 친왕아. 너네 뒤를 돌아봐라. 선수들이 뻘쭘해서 경기를 못 하잖아.

하지만 뭐. 지금은 내가 경기 멈춘 선수들 걱정할 때가 아니지. 지금 내 코가 석 자인데.

빨리 황제의 후궁이면서 사자 친왕을 응원한 이유를 둘러대야 했다.

아니면 다들 이상하게 볼 텐데.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너무 많이 받고 싶진 않으니.

……이미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젠장. 내 얼굴이 격구 공이냐, 그만들 쳐다봐.

어휴. 정말로 뭐라고 둘러대지? 폐하랑 친왕 전하를 헷갈렸어요?

안 돼. 눈이 있다면 헷갈릴 수가 없어. 한쪽은 흑마에 한쪽은 백마잖아.

심지어 황제는 흑색 면포로 얼굴을 가렸고 친왕은 깃털 장식을 했다고!

그러면…… 친왕 전하를 응원하는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와, 내명부의 공적이 되겠는걸? 게다가 이런 말을 하면 황제의 총애를 잃자마자 사자 친왕에게 갈아탄다고 수군거릴 지도 몰라.

“천 귀인?”

내가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황제가 목소리를 깔고 내 이름을 부른다.

왜 말이 없냐는 듯. 입이 있으면 변명을 해보란 투로.

한다, 자식아. 한다.

어쩔 수 없지. 이럴 땐 최대한 전문적인 척 접근하는 수밖에.

“친왕 전하의 손목, 각도, 채를 휘두르는 솜씨가 아주 멋져서요!”

이러면 그나마 덜 튀겠지. 원래 전문가들은 상대 진영이 잘해도 기술만 좋으면 칭찬을 하니까.

나는 얼른 엄지를 내밀면서 사자 친왕을 치켜세웠다.

“친왕 전하가 채 휘두르는 걸 보니 소첩도 꼭 해보고 싶지 뭡니까.”

황제가 못 들을 걸 들었단 듯 고개를 기웃했다.

사자 친왕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기 손에 든 격구용 채를 찰싹찰싹 허공에 대고 휘둘렀고.

“이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가 채를 휘두를 때마다 허공에서 ‘핑 핑’ 하는 소리가 났다.

젠장. 입에서 욕이 나오네.

쟤가 저렇게 시험을 보여버리니, 격구를 해보고 싶었단 게 아니라 채로 사람을 때리고 싶었단 것처럼 들리잖아?

상황을 수습해보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지만,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럴수록 면사 아래로 드러난 황제의 입매는 딱딱하게 굳었고.

결국 머뭇거리다가 “예에…….” 하고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고서 허공에 대고 ‘핑 핑’ 나도 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그거요. 재밌어 보여서요.”

* * *

“소주. 제가 진지하게 여쭤보는 건데요.”

“꼭 지금 물어봐야 해? 나 지금은 대답할 기운이 없거든.”

“당장 여쭤보지 않으면 신경이 쓰여서 밤에 잠도 못 잘 거예요.”

“뭔데?”

“소주께서 총애를 잃으신 게 혹시…… 폐하께 막 채를 휘둘러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던가, 그런 이유는 아니시지요?”

“미쳤어?”

“아까 제가 소주를 보고 든 생각이에요, 그게.”

처소로 돌아가는 내내 원웅은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변명이랍시고 둘러댄 게 많이 이상하긴 했던 모양이다.

나는 힘없이 어깨를 떨구었다.

“기운 내세요, 소주. 그래도 친왕 전하께서는 즐거워하셨잖아요.”

황제 이복동생이 즐거워 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전혀 기운이 나지 않는다.

황제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 것도 사실 별로 상관은 없다.

그냥, 천년비일 때에도 나는 괴짜 취급을 받았는데.

후궁이 되어서도 괴짜 취급을 받는구나 싶어서 씁쓸할 뿐이지.

* * *

‘계란말이는 말을 하면 할수록 꼬이는 모양이군.’

황제는 청적으로 걸어가면서 픽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한 말을 자기가 감당하지 못하고서 허둥지둥하는 꼴이라니.

게다가 변명이랍시고 한 게 자기도 채를 휘둘러보고 싶다니.

‘하여튼 특이해.’

이쯤 되니 정말로 궁금할 지경이다. 천 귀인의 가문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입궁시킨 걸까?

성격이 저 정도라면 혼례를 빨리 시킨다거나 병을 핑계로 후궁 선발을 아예 피했을 것 같은데.

‘아니지. 이미 연비가 입궁해 있으니, 천 귀인은 후궁 선발에 나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의아해하던 황제의 표정에 살얼음이 끼었다.

‘그러고보니 그 가문에서 올라온 후궁만 셋이로군.’

이미 한 명은 빈이고 한 명은 비였다.

가장 직급이 낮은 게 천 귀인인데, 그나마도 요즘 자신은 천 귀인을 가장 많이 생각하지 않던가.

“폐하?”

황제가 돌연 걸음을 멈추자 승언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왜 그러시는지요?”

“……아니다.”

일행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청적에 가서야 멈추었다.

하지만 황제는 한 번 떠오른 의심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천 귀인 가문에서 저토록 매력적인 여자를 보낸 건, 그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외척이 되기 위한 게 아닐까?

앞선 연비와 영빈이 높은 직급을 받고서도 더이상의 총애를 얻지 못하자. 가장 매력적인 여식을 최종 투입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몰랐다. 저렇게 사랑스러우니 꼭꼭 숨겨두고 있다가 비밀 병기처럼…….

본인도 그랬지 않던가. 자신에게는 숨겨둔 정체가 있다고.

“승언아.”

“예, 폐하.”

“네 눈엔 천 귀인이 어떻게 보이지?”

“백치미가 있으십니다.”

“그 백치미 안으로 예리하고 날카롭고 계산적인 지략이 보이진 않느냐.”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폐하.”

승언은 순간 ‘폐하께선 천 귀인에게 그런 게 보이시나? 그렇다면 콩깍지가 너무 두꺼우신 게 아닌가?’ 염려했으나, 황제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황제는 ‘떡돌’과 천 귀인이 우정을 나누는 커다란 바위로 가 홀로 앉았다.

아까는 천 귀인의 말이 그저 귀엽고 재밌기만 했는데.

한 번 의심을 시작하자 모든 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황제는 어느 후궁의 가문이든, 일정 이상 그의 권력에 도전하게 둘 마음이 없었다.

지금까지 이건 쉬운 일이었다. 그는 모든 이에게 선을 긋고 가까이하지 않았기에.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 선을 천 귀인이 너무 쉽게 넘어오고 있었다.

아니, 이미 발 하나를 내밀어서 선을 삭삭 지우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후궁이 권력과 가문을 위해 입궁했으니, 사실 천 귀인이 그런 목적을 품고서 입궁했다 한들 상관은 없다.

문제는 그 자신이었다.

게다가 세 명이나 후궁으로 황실에 들여보냈다는 건, 천 가문이 야욕이 있는 가문이란 뜻.

기회가 온다면 그 가문은 분명…….

그때, 바위 아래로 아주 조그마한 종이 끄트머리가 보였다.

황제는 ‘떡돌’과 천 귀인의 약속을 떠올렸다.

서로에게 할 말이 있으면 여기에 남기기로 한 유치하고 풋풋한 약속.

‘천 귀인이 보낸 건가?’

황제는 손을 뻗어 종이를 빼냈다.

- 살아 있으면 살아 있다고 해줘.

역시. 천 귀인이 떡돌이에게 쓴 쪽지였다.

이래저래 복잡하고 먹먹한 기분으로 쪽지를 펼쳤던 그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뜬금없이 살아 있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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