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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18화 (18/283)

##  18화. 내가 하면 괜찮은데 네가 하니 신경쓰여

과연 진실을 털어놓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거짓말을 할까? 나는 차분하게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난 우리가 이 거리를 유지했으면 해.”

이후 나온 말은 진실도 거짓도 아니었다. 아 뭐, 따지자면 진실에 가깝긴 한가? 진실한 속마음 이딴 거.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진실은 아니었다. 얘 참 짜증 나게 솔직하네.

“이 거리가 어떤 거린데?”

“네게 호감이 있다. 하지만 네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

“날 등쳐먹고 싶단 뜻이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렇게 들리는데?”

“나는-.”

혼자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한 거야, 대체? 말을 해 말을.

그래도 그가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자, 떡돌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 네가 좋지만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이 욕심쟁이 같으니라고. 내가 좋지만 더 가까워지고 싶진 않단 뜻이잖아? 더 멀어지는 건 싫으면서!”

“그런 뜻이 아니라-.”

“맞네!”

내가 호통을 치자 떡돌이는 자기도 헷갈려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나는 혀를 끌끌 찼다. 거리감과 애정 모두를 가지고 싶어하다니. 진짜로 욕심 많잖아?

“조심하는 게 좋아, 떡돌아. 넌 이미 떡돌 장군에서 떡돌로 내려왔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돌식이라 부르는 수가 있어.”

쥐꼬리만큼 미안한 표정을 짓던 떡돌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찡그리며 항의했다.

“왜 항상 그렇게 촌스러운 이름만 붙여주는 거지?”

그야 입에 착 달라붙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신경질적으로 발을 까딱거리자, 떡돌이는 한숨을 내쉬고서 두 손을 깍지 껴 잡았다.

“내가 이렇게 나와서 서운해?”

“좋진 않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하지만 괜찮아. 나도 네게 거리감을 두고서 알려주지 않은 비밀이 있으니까.”

사연 있는 연극 주인공처럼 청승맞게 웃던 떡돌이가, 대번에 악역처럼 도끼눈을 떴다.

“비밀?”

“어. 내 정체에 대한 비밀. 그러니 네가 비밀을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 쌤쌤이잖아.”

비밀은 자기한테만 있을 거라 생각하기라도 했나? 떡돌이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은근하게 물었다.

“그게 뭐지?”

나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녀석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찰싹 내리쳤다.

“이 요망한 주둥아리.”

“요망? 지금 나더러, 요망하다 하였나?”

“지는 이름도 말해주기 싫어서 ‘이 거리를 유지하자’ 이따위로 말해 놓고선, 나한테만 비밀을 말해 달라 하니 그러지.”

“지? 나더러 지라고?”

다시 한번 녀석의 주둥아리를 찰싹찰싹 내려치면서 “요. 망.” 하고 끊어서 말해주자, 떡돌이는 입을 약간 벌리더니 혼란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후에야 떡돌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품 안에서 주먹만 한 주머니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뭐야?”

“네가 먹고 싶어 노래를 불렀다던 잣구리 떡이다.”

퉁명스럽게 말한 떡돌이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고 가버렸다.

나도 그에게 잘 가라 인사하는 대신 주머니를 꺼내서 오늘 분의 떡을 입에 물었다.

아 고소해.

“…….”

뭐, 끝까지 이름을 안 알려주는 게 짜증 나긴 하지만. 괜찮다. 나도 이 거리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니까.

게다가 자기가 날 좋아하지 내가 자기를 좋아하나? 거리가 여기서 유지되면 누구 손해겠어?

그리고 자기가 뭐. 자기 비밀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어.

자기가 황제라도 된단 거야 뭐야. 웃겨.

“떡은 맛있네.”

어디서 맨날 이리도 맛있는 떡을 구해오나 몰라……라고 생각하다가 방금 엄청난 게 떠올랐다.

떡돌이 저거, 혹시 이름을 계속 알려주지 않으려 버티는 거, 이유 알 것 같아!

‘내시인가 봐!’

내시가 뭐야. 고자지. 고자는 뭐야. 고자지.

떡돌이는 나를 연모하고.

답이 나왔네, 답이 나왔어. 고자인 떡돌이는 내게 자기가 내시란 걸 차마 들킬 수 없던 거다.

자기가 내시란 걸 알리는 순간 그의 짝사랑은 끝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

이런 사유라면 흑합 장군이 친구를 위해 이름을 빌려줄 만하다. 암.

내관이니까 황제의 호위라는 승언이랑도 자주 어울려 다닐 테고. 상황이 딱 들어맞잖아?

어휴…… 나는 내 입을 서너 번 내리쳤다. 이 못된 주둥이, 이 못된 주둥이.

내가 나빴어. 고자 앞에서 맨날 황제가 고자라고 의문을 제기했으니.

떡돌이가 들으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바보한텐 바보라 말하는 거 금기인데.

‘미안해서 어쩌지?’

* * *

황제는 괜히 바쁜 척 빠른 걸음으로 청적을 벗어나다가 갑자기 확 멈춰 섰다.

그는 온 정신을 다 집중해서 혹시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지는 않나 인기척을 살폈다.

얼마나 오래 그러고 있었을까.

“아무도 안 따라옵니다, 폐하.”

보다 못한 승언이 뒤에서 알려주었다.

“안다.”

황제는 그제야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승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시지.

어차피 천 귀인은 황제의 여인 아닌가.

물론 자기가 떡돌이라고 부르며 놀려대던 사내의 정체가 황제라고 하면 좀 놀라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주 싫어하진 않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한 승언은 뒤늦게 황제가 자기 이름을 밝히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두려우신 거구나.’

황제는 아직 장공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어린 시절의 일이라 완전히 기억하지 못할 텐데도.

그때였다.

“승언아.”

심궁으로 느릿하게 걸어가던 황제가 그를 불렀다.

“예, 폐하.”

승언은 속도를 빠르게 해서 얼른 황제의 대각선 뒤쪽으로 다가갔다.

“하명하십시오.”

돌아온 대답은 명령이 아니었다.

“천 귀인이 숨기고 있단 비밀이 뭘까. 정체에 관한 비밀.”

승언은 천 귀인의 인적사항을 빠르게 머릿속으로 점검했다.

그녀가 황제와 가깝게 지내자마자 바로 한 차례 조사를 해두었기에 대답은 쉬이 흘러나왔다.

“천 귀인은 연비마마의 동복동생입니다.”

“그건 비밀이 아닐 텐데?”

“부친과 모친 모두 신분이 확실합니다. 내내 수도에서 지낸 데다 다른 가문과의 교류도 적지 않아, 어린 시절부터 천 귀인을 보아온 귀족들도 많고요.”

“그것도 비밀이 아니지.”

“네. 비밀이랄 게 없습니다, 폐하.”

승언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밀었다.

“그냥 폐하께서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으시니, 홧김에 내뱉은 말이 아닐까요?”

원래 사람은 그런 식으로 허풍을 다 떨지 않던가.

감히 황제의 앞에서라면 그런 허풍은 떨지 못하겠지만, 천 귀인은 상대가 황제란 걸 모르니 허풍을 떨 만했다.

그러나 황제는 대번에 그럴 리 없다고 대답했다.

“넌 눈치가 없구나. 그 거만하게 치켜들고 있던 턱을 못 보았느냐? 분명 진담이었다.”

“그러면 천 귀인의 호위로 보냈던 태감을 불러볼까요? 천 귀인에게 수상한 점이 없는지 물어보시겠습니까?“

* * *

눈이 내린 저녁, 우물가에서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올해 우물에서 떠오른 첫 시체였다.

그러나 그 우물은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 일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시각. 태감들은 하루해를 정리하느라 온갖 잡일에 바빴고, 궁녀들도 이부자리를 살피고 제 주인에게 차와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에 정신이 없었다.

황제는 ‘내 정체는 알려주기 싫지만 천 귀인의 정체는 알고 싶다’는 이중적인 욕망에 끙끙 앓았고, 황후는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이미 죽고 없는 친구를 떠올렸다.

염 귀인은 흑합 장군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전에 내가 한 질문, 생각나나요?”

“……예.”

“천 귀인과의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예.”

“그때 그대는, 천 귀인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두 사람 사이에서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흑합은 염 귀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염 귀인의 눈동자는 힘없이 떨렸다.

“다시 물을게요. 천 귀인과 무슨 사이인가요?”

“저는-.”

“알지도 못한단 거짓말은 하지 말아요. 그대가 천 귀인을 구하기 위해 수사청까지 갔단 이야기는 이미 모르는 이가 없으니.”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천 귀인에게 선물을 보내고 함께 산책을 하나요?”

“귀인.”

“친한 사이가 아닌데 그런 행동을 하다가, 폐하께 밉보일지도 몰라요. 그걸 모르나요?”

흑합 장군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더라도 귀인께서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입니다.”

뒤이어 그보다 더욱 무거운 거절도.

염 귀인의 머리카락 위로 하얀 눈이 쌓였다 녹길 반복했다.

그녀는 ‘감기에 걸립니다, 낭자’라고 말하며 겉옷을 벗어 둘러주던 사내를 떠올렸다.

“들어가십시오. 날이 춥습니다.”

그러나 흑합 장군은 돌아서서 홀로 저택에 들어가 버렸다.

염 귀인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만 펑펑 흘렸다.

“소주…….”

친정에서부터 데려온 그녀의 궁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으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야 합니다, 소주. 지금 옷도 얇고. 장군님 말마따나 정말 이러다 감기에 걸리십니다. 네?”

궁녀가 거듭 재촉한 후에야 염 귀인은 가까스로 발을 움직였다.

* * *

“소주, 소주, 소주! 들었어요? 들으셨어요?”

이제 막 일어난 사람에게 저런 질문을 할 경우, ‘응’이란 답이 돌아올 확률은?

없다. 있을 리가.

“나 방금 일어났어.”

네 손에 든 건 내 세숫물이고. 그렇지 않니?

원웅이 든 넓은 세숫대야를 가리키자, 그녀는 “아이쿠” 소리를 내면서 자기 이마를 두드렸다.

“내 정신이야. 죄송해요. 얼른 세수하세요.”

“응. 근데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이야? 왕족 하나 더 죽었어?”

“왕족이 죽은 건 아닌데요! 누구 하나가 죽긴 했어요!”

손에 물을 묻혀서 얼굴에 찔끔찔끔 가져다 대는 고양이 세수를 하다가, 나는 깜짝 놀라서 행동을 멈췄다.

“진짜?”

여기도 조용한 무림이 맞다니까. 뭐 시시때때로 사람이 죽어 나가?

내가 이 몸으로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두 사람이 죽었어. 이게 말이 돼?

“누가 죽었는데?”

“내관이요.”

시큰둥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찬물에 다시 손을 담그다가, 나는 아까보다 더 놀라서 손을 도로 뺐다.

“진짜? 어느 내관? 혹시 죽은 내관이…… 잘생겼어?”

원웅은 황당하단 얼굴로 내게 마른 수건을 내밀었다.

“세상에 소주. 그게 중요하세요?”

죽은 사람 얼굴이나 따지다니, 정말로 매정하시네요. 뭐 이런 어조였다.

억울해. 난 죽은 사람 얼굴을 따지려고 물어본 게 아닌데.

“나랑 좀 친한…… 애증 관계인 내관이 있어서 물어본 거야. 그 사람이 무진장 잘생겼거든.”

자, 수건은 도로 가져가고.

“잘생겼단 말은 없는데 잘생겼을지도 모른단 말은 있어요.”

“무슨 소리야?”

“우물에서 발견된 거라, 발견됐을 땐 상태가…… 아시겠죠?”

“아.”

“하지만 뼈대라던가 뭐 그런 건 보이잖아요. 수사청 검시관이 사인을 조사하다가, 치정 싸움에 휘말렸을 수도 있겠다고 그랬대요.”

“그건 너무 막 건너뛴 추측 아냐?”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르지요. 그냥 건너건너 들은 거라서요.”

“그래?”

“네. 하지만 일 년에 서넛은 그런 궁녀나 태감 시체가 나와요.”

그건 그것대로 끔찍한 이야기인데?

“아, 근데 시체가 발견되어서 소주께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럼?”

“염 귀인 있잖아요?”

“응.”

“그 태감, 염 귀인이 죽인 걸지도 모른대요!”

“뭐?”

염 귀인이라면 분명…… 내가 떡돌이, 아니, 떡돌이라 오해한 흑합 장군에게 편지를 썼을 때, 중간에서 내 편지를 가로채 황후에게 가져간 그 후궁이지.

맞아. 그때에도 보니까 좀 비열한 구석이 있었어.

“아니 세상에 어쩌다가 그런 짓을 했대?”

태감이 먼저 죽으라고 달려들어서 반격한 거라면 그런 짓을 할 만하지만.

원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이제 알게 되겠죠 뭐. 지금 수사청에 잡혀갔으니까요.”

* * *

밤새 내린 눈은 정말 야비해 보일 정도로 찔끔 쌓였다. 눈과 흙이 뒤섞여 신발에 철벅 철벅 꺼림칙할 만큼.

그런 주제에 날씨는 어찌나 차갑게 만들었는지.

원웅은 이런 날은 처소에서 따뜻하게 밤이나 삶아 먹어야 한다 했지만, 나는 굳이 밖으로 나왔다.

마음이 심란해서 그렇다.

‘죽은 사람이 잘생긴 태감이라고?’

젠장. 설마 떡돌이는 아니겠지?

태감 숫자가 하나둘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영 신경이 쓰인단 말이야.

그렇다고 내가 수사청에 가서 시체 얼굴 좀 확인하겠다고 하면…… 기몽 장군은 얼씨구나 만세를 부르면서 감옥 문을 열어줄거야.

그 인간은 지난번에 날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일로 꽁해 있을 테니.

결국 정처 없이 마구 서성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나는 청적으로 가보았다.

거기에 갈 때마다 떡돌이를 마주쳤지. 이번에도 마주칠지 몰라.

녀석이 무사한 걸 보고 안심하고 싶었다.

“…….”

하지만 평소와 달리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떡돌이가 오지 않았다.

그러자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생긴 내관이라고 하면 떡돌이 외엔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데.

오가면서 본 내관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떡돌이…… 죽었으면 어떡하지?

그때, 눈진흙을 지르밟는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떡돌아! 나는 얼른 벌떡 일어나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나타난 사람은 황제였다. 평소처럼 면사를 얼굴에 드리운 황제.

평소 같은 용포 차림인데, 어깨에 두툼한 털피풍의를 두르고 있다.

“이런. 계란말이. 왜 우울한 표정이야?”

그가 며칠 내내 나를 부르다가 갑자기 찾지 않기에, 나는 황제가 내게 뭐 불만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황제는 우리가 어제도 인사하고 지낸 양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다가오며 물었다.

나랑 떡돌이의 커다란 바위 근처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

저기는 나랑 떡돌이 자리인데, 되게 자연스럽게 가서 앉네. ……하긴. 따지자면 이 궁전 자체가 황제 거긴 하지만.

어쨌든 물었으니 대답을 하긴 해야 하는데.

여기서 ‘친구가 죽었을까 봐요’라고 대답하면 너무 사연 있어 보이겠지? 아직 죽은 게 떡돌이인지도 모르고…….

“계란아?”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마음이 아파서요.”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다면서 웃기엔 진짜로 우울하고 걱정이 되어서,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황제는 의외란 듯 고개를 기웃했다.

“너, 의외로 여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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