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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17화 (17/283)

##  17화. 궁궐에선 고상하게 시를 읊는다

사기 치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 사기당한 사람이 찾아와서 사기꾼을 찾는 상황.

과연 흑합 장군이 어떻게 대응하려나?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서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생각했고, 사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해도 좋을지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대나무숲을 거의 두 바퀴 돈 후에야 흑합 장군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 판단은 내가 할게. 그쪽은 일단 말해봐.

“하지만 지금은 말하는 게 낫단 쪽이 좀 더 우세합니다. 그러니 말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가?”

“내겐 친구가 있습니다.”

뭐야. 자랑해? 나한테 친구 없단 건 어떻게 알고 자랑하는 거야?

“그 친구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게 우정인지 연모인지는 내가 그 친구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요.”

아. 자랑이 아니구나. 혹시…… 떡돌이 얘기인가? 다른 건 몰라도 떡돌이가 날 좋아하는 건 분명하니까.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내 이름을 빌려주었습니다. 천 귀인, 그대 곁에 다가갈 수 있도록요.”

역시 떡돌이 얘기였어.

“흑합 장군은 저입니다, 천 귀인,”

진실을 고백할 가능성도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떡돌이와 입을 맞추고 날 속일 확률을 더 높게 봤는데. 설마 저렇게 대놓고 진실을 이야기할 줄이야. 좀 놀라운데?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니 ‘이러는 게 맞나?’ 하고 아직 고민 중인 듯하지만.

어쨌든 난 처음 듣는 이야기인 척 놀란 표정을 꾸며냈다.

“정말인가? 그럼 내가 아는 흑합 장군은 누구지? 난 지금까지 내가 흑합 장군과 친구라 여겼는데!”

“제 친구입니다. 이름을 빌려준 친구이지요.”

“날 속이다니!”

“미안합니다, 천 귀인.”

나는 화난 척 흑합 장군을 원망스레 쳐다보다가 휙 몸을 돌렸다.

뒤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죄자라거나 못할 일을 하는 친구는 아닙니다. 그러니 천 귀인, 괜찮다면 조금만 더 그 친구에게 속아줄 수 있겠습니까?”

* * *

‘속아달라’고 부탁했으니, 흑합 장군도 떡돌이에게 ‘너 정체 들켰다’고 바로 말해주진 않겠지.

하지만 흑합 장군이 내게 진실을 털어놓은 이상 떡돌이까지 진실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흑합 장군이 양심에 걸려서 내게 비밀을 실토했듯, 이번에도 양심에 걸려서 떡돌이에게 비밀을 실토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거 참. 그러고보니 그 장군, 입이 무거운 듯 가볍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깊게 고민할 새도 없이, 나는 저녁이 되자마자 한껏 치장하고서 황제와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 불려갔다.

나 혼자 불려간 건 아니고. 황제, 태후, 황후, 후궁들이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평소에는 따로 먹으면서 왜 갑자기 부른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라고 해서 가 보니, 넓은 방 안에 벽을 따라 의자와 개인 탁자가 있고, 가장 상석 위쪽에는 황제, 태후, 황후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넓은 식탁이 있었다.

황제는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앙에, 태후는 오른쪽에 황후는 왼쪽에 앉아 있었고.

자리를 잡고 앉자 바로 음식이 나와서, 나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일단 태감들이 가져다주는 대로 음식을 먹었다.

구운 밤, 얼린 홍시, 튀긴 닭고기 요리, 안에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꽉꽉 채워 넣은 피가 얇은 만두 등등.

그런데 음식을 반 정도 먹으면서 보니, 태후와 황후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게 보였다.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워낙 작은 목소리로 얘기해서.

하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소리로 추측건대, 태후가 무료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러 후궁이 다 함께 모인 좋은 자리이니, 흥을 돋우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폐하?”

심심하다고 한 거 맞나보다. 황후가 황제에게 갑자기 큰 목소리로 청하는 걸 보니.

웃기지. 황제는 황후와 태후 사이에 앉아 있어서 두 사람 얘기를 이미 다 들었을 텐데, 뭘 굳이 저렇게…….

어쨌든 황제는 황후의 연극에 동참해서, 아무 소리도 못 들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후는 잘 됐다면서 후궁들을 돌아보더니 이렇게 권했다.

“갑자기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하기도 이상하니, 그대들이 차례로 훌륭한 시를 읊어 태후마마의 귀를 즐겁게 해 주도록 해라.”

엄마야. 이번엔 갑자기 왜 시가 나와?

심심하단 사람한테 시를 들려주래. 미친 거 아냐?

그러나 후궁들은 황후의 제안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나 보다.

“예, 황후마마.”

다 같이 공손히 대답하더니, 정말로 첫 번째 앉은 후궁부터 시를 읊기 시작했다.

달이 어쩌구 그림자가 어쩌구 하는 시인데…… 황후는 그걸 듣고서 대단하단 칭찬을 건넸다.

이어서 두 번째 후궁이 시를 읊고, 세 번째 앉은 후궁도 시를 읊었다.

그때마다 황후나 태후가 시를 평가해주거나 감상을 말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은 감성이었다.

황궁 사람들이나 고관대작들은 시를 읊으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걸 고상하게 여긴단 말은 들었지만, 난 그냥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지.

설마 실생활에서 이렇게 할 줄이야.

“천 귀인. 천 귀인의 차례구나.”

하지만 내가 이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여기에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말단 후궁에겐 선택권 따위 없었으니까.

내 차례가 돌아왔고 황후가 날 지목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젠장. 어쩌지?

게다가 최근 이름을 날린 탓인가. 다른 후궁들이 시를 읊을 때는 별 관심을 안 보이던 후궁들, 태감과 궁녀들까지도 모조리 내 쪽을 쳐다보잖아?

심지어 시를 한 귀로 흘려듣는 게 분명해 보이던 황제까지도.

아니, 면사 아래로 드러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니, 황제는 아예 이 상황이 재미있나 보다.

나는 입을 다물고서 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머리를 팽팽 굴렸다.

그러나 머리가 하얗게 비어서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하지. 난 시와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그래도…… 하긴 해야 돼.

다른 후궁들은 모두 사랑을 노래했지. 그렇다면 주제는 사랑으로 하는 게 가장 무난할 거고.

그다음은?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후궁들처럼 적당히 길이를 짧게 짧게 끊으면 되나?

“천 귀인?”

내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자, 황후가 기쁜 듯한 미소를 띠며 날 불렀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멍청하게 앉아 있는 꼴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시 한 수 읊지 못해서 이 자리에서 망신을 당했으면, 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지.

나 천년비, 시를 엉터리로 읊으면 읊었지 포기는 못 한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아까까지 내내 생각하던 내용을 솔직히 시로 표현하기로 했다.

아까 염 귀인이 그냥 일기 쓰듯 시를 읊었는데, 황후가 솔직하다고 칭찬했잖아?

나도 그렇게 해보자. 솔직함을 내세워서 해보자.

“세상엔…… 다양한 떡이 있다.”

* * *

“풉.”

“큽.”

천 귀인이 그윽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순간. 후궁들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지만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했던 후궁이니 아주 대단한 시를 읊으리라 여겼는데. 저건 무슨…….

그 사이, 천 귀인이 두 번째 행을 읊었다.

“어떤 떡으로 오던 넌 그저 너였고 난 네가 좋았다.”

후궁들은 다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단한 시는커녕 저건 무슨. 시도 아니고 그냥 혼잣말 아닌가?

그래도 몇몇은 분명 저 안에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 확신하고서 소곤거렸다.

“저거 무슨 뜻이에요?”

“몰라요.”

“떡이 폐하를 비유하는 거 아닐까요?”

“그런 불경한……!”

별개로, 아무도 의미를 파악하진 못했다.

하지만 천 귀인이 헛소리를 한다 생각하는 쪽이든, 그래도 의미가 있는 말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쪽이든, 공통적으로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했다.

천 귀인은 시를 정말 못 짓는구나.

반면 황제는 호기심을 보였다.

'혹시 짐에게 하는 말인가? 떡돌이한테?'

그는 약간 감동을 받아서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천 귀인 무식한 거야 이미 진즉부터 알았고. 무식한 뇌로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는 게 그래도 귀여워 보였다.

“넌 다른 떡인 척 늘 너를 숨겼지만, 난 이제 네가 무슨 떡인지 안다.”

그러나 천 귀인이 세 번째 행을 읊자, 감동은 싹 사라졌다. 그 자리를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마음이 채웠다.

면사 너머, 황제가 인상을 슬쩍 찌푸렸다.

‘저게 무슨 뜻이지? 설마. 짐이 누구인지 알아채고서 저런 말을 여기서 꺼내는 건가?’

겉으로 보기엔 허술해 보이더니. 그새 진실을 알아낸 건가?

이 기회를 틈타 ‘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밝힐 셈인가? 그리고 자신을 속인 황제에게 이를 항의하면서…….

“넌 잣구리 같은 시레 개떡이다.”

잣 같은 시레떡이라고 욕을……

‘뭐라?’

황제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날아갔다.

후궁들은 키득거리면서 천 귀인을 보다가 자기들 입을 막았다.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 찼다. 뭐지 방금? 방금 욕 같은 게 지나갔는데?

* * *

빼어난 시를 감상하면, 들은 사람은 넋이 나가버린다고 한다.

난 이게 허풍 섞인 거짓말, 과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와. 다들 넋이 나갔잖아?’

시를 다 읊고서 돌아보니, 죄다 입을 손가락 두 마디 만큼씩은 벌리고 있지 않는가.

놀란 표정들을 보니 내 시에 몹시 감동한 게 분명했다.

‘자신 없어도 읊길 잘했어. 역시 용기가 최선이야.’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온화하게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무공을 하느라 학문을 등한시해서 그렇지, 사실은 아주 대단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었잖아?

* * *

천 귀인이 된 천년비가 새롭게 안 자신의 재주에 도취한 그 시각.

천 귀인을 납치하는 데 실패했던 연얼 군주는, 천 귀인을 끌어들일 다른 방도를 찾아냈단 보고를 듣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가 사용할 방도는 천 귀인의 적이었다.

“염 귀인?”

“예.”

사실 그녀가 천 귀인의 적에 대해 찾은 지는 며칠이나 지났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천 귀인은 아직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인 바가 없다 보니,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게 없던 탓이었다.

물론 아군도 없었지만.

그런데 드디어 무언가 보고가 올라오다니…….

“그런데 천 귀인과 염 귀인이 싸웠단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는데.”

“직접 싸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마 염 귀인이 천 귀인을 싫어할 겁니다, 전하.”

“어째서지?”

“흑합 장군이 천 귀인을 사모한단 소문이 돌지 않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그 일로 냉궁에까지 간 천 귀인을 직접 빼내 주셔서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요.”

“그래. 그 이야기는 들었다.”

“원래 염 귀인은 흑합 장군과 혼인을 약속했던 사이입니다.”

연얼 군주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정혼한 사이?

“정말이냐?”

“예. 둘 다 서로를 좋아했답니다.”

“이런. 그럼 염 귀인이 입궁하는 바람에 두 사람이 헤어진 건가?”

“그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염 귀인이 흑합 장군을 아주 많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흑합 장군은 별로 그런 내색이 없었지만, 염 귀인을 마지막으로 다른 여인들과는 정혼을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뻔하지요. 장군도 여전히 염 귀인을 잊지 못한 겁니다.”

그런 사이라면 염 귀인이 천 귀인을 싫어할 만도 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찔러 볼 가치가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올라왔다.

“하면 염 귀인 쪽으로 접선해보아라.”

“예, 전하.”

부하가 나가자, 연얼 군주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의 가슴께를 눌렀다.

‘오라버니…… 반드시 오라버니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할 테니까. 염려 마.’

* * *

지금까지 나와 떡돌이는 늘 우연히 마주쳤다.

아. 내가 냉궁에 있을 때는 아니구나. 그때는 걔가 먼저 날 찾아왔지.

하지만 그 딱 한 번을 제외하면 우리는 늘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웬일이지? 떡돌이가 내게 먼저 만나자는 쪽지를 보내왔다.

‘사기 아냐?’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가 좀 의심스럽지만.

“소주?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세요?”

“고민거리가 있어서.”

일단 만나자는 장소는 청적. 게다가 쪽지에 써둔 발신인 이름도 떡돌이.

내가 떡돌이에게 붙여준 별명에 대해 아는 건 떡돌이와 승언이,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떡돌이의 호위들뿐이다.

……그러면 떡돌이가 보낸 게 맞나?

고민 끝에, 나는 약속 시각에 맞추어 청적으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상쾌한 바람과 좀 추운 날씨, 고요한 분위기, 평화로운 나무들…….

떡돌이는 저기 있네. 우리 두 사람의 바위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다. 오늘도 자기가 수묵화인 척 괜히 분위기나 잡고서.

잘생긴 자식이 자기 잘생긴 건 또 잘 알아요.

코웃음을 치며 다가가자 떡돌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왔어?”

“불렀어?”

그가 손으로 자기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옆으로 가 앉자, 떡돌이는 제 무릎 위에 손을 올리더니 내 얼굴을 살폈다.

“왜 그래? 내 얼굴에서 빛이 나?”

“보통은 뭐 묻었냐고 묻던데.”

“안 묻은 거 확인하고 왔어.”

떡돌이는 픽 웃었지만 그러면서도 내 얼굴에서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았다.

원래도 나한테 반했으면서. 이렇게 보니 새삼 반했나? 의아해서 덩달아 빤히 마주 보자, 그는 그제야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근데 진짜 왜 부른 거야?”

질문을 하자마자 답안지가 떠올랐지만.

혹시…… 내가 황제와 태후, 황후, 후궁들 앞에서 읊은 시. 그 시에 대해 들었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많이 놀랐지. 그 정도로 대단한 명시이니 이미 사방팔방 퍼져갔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떡돌이의 거짓말을 비난하는 시였으니, 떡돌이가 그 시에 대해 들었다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는데? 그래도 모른 척 그를 빤히 쳐다보자, 떡돌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녀석을 기다려주었다.

거짓말을 털어놓는 일은 힘든 일이니까. 녀석이 어떤 의도로 거짓말을 했든.

한참 만에야 떡돌이가 입을 열었다.

“실은…… 네가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난 흑합이 아니야.”

“알아. 실물로 봤거든. 되게 잘생겼더라.”

“여기서 흑합 잘생겼단 얘기가 왜 나와?”

“잘생겼으니까. 그리고 네 말이 맞아. 여기서 나와야 할 얘기는 네 진짜 이름이 무엇인가지.”

기가 막히게도 바람이 갑자기 불어와서 그의 머리카락을 우수수 흩날리게 했다.

개털이 된 머리카락이 수려한 이목구비를 가렸다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멈출 때쯤, 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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