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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7화 (7/283)

##  7화. 잠시만, 승은이라고?

괜찮냐고? 답장 달라고 한마디 했다가 졸지에 냉궁에 갇혀서 일주일 간 죽만 먹게 생겼는데 괜찮냐고?

당연히 괜찮지 않았다.

“난 기분이 좀 저조해.”

떡돌이는 내 안색을 살피며 다시 물었다.

“그게 끝이야?”

“다른 대답이 더 필요해?”

“괜찮나보네.”

“기분이 저조하다니까?”

“냉궁에 와서 그 정도면 고조된 수준이다.”

떡돌이는 딱 잘라 말했다. 자기가 뭐, 냉궁에 갇힌 다른 사람들을 보기라도 했나?

아. 아니다. 여기서 궐에서 오래 지냈을테니 봤을 수도 있긴 하구나.

“그런데 떡돌 장군.”

“그 괴상한 별명을 꼭 써야 하나?”

“어쨌든 떡돌 장군.”

“왜?”

“왜 나한테 답서 안 썼어?”

내 질문에 떡돌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언제?’ 하는 표정으로.

얘가 이렇다. 얘가 이렇게 뻔뻔해. 전에는 날 모른 척해놓고 그런 적 없다더니, 이젠 내 편지를 무시해놓고 안 그런 척하고 있네.

“내가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홀랑 받아 놓고서 답서는 안 써 줬잖아.”

나는 팔짱을 끼고서 째려보았다. 떡돌이는 여전히 ‘난 그런 거 몰라’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한테 편지를 썼어?”

“그래.”

“뭐라고?”

“그걸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기억하겠어?”

“편지를 언제 썼는데?”

“그제 밤인가 어제 새벽인가 그쯤에. 보낸 건 어제 아침이고.”

떡돌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게 기억이 안 난다고?”

그 표정에 기분이 상했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바보를 만났는데, 바보에게 바보라고 말하면 바보가 상처를 받을까 봐 바보라고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표정 같잖아?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당신 탓이야.”

어쨌든 기억이 안 나는 건 사실이어서, 나는 팔짱을 끼고서 화제를 약간 전환시켰다.

떡돌이는 대번에 내게 휩쓸려서 대답했다.

“왜? 난, 네가 다른 남자와 사통하다가 들켜서 여기 갇혔다고 들었는데.”

그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았지만.

“그 사통한 남자가 너야!”

“나라고?”

“그래.”

“우리가 사통씩이나 한 사이였어?”

“황후마마 말에 따르자면 그래.”

떡돌이는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참에, 내가 두 번째 보낸 서신과 염 귀인, 황후 이야기를 구구절절 다 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신중하게 들은 떡돌이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 짧게 탄식했다.

그래서 난 떡돌이가 ‘이 일에는 내 책임도 있으니, 장군으로서의 권력을 이용해 널 빼내도록 노력할게.’ 같은 약속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헛된 약속이라도, 양심이 한 줌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 기대했다.

“밤에 추우니까 이불 잘 덮고 자. 넌 안 봐도 잠버릇 험할 게 뻔하니까, 이불 걷어차지 말고.”

하지만 떡돌이는 이딴 말만 남기고는 휭하니 돌아가버렸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서 담을 넘어가는 그를 쳐다보다가, 나는 기가 막혀서 ‘허 허’ 소리를 몇 번이나 냈다.

* * *

황제가 찾아왔단 소식에, 황후는 서둘러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

“폐하. 어서 오십시오.”

그녀가 상냥하게 인사하자, 황제는 안으로 들어가자고 전각을 손으로 가리켰다.

황후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황제를 따라 들어갔다.

“수정과를 내오너라.”

“예, 마마.”

상궁녀에게 지시를 한 황후는 상석에 황제가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자신은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상궁녀가 수정과를 깨끗한 유리 접시에 담아오자, 황후는 직접 쟁반에서 접시를 받쳐 황제에게 내밀었다.

“이 시간에 찾아오실 줄 전혀 몰랐답니다. 알았더라면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미리 준비하라 했을 터인데.”

황제는 딱 한 모금을 받아 마신 뒤 궁녀가 든 쟁반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잠시 할 말이 있어 온 것이니 오래 있진 않을 거요.”

“폐하께서는 무척 바쁘시니 당연한 말씀이시지요.”

“천 귀인을 풀어주시오.”

황후의 입가에 올라와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일 뿐이어서, 곧 그린 듯한 미소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어제 냉궁에 갇힌 천 귀인을 말씀하시는지요?”

“맞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황제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황제가 나가자 황후는 힘없이 의자에 앉아 무거운 머리를 손으로 지지했다.

“황후마마, 괜찮으십니까?”

상궁녀는 쟁반을 옆에 내려놓고서 걱정스럽게 황후를 살폈다.

“아니.”

황후는 솔직하게 대답하고서 지끈거리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천 귀인을 냉궁에 가둔 건 올바른 조치였다.

천 귀인은 후궁의 몸으로 다른 사내에게 애정을 구걸했다. 이는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하루만에 풀어주라니?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영아.”

“예, 황후마마.”

“천 귀인이 폐하의 시침을 든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천 귀인은 황제의 시침을 든 적도 없었고, 황제는 천 귀인에게 관심 한 톨 보이지 않았다.

몇몇 후궁들은 황제가 천 귀인의 존재조차 모를 거라 비웃기도 했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궐 안에는 황제가 이름을 모르거나 잊어버린 후궁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천 귀인을……?”

중얼거리던 황후는 최근에 돈 소문을 떠올렸다.

“설마.”

흑합 장군이 천 귀인을 연모한다던 소문이었다.

“폐하께서 그 소문을 듣고 천 귀인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되신 건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던 황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서 이마에서 손을 내렸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며 명령했다.

“내일이 폐하의 만복날이지. 경사태감에게, 내일 시침 쟁반에는 천 귀인의 패를 올리라 해라.”

* * *

하루종일 고된 수련을 하느라 나는 완전히 진이 빠져서 냉궁으로 돌아왔다.

수련이 끝나면 나물도 좀 뜯어가려 했는데. 지친 몸으로 뜯은 나물은 고작 두 줌 뿐이었다. 이걸로는 턱도 없겠지.

“소주! 소주!”

그런데 냉궁으로 가보니 부성과 원웅이 둘 다 마당에 나와 있고, 그 앞에는 황후의 태감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야?”

놀라서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냉궁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단 게 들켰나? 내가 추위를 안 탄다는 게 들켰나? 그래서 다른 벌을 받게 되었나? 불안했다.

“소주!”

하지만 원웅이 활짝 웃는 걸 보니 아닌가보다. 부성도 표정이 밝았다.

황후의 태감이 꾸벅 인사를 올리고서 사정을 설명했다.

“황후마마께서 천 귀인께선 늘 품행이 단정하고, 이런 일은 처음이니 한 번만 특별히 용서해주시겠다 하셨습니다.”

정말? 어제 태도로 봐서는 하루 만에 용서해줄 것 같진 않던데?

하지만 용서해주겠다니 일단 넙죽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후 우리는 동영궁 안에 있는 원래의 전각으로 돌아와서, 작긴 해도 냉궁보단 우리 전각이 백배 쯤 좋다는 데 동의했다.

냉궁을 벗어난 기쁨은 다음날에도 그대로 쭉 유지되었다.

원웅은 소주방에서 재료를 받아와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고, 부성은 어딘가에 사정사정을 해서 값비싼 찻잎을 약간 얻어왔다.

우리는 그걸로 아침 겸 점심을 포식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부성은 당당하게 선언했다.

“저녁 때는 제가 솜씨를 부려 볼게요, 소주.”

그러나 부성이 솜씨를 부릴 기회는 오지 않았다.

아직 해가 지기 전. 평상에 앉아 원웅과 공굴리기 놀이를 하며 노는데, 처음 보는 태감이 찾아와 전한 말 때문이었다.

“일어나십시오, 천 귀인. 서둘러서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은 천 귀인께서 폐하를 시침해야 합니다.“

내가 황제를 시침해야 한다고?

나는 바늘 쥐는 손모양을 하고서 허공에 콕콕콕 찌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거요? 아니 어의는 어쩌고 왜 저더러?”

무술을 잘 한다고 의술까지 잘하진 않는다.

가끔 무공과 의술 모두에 탁월한 무슨 신의니 무슨 마의니 하는 무림인들도 나오긴 했지만, 일단 나는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더러 황제를 시침하라니? 아. 혹시 천소여는 의술을 좀 배웠던가?

“소주. 그 시침이 그 시침이 아니어요.”

“그럼?”

“그거, 그거예요.”

“그게 뭔데?”

측근궁녀인 원웅이 태감의 눈치를 살피더니 내 귀에 대고서 속삭였다.

“잠자리요.”

나는 화들짝 놀라서 원웅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그거야?

“내가 폐하랑 거시기를 해야 한다고?”

태감이 헛기침을 했다. 원웅은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 입을 타타타탁 빠르게 두드렸다.

그런 우리를 보며 태감은 참으로 괘씸하단 투로 말했다.

“참으로 말을 경박하게 하십니다, 천 소주. 폐하의 시침을 드는 건 시정잡배들이 표현하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그럼요?”

“황손을 품을지도 모르는 아주 고귀한 일이지요.”

그래서 뭐가 다르단 거야. 황제 거엔 꿀이라도 발라놨단 거야?

내가 떨떠름하게 쳐다보자, 태감은 몇 번 더 헛기침을 하고서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부터 빨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깨끗하게 몸을 씻고 손톱과 발톱을 정리하고 필요한 만큼 치장을 하십시오. 단, 옷은 걸치면 안 됩니다.”

이건 또 무슨……?

“그럼 벗고 가요? 아니면 벗고 대기해요?”

황당해서 묻자, 태감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옆에서 부성이 알려주었다.

“이불로 싸서 폐하의 방으로 옮겨져요, 소주.”

이렇게까지 하고 갔는데 황제가 별볼일 없다면, 그거야말로 괘씸한 짓이다.

태감이 못마땅한 얼굴로 나가려 하자, 원웅이 “잠시만요.” 하고 부르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올 때에는 원웅의 손에 빨간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이걸 받으세요.”

원웅이 그 빨간 주머니를 건네자, 태감은 주머니 안쪽을 확인하더니 히죽 웃었다.

“궁녀를 잘 두셨습니다, 천 귀인.”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그가 나가자, 나는 원웅에게 물었다.

“방금 그거 돈이었어?”

표정이 딱 돈 받은 표정이었어.

“네, 소주.”

나는 황당해서 물었다.

“돈을 왜 줘?”

“그래야 다음에도 시침할 상대로 소주를 밀어주지요.”

뇌물이구나. 자연스럽게 찌르고 받는 걸 보니 아주 공공연한 뇌물인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꼭 황제를 붙들어야 하는 거겠지. 이곳 사람들한텐 이게 생존 방식인 거고.

편지 하나 썼다고 냉궁에 보낼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여기도 나름대로 치열하구나.

속으로 한탄하는 사이, 부성이 재촉했다.

“소주, 얼른 씻고 준비하셔야지요.”

그러더니 자기들이 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커다란 나무통 안에 따뜻한 물을 채워 넣고 그 안에 소금을 뿌렸다.

그러고는 소금이 녹는 동안 가는다란 줄로 내 손톱과 발톱을 다듬어서 모난 구석이 없고 모양도 귀엽게 만들어주었다.

이후 내가 나무통 안에 들어가자, 두 사람은 내 목덜미와 팔, 종아리, 어깻죽지 등을 꾹꾹 누르고 문질렀다.

목욕을 끝내고 나온 다음에는 촉촉하게 젖은 머리에 꽃향기가 나는 기름까지 살짝 발라주었다.

이후에는 머리카락이 다 마르도록 마른 수건으로 박박 문지른 다음, 가벼운 피풍의를 걸쳐주고 방 안으로 이끌었다.

“눈을 감으세요, 소주.”

화장대 앞에 앉자 원웅이 속삭였다.

눈을 감고 고개를 들자 얼굴에 폭신하고 구름 같은 것이 닿았다.

여기저기 얼굴을 매만진 다음 눈을 떠 거울을 보자, 안 그래도 미인인 천소여가 훨씬 화사해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우울한 인상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게 장점이 되어 있었다.

잘 꾸미고 나니 슬퍼 보이던 눈은 애수에 젖은 듯 아련하고 가련한 느낌이 났으니까.

보는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잃어버린 첫사랑처럼 보였다.

물론 실제 내 첫사랑은 죽일 놈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우세요, 소주!”

두 궁녀가 감탄하면서 내 머리카락을 쭉쭉 빗어 내렸다.

“머리엔 진주랑 은장식만 할게요. 그편이 나아요.”

이윽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얇은 피풍의 한 겹 차림으로 기다리자, 아까의 그 태감이 나타났다.

“어이쿠.”

태감은 내 꾸민 모습을 보더니 깜짝 놀라 외치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서 데리고 온 덩치 큰 다른 태감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그 덩치 큰 태감이 들고 있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이불을 펼치며 내게 말했다.

“여기에 일자로 서면 됩니다, 천 귀인. 피풍의는 벗고요.”

피풍의를 벗고 서자 두 태감은 나를 두꺼운 이불로 똘똘 말았는데, 얼마나 이불이 커다랗던지 다 말리고 나니 앞이 보이질 않았다.

“이거 제대로 된 거 맞아요?”

이불 안에서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대신 몸이 기우뚱하더니 번쩍 위로 올려졌다.

그 상태로 얼마나 흔들거렸을까. 마침내 내 몸이 어딘가에 눕혀지는 게 느껴졌다.

이어서 이불 아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나더니, 내 머리 쪽만 이불 밖으로 빠져 나와졌다.

“숨 막혔어요.”

급하게 숨을 들이쉬며 짜증을 내자, 태감은 날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고서 문을 닫고 나갔다.

젠장. 그냥 자면 자는 거지 무슨 절차가 이따위야?

아주 팔다리를 움직일 수조차 없게 해 뒀잖아?

나는 속으로 욕을 뱉으면서 가까스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방 안을 살폈다.

방 안은 두 단으로 되어 있었는데, 내 방보다 한…… 서른배쯤 좋아 보였다.

가구도 그렇고 벽도 그렇고 전부 다.

태감들이 날 놓고 간 침상은 금박 장식이 가득한데다 넓고, 침상 전체를 휘장이 드리우고 있고.

그렇게 얼마나 구경을 했을까. 슬슬 목이 아파온다 싶을 즈음, 마침내 황제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달칵 열렸다.

나는 얼른 정면을 쳐다보았다.

문 두 짝이 열리고 그 가운데로 얇은 흑색 장포를 걸친 황제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예전에 보았을 때처럼 면사로 가린 상태여서, 보이는 거라곤 눈 뿐이었다.

왜 저렇게 얼굴을 철저히 가리는 거야?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나를 황제를 빤히 쳐다보았는데, 황제는 “또 이렇군.” 하고 중얼거리더니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이어서 그가 간 곳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왜 지나가?

황당해서 고개를 힘주어 들어올렸으나, 이불 탓에 황제가 어디서 뭘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힘을 빼고서 축 늘어져 있으려니, 차를 다섯 잔 쯤은 마셨을 시간이 지나자 황제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와 말했다.

“적당히 시침…….”

딱 거기까지 말한 황제가 갑자기 눈을 커다랗게 떴다.

꾸미고 나니 내가 그리 이쁜가? 덩달아 놀라서 같이 눈을 커다랗게 뜨자, 황제가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왜 저런 당연한 걸 묻지?

“거시기…… 하러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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